뭘 볼까 하고 가지고 있는 영화들을 뒤적이다 문득캐빈 스미스의 몰래츠를 뽑아들고 잠시 즐거운 기억에
빠져듭니다. 점원들이란 영화로 환장하게 등장해서..몰래츠, 도그마, 체이싱 아미 등등의 감질맛 나는
영화로 저를 한 동안 열광하게 했던 감독이었는데요.체이싱 아미 이후론 뭔가 예전의 포스를 잃어버린 듯
하네요...오늘 밤 몰래츠를 보며 간만에 좀 낄낄거리며영화 속으로 빠져보려 합니다.
아래는 도그마 개봉 당시 관람 후 썼던 글입니다..
영화 '도그마'를 이야기 하기 위해선 감독 케빈 스미스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영화가 감독의 반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넘어서서 감독 케빈 스미스와 그의 영화들은 거의 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 은 그의 개개의 영화가 그림 맞추기 퍼즐처럼 모두 하나의 작은 세계를 형성 하며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또한 그의 영화 한편 을 평하기 위해선 다른 작품들(전작 또는 후작-앞으로 제작될 영화도
포함해서)을 함께 같은 연장선상에서 고려해보는 것이 의미를 지니게 된다.('반드시 필요한' 이라고는 말하진 않겠
지만)
그리고 그러한 의미의 고려를 떠나서 케빈 스미스의 영화들은 네 작품 (clerks, mallrats, chasing Amy, dogma)을
모두 연결해서 보는 것이 더 많은 재미를 안겨준다.
사실 clerks나 mallrats, chasing Amy를 보지 않고는 dogma에서 황당한 마약딜러 예언자로 나오는 제이와 사일런트
밥에 대해서 배꼽을 잡고 웃어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또한 '스크림3'에서 영화 스튜디오를 방문한 관광객들 중에서
제이와 사일런트 밥 을 발견하고 그 기발한 장난을 멀뚱한 표정으로 지나치지 않기 위해서도)
어쨌든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 'clerks'를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한편 정도는 케빈 스미스의 전작을 보고 영화
도그마를 보는 것이 영화를 훨씬(강조점 50 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네 작품을 모두 본다면 강조점을 한 몇백 개는 더 찍을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이유는 케빈
스미스의 영화 (줄거리, 구조, 인물, 장소, 대사, 배우 그리고 모든 농담까 지 포함해서)가 그만의 소우주인 뷰애스큐
유니버스 (View Askew Universe)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혈연, 학연, 지연, 연애관계, 성관계, 하다못해 회자되는 농담이나 들은 이야기로서라도
연결 되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케빈 스미스의
인터뷰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와 인물들은 누군가의 주변 이야기를 시시콜콜히 듣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처럼 작고 대단치 않은 세계 속에서의 경험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확장 시켜 나가는 방법은 마치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의 할머니 탐정 마플 여사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각각의 독립적인 영화를 이런 식으로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연결해 가는 서술 방식은 만화 시리즈의 방식(특히 미국 만화에 있어서)과 유사함을 갖는다.
케빈 스미스가 대단한 만화광에다 스스로 만화작가이며 또한 고향 뉴저지에서 'Jay와 Silent Bob의 비밀창고'란
만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상적이고 소소한 주변 이야기의 다른
전작들과 달리 코믹 환타지로 발전한 영화 '도그마'는 만화에서 가끔 접할 수 있는 주류 시리즈를 벗어난 외전류와
비슷한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제이와 사일런트 밥이 경험한 특별한 이야기가 바로 '도그마' 인 것이다. 혹은 제이가 마약에 취해서 상상한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것일 지도 모르고. 바로 이 점이 영화 '도그마'를 정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영 화에 대한 논쟁은 사절, 2) 아니 거부함. 3) 일체의 변명도 않겠음. 분명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종교 영화가
아니다.
코믹 판타지이므로 심각하게 받아들 이지 마시길. 혹시라도 이 영화가 선동적이라고 오해하는 일도 없으시길.
모 든 판단은 신에게 맡길 일. 영화 비평전 유의사항: '신에게도 유머 감각은 있다'
추신: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께는 사과 드림. 그러나 그건 전혀 저희 의도 가 아님. 영화 감상 잘 하시길."
이와 같은 구구절절한 구절을 영화 서두에 굳이 끼워 넣은 것(물론 이런 것 역시 케빈 스미스표 영화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러한 정의를 명확히 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구태여 여기서 이 영화가 종교 영화나 또는 카톨릭에 대한 심각한 무언가를 의도한 영화가 아니다라는
것을 부연하는 것 조차도 열없는 짓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은근히 현대 카톨릭과 교회에 대해 조소를 보내고
있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무언가를 획책하거나 본격적인 비난이라기 보다는 다만 카톨릭 교도로 자라왔다는 케빈 스미스의
개인적 관점을 은연중 에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영화 '도그마'는 경건함과 그 경건함의 결집체인 신이란
존재를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지 않냐는 농담인 것이다. 혹은 진짜로 제이가 마약에 취해서 꾸었던
꿈에 나타난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 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신에 대한 경건함을 인생의 중요한 모토로 삼는 사람들에겐 조금 언짢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신 성모독이니 어쩌니하고 몰아부치는 것은 사실 좀 넌센스라고 느껴진다.
수녀나 속여먹으며 무료함을 달래는 추방당한 천사 로키와 바틀비, 예수님의 '마지막 후손이며 동시에 임신 중절
의사인 베서니, 떠버리 흑인 건달인 13사도, 얼간이 마약딜러 예언자인 제이와 사일런트 밥등. 사실 재미있지 않은가?
낄낄대고 상상해보거나 술자리 농담으로도 썩 회가 동하는 이야기 거리가 아닌가 말이다. 심각해지지 말자.
가끔은 심각함이 오히려 부조리를 불러 일으키는 법이다.
사실 우리들의 삶이란 그렇게 장난과 난장판, 그리고 떠들석함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던가? 거기에다 시원찮은
정치와 때론 역겨운 사회와 빌어먹을 돈, 부족한 섹스, 남 이야기일 때만 재미난 사랑 이야기등에 가벼운 조소를 보낼 수
있다 면 꽤 진지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때로 그것들에 안달하더라도 말이다.
케빈 스미스의 영화들은 바로 이 점을 이야기 한다. 그 것이 그가 태어나서 자라고 영화를 만든 뉴저지에서 배운
것들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저분한 골목과 별로 다르지 않은 자신의 동네에서 말이다.
영화 '도그마'는 사실 케빈 스미스의 전작들에 비해선 좀 힘이 빠지는 것 같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을 받았던,
그리고 그가 영화에 대해 사과까지 해야했던 '몰래츠'에 비하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일정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그 '몰래츠' 보다도 더 오히려 심심하다.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특수 효 과 그리고 더 비싼 배우들(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폐 또한 있다. 벤 에플렉과 맷 데이먼
둘 다 케빈 스미스완 절친한 친구라고 한다.)을 쓰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모든 악평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몰래츠'를 무척 좋아하는 감정 이 반영된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외전이란
본편보다는 시시하기 쉬운 법인 것이다.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흔 히 '뉴저지 삼부작'이라고 일컫어지는 'clerks, mallrats, chasing Amy 가
본편이라면 이야기의 무대마저 시카고로 옮겨지는 '도그마'는 외전격인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케빈 스미스의 영화들 속에서는 수많은 대중 문화의 기호들이 인용되어진다. 스폰, 스파이더 맨 등의
만화와 스타워즈와 존 휴즈의 영화들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들이 쉴새 없이 튀어나온다. 이런 것들을 살펴보는
것도 또한 케빈 스미스 영화의 매력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네 편의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웃기는 버디인 제이와 사일런트 밥은 스타워즈의 c3po 와 r2d2를
너무나도 연상시킨다.
그 외에 그의 영화들에 항상 등장하는 여러 자막들 또한 상당한 재미를 안겨 준다. '도그마'의 유머러스한
첫 자막 외에도 각 영화 크레디트 마다 다음 영화를 예고 하는 자막들이 그것이다. 일례로 'clerks'에서는
"제이와 사일런트 밥은 시카고로 갔다.' 라는 식으로 영화 '도그마'를 예고 하고 있다.
그리고 '도그마'에선 2001년 8월 완료 예정인 'Jay & silent bob strike back'(당연히 스타워즈 시리즈의
'The Empire strikes back-제국의 역습'을 패러디한 제목이다.)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자막은 '몰래츠 '의 크레디트 첫머리에 올라오는 자막이었다. 기억나는 데로 간단히
이야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로 영화 만들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지루한 영화 끝까지
봐주신 관객들께 감사하고, 몇 년 전에 섹스 해준 부모님께 감사하고(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단 말이겠죠.) 같이 해준
누구누구에게 감사하고 등등..."
어쨌든 이런 자막들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들여다보면 케빈 스미스가 영화 만들기를 얼마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지를 알수 있다. 더불어 우리에 게도 영화보기란 많은 면에선 즐거움이란 걸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해주는 것 이다.
하지만 케빈 스미스의 영화가 그냥 재기 넘치기만 하고 속은 박약한 그런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영화에 대한 박식함과
독립영화계에서의 활동, 그리고 새로운 영화형식의 제시로 평단의 주목을 끌어가고 있다는 점 등에서 케빈 스미스가
결코 가벼히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감독은 아니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있을
사일런트 밥의 역습이 벌써부터 몸을 근질근질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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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뷰애스큐 유니버스 (View Askew Universe) - 케빈 스미스의 영화들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등으로 구성된
작은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며 케빈 스미 스의 영화 스튜디오 이름이기도 하다.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리듬감과
어감 에 따라 그가 스스로 만든 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