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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26 16:53:56
Name 산적
Subject 짝패를 보고 든 잡생각 중 일부.
짝패가 무슨 뜻일까요? 단짝 패거리라는 뜻일까요? 하니면 일종의 도박 용어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주유소습격사건'의 무대뽀 처럼 한쪽만 패서 얼굴을 짝짝이로 만든다는 뜻일까요. ㅡ.ㅡ;;
어쨌든 어제 류승완 감독의 영화 짝패를 봤습니다.

사실 지금 영화 자체의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그냥 그냥 영화보고 몇가지 잡상이 떠올라서 끄적거려 봅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느끼곤 합니다. 가창력 본좌라고 불리우고 있는 선희 누님의 '아 옛날이여~'를 입에 달고 사시는 분들도 있지요. 이런 식으로 과거가 낫다고 말하는 것은 어렴풋한 추억을 단순히 미화시키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좀 냉정하게 곰곰히 쳐다 보아도 과거는 지금보다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하얀 도화지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합니다. 처음엔 여백이 많지만 점점 그려 나갈 수록 그 여백은 줄어 들지요. 행여나 실수로 그림을 잘못 그리기라도 한다면 그곳을 가리기 위해서 더 진한 덧칠을 하기도 하고요. 실수가 크면 클수록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는 더욱 진한 덧칠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여백을 모두 채우고 그림을 완성하기 전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찢어 버리는 사람도 있지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모두에게 똑같은 도회지를 제공하지만(물론 때때로 같은 도화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볼만한 그림을, 또는 훌륭한 그림을 남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겠죠.

어쨌든 그림을 한번 잘못 그리게 되면 이전의 여백 상태가 꽤나 아쉬워 집니다. 지금과 다르게 더 근사한 것을 그려 넣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과거를 추억하고 미화하는 것은 그 과거 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전의 여백에 다른 것을 채워 넣지 못한 그 자체를 아쉬워 하는 것이겠죠.

인생에서 덧칠은 절망과 괴로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그렇게 해도 감출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혹은 스스로 덧칠을 포기하거나......

마지막으로 좀 뭐랄까 뻔뻔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를 넣어 볼께요.
덧칠이 어려워도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여백으로 돌아가지 못하니까요.


말은 쉽죠? ^ ^



ps.영화 이야기를 좀 하자면 시간과 공간, 사람이 변화하며 생기는 뒤틀린 관계 속에서 과거의 사랑과 우정이 변질되고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냥 흔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영화입니다. 뭐 그런 스토리 자체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에요.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미덕은 액션이겠죠. 어쨌든 액션을 아는 사람들이 주인공이고 그 상대자들 역시 스턴트맨들이기 때문에 수준높은 액션을 보여주긴 합니다. 다만 좀 진부하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예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가질 수 있었던 충만함을 느낄 수 없다고나 할까요. 어쩌면 이런 생각 역시 다른 면에서 과거에 대한 미화일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류승완 감독님의 형사연기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가 꽤나 반가울 것입니다. 이 양반 액션도 돼, 인물도 빠지지 않아, 대사도 잘치고 표정 잘잡고 그냥 배우하시는 것도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은 저만 하는게 아니겠죠?
ps2.개인적으로 완전 만족한 영화는 아닐지라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건 순전히 저의 류감독님에 대한 호감 때문일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에 영화 보시는데 참고사항으로 넣을 것은 못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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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메딕
06/05/26 17:02
수정 아이콘
엇, 지금 보러 나가려고하는데 올라오다니...
다빈치 코드를 보고 싶은데... 짝패보자고 해서...
예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고나서 굉장히 흥분했더랬습니다.
평들도 아마 한국형 액션이라고 호평했었는데...
어쨌든 호감가는 감독이니 기대하고 봐야겠습니다.
06/05/26 17:06
수정 아이콘
마녀메딕님//고의적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최근 영화 같은 세련 된 기법은 최대한 배제하고 만든 영화로 보입니다. 그 덕에 제작비도 많이 줄일 수 있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허술하게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고요. 확실히 액션을 위한 연기자들의 땀과 노력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것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느낌도 들어서 아쉬움도 남습니다.
마녀메딕
06/05/26 17:09
수정 아이콘
한가지 걱정되는건 예고편으로 보아 너무 '킬빌'의 냄새가 풍기는 것입니다. 어느 소개란에 보니까, '왜, 노란 츄리닝도 입히지?'라는 멘트도 있더군요. 앗, 늦었는데 왜 댓글을 달고 있는지...
06/05/26 17:16
수정 아이콘
굳이 킬빌 생각할 필요는......ㅡ.ㅡ;; 킬빌 역시 과거의 동양액션영화에 대한 오마쥬 성격이 있는 데다가 짝패 자체의 전개 역시 기존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복수로 이어지는 극의 전형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 킬빌을 굳이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그저 류감독님이 자기도 영화에 끼어들어서 해보고 싶었던 것을 풀어보는 그런 과정의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영화 보면서 이 양반 좀 근질근질 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여튼 보고 실망한다고 해도 저는 책임 없습니다.(먼산)
06/05/26 17:17
수정 아이콘
재미는 없더군요. 공짜로 봤지만..

액션 좋아 하시면 한번 보세요. 무조건 액션.
My name is J
06/05/26 17:29
수정 아이콘
흠.....갈등중입니다. 워낙 상반된 평가가- 넘쳐서.....먼산-
06/05/26 17:34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봤습니다. 음 간단히 말하면 '짝패=친구+킬빌+저예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류승완 감독이 뭘 표현하려고 했는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돈을 너무 적게 들인 것이 티가 나고, 그것이 흠이 된 것 같습니다.
06/05/26 17:38
수정 아이콘
그럼 고민인데요. 류승완 감독 영화는 별로 안좋아 하지만 이번건 재밌게 보이던데... 포세이돈이냐 짝패냐~
용당주
06/05/26 19:22
수정 아이콘
킬빌이나 성룡영화보다는 80년대~90년대 초반 홍콩 영화와 비슷합니다. 특히 첩혈쌍웅이 머리에서 떨어지질 않더군요. 액션보다는 드라마나 정서가 중요한 작품 같아요. 액션은 기대만 못합니다만, 80년대~90년대 초반 액션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매우 재미있을 거예요.
iSterion
06/05/26 19:39
수정 아이콘
시사회에서 류감독이 말씀하시는걸 직접들었는데요
감독이 표현할려고했던건 "카지노"를 한가지의 상징적인 의미로 두었는데요 최근의 땅투기?라던지 등등으로 돈으로 인해 사람들과의 관계가 변하는것을 조심(?)[아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않네요] 아무튼 그런쪽이라고 하셨구요..
그리고 제목의 짝패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겨우 몇일전일인데 정리가 잘안되네요...아무튼 좋았던시절의 모습과 친구들이 갈등하는 모습 두가지의 이중적 의미라고 하셨던거같습니다.
마녀메딕
06/05/26 22:01
수정 아이콘
지금 막 보고 왔습니다. 류승완 감독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저는 괜찮더군요. 확실히 그의 액션은 홍콩의 액션과 다릅니다. 홍콩의 액션 특히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가 풍미하던 그때의 액션은 완전 환타지입니다. 그렇지만 류승완 감독의 액션은 그나마 현실적이죠.
축구까지 겹쳐서 극장안은 안습이었지만 영화는 돈 아깝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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