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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14 01:12:41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백두대간>에 침을 뱉어라?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백두대간>에 침을 뱉어라?

현존하는 모든 스포츠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표면적인 시선을 ‘아군과 적군’으로 이분하고 있다. 그리고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감성의 간극과 그 스포츠의 대중성은 정비례한다. e-sports의 정중앙에 자리 잡은 스타리그가 질과 양 모두 풍성해 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열정적인 팬들로 조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열정은 관중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종족과 선수(혹은 선수와 종족)’를 향한 애정과 긴밀하다. 내가 응원하는 종족과 상대 종족은 아군과 적군의 경계에 서 있으며, 그렇기에 대한민국에서 “스타리그 좀 본다” 하는 팬들 가운데 ‘맵 밸런스’라는 거대담론과 어떻게든 ‘쇼부’를 보지 않고 내내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종족의 내일과 맵의 구성은 매우 끈적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맵 밸런스 논란의 반복성

새로운 시즌은 언제나 새로운 맵의 공개와 함께 시작된다. 맵 메이커들은 새로운 맵으로 선수 그리고 팬들과의 두뇌 싸움에 도전장을 건넨다. 그리고 새로운 맵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양분된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몇 차례의 경기가 진행되고 종족 간 승률의 차이가 발생하면 한 쪽의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내가 이럴 줄 알았어”라든지, “도대체 맵을 만드는 녀석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라는 게시물이 관련 커뮤니티를 넘나든다. 이를 보다 못한 해설자와 맵 메이커들은 자중을 당부한다. “아직 충분한 수의 경기를 치루지 않았다”거나, “예전에 어떤어떤 맵들도 처음에는 그랬다”거나. 이 지리멸렬한 장외 경기는 언제나 승자도 패자도 없이 막을 내린다. 합의점을 찾기 전에 이미 누군가의 손에 우승 트로피가 쥐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맵 밸런스 논쟁은 ‘잠복기’를 상실했다. 차라리 지표층을 뚫고 올라온 용암처럼 ‘뜨겁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맵 메이커들의 정치성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맵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개혁적이고 도발적으로 진화해왔다. 이 진보적인 성향은 적지 않은 수의 맵을 역사의 뒤안길로 안내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의 결과가 실패로 끝날 때 마다 팬들의 날 선 저항의 목소리를 감수해야 했다. 언제나 성공 보다는 실패가 돋보였기에 ‘온게임넷은 밸런스 붕괴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었다. 상대적(!)으로 MBC게임 스타리그의 맵들이 밸런스 논란에서 변방에 위치할 수 있었던 것은 맵의 형태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포지션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스타리그의 질긴 생명력은 끊임없이 생산되는 맵에 일정부분 의지하고 있다. 모든 경기가 <로스트템플>에서 펼쳐지는 리그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변화와 안정의 교차로에서 나름의 길을 선택하였다. 온게임넷은 선수들에게 해답을 주는 대신 끈덕지게 의문을 품게 한다. MBC게임의 맵들은 과거 회귀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균형을 추구하는 팬들을 주 타깃으로 자기 진화를 거듭했다. 그리고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필요악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백두대간>에 침을 뱉어라?

골프공을 잃어버린 적 없는 골프 선수는 없다. 발목 부상을 당한 적 없는 러너는 없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늘 실패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몇몇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반사적으로 ‘책임론’을 외친다. 몇 번의 실패를 영원한 실패로 기록한다. 당대의 실패가 선물한 교훈에는 ‘다음’이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훈을 반영할 ‘다음’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겐 그 기회가 없는 것이다.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결국 고치를 깨지 못하고 작은 안정감에 매몰되고 만다. 아귀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퍼즐조각 같은 맵만 존재하는 스타리그에 내일이 있을 수 없다. 만약 그래도 좋다면, <백두대간>에 침을 뱉어라.

누군가는 클로즈업의 프레임 속에 꽉 들어찬 대상을 잡아내고, 누군가는 배경과 대상이 어우러진 원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같은 대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 덕에, 세상은 더 볼만해지는 것이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동상이몽이 반가운 이유이다.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p.s 다음주 금요일에 전역전 휴가 출발합니다. 메가 스튜디오에서 군복 입고 알짱거리는 녀석이 접니다. 인사라도 나누면.. 좋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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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군
06/05/14 01:17
수정 아이콘
백두대간에서 플레이 안해보고 돌을 던지지 맙시다~
정형화된 맵보다는 변화를 주는 맵이 스타리그 장수의 비결이 될거라고 생각되네요~
Yh.ArthuriaN
06/05/14 01:19
수정 아이콘
백두대간이 벨런스가 어떻고 논하기는
곤란하지만 수많은 실패뒤 명작이 만들어지죠...
맵퍼님들 화이팅!!!
06/05/14 01:24
수정 아이콘
맵에 대한 저의 짧은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글이네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칼잡이발도제
06/05/14 01:51
수정 아이콘
B급칼럼이란 Best칼럼이란 뜻이었군요.
06/05/14 01:58
수정 아이콘
아.. 벌써 저녁인가요??

군대 간다고 항상 올리시던 게임평을 인제 못올린다고 말씀하셨던 때가

엇그저께 같은데...

시간 참 빠르네요... 울적한게....

물론 본인에겐 무척 긴 시간이었겠습니다만..^^;

저녁 축하 드립니다.
06/05/14 02:10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늘 잘보고 있습니다.
근데 한가지. 컨셉도 좋고 여러 시도도 좋은데요 거기서 플레이 하는
선수들도 생각해 줘야하지 않을까요? 새로움과 참신함을 드러내기 위해
밸런스가 6:4이상 깨진다면 솔직히 요즘 거의 평준화 된 선수들의
실력상 너무 큰 핸디캡 아닐까요? 저도 온겜넷의 늘 새로운 시도는
정말 반갑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밸런스에도 신경을
써주시고 사용하기 전에 심혈을 기울여서 테스트 해주시기 바랍니다.
길지 않은 선수생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노력해 나가는 선수들에게
맵이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스케치북이 되어야지 제약이나 장벽이
되어서는 안될것입니다. 불가능 하겠지만 모든 맵이 그들의 땀과 눈물과
노력으로 화려하게 수놓을 수 있는 그런 무한의 도화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들의 꿈이 살아 숨쉬는 그런 공간 말입니다.
06/05/14 02:52
수정 아이콘
엠겜도 따지고 보면 안정적으로 만드는 듯 해도 밸런스가 안 맞거나 게임 양상이 좋지 않아 퇴출되는 맵이 있지 않습니까.. 주관적이겠지만 이번에도 관심이 적어서 그렇지 The Eye 같은 경우 상당히 비판 받을 점이 있는데 조용하더군요; 밸런스 뿐만 아니라 경기내용면에서도.
06/05/14 03:22
수정 아이콘
디아이는 이미 테란맵으로 판명났죠..ㅡㅡ; 답이 없어요 .. 다 테란만 하니 원...
Sulla-Felix
06/05/14 04:30
수정 아이콘
엠겜과 온겜의 차이점은 분명히 잘 드러납니다.
진취성과 보수성이 아닙니다. (싸움을 부르는 리플이네요.)
엠겜의 레이드 어썰트, 아리조나등의 밸런스 붕괴맵과
온겜의 숱한 버전업이 된 밸런스 붕괴맵은 그 대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레이드 어썰트는 명경기 메이커로 칭송을 받으면서도 밸런스 때문에
퇴출 되었습니다.

정치성의 차이는 단순합니다. 경기의 주인은 누구인가.
온게임넷인가. 선수인가.
물론 그걸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은 자신의 취향을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개인적인 감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경기의 주인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온게임넷 맵에 대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구요. 그 무난한 루나에서 FD라는 빌드가 나왔습니다.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게임양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온게임넷 맵 제작자가
아니라 선수들입니다. 최근 저그들의 빠른 디파일러 플레이가 새로운 맵
때문에 나왔습니까? 아닙니다. 저 멀리 임정호, 성학승 부터 시작해서
조형근-김준영이라는 한빛의 저그조합이 개척시켰고 신예 저그들에 의해
새로운 경지를 연 빌드입니다. 여기에 맵퍼들이 무슨 기여를 했습니까.

경기의 주인은 선수입니다. 제발 선수들에게 맡겨 둡시다.

하지만 815는 칭찬하고 싶습니다. 비록 1년이라는 산고를 겪긴 했지만
밸런스 문제를 해결한 반섬맵이라는 점에서 정말 극찬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815는 모든 맵 중에 최고 입니다.
T1팬_이상윤
06/05/14 05:39
수정 아이콘
그래도 815가 각고의 노력끝에 밸런스가 6:4 이내로 되는거 같아서 희망적이기 합니다. 정글스토리-비프로스트-노스텔지어를 잇는 온겜 명맵 구도를 815가 이어갈듯 하네요.
Den_Zang
06/05/14 08:56
수정 아이콘
정말 희대의 명맵은 수많은 진통 끝에 만들어지지만 그 속에서 희생된 수많은 선수들의 노력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06/05/14 11:02
수정 아이콘
Sulla-Felix님 댓글에 1표입니다. 딱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Davi4ever
06/05/14 11:02
수정 아이콘
맵에서 선수들이 자유로이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 여지 이후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도입 유무를 떠나서 밸런스란 것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디아이가 그렇고, 백두대간이 그렇습니다.
네, 밸런스는 맞추어야 할 요소이지만, 맵퍼는 신이 아니기에,
맵의 밸런스란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밸런스가 무너졌다면, 그 맵은 변명의 여지없이 실패한 맵이며,
가차없이 다음 시즌에는 제외되어야 합니다.
경기에 있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것은 선수들입니다.

p.s 815는 최근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 와중에 밸런스는 점차 플토맵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러쉬아워가 테란맵처럼 밸런스가 나오기 시작해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확실한건 러쉬아워, 815의 경기력은, 현재 절정입니다.
Withinae
06/05/14 11:58
수정 아이콘
아..제 마음속의 이야기를 대신 해준 글 같네요. 전 글에 심하게 동감입니다.
06/05/14 13:21
수정 아이콘
그렇죠, 맵퍼는 신이 아니기에 실수를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으로 인해 선수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어쨌거나 맵을 통한 경기양상에 대한 가장 큰 수해자와 혹은 피해자는 선수들이니까요,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저 또한 가차없이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정이니 혹은 맵퍼의 장인정신이니 그것보다도 그 맵에서 플레이를 해준 선수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좀 더 단호한 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06/05/14 13:23
수정 아이콘
815가 글쎄요, 전 좀 다르게 봅니다. 물론 경기에서 명경기들이 나오지만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특정 종족, 프로토스의 우세가 신 815체제로 넘어오면서 지금까지 계속 고착하되고 있었습니다.

815가 단순히 명경기라고 나와서 밸런스도, 경기 양상도 명맵이라고 말하기엔 전 좀 아니라고 봅니다.
06/05/14 13:32
수정 아이콘
실패에 대해선 언제나 문책이 따르는 겁니다.

엠겜이 밸런스에서 성공한 것이 무난한 맵이라고 평들하지만 루나는 당시로는, 중앙에 터렛이 건설되지 않고 위치에 따라서 양자가 다투어야만 하는 중간멀티가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무난한 맵이 아니었으며, 3인용 맵 러시아워는 그동안 실패만 반복하던 3인용 맵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어 완성도 높인 경기와 밸런스를 모두 잡은 명작이라 평가할만 합니다.

즉 이 글에 대한 비평을 직선적으로 한다면 새로운 시도는 온겜만 한 것이 아니라 엠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 했으며 엠겜은 성공했는데 온겜은 왜 성공하지 못했느냐로 비판할 수 있습니다.

시도자체가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기에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무겁습니다. 시도를 했으면 성공시켜야 합니다. 성공못시키는 것이 정당화될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김사무엘
06/05/14 15:54
수정 아이콘
B급칼럼이란 Best칼럼이란 뜻이었군요.(2)
Solo_me//디 아이가 테란맵이란게.. 왜 저한테는 체감이 안올까요??;;물론 프로리그에서 테테전이 많아 나왔지만 신인왕전이나 MSL쪽에서는 저, 프에 테란이 지는 경기만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You.Sin.Young.
06/05/15 14:05
수정 아이콘
실패했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다음에 나오는 맵들이 이전의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을 토대로 나온다면 그 실패는 아주 의미가 깊은 것입니다. 온게임넷도, 엠비씨게임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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