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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24 01:05:55
Name DEICIDE
Subject 안녕하세요, 100일휴가 나온 DEICIDE 입니다.
안녕하세요, PGR 여러분.

100일 휴가 나온 DEICIDE  입니다.

논산에서 6주, 대전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후반기 교육 5주를 마치고

경기도 일산에 있는 백마부대에서 복무하다가 약 120여일만에 백일휴가를 나왔군요.

이렇게 PGR에 들르니 그동안의 시간들이 참 꿈결같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일단 '그들이 오다' 에필로그 수정본을 올립니다.




Epilogue

  “GG!!!"

  정일훈 캐스터의 거센 목소리가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뒤이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마치 폭풍처럼 경기장을 휩쓸어 버렸다. 그리고, 정민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김정민 선수! 마침내 스타크래프트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정민은 모든 것을 몸으로 느꼈다. 이 감동, 환희, 그동안의 울분,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 그것이 마치 작은 진동처럼 정민의 피부를 휩쓸고 지나갔다. 결국 정민은 길고 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그래, 작은 승리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 그렇게 기뻐하고, 그렇게 다짐하는 정민이었다.



  요환은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무리 편한 좌석이라도 태평양을 가로질러 8시간을 계속해서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 있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요환은 프로게이머를 은퇴한 후, 국제 프로게이머 협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확대된 스타크래프트 게임 리그를 주관하고, 그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요환이 요즈음 하는 일이었다. 지금도 미국에 있었던 행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 중이었다.

  “……이로써 김정민 선수는 오랜 숙원의 해갈……”

  TV 뉴스에서는 정민의 스타크래프트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 소식이 흘러 나왔다. 활짝 웃는 정민의 얼굴을 보며, 요환은 잠시 감상에 젖어들었다. 스타크래프트를 놓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돌아가면 진호 녀석과 오랜만에 한판 붙어야겠군. 이번에도 벙커링을 시도하면 잘 통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요환은 다시 눈을 감았다.




  “진호씨, 다음 스케줄은 홍대에서 2시간동안 팬 사인회에요.”
  “우물우물…… 예, 예.”

  진호는 달리는 차 안에서 김밥을 한 입 베어물고서는 스케줄을 설명하는 매니저에게 대답했다. 요즘 진호는 정말 밥먹을 짬도 내기 힘들 정도로 바빴다. 밀려있는 방송, CF, 인터뷰 스케줄에 준비중인 랩 음반 제작까지 감당하려면 진짜 몸이 열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날씨가 쌀쌀하니까, 손 얼지 않도록 핫팩을 책상 속에 넣어 둘 테니 계속해서 손 녹여 주세요. 악수할 때 따뜻한 손으로 악수하는게 좋으니까요. 그리고……”

  매니저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진호는 열심히 먹었다. 열심히 먹어두지 않고서는 쓰러질 것 같은 요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방향 통신을 계속하면서 진호를 태운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온거야?”
  “맞는 것 같아!”

  벌써 싸인회를 하는 장소에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진호가 탄 차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경호원 한 명이 문을 열어주고 뒤이어 진호가 차에서 내리자, 여기 저기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꺄악-!”
  “진호오빠!!!”

  그들을 향해 진호가 오른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미소짓자, 모여있던 팬들은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어 버렸다. 진호는 쑥쓰러운 표정으로 경호원들과 함께 걸어가, 싸인회를 시작할 책상에 앉았다. 책상 속에 손을 넣자, 따끈한 핫팩 여러개가 손에 잡혔다.

  “안, 안녕하세요, 진호오빠! 저 진호오빠 너무 좋아해요.”
  “아, 예. 감사합니다. 뭐라고 써 드릴까요?”
  “어떡해, 어떡해, 웃었어. 어, 어, 그러니까 ‘사랑하는 진주에게’ 라고 써주세요!”

  진호의 싸인을 받아든 이들은 저마다 까무러칠 듯이 좋아했다. ‘지구를 지킨 영웅’ 이라고 써 달라고 한 꼬마 아이도 있었고, ‘폭풍 저그’ 라고 써달라고 하는 올드 팬도 있었다. 진호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친절히 싸인을 해 주고, 모두 악수까지 해 주었다.

  “다음 분!”

  진호는 잠시 핫팩을 만지작거리다가 매니저의 말에 다시 펜을 집었다. 그리고 앞에 놓여진 종이에 능숙하게 싸인을 하며 물었다.

  “뭐라고 써 드릴까요?”

  그러자 팬이 대답했다.

  “Good luck, Black Bean 이라고 적어주세요.”

  순간, 펜을 놀리던 진호의 손이 멎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하자, 진호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오랜만이네요.”

  아가씨가 싱긋 웃고 있었다. 예의 그 맑은 눈을 진호와 마주치며.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자리는 깨끗이 허물어지고, 그 곳에는 커다란 기념비가 하나 세워졌다. 외계인과 결전을 벌이다가 숨져간 윤열을 위한 기념비였따. 초등학생 십수 명이 그 기념비 앞에서 선생님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래서, 용감하게 싸웠던 그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알았죠?”
  “네!”

  꼬마들은 한 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곧 다가오게 될 점심시간 쪽에 더 쏠려 있었다.

  “자, 그러면 이제 제 앞에 보이는 공원에 가서 점심을 먹을 거에요. 알았죠?”
  “네에에!”

  아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앞에 보이는 공원으로 앞다투어 폴짝거리며 뛰어갔다. 선생님도 미소지으며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여자아이가 막 뛰어나가려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으응?”

  검은색 옷을 입은 한 언니가, 국화꽃 한 다발을 들고서는 기념비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아이는 그 언니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살금살금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색 옷을 입은 그 소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흐흑!”

  땅에 떨어지는 눈물 방울을 보고, 아이는 놀라 물었다.

  “언니, 왜 울어?”
  “흑…흑… ……응?”

  꼬마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언니, 울면 안돼.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신대.”

  그런 꼬마 아이를 보며,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소녀는 젖어 있는 눈으로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럼 울지 말아야겠네.”
  “그럼! 어서 뚝!”
  “뚝.”

  소녀는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가만히 꼬마 여자아이의 볼을 쓰다듬더니, 들고 있던 국화꽃을 기념비 앞에 내려놓고서는 뒤로 돌아섰다.

  “우웅……?”

  꼬마아이는 총총히 사라지는 이상한 언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 언니가 두고간 꽃다발로 고개를 돌렸다. 왜 꽃다발과 함께 부서진 키보드 조각이 놓여져 있는지, 꼬마아이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불어오는 겨울 바람에, 국화 꽃잎이 조용히 흔들렸다.







  경기에 지고 돌아온 강민은, 노트북을 열고서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결국 스타크래프트 세계 선수권 대회 본선에도 참가해보지 못하고, 대한민국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후……”

  이제는 힘에 부치는 것을 느꼈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크래프트가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되고 나서부터, 너무도 많은 팀과 선수들이 경쟁하면서 갈수록 그 안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란 힘들어졌다.

  “딸각.”

  강민이 마우스 버튼을 누르자, 커뮤니티의 글 제목들이 쭉 화면에 표시되었다.

  <이제는 강민을 스타 실력으로 말해야 할 때>
  <강민 까는 놈들, 진짜 개념좀 차려라 ㅅㅂㄹㅁ>
  <횽아들, 이제 광민도 프로게이머 접고 물러나야 하는거 같아>
  <축 강민이 지니 와이리 좋노>
  <광빠지만, 요즘 광민의 플레이를 보면 답답하다.>
  <오늘 광민이 질수밖에 없었던 이유>
  <스타 앞으로 5년안에 망한다>
  <객관적인 프로토스 본좌는?>
  <[파포뉴스] 프로게이머 강민 은퇴 발표해……>

  강민은 그 2~3페이지에 걸친 그 제목들을 한참 동안이나 골똘히 바라보았다.

  "……“

  그리고, 조용히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

  “……인류를 죽이는 진짜 적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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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05/12/24 01:12
수정 아이콘
설마 인류를 죽이는 진짜 적은....... 악플러? . ^^;;;
한 때 그들이 오다에 미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므흐흐 요즘 군대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크크
이디어트
05/12/24 01:12
수정 아이콘
오오



오랜만에 보네요-;;
05/12/24 01:13
수정 아이콘
저희 부대는 시설도 괜찮고, 사람들도 좋아서 정말 살만합니다.
게다가 보직도 암호병이고요. ^^
곧 있을 혹한기 훈련이 조금 덜덜덜이네요.
05/12/24 01:14
수정 아이콘
아 그 소설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요..^^ 휴가 나오신거 축하드립니다.. 기념비에 묻혀있는 사람은 이윤열 선수겠네요..^^
FreeComet
05/12/24 01:15
수정 아이콘
벌써 100일이나 지났군요! 시간 참 빠르네요ㅠㅠ 멋진 에필로그 감사하고요. DEICIDE님의 시간도 빨리 빨리 흘러서 순식간에 전역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처음 "왜 그는.."을 읽었을때 DEICIDE님의 그들이 오다의 선수들과 계속 겹쳐져서 난감했었는데, 이제는 이 에필로그의 주인공들이 "왜 그는.."과 "지상최후의넥서스"의 주인공들과 오버랩되는군요^^;;
손가락바보
05/12/24 01:19
수정 아이콘
허거덕~ 육군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공군에서의 암호병은 최상의 보직중 하나였는데... 좋은데로 가셨군요..
05/12/24 01: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군생활 몸 성히 잘 하시길 바래요~!
어딘데
05/12/24 02:01
수정 아이콘
육군이라고 뭐 다르겠어요
소위 말하는 땡보직이죠
탈퇴시킨회원
05/12/24 02:31
수정 아이콘
처음에 볼 때 글쓰신 분 닉네임이 DCINSIDE인줄 알았네요-_-;;;;
지니쏠
05/12/24 02:48
수정 아이콘
우와아앙 ㅜㅜ디싸이드횽 휴가나오셨네요! 감동적이에요.. ㅜㅜ 아라가 많이 컸네요
My name is J
05/12/24 02:50
수정 아이콘
눈에 익은 아이디라 친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사하고 싶습니다.^_^ 으하하하-

군생활 잘하시고 건강하게 전역하세요!
alwaysys
05/12/24 03:01
수정 아이콘
시간은 금새금새 흘러갑니다.
건강하시고 제대후 많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휴가 잘 보내세요.
그나저나 황금연휴의 황금휴가네요
jjangbono
05/12/24 03:04
수정 아이콘
아 좀전에 보고 첨부터 읽었는데 정말 명작이네요^^
에필부터 보고 봤더니 누가 죽고 사는지 알고 봐서 좀 그렇긴 했지만^^;;
군생활 잘하세요^^
아케미
05/12/24 07:44
수정 아이콘
으악, 휴가 나오신 겁니까! 수정된 에필로그, 정말 감동적입니다T_T;; (근데 왜 강민 선수만 저리 암울하게;;;)
남은 군대 생활, 몸 건강히 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05/12/24 08:18
수정 아이콘
백마부대세요 ??
저 9사단신병교육대대 훈련병으로 5주받았는데 ..
그 황금박쥐부대 옆에잇는곳에서 군생활하시나요 ?
[ReiUs]sunny
05/12/24 11:23
수정 아이콘
전엔 강민 선수 것만 나와있었는데 다 보니 좋내요 ^^
군대 생활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몸 건강히 계세요 ㅋ
05/12/24 11:36
수정 아이콘
OOv // 황금박쥐 부대는 9사단 예하에 있는 29연대를 황금박쥐 부대라고 하죠. 저는 9사단 예하의 포병연대이며, 통상 백호부대라고 합니다. 백마신교대 나오셨나보군요. 고생 많으셨겠어요.
한동욱최고V
05/12/24 12:52
수정 아이콘
DEICIDE님 정말 재밌었어요ㅠㅠ
휴가 나오시다니.. ^^ 빨리 제대하셔서 다음 소설도 적어주시길~~
군 생활 잘하시길 바래요~
쪽빛하늘
05/12/24 15:47
수정 아이콘
에필로그 멋지네요...
모두의 이야기가 묻어있어서 더 그런가요..

휴가나오신거 축하드려요~~~ 재미있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05/12/24 16:59
수정 아이콘
휴가나오신거 축하^^

푹 쉬시다가 들어가세요~~
ForEveR)HipHop
05/12/24 19:45
수정 아이콘
어느 순간 정신차려보면 말년휴가랍니다^ ^
힘드시겠지만 참고 열심히 하시면 시간 금방 갈겁니다.
힘내세요^ ^
Dark_Rei
05/12/26 16:23
수정 아이콘
워~ 디사이드님 휴가나오셨네요...벌써 들어가신건 아니겠죠?
"그들이 오다"로 여러번 감동의 치를 떨었던 사람으로써 반가움에 한자 적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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