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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09 19:02:43
Name Timeless
Subject 당신의 인생에 브라보!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의지로 중지 시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회에서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행위로 여겨지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료윤리
의료윤리는 환자의 자율성 존중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태생적으로 자율성 존중의 원칙과 나머지 원칙들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시에 의료윤리의 근간으로 채택되어진 것은 그만큼 윤리라는 것이 다분히 사회적이고, 다분히 주관적이기 때문이겠지요.

"응급심폐소생술을 거부한다" (DNR: do not resuscitate)

의학적으로 봤을 때 지금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적어도 잠시나마 죽을 위기는 넘기게 할 수 있을 경우, 하지만 환자는 말기 암환자로서 DNR 서약서를 이미 의사에게 준 경우,  의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살
20대, 30대 젊은 층에서의 자살은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은 주 사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고령에서는 암, 심혈관계질환 정도의 심각한 젊은 날의 '병'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나약한 것", "주위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생각이 짧았어.. 한 번만 더 생각해보지" 라고 치부해버립니다. 물론 그 안에 동정과 안타까움이 배어있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말을 듣고 있자면 때때로 버럭 소리 지르고 싶어집니다.

"니가 그 사람에 대해서 뭘 알아? 얼마나 아팠겠어!"

물론 저도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상태인 것은 당연하고, 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처럼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선택을 해버린 그를 생각하면 그를 지지해주고 싶습니다.


#이제 갈 날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병원에 큰 일을 치루러 오신(수술이라던가 항암치료라 던가) 노인분들께서 입에 달고 계신 말씀입니다. 본인은 저 큰 일로 연명하는 것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도 않고, 두려워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당연히 그 분들의 옆에는 가족이 함께 따라 옵니다.

"어머니 그런 말씀마세요. 어머니 왜 벌써 가세요. 수술하고 저희랑 더 오래 같이 지내셔야죠. 손주 결혼할 때 까지는 사셔야죠"

희망적인 분위기 앞에 그 분들은 이내 자신의 했던 말을 줄이십니다. 그리고 수술을 받으시고, 때로는 중환자실에서 콧줄과 인공 호흡기 등에 의지하며 거동 못하는 상태나 또는 의식 없는 상태에서 얼마 후 삶을 마감기도 하시고, 치료라는 명목하에 병원에서 주욱 계시다가 가시기도 하십니다.

원하기는 하셨을까요? 자꾸 두려워집니다. 짧더라도 바깥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더 살다가 가실 수 있는 분이 시간 상으로는 길어졌으나 원치도 않게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시는 것은 아닌지..


#대답 없는 사람
DOA(dead or alive라기 보다는 dead on arrival)로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 CT 상 뇌출혈(그냥 뭉뜽그려 이야기 할게요)이지만 이미 수술을 해도 생체 징후는 돌릴 수 있더라도 다시 그 사람이게 하기에는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이 때는 전적으로 가족에게 달려있습니다. 수술을 할 것인가. 심폐소생술로 잠시 유지만 시킬 것인가.

때때로 제 손 아래 죽는 사람을 봅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이미 동공도 다 열려 있지만 뜨여져 있는 환자의 눈과 제 눈이 마주치니까요. 분당 100회의 속도로 30분을 해야합니다.  그 사람을 사회적 인정 하에 보내주기 위해서는 말이죠. 가끔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출혈이 생겨 입에서 기도에서 피가 나옵니다.

그럴 때 마음 속으로만 조용히 물어봅니다. 주위에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당신 정말 이것을 원하시나요? 지금 아파하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의 인생에 브라보!
당신의 인생은 당신의 것입니다. 세상에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살인, 강간, 사기 등) 저는 스스로 삶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당신의 삶에 브라보를 외쳐드릴게요.

아래 글에서 수많은 질타를 받는 당신도 착실히 당신의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생각에서 멈추어 주세요. 상상과 현실을 혼돈해서 스스로 그 일을 벌인다면 저 조차도 당신의 편이 되어줄 수는 없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아래 글을 쓰신 분께 드리는 글이 절대 아닙니다. 이 글의 대전제가 당신을 포함시키더라도 변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언급했습니다.

이 글은 자기 스스로 가신 분들을 포함하여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자살을 조장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방조의 느낌은 있습니다만.

"당신은 지금 세상에 없지만, 정말 수고하셨어요. 당신의 인생, 짧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 인생에 박수를 칩니다"

Bravo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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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11/09 19:12
수정 아이콘
그래도 역시 자살은 최후의 수라고 생각해요. 되도록이면 지양되어야 하는……
각설하고, Timeless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설 공모 안 하세요? ^^
야크모
05/11/09 19:34
수정 아이콘
자살...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배신입니다.
Timeless
05/11/09 19:41
수정 아이콘
아케미양 반가워요^^ 요즘 실습과 시험공부에 매진 중이라 스타도 끊고 매일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사실은 실력이 부족해서 공모 안 하는 것이지만 시간 부족 덕분에 변명이 되네요~ 하하
Timeless
05/11/09 19:45
수정 아이콘
야크모님 자살도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몸이 아파서 죽는 것이 그 사람 잘못이라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배신인가요?

마음의 병을 가볍게 보면 안된답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정신과 질환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약하다'고 하거나 자살한 사람들에게 '배신자, 나약하다' 고 하는 것과 신체 건강한 사람이 몸 아픈 사람에게 '나약하다'고 하는 것과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요.

우리가 마음의 병을 앓기 전에는 그들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도, 어떻게, 그럴수가" 이것은 우리 입장이라는 것이죠.

교통사고, 몸 아픈것, 마음 아픈 것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다른 의료관련 분들은 매일 병원에서 그런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실습을 돌면서 그렇게 느끼고 있답니다.
05/11/09 20:08
수정 아이콘
저도..더 이상 살 수 없는 몸이라면 자살을 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본문에서 말씀하신 암걸린 환자분들처럼 된다면 말입니다..

...그래요..누구든 그 사람의 인생은 존중받아야 하는것이겠지요..
태어났기 때문에..살아가기 때문에..^^
카이레스
05/11/09 20:16
수정 아이콘
아.. 반가운 아뒤네요. 반가워서 그런지 장난치고 싶어집니다 크크
05/11/09 23:03
수정 아이콘
왠지 아는체하고 글을 써야하는 분위기군요.
상현님,하림양 반가워용.
타임리스님 저두 나영씨 퐨이에요.

자살은 무죄요. 무죄를 방조하면 유죄가 된답니다.
자살..
타조알
05/11/10 00:57
수정 아이콘
사람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욕망이 있지만, 그 욕망은 아주!정말 미미하며 삶에 대한 욕구가 더 크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더 크다고 하더군요.
(특이한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들이 이 죽음에 대한 욕구에 폭력성이 더해져서 나오는 결과라고 하죠)
그런 인간이..
죽으려 한다면, 얼마나 그 사람의 삶이 괴롭고 힘들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해해보려 합니다.
살아있다면..웃을일이 많이 생길꺼라고 나미의 어머님이 말씀하셨지만,
그 삶이 죽음일것 같다면......
그땐.........
My name is J
05/11/10 02:30
수정 아이콘
죽을 자유정도는 가지고 살고싶습니다.
그것이 자살을 의미한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포함하지 않고는 이야기를 할수 없기도 하죠.
억울해서 못죽습니다만...언젠가 힘겨움이 억울함을 뛰어넘는 순간이 온다면...모르겠습니다. 으하하하-

지극한 동정심은 지극한 무관심과 일맥상통할지도 모르겠군요.
김대선
05/11/10 04:06
수정 아이콘
전 외과전공의인데, 제 임무는 제가 가진 기술을 가지고 최대한 환자분과 보호자분들을 만족시켜 드리는 겁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노인 암환자분들은 대게는 수술받기 원하십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그런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자녀분들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여건들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더 많지만, 부모님이 원하시니까 고민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때 전 수술 해서 3년 이상만 사실 수 있을 것 같으면 수술을 권유드립니다. 자녀분들께 수술하지 않았을때 약 1년 후 아무것도 못드시고 야위어 돌아가실때의 가슴아픔과,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생각 해 보시라고 하죠. 90% 가량의 보호자분들은 결과에 관계 없이 수술 해달라고 합니다.
그런 분들 중 약 50%는 완치되어 10년 이상 문제 없이 사시기도 합니다.
하나의 현실적인 예를 들었는데요, 제가 행간에서 말하고자 하는것은 죽음의 문턱에 서서는 사람은 우리 젊은 사람이 느끼기보다, 또 타인(자식이라 할지라도)이 느끼는것 보다 더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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