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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12 02:54:48
Name Hojupmong
Subject 연극이란것.
안녕하세요~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04학번 영문과 학생으로 저희 과 연극하는 학회 소속입니다.
매년 여름 저희 학회는 공연을 올리고 있는데 올해로 벌써 24회 공연이군요~

올해도 어김없이 공연을 하는데 이번주 수,목요일이 공연일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 ^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작년에는 의상을 맡은 스텝으로, 올해는 무대감독으로 여름 연극에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이놈의 연극이란게! 결코 만만한 놈은 아니더군요.
여름방학 전체를 바쳐 준비해도 결과는 불만족. 아쉬움만 남더군요..
그래도 작년에는 새내기로 참여했기 때문에 그저 선배들이 시키는 일만 착실히 했었는데,
올해는 선배된 입장으로 그리고 무대감독이란 남들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하다 보니 이만 저만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한채로..
하루하루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소비해 나갔고, 연출님과의 갈등은 심해져만 갔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건강악화와 집안일까지..
전 결국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여름방학. 배우들은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연습실에서 땀흘려 연습할 동안 온갖 핑계를 대가며 집에서 쉬거나 놀러 다녔습니다.

이런 무능하고 못된 내가.. 결국 다시 돌아왔을때.. 모두들 아무 싫은소리 없이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제가 방황을 끝내자 기획이 방황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해야 할 팜플렛 제작건을 저와 다른 선배에게 몽땅 떠넘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아니 어제..
몸살기운이 있는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가서 무대를 겨우 세우고,
밤늦게 돌아와 힘겹게 팜플렛 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데......
너무 힘들고 기획이 얄미워서 울컥(!) ㅠㅠ
같이 연극하는 친구에게 기획욕을 실컷하고 기획에게도 정색하고 나니,
문득 방황했던 저를 용서해 주었던 연출님과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입니다..

곧 뉘우치고 이제 와서 화내면 어쩌겠냐..라는 심정으로 기획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더군요..

내일까지 끝내야 할 번역 과제도 다 하고,
지금은 팜플렛에 들어갈 선배의 글이 메일로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글만 오면 팜플렛에 관련된 일은 끝. 속이 후련합니다~ㅠㅠ
지금은 새벽 2시 39분.. 선배글이 너무 안오는군요 -_-

공연까지 D-2
아직 너무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의상도 제대로 못갖추었고, 소품도 전혀 갖추지 못했습니다. 연기도 아직 미숙하죠..

솔직히 저희 공연.. 다들 프로 지망도 아니고, 돈을 벌자는 상업적 목적도 아닙니다..
뭐, 연기가 하고 싶어서.. 이런것도 아닙니다.
단지, 추억을 만들고 사람을 남기자는 거죠.

그런데 여름연극은 왜이렇게 잔혹한지..
자칫 잘못하면 있던 사람도 잃을수도.. 실컷 고생만 하고 남는 추억도 없이 끝날수도 있더군요.

전 정말 이번 여름 연극이 모두의 가슴에 깊이 남기를 바랍니다.
같이 힘들어 하고, 같이 즐거워 하고..
모든 것을 함께 만들어 냈다는 것. 그 얼마나 소중한 추억입니까..

그러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건 사실이기 때문에-_-
작년에도 연극 끝나고 "내년에는 다시는 안해!"라고 다짐했지만..
올해도 하는걸 보면 연극이란게 중독성이 있나봅니다 ^ ^
솔직히 지금도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다시는 안해!"

그런데 선배의 메일이 참 안오는군요(-_-;;;)
잠이 쏟아져서 죽을 것 같은데 말이죠.ㅠㅠ

선배의 글을 기다리며.......
내일 해야할 산더미 같은 일들을 떠올리며......


전 올해 여름을 연극에 바쳤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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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일년
05/09/12 04:59
수정 아이콘
음... 지금쯤은 글 받으시고 편안한 잠을 주무시길...

연극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으로써 심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저도 연출전공이라 무대감독일 심심치 않게 교내/외부에서 하고 있고요... 군대에서 독학한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로 포스터/프로그램 디자인까지 하고 있다보니, 님의 애환(?)을 골고루 느끼고 있답니다.

말 안 하셔도 힘드신 거 압니다. 이틀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준비하시고, 후회없는 공연하시길 바랍니다. 연극만큼 힘들지만 보람있는 없고, 또 그렇다고 믿고 사는 사람입니다. 좋은 공연 되시길... ^^
맑은물에 담긴
05/09/12 12:28
수정 아이콘
힘들지만 보람있는 작업이죠.
전 고등학교때 '방황하는 별들'올려봤는데요,3달 그렇게 고생하고 상도 못받고,ㅜ.ㅜ 왠지 모를 허탈함에 ....그래도 웃으며 추억 할수있어서 참 좋습니다.
Hojupmong님// 화이팅 하십시요.^^
05/09/12 21:56
수정 아이콘
내일이고, 내 작품이고 내 무대라는 믿음없이는 참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합니다.
기운내시길..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이 하나둘 앉아있는 객석을 바라보게 될 그 시간을 그리면서 말입니다.

정말 가슴뛰는 일 아닙니까..

저는 지금도 아마 그 시간이 제게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자신잇게 말할 수 있을듯 합니다.

아마 힘들었지만, 가장 소중한 기억중 하나가 될 겁니다.!!

아자!! 잘될겁니다.
믿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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