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2/04 04:17:26
Name pailan
Subject 사랑합니다...여러분 모두를.
오늘, 아니 이제 어제군요.
챌린지리그 예선이 있었습니다.
아마 하루종일 결과가 궁금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분들도 계셨을테고, 응원한 선수가 이겨 기쁨으로 하루를 보낸 분도, 아님 저 처럼 축 가라앉은 분들도 계실테죠.


스타라는 게임을 알고나서, 아니 정확히는 스타라는 게임으로 예술을 만들어가는 선수들을 알고나서 저는 한없이 기뻤습니다.
타지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찾지 못해서 외롭고 아쉬웠던 제 마음을 선수들이, 그들의 경기가 한번에 뿌듯이 채워줬으니까요.
저와 비슷한 나이거나, 더 어린 친구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땀흘리고, 웃는 모습을 보는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어찌보면 대리만족이겠지만, 더 늦기전에 자신이 열광할 수 있는 걸 찾았다는걸 행운으로, 축복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전 그들과 사랑에 빠졌고, 그들 덕분에 좋은 친구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가끔은 제일 좋아하는 선수 하나를 빼고는 다 미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 선수가 졌을때 상대방을 맘껏 미워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미 모두를 사랑해버린 저는 오늘 제 첫사랑(진짜 첫사랑이 아닙니다.^^;;)이 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네요.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전 항상 슬픕니다.
메가웹에서 응원하는 선수가, 혹은 팀이 이겼다고 팔짝팔짝 뛰고 손뼉을 치고 있을때, 조용히 옆으로 지나가는 상대선수.
처음 그런 일을 겪었을 땐 정말 말 그대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무도 듣지 못하게 "힘내세요." 한 마디 하는게 고작이였죠.


선수들은 말합니다.
이겨도 미안해서, 상대방에게 미안해서 웃을수 없다고.


그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기지 않으면, 지는 이 세계.
날카로운 작두를 타는 무당처럼 조금의 느슨함도 용납할 수 없는 이 세계.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알며 아끼지만, 단 한번도 양보할 수는 없기에, 그렇게라도 미안함을 덜고자 하는 마음을.
아...세상은 너무 잔인합니다.


오늘 챌린지예선이 끝났지만, 선수들은 또 다른 리그를 위하여, 다음 경기를 위하여 환호하고 눈물흘리고 땀흘릴것입니다.
그리고 전 또 그들을 위하여 박수치고 안절부절 못하며 기도하겠죠.


부디 오늘밤에는 이긴 선수나 진 선수 모두에게 편안한 안식을.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재충전을.
그리고 좋은 운을.....


p.s.1.오늘 챌린지예선 때문에 꽤나 가슴을 졸이는 바람에 글이 좀 우울해져버렸습니다.
떨어진 선수들은 다른 리그와 다음 리그를 위해 더 노력하시고 더 좋은 모습 보여주실거라고 믿습니다.^^
글 읽으신 분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p.s.2.참, 한웅렬선수 오래 쉬셨는데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화이팅~!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은빛게르드
03/12/04 05:10
수정 아이콘
스타라는 게임과 선수들을 볼 수 있어서 전 참 행복하답니다. ^-^
엉망진창
03/12/04 06:40
수정 아이콘
떨어진 선수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올라간 선수에게는 환호의 박수를...
총알이모자라..
03/12/04 12:14
수정 아이콘
여자 분이 아니라면 대략 남감 하지 않을까 하는.....
03/12/04 20:35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죽겠네님//저 여잡니다^^;;
사랑한다는 표현은 프로게이머 모두를 그만큼 좋아하고 맘 속 깊이 아낀다는 얘기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536 예전에는...... [12] Real Korean6063 03/12/05 6063
15535 과외를 다녀와서 두번째 이야기 [10] hope2u5483 03/12/05 5483
15534 드디어 오늘... 최초로 '밖' 에서 조지명식이 거행됩니다!!! [15] 막군6769 03/12/05 6769
15532 윤손하,아카시야 산마 그리고 쿠사나기 쯔요시 [10] 어딘데12947 03/12/04 12947
15530 요즘 '황제'의 메카닉... [25] 햇살의 흔적10659 03/12/04 10659
15529 교제한지 1년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22] 종호7388 03/12/04 7388
15528 [첫 잡담]내가 존경하는 선수 [9] 오우거7304 03/12/04 7304
15527 또 하나의 큰 손, LG의 게임시장 진출. [21] 박서의꿈8505 03/12/04 8505
15526 물량과 전략 [16] 햇빛이좋아7988 03/12/04 7988
15525 당신의 채팅상 한단어가 상대방의 하루를 바꿉니다. [13] 삭제됨6018 03/12/04 6018
15524 [문자중계]MBC Game 2차 마이너리그 진출전 2회차 [117] eyedye4u7806 03/12/04 7806
15523 [영화]최민식, 유지태 주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39] Altair~★8518 03/12/04 8518
15522 유부남 래퍼 김진표의 일기 [2] 한빛짱7052 03/12/04 7052
15521 [잡담]이번주 월요일저녁 MBCgame 마이너리그 예선전을 보다가 [11] 두살6468 03/12/04 6468
15520 [잡담]주석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14] 한빛짱6030 03/12/04 6030
15518 처음으로 남기는 서문. 그리고 짧은 자축의 말. [5] 하랑5070 03/12/04 5070
15517 [잡담]즐거운 이야기.... [54] Zard7032 03/12/04 7032
15516 [잡담] 오늘은 논리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47] NowJoJo5831 03/12/04 5831
15515 대항해시대 온라인에 관한 소식 하나 [29] 변정석6705 03/12/04 6705
15513 재밌는 MBCgame3. [25] cli9329 03/12/04 9329
15512 게임과 현실 [14] jj5435 03/12/04 5435
15511 [잡담] 담배와 개인주의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69] 흑태자8012 03/12/04 8012
15509 사랑합니다...여러분 모두를. [4] pailan5203 03/12/04 520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