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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0/23 00:59:25
Name 두더지
Subject 과거로 회귀하려는 한국축구 [from 후추닷컴]
'후추닷컴'의 '독분비관' 게시판에서 옮겨왔구요.
글 쓰신 분의 허락을 득하였습니다 ^^;
패배에 대해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싶더군요.
일단 저부터 그날 경기에 대해 별 관심도 없었던게 사실이고...



제목 : 과거로 회귀하려는 한국 축구
글쓴이 심재영(keynes)  조회수 912  
작성일 2003-10-22 추천수 67  반대수 3  

  또 졌군요.
이번에는 오만이네요.
베트남에게 졌을 때 이미 1년치 충격을 다 먹었기에 지난 번보다는 충격이 덜합니다.
사실, 1차예선에서도 우리가 오만을 최성국의 개인기 한 방으로 힘겹게 이겼지, 경기내용에서는 압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게다가 오만 감독은 일명 '한국킬러'라 불리는 분이라서, 오만에서는 오만한테 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기에 큰 충격은 없습니다. 오만도 체격면에서 우리에게 뒤질 것도 없고, 기술도 나름대로 있는 팀인데다가 자기들 홈이니 당연히 중동 특유의 텃세가 나올테니 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뭐, 이번 사건으로 한 가지는 분명해졌네요.
우리의 국내선수들로 짜여진 1.5군으로는 오만은 커녕 베트남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
더구나 그들보다 한 수 위인 일본과 중국에게는 이 멤버로는 더 어림없다는 사실!

베트남, 오만의 2연패로 인해 많은 분들이 충격을 먹은 것 같은데, 제 생각으로는 덕분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 나쁜 점만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럼, 그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랬었던 문제에 대해서 몇 마디 하려고 합니다.

1. 잊혀진 1등 공신 – 이용수

제가 생각하는 작년 월드컵 4강의 일등공신은 이용수 기술위원장입니다. 그가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하기 위해 기술위원장에 취임하여 제일 먼저 한 일이 에메 자케와 히딩크 감독을 접촉하는 것이었고, 그는 결국 히딩크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항상 인터뷰 때마다 협회와의 관계가 원활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조중연 전무와의 관계라기 보다는 이용수 기술위원장과의 관계가 원활했다는 것입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직접 히딩크와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했었고, 합리적인 그이기에 고집센 히딩크 역시 협회에 고분고분할 수 있었습니다.(기억하시죠?엘리자베스 사건)

결국 그는 자신이 맡은 막중한 임무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기술위원장직을 사퇴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퇴의 원인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공개적으로 그는 지난 2년동안 너무나 힘들었고, 이제는 좀 쉬고 싶다라는 말로 자리를 물러났는데, 그가 결정적으로 기술위원장직을 물러나게 된 이유는 바로 주변의 시기어린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알다시피 월드컵 이후, 우리는 포상금 문제 갖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균등포상이냐 차등포상이냐 갖고 의견이 분분했었지요. 협회는 차등포상을 들고 나왔는데, 선수들을 주축으로 해서 균등포상을 주장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균등포상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때, 축협 내부에서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균등포상을 하면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차등포상시에 비해 돈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균등포상을 주장한다라는 말들이 오갔다고 합니다. 이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아, 나는 정말 이러한 사람들하고는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겠다.’라고 생각하여, 사임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합리적인 성품의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물러나가고, 그 후임으로 김진국 기술위원장이 오는데, 제가 봤을 때 이분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 유명한 “프로리그에서의 감독성적과 국가대표 감독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는 엄청난 말을 취임직후 하게 되지요.(덕분에 모든 축구팬들이 졸지에 바보가 되었었죠.)

히딩크와 꾸엘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감독 옆에 합리적인 기술위원장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봅니다. 히딩크에게는 이용수가 있었지만, 꾸엘류에게는 김진국이 있는 그 차이… 그것이 지금 현사태를 일으킨 시발점입니다.

2. 패인분석

2-1. 2002 월드컵 이후 달라진 한국축구의 위상

월드컵 4강은 비단 우리 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인들에게 희망을 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을 아시아 최강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아시아 최강 아니 나아가서 세계4강을 한 번쯤 이겨보자라는 투지를 불사르게 만들었습니다.

작년 2002년 아시안 게임에서 이란의 극단적인 수비축구 역시 이에 근거한 것이었고, 일본 올대의 수비치중 역시 같은 이유에 기인하는 것이며, 이번 베트남과 오만의 전술 역시 동일한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과 같은 “강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두터운 수비 후에 빠른 역습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해서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팀들은 향후 ‘두터운 수비 & 빠른 역습’이 우리를 상대하는 주된 전술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이기고 싶어하는 그러한 팀이 되고 만 것입니다. 마치, 한동안 프랑스가 전세계의 모든 팀들에게 그런 대상이 된 것처럼 말이죠.

2-2. 우리의 4강이 아시아에 끼친 영향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월드컵 4강이라는 위업은 우리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국도 했으니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우리도 저들과 같은 영광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이 그들에게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어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것을 달성하는 것은 첫눈에 봐도 절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자신보다 약간 뛰어난 사람이 이 목표에 근접하거나 목표달성을 하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게 됩니다. ‘어라? 이거 나랑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 한 번 해보자.’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예전에는 그 목표달성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던 사람에게 이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보이게 되고, 결국 예전에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가 이제는 가능해 보이게 됩니다.(우리의 경우에는 일본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본 이후, 그들의 방식을 따라하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한 것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아시아 국가들은 우리의 성공요인을 분석하였고 이를 받아들여 자국의 축구시스템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실력향상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축구의 성장을 촉발하게 됩니다. 이번 베트남, 오만전에서의 패배는 물론 가장 큰 요인은 우리에게 있겠지만, 상당한 부분이 그들 역시 예전에 비해 강해졌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2-3. 협회의 방심과 언론의 무관심

우리 솔직하게 자신의 손을 가슴에 얹고 말해봅시다.
아시안컵 예선 2차전에 관심을 갖고 본 사람이 있으신지요?
이런 글을 쓰는 저 역시 부끄럽게도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비록 어웨이 경기니깐 고전은 하겠지만, 비기거나 재수없으면 오만한테는 질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베트남에게도 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나라 방송국들도 그렇게 생각하였고, 신문사도 그렇게 생각하였고 심지어 축구협회까지도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즉, 온국민이 모두 방심을 했다는 것이지요.

‘베트남쯤이야 한 명 빼고 해도 이긴다’
‘오만이 별거냐, 재수없으면 비기기는 하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2차예선이 열리는지도 모르고 산 사람들이 태반일 것입니다.

그렇게 무관심했었던 우리들이 현재 얼마나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까?
그래도 저는 적어도 방송국에서 위성중계는 해줄 줄 알았는데, 전혀 안하더군요.
(결과론이지만, 이번에 했으면 대박이었을 것입니다.)
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우리들도 이런 정신상태였을진대, 하물며 선수들은 오죽했겠습니까?
그리고 기술위원 한 명도 보내지 않은 축협의 방심은 오죽했겠습니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요인은 꾸엘류의 능력여부를 떠나 바로 우리들의 “방심”이라고 생각합니다.

2-4. 꾸엘류 감독의 실책과 무리한 일정

저 역시 오만과 베트남쯤은 해외파 없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더군요. 바로 이번은 어웨이 경기라는 것, 현대표팀의 키플레이어인 최성국이 결장했다는 것 그리고 리그가 막판에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났다는 것입니다.

어웨이 경기의 어려움은 어제 챔피언스리그에서 인터밀란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게 3대0으로 지고, 첼시를 누른 아스날이 디나모키에프에게 2대1로 졌다는 것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둘다 모두 어웨이 경기였음) 어웨이 경기의 어려움은 그곳이 자신의 홈과 기후와 지리적 사정이 다를수록 그 정도가 심해집니다. 중동은 확실히 우리 나라와 완전히 다른 곳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이러한 점에서 준비가 조금 소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국내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에서의 키플레이어는 조재진도 아니고 김남일도 아닌 최성국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홍콩과의 올대 경기에서 부상당하면서 그나마 꾸엘류 축구를 이해하던 선수가 빠지게 되었고, 이는 대표팀의 경기력을 현저히 저하시키게 되었습니다. 물론 최성국 하나 빠졌다고 해서 우리보다 몇 수 낮은 팀에 진다는 것이 용서가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하는데, 이러한 대비를 못한 점에서 꾸엘류 감독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K리그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이 나고 있었습니다. 이제 힘이빠진 그들에게 중동원정을 보냈으니 몸컨디션이 엉망이었다는 것은 굳이 말안해도 될 듯 싶습니다. 체력이 바닥이 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는 작년 월드컵에서의 잇단 강호들의 예선탈락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5. 잘못된 코치진 구성

현 대표팀의 수석코치는 박성화 청소년대표팀 감독입니다.
수석코치의 역할은 외국인 감독인 꾸엘류가 할 수 없는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인데, 이번에 그는 청소년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꾸엘류 옆에 없었습니다. 결국, 박성화 감독이 코치로 취임할 때부터 문제시 되었던 그의 겸업이 이번 사태를 유발시킨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그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해이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꾸엘류는 아직 한국과 한국사람들에 대해 잘 모릅니다. 같은 한국인인 박성화 코치가 있었다면, ‘해외파의 땜빵’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현대표팀 선수들의 나태한 정신은 바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히딩크 때는 정해성 코치가 이러한 악역을 도맡았습니다.)

만약 이번에 세계청소년축구에서 실패한다면, 박성화 감독으로서는 대표팀 코치직과 20세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겸임함으로 인해 둘 다 망치는 최악의 경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협회의 대표적인 인사행정의 실패라 할 수 있습니다.

2-6. 축협의 잘못된 행동- 기술위원은 어디에 있었는가?

도대체 기술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상대팀에 대한 전력분석과 우리팀을 분석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업무가 아닌지?
그런데 이번 2차예선 때 그 많은 기술위원 한 명도 동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기술위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실패의 탓을 꾸엘류 감독에게 넘긴다면, 이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축구협회가 아시안컵은 해외파 위주로 대표팀을 소집하겠다는 것을 지금 공언하면,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의 사기는 어떻겠습니까? 누가 자신을 해외파의 땜빵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뛰겠습니까? 히딩크 감독이 마지막까지 선수들에게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서 그들은 정녕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단 말입니까!

이러한 선수들의 심리적인 동요에 대해서 전혀 생각없이 행동한 축협의 무능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문에 실린 김덕기 축구전문기자와 성남의 차경복 감독이 한 말을 인용해 보면, 축협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김덕기 기자 - “축구협회가 아시안컵 본선에 해외파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소집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번에 소집된 대표팀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차경복 감독 - “특히 아시안컵 본선에서 해외파선수들이 대거 중용될 예정인 가운데 지금 선발된 대표팀선수들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3.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 - 보수파의 대반격
스타워즈 2(이제는 스타워즈 5부)의 제목은 “제국의 역습”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축구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보수파의 역습”이 생기고 있습니다. 히딩크 이후로 계속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있는 많은 한국 지도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현사태를 기회로 보고 꾸엘류 감독을 열렬히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참에 믿을 수 없는 꾸엘류를 잘라버리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지요.(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을 또 어디에서 본 것 같지 않습니까?) 이번 예선이 끝나면, 축협이 무슨 조치를 취할 것 같긴 한데, 최악의 경우는 꾸엘류 감독을 경질시키고 그 자리에 김호곤 올림픽 감독을 겸임시키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무전술 감독으로 팬들에게 가장 인기없는 김호곤 감독을 이제는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모자라 대표팀 감독의 자리에까지 앉힌다면 이는 한국축구의 본격적인 과거로의 회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는 더 이상 한국축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축협이 항상 내세우는 명분은 바로 “여론”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결정을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정말로 우리 축구팬들이 꾸엘류 감독의 경질을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홧김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내뱉는 말이 무능한 축협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화를 내기에 앞서 한 번만 더 참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본격적인 한국축구의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뻥축구를 보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선수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감독의 모습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면, 아무리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을지라도 한 번만 더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길 바랍니다.


4. 이번 사태로 무엇을 얻었는가?

충격적인 2연패로 인해 우리들은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강해진만큼, 우리가 노력한만큼 다른 아시아팀들도 강해졌고 노력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의 1.5군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강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일본과의 경기 이후, 게시판에는 더 이상 아시아팀들과의 경기는 무의미하다면서 우리는 이제 ‘탈아시아’를 했으니, 앞으로는 축구강국하고만 경기를 하자는 취지의 글들이 몇몇 올라왔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몇 년전 일본인들의 작태가 떠올랐습니다. 99년에 한국 올대를 대파하고, 2000년 아시안컵을 우승하자 그들이 내뱉던 소리가 바로 자신들은 이제 아시아 수준을 넘었으니, 더 이상 아시아팀들과 경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그 이후 일본대표팀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론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은 자랑스러운 업적임에 분명하지만, 제 생각에 그들은 2001년 이후 계속 약해져왔고 이제는 상당히 많이 망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축구의 신’이 오만방자한 일본축구를 벌한 것이겠죠. 그리고 우리 역시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오만방자하게 굴어 이번의 사태가 생긴 것이라고 봅니다.

분명 우리는 2002년에 강했었습니다.
그러나 황선홍,홍명보가 빠진 이후 세대교체 중에 있는 우리팀은 2002년 전설의 팀에 비해 훨씬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포스트 H-H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꾸엘류라는 세계적인 명장을 데려왔고, 그는 지금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그를 믿고 지지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축구계의 보수파들이 축구계를 점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우리는 다시 예전의 한국축구로 돌아갈 것입니다.

믿고 기다리자. 이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자 신문에 오른 두 가지 다른 논지의 글을 올립니다.
두 글을 읽고 상식선에서 판단해주길 바라겠습니다.
누가 현명하고 현명하지 않은지를….



1. 시간을 더 줘야 한다. – 김호 (수원 감독)

▲김호(수원 감독)=예선 통과는 예선 통과 자체로 보는 것이 좋다. 히딩크는 카리스마를 이용했다면 코엘류는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준비해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시간을 더 줘야 한다. 2006년에 월드컵이 있는 만큼 너무 빨리 끓었다가 식는 것은 좋지 않다. 차근 차근 준비해야 한다.

국내 코치들의 도움이 더 필요한데 박성화 코치가 청소년 대회 때문에 빠지는 등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 한국 코치들이 감독을 도와줘야 한다.

이번 대회 부진은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문제였던 것 같다. 국내 리그와 각종 국제 경기로 지쳐 있는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발휘하기를 원한다면 그건 욕심이다. 선수들만 너무 다그치지 말고 이제부터 찬찬히 과거를 돌아보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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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간과 애정이라는 묘약을 써야 할 때다."
 
오만전에서의 패배로 나 또한 충격이 크다. 그러나 감독의 경질을 논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퇴진론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단순히 약체에 2패를 당했다는 현상만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히딩크와 코엘류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두 지도자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이 탁월한 카리스마로 순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코엘류 감독은 '기술'을 지속적으로 한국에 전파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히딩크 감독에게 기대했던 것이 '시간과의 전쟁'이었다면 코엘류 감독의 경우에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서서히 효과를 볼 수 있게끔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코엘류 감독이 주창한 '자율적인 축구'는 이제 시작일 따름이다. 약체에 당한 패배의 아픔이야 크지만 이제야 자기 선수를 만드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코엘류 감독의 축구가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코엘류 감독이 지켜봐온 해외파와 올림픽·청소년대표들이 한팀에 녹았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번 패배의 문제를 대표팀이 패할 때마다 지적해온 투지 상실, 전술 부재, 감독 지도력 상실 등의 문제로 바라보지는 말자. '우물 안 개구리'에서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한국축구가 한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합리적 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위원회 역시 이번 문제를 감독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자기 반성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다.  

나는 코엘류 감독을 믿는다. 축구계와 팬들은 이번에야말로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수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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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제는 바꾸자. – 최재성(스포츠 조선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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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의 축구산책] 이제는 바꾸자
2003-10-22 11:59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우리 국민들은 굉장한 자부심으로 1년을 보냈다. 4강 진출이란 위업이 더없이 자랑스러웠고, 수백만이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두고두고 가슴 뜨거운 감동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세계적인 유행어가 되면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현실도 모두를 가슴벅차게 했다. 축구는 물론이고 나라 자체가 한 단계 도약한 다시 없는 쾌거였다. 그러나 1년여 지난 지금 한국축구의 모습은 어떤가. 일본-우루과이-아르헨티나에 차례로 깨지고, 베트남에 꺾이고, 오만에 짓밟히고…. 한마디로 동네북이다. 이젠 FIFA 랭킹 164위의 네팔까지 "한번 해보자"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하니 정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쯤되면 '실수'나 '이변' 정도로 위로받기도 글렀다. 히딩크 때도 해외파 없이 숱한 경기를 치렀으니 해외파가 없어서 망가졌다는 변명은 하지 말자. 지휘봉을 잡은 지 8개월이나 됐고, 그동안 이런저런 국제경기도 열 번이나 해봤으니 '적응기'나 '훈련부족'과 같은 구차한 단어도 갖다 대지 말자. 그동안 별의 별 일들이 다 있었지만 한국축구 100년사에 이토록 낯뜨거운 일이 또 있었을까. 여기에서 우리는 냉정해 져야 한다. 어차피 망신은 할 만큼 했다. 이제는 내일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어정쩡한 자세는 버리자. 이런 구실, 저런 핑계는 소용없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명쾌한 결론만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코엘류 감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다. 한국축구는 8개월이나 그에게 운명을 내맡겼다. 그러나 그가 돌려준 건 실망과 좌절, 그리고 치욕 뿐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한국축구사에 길이 빛날 '월드컵 4강 신화'의 위업에 마저 먹칠을 하고 말았다. 시간이 부족했다느니, 좀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느니 하는 오지랖 넓은 소리는 이젠 접자. 아니 할 말로 내년 7월 아시안컵 본선까지 지휘봉을 맡긴다 치자. 그 때 가서도 안 되면 어쩔 건가. 새로운 지도자 찾는답시고 반년, 선수 발굴한다고 반년, 적응한다고 또 반년 하다 보면 2006년 독일월드컵은 코앞에 닥치고 만다. 더 이상 머뭇거릴 입장이 못 된다. 한국축구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국민들의 기대치 또한 그에 못지 않다. 그렇다면 그 정도를 담아낼 그릇이 필요하다. 화려한 경력 뿐만 아니라, 국제축구에 밝고 카리스마도 강하며, 장인 정신이 투철한 진정한 승부사가 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어제를 훌훌 털어내고, 냉철하게 오늘을 바라봐야 하며,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과감한 결단으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 스포츠부 차장 kk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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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고스트
03/10/23 01:04
수정 아이콘
축구팬 입장에서 제발 조중연 전무는 물러났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그가 축구계에 존재하는한 한국축구의 발전은 바라지 않을렵니다.
03/10/23 01:06
수정 아이콘
히딩크 감독 일을 그렇게 호되게 겪었으면서도,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은 분이 있다니 정말... 신기하군요. ^^a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후추.
christal
03/10/23 01:10
수정 아이콘
으헉.. 김호곤 감독.. 저는 작년 상암에서 대브라질전 때 유리한 상황에서의 김호곤감독의 교체 쇼쇼쇼!를 잊을 수 없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mooth2000
03/10/23 01:38
수정 아이콘
하여간 자기들 지들 밥그릇지킬려고 대사를 말아먹는 넘들은...-_-^
축협,국회의원,김운용ioc의원...기타등등
오크히어로
03/10/23 01:41
수정 아이콘
음... 2연패라 솔직히 약간 충격을 받긴 했지만(그래도 월드컵 4강이라는 존심이 내 안에 남아 있는거 같군요.)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BairOn..
03/10/23 01:46
수정 아이콘
현 KBS 축구 해설위원 이용수.. 전 98 프랑스 월드컵 이전부터 그의 해설에 심취해있었죠.. 기술위원직을 맡으면서부터 해설을 듣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을 월드컵 4강이란 기적을 만드는걸로 해소시켜줬죠.. 다시 해설자의 입장으로 돌아선 이용수해설위원의 지금 심경은 어떨까요?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다시 그가 기술위원장으로 돌아왔음 좋겠네요.. 비록 보수적인 축협에서 그 힘을 내긴 힘들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김호 감독님.. 제 생각과 일치하는군요..
쿠엘류감독에겐 계속된 신뢰를.. 축협은.. -_-;; 모르겠습니다..
TheMarineFan
03/10/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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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006년 월드컵까지 코엘류 감독으로 쭈욱 밀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언론이나 축협에서 그를 도와준 것을 못봤습니다. 툭하면 히딩크니 어쩌니, 히딩크 왔다고 벤치에 앉히겠다고 하지를 않나? 각 구단들은 선수 차출에 협조도 안하고, 축협에서의 소위 윗대가리들 월드컵때 돈 좀 챙겼다고 땡가땡가 하는 것 같네요. 모 위원장은 정치길로 간 이후로 축구쪽에 코빼기도 안보이고, 프로리그도 초반에만 열심히 신경쓰더니 지금은 방송사나 언론이나 뒷전입니다. (( 처음엔 야구팬들이 참 불만 많았었는데, 스포츠뉴스니 스포츠신문이니 헤드라인을 축구에게 빼앗겼을때 말이죠 ^^ )). 프랑스도 저번 월드컵 16강 떨어졌고, 브라질도 질 때 있습니다. 다만 지금 패배를 교훈 삼아서 다시 새롭게 뛰어야겠죠.
물빛노을
03/10/23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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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雜龍登天
03/10/23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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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정말 제가 말하고 싶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하지 못하던 말들이 쏙쏙 야무지게도 들어있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글쓰신분..또 볼수있게 퍼와 주신분께 감사드립니다.
Weiβcles
03/10/23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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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오만과의 홈경기때 느꼈지만.. 오만은 확실히 어느정도 실력은 갖춘 팀이라고 봅니다.. 정말로 어웨이 경기선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흐흐~
03/10/2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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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본도 오만하고 비겼었죠.
김기범
03/10/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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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호 감독님이군요 하지만 왜 한국에서 저런 합리적인 사람은 비주류구 파벌쌈이나 하는 사람은 주류일수밖에 없는지 참으로 암담합니다
한국에 조중연 전무가 있는 이상 언젠간 이런 사태가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03/10/2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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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어찌된게 한국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없어...전 예선전 경기 하는줄도 몰랐어요...한다는걸 어디서 알아야 하나....알려주지 않은..알렸다하더라도..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방송사들....아시아경기는 경기도 아니라는건지....프로축구도 관심들이 없고...이런 세태는 현재 무관심한 한국사람들이 다시 만들었다고 볼 수 밖에요....
03/10/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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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조중연 전무와 축협의 대표적인 학벌세력들이 하루빨리 물러나는게 한국 축구의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_-;; 98월드컵 본선에서도 이랬죠... 모든 잘못은 차범근 감독이 뒤집어쓰고 축협은 책임지지도 않고... 이용수 위원님이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느낄수있는거 같습니다.
03/10/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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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영 님 다운 좋은 글이군요..
김평수
03/10/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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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이네요. 솔직히 축협이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불가리
03/10/2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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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입니다. 다들 시각이 같으신 것 같아요 ^^ 제발 조중연 전무 좀 그만 두었으면 하는게 언제부터인지 원...
girl from ipanema
03/10/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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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감독은 안정환 등 좋은 선수들을 배출해낸 전통의 명문 부산구단에 감독으로 취임해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던 부산을 바로 하위권으로 떨어뜨린 명장이죠.
감독으로서의 커리어가 없다고 보면 될까요? 그런 사람이 올대감독이 된 이유, 바로 연대 출신이기때문이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축협내의 연세대 커넥션..이놈의 학연은 한국축구까지 망쳐놓네요)
그에 대한 축구팬들의 반발에 대한 답변이 저 명언이죠ㅡ "프로리그에서의 감독성적과 국가대표 감독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경질 논의 운운하며 감독에게 모든걸 떠넘기는 축협이나, 거기에 발마추어 조ㅡ옿다고 선정적 기사나 써대는 찌라시들이나.. 참 한심할 수 밖에 없네요.
03/10/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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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말에 동감요..
제발 조전무외 몇몇 사람들 제발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서 떠나줬으면 하네요..
왕진돌이
03/10/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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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은 맛있는 양질의 쇠,돼지 고기를 위해서 잠시 놔두는게 ㅡ.ㅡ
농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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