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2/11 05:37:13 |
Name |
글장 |
Subject |
초승달 |
초승달...은 아주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제목도 사실은 자신이 없는데..
중국 작가가 쓴 것은 기억난다.
초승달 왠지 청승맞은 제목이지만
이 짧은 소설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듯...
얘기는 아주 간단하다.
모녀 이대에 걸친 매춘이 소재다.
소녀는 아버지를 언 땅에 파묻고 지전을 불태워
장례를 마친 후,
엄마의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한다.
유난히 눈을 자극하던 붉은 옷, 질낮은 화장품..
그리고 엄마의 방에 찾아오는 남자들.
그들이 놓고 가는 돈...
예전에 이상이 쓴 날개란 작품도
까닭없이 청승맞아서 읽기 싫었던 기억이 있다.
다방인지 하는 아내에게 얹혀사는 남자.
이미 분노를 포기해버린 듯한 남자의 모습은
정말이지 혐오스럽기까지..
(그때는 내가 중학생이었으니^^;)
이 초승달은 그것과는 정서가 조금 다르다.
슬프긴 하되 엄마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비판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소녀의 건강한 시선이 엿보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소녀 역시 엄마의 길을 충실히 따라간다.
엄마는 이미 겉늙어버려서 더이상 찾아오는 손님도 없고..
결국 소녀가 엄마의 길을 잇게 된다..
그리고 작가가 어떻게 결론을 맺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내게 강렬했던 건 줄거리가 아니라
소녀의 영락에 있었던 거 같다.
지금은 그런 인생유전에 대해 조금은 정보도 있고
소녀가 엄마의 뒤를 이을 것을 예측했을 터이지만 그때는 정말 ..
너무도 소녀가 가엾어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 방송사 피디하는 분과 무슨 작업을 하다가
그분이 학생 때 구속당한 일이 있던 걸 알았다.
이분은 잡혀서 몇대 쥐어박히고 조사란걸 받아보니
자신은 끝까지 그 길을 갈 자신이 없어서
중도에 포기했다고..한다.
운동하는 동안 뭘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혐오...
라고 했다.
세상에 대한 혐오만 배웠다고..
난 평소에 세상을 사는 태도엔 세가지가 있다고 믿는다.
하나는 순응내지 적응이고
하나는 혐오와 분노다.
마지막 하나는 체념이겠고..
초승달의 소녀는 이 세가지를 아주 빠르게 민감하게 거쳐간다.
운명에 대한 순응...분노..그리고 체념까지.
재미있는 건, 체념 이후엔 대개 긍정과 순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감정과 깨달음에도 어떤 전형적 사이클이 존재한다는게...
조금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 방송사 피디와 소녀가 도달한 감정적 지점이 같다는 것도
재밌다.
기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전혀 다른 인생유전이었지만..결론은 비슷하다.
....
난 늘 왜 스타관련 사이트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되는지 의문인데..
모르겠다. 그냥 쓰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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