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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15 00:40:52
Name 가라한
Subject [일반] 97년 대선의 추억(1)
이제 정말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고 국정원 댓글 알바 진위 여부로 시끌 벅적한 이 때 전부터 한 번 써보고 싶었던 글을 올리려 합니다.
(이 부분은 며칠 전에 썼네요)
참 직딩으로 생활하랴 예기치 못한 아기님들의 탄생으로 정말 글 올릴 틈은 없는데요.
그래도 한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라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pgr에 올리는 글은 참으로 정제 된 글이여야 합니다만 여러 여건의 제약으로 수준이 좀 떨어지더라도 양해 부탁 드립니다.

그럼 들어 갑니다.
이하 반말체임을 양해 바랍니다.

때는 1998년 겨울.
정치 따위와는 그다지 관계 없이 살던 내게 IMF 사태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토플 시험 신청비가 3-4만원이었는데 불과 2 주사이에 20만원까지 치솟았고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갔다.

방학 때도 학교 기숙사에 남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있던 내게 마침 다가온 대선은 IMF와 맞물리며 나름 재미있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아침마다 도서관 5층에 있던 모든 일간지를 전부 훓어 보는 것이 일과가 된 것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중앙 일간지 + 일부 지방지까지 매일 모두 크로스 체킹을 했다고나 할까.


사실 어려서 부터 (대략 초딩 3-4학년) 대학 오기전까지 집에서 조선 일보를 열독 해왔던 나였고 중학교 때 김대중이란 불온한 인물이 대선에 나온게 무서워서 무교였음에도 노태우

가 대통령이 되게 해 달라고 각종 신에게 기도를 올릴만큼 무지했었지만 고등학교 때 정치/경제를 배우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그렇다곤 해도 정치에 그다지 크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떻게 IMF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내게는 너무나 많은 궁금증을 불러 왔고 마침 다가온 대선은 이전과는 달리 굉장히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대선 때 모든 일간지를 크로스 체킹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데는 당시 안티 조선의 시초가 되었던 강준만 교수의 책들이 영향을 끼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끔 심심한 대학 생활 중 구내 서점에서 보던 책 중 강준만 교수의 인물 시평(? - 오래 되어서 제목이 정확히 기억이 안남) 몇 권을 보게 되었고 나름 재미있고 신선한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해도 주로 인물이나 조선일보의 컬럼에 대한 비판이었기에 기사 자체의 진실성에 의심을 품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조선일보에 문제가 있다는 정보는 이래 저래들어 왔었고 원래 성격이 꽤나 보수적이었던 나는 그래도 반신 반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대선을 맞아 각 일간지를 모두 비교해 보면 실제 조선 일보가 맞는 건지 아니면 반대 쪽이 거짓 선동을 하는 건지 어느 정도 판단이 되리라 생각이 들었다.

나름 판단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 어떤 사안에 대해 조선일보나 한겨레에 반대 되는 기사가 나오면 일종의 raw data, 즉 논조가 아닌 fact에 대한 진실을 찾아 보기로 했다.
조선과 한겨례가 양 극단에 있다면 다행히 약간 애매한 스타일의 기타 각종 일간지들이 도서관에 모두 있었고 또 도서관 신문 열람실 바로 옆에는 그 때 막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

을 검색할 수 있는 workstation이 몇 대 있었다.
이런 관계로 사실 관계 확인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을 처음 일주일 간은 대단히 신중히 했었다.
그러나 하면 할 수록 더 이상 이 일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승패가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다.

신문을 안 본지 10년도 넘기 때문에 요즘 한겨레가 어설픈 조선일보 흉내를 내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시의 한겨레는 팩트 자체를 왜곡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김대중 정부 초창기 옷 로비 사건을 제일 먼저 깐 것도 한겨레고.

조선일보야 뭐..... 말해 무엇하랴.
그때나 지금이나 팩트 자체의 왜곡이 일상 다반사인지라....
특히나 어떤 사건의 일면만을 떼어내어 그것이 전부인양 사실을 비꼬는 수법은 전매 특허였다.

한마디로 신문이 대놓고 거짓말을 그것도 매일 매일 거의 모든 기사에 한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그걸 모르고 10년을 속아 살았다니.

MB 정부들어 방송이 완전 개판이 되었지만 사실 그 때의 방송은 더 했다.
따라서 신문은 대부분 조중동을 보고 나머지는 TV 뉴스만 보는 사실상 대부분의 국민이 속고 산다는 걸 깨달은 그 때의 충격은 어마 어마 했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1%의 상층부가 전국민을 컨트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재 시대에 확립된 각종 대중 조종 메커니즘(주로 언론 장악을 통한)이 민주화 이 후 3당 합당으로 일종의 1% 상위권의 기득권 카르텔로 고스란히 전이 되었던 것이다.

상위 1%가 전국민을 좌지 우지 하는 현실에 분노와 공포가 몰려 왔다.

당시 모든 신문을 보던 나에게는 IMF라는 국가 부도를 불러온 정권이 조선일보의 힘으로 거의 다시 재기가 가능한 지경이 되는 걸 보며 경악 스러울 지경이었다.


당시 매일 매일 조선 일보 기사는 어찌 보면 블랙 코미디 일수도 있으나 당시 내게는 공포감이 정말 컸었다.
왜냐하면 조선일보가 선언하고 유도하는 대로 실제 여론이 그렇게 움직이는게 매일 눈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매일 같이 펼쳐지던 수많은 어처구니 없고 기막힌 기사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뉴욕 타임즈 칼럼 창작(?) 사건이다.

당시 조선일보에는 김대중이라는 대통령 DJ와 동명이인의 유명 칼럼리스트가 있었다.
당시 방회장의 최측근으로 사내에서 사실 상 거의 2인자 였을 것이다.
주로 각종 칼럼으로 야당에 대한 비판 및 공격 논리를 제공하였고 조선 일보가 발제하면 저녁 9시 뉴스에서 받아 1면으로 때리는 패턴이 전두환 때 부터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 김대중이 컬럼을 썼는데 그 내용인 즉, 뉴욕 타임즈에 한국 대선에 관한 칼럼이 났는데 김대중은 빨갱이에 거짓말장이라(독재 정권 및 조선 일보가 수십년간 김대중에 부여해 온 바로 그 이미지) 미국 정부 및 조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몹시 불안해 한다는 내용의 김대중 까기 칼럼이었다.

문제는 컬럼 내에서 지목한 그 뉴욕 타임즈 칼럼이 대략 10일 전 정도 날짜 였는데 학교 신문 열람대에 조선일보 칸에서 바로 뒤로 돌면 며칠 정도 딜레이로 들어 오는 뉴욕 타임즈 열람대였다는 거다.

당연히 원본 뉴욕 타임즈 컬럼을 찾아 보았고 그 결과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어느 정도 왜곡이나 과장은 예상했었지만 이건 그정도가 아니라 내용이 거의 정 반대였다.
사실상 왜곡이 아니라 창작이라 불러야 마땅할 정도로 너무나 심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대략 원래 뉴욕 타임즈의 컬럼 내용은 이러하다.
일단 대놓고 찬양 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김대중이란 인물에 대해서 대단히 호의적 이었으며 김대중의 당선은 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 및 미국식 시장 경제/자본 주의를 이식 할 적임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건 뭥미? 내가 평생 미디어에서 들은 얘기는 김대중이 빨갱이란 얘기였는데?
게다가 뉴욕 타임즈 칼럼은 김대중의 당선이 유력하고 순리에 맞으나(!!!) 한국의 기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나고 있었다.
아 이건 정말 뭥미? 뭥미?
노태우, 김영삼, 그리고 당시 이회창까지 여당 대선 후보들은 선출만 되고 나면 미국에 가서 유력 정치인들과 사진을 찍고 왔고 그러면 미디어에서는 매일 그 사실을 대서 특필하면서 여당 후보들이 미국의 사실상 선호하는 후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었다.

이 법칙을 깬것은 사실상 노무현이 처음이었고 (김대중은 야당 후보였으니) 그 전까지는 사실상 조선 왕이 중국 황제의 승인을 받는 듯한 이 굴욕 퍼포먼스는 대중들에게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선호되어 왔다.

근데 이게 뭐야? 사실은 미국은 김대중을 좋아하잖아?
게다가 현 집권 세력에 대해 기득권의 저항이라고 표현하다니 뭔가 너무나 멍하고 어색했달까.

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김대중은 박정희 시절 부터 민주주의의 투쟁과 고난으로 인해 서구권에서는 만델라 급으로 존경 받던 인물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예전에 김대중 대통령 퇴임 때 임기 내내 하도 욕만 먹고 퇴임 하길래 나름 좀 안타까워서 pgr에 글을 한 번 올리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아마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컬럼 사건을 계기로 당시 도서관에 있던 미국 출판 자료들 (newsweek나 forbes) 등에서 한국 관련 기사를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건 외딴 지방대 기숙사에서 방학을 외로이 보내고 있었기에 엄청 시간이 남아서이기도 했다.

그런 자료들을 읽으며 또 하나 알게 되었던 건 미국이 한국의 재벌 체제를 몹시도 싫어 한다는 것.
덧붙여서 한국의 경제 체제를 전혀 자본주의나 시장경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사실 얼마전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던 주제 중의 하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자본주의(특히 미국식)란 투자한 자본에 대한 이익, 투자한 자본에 대한 책임감을 최고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 1% 지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재벌 체재야 말로 가장 자본 주의에 반하는 체제이다.
또한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틀이 잡힌 당시 한국 경제 체제는 국가 주도 계획 경제, 국가 주도 관치 금융이 메인이라 금융 자본주의 위주인 미국 입장에서 생각하기엔 진정한 시장 경제가 아니었다.

이 체제 자체가 기존 기득권 층에서 깨지기 힘들었기 때문에 미국이 추구하는 양대 가치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국에 실현할 인물로 김대중을 선호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불과 얼마 전 아니 요즘도 김대중, 노무현이 얼치기 좌파에 빨갱이라고 욕먹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그리고 한나라 새누리 일당이 좌파 빨갱이 론으로 지난 10년간의 민주 정부를 공격했을 때 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러한 각성(?)은 나야 말로 진정한 우파라고 생각하면서 김대중, 노무현에 투표하게 만든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로서는 나같은 경우 김대중 정부가 IMF를 불러온 기존의 구식 경제 체제가 아닌 제대로 된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를 우리 나라에 이식 해 주길 바랬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느낀 현실과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 이 후 나름 신자유주의에 대한 약간의 스터디 끝에 개인적으로는 현재 중도 좌파라 생각한다.

아무튼 당시 대선 판세는 조중동을 비롯한 미디어의 일방적인 왜곡 보도에도 불구하고 IMF + 이회창 아들 병역 비리로 대략 DJP 연합 40-50%, 이인제 30-35%, 이회창 20% 이하의 구도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다시 조선일보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케이스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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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길어 지는 것 같아 뒷 부분은 별도의 글로 올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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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모여재
12/12/15 00:41
수정 아이콘
음.. 죄송하지만 97년이 아니었나.. 싶어요!
가라한
12/12/15 00:43
수정 아이콘
음 그랬나요. 하도 오래전이라....^^;;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련한곰탱이
12/12/15 00:43
수정 아이콘
의미가 있는가 했는데 흐흐 대선은 97년이었습니다 흐흐
DarkSide
12/12/15 00:44
수정 아이콘
1997년 12월 ... 김대중 정권의 등장 ....

고등학교 일반 사회 시간에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 라고 가르치더군요.
감모여재
12/12/15 00:45
수정 아이콘
뭐, ys도 나름 평화적인 정권교체 아니었나. 마 그래 생각합니다.
12/12/15 00:58
수정 아이콘
ys는 집권여당에서 당선된거니 정권교체는 아니었죠.30년만의 문민정부는 맞지만
Lv.7 벌레
12/12/15 00:5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되네요.
12/12/15 01:34
수정 아이콘
괜히 조선일보 사장이 밤의 대통령이라 불린게 아니었죠.
안티조선운동이 90년대말부터 벌어지면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제 몇년 지나면 조중동의 영향력도 줄어들겠지 생각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걸 보면 답답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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