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무려 5-1로 졌습니다.

질 수도 있는거야 그렇다고 쳐도 스페인이 무려 5실점이나 할 줄 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무엇보다 이번 네덜란드 대표팀은 본선 스쿼드가 발표되고 너무다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었죠. '네덜란드 리그 망해가는구나' '수비진은 왜렇게 듣보가 많지' 등등.. 저도 솔직히 지난 유로2012 폭망때문에 크게 기대는 안했고 맨유 팬인 저로서는 반페와 반할 감독 때문에 그래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청했는데..

이게 왠 떡!!


사실 시작은 뻔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죠. 디에고 코스타의 미심쩍은 PK판정으로 선취골을 넣은 스페인..

근데 전반 끝나기 직전 스페인의 다비드 실바가 이니에스타의 환상적인 패스에 이은 로빙 슛팅이 막힌거.. 이때가 나비효과의 모든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로빙 슈팅 당시에만 해도 아 이거 들어가고 끝나겠구나 싶었는데 키퍼의 기가 막힌 선방에 이어서..

곧바로 블란트의 베컴 부럽지 않은 택배 크로스에 이은 반페르시의 환상적인 다이빙 헤딩.. 어떻게 그 타이밍에 그런 헤딩슛을 할 생각을 하는지 참 대단합니다. 흐흐..

곧바로 전반 1-1 종료. 정말 너무너무 중요한 타이밍에 터진 기적같은 동점골이었죠. 그래도 솔직히 여기까지도 뭐 그럴수도 있지.. 카시야스 폼 한창 좋을때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면 후반 감상..


그리고 후반 시작부터 쏟아지는 비..

네덜란드를 위한 축복의 비였을까요..


후반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블란트의 패스에 이은 로벤의 환상적인 R2 접기 슛.. 예전에 위닝할때 골문 앞에서 참 자주 쓰는 스킬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반갑기도.. 블란트 얘는 이번 월드컵 효과로 빅클럽들이 엄청 주시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역전을 당하자 급해진 스페인은 알론소와 코스타를 빼고 토레스와 페드로를 투입..

하지만 네덜란드는 이에 콧방귀를 뀌며 곧바로 3번쨰 골.. 그것도 스페인에게 첫 PK를 내줬던 수비수인 데브리가 크크...


여기서 승부의 행방은 완전히 가려졌죠. 카시야스는 억울하듯 항의해봤지만 돌아오는건 가차 없는 심판의 옐로 카드..

실바가 골을 넣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나 싶었지만 명백한 오프사이드 판정 (왜 맞는 판정인데 기뻐해야 하는건지 크크)..


카시야스는 3번째 실점 이후 완전히 맛이 간듯.. 기본적인 볼터치 실수로 반페르시에게 또 다시 골.........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로벤은 지난 월드컵 1:1 찬스 미스의 울분을 토해내듯이 카시야스를 완벽히 농락하고 마지막 5번째 골까지..


스페인은 멘탈이 하늘로 승천~ 네덜란드는 아주 그냥 무한 공격...

반페르시, 로벤 모두 해트트릭까지 가능했던 상황이었는데. 엄청납니다. 그야말로 5골로 끝난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마지막 네덜란드의 무한 공격은 스페인 입장에서 너무 잔인하기까지 했죠..


경기 막바지 마지막 스네이더의 예능에 이어서 ..

예능의 신 토레스가 그것도 예능이냐? 라고 물으며 예능의 화룡정점까지 찍으며.. 마무리... 진짜 배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 토레스 아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크크크..


정말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진 경기 한 편을 봤다고 생각됩니다.

티키타카의 몰락이라고 보여지는데 왕조가 무너지는건 언제나 신기하기도 합니다. 절대로 안무너질 것 같은 팀이.. 무너지는 거 보면 적응이 안되기도 하고...; 아직 첫 경기일 뿐이지만.. 스페인이 5실점하는건 전 본 기억이 없네요... 지난 2010 월드컵 첫 패배때와는 너무나도 달랐어요. 그때는 지긴 했지만 충분히 엄청난 강함을 보여줬다고 생각되었다고 생각되서..

사실 이 외에도 쓰고 싶은 말들은 참 많은데 흥분이 되서 정리가 잘 안되네요 흐흐..

간만에 축구를 보고 불판 중계를 하면서 너무나도 신나고 재밌었던 경기였습니다. 단순 조별 리그 한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이런 경기를 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아니 축구 중계 보면서 손끕을만할 정도로 인상이 깊은 경기였네요. 그야말로 뇌리에 깊게 박혀버린..


PS. 역시 축구 중계는 스브스로 봐야 된다는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확실히 계속 축구 중계 해온 짬밥이 느껴지는.. 하프타임때 깨알같은 장면과 BGM 선정까지 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