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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28 10:33:42
Name ROKZeaLoT
Subject [기타] [펌]검투사.
로마시대 검투 경기는 공정한 경쟁이란 개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체급과 경력은 상대를 결정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장창, 그물을 갖춘 레티아리우스들의 일격 필살을 트라엑스들은 단검으로 받아내야 했습니다. 보호구 수준도 물론 불공정했습니다. 인간과 맹수, 사형수와 황제의 맞장에서 페어플레이란 단어는 언어도단일 뿐입니다. 이런 불공정은 로마 검투史 내내 지켜진 유일한 원칙이었다고 합니다.

관중들은 사실상 결과가 나와 있는 승부를 통해 진리를 찾으려 합니다. 소위 ‘이변’이란 결과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현실에 용맹하게 맞서 싸우다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죽어가는 검투사에게 경의를 표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챔피언을 무너뜨린 놈에 대한  시선은 달라집니다. 설상가상 그러한 결과가 반복된다면 민심을 다스리시려던 황제께서는 크게 당황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부터 우리선수들에게 공정한 무기가 주어져있지 않았습니다. 신체적 결함, 짧은 역사, 낮은 저변, 결정적으로 국민적 무관심. 그러나 이 무관심을 역설하며 주어지는 엄청난 부담감. 더하여 ‘에디터’들은 우리 글래디에이터의 승리를 그리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치열히 싸우다 결국 맹수의 완력을 감당 못하고 찢겨나가는 우리 팀에겐 찬사를 보낼지언정 단칼의 그 숨통을 끊어버린 우리 팀에겐 우연이나 행운이란 평가만이 내려집니다.

바쁜 일도 좀 있었고,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컴 앞에 차분히 앉아 꼼꼼히 인터넷을 훑지도 못했고 블로그질은 언감생심이었던 요 며칠이었습니다.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다 여전히 우리를 평가하는데 인색한 외국의 목소리와 스스로에게 모진 기준을 들이대는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들에 아쉬운 맘이 듭니다.

특히 아쉬운 건 우리 '축덕'들의 모습입니다. 축구경기를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 수 있어도 칭찬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를 타인에게 강요하려 드는 건 지독한 오만방자입니다.

우리에게 유리한 판정은 깨끗이 잊고 불리한 판정만을 기억해 그 심판에게 분노를 터뜨림은 애초에 자기 팀을 죽음이 정해진 사형수 검투사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지극히 원초적인 모습입니다. 그 좋은 예로 이탈리아 사람들을 들어 봅니다.

저는 균형 잡힌 이성인이 아닙니다. 남들 경기에서는 가급적 감성을 억제하려 노력하지만 우리 팀의 경기라면 이성이 파고들 자리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축구를 즐기는 방법이고 2002년부터 축구를 본 것이 죄가 아니듯 이 역시 욕을 먹어야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습니다. 인정합니다! 패배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모습은 건설적이지도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성적이지 못했던 게임을 보며 계속 그 잘난 이성을 유지해야하는 까닭을 바보같은 저란 인간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울러 짧았던 축구 광란의 시대가 영 못마땅한 듯 보이는 ‘지성인’들에게 측은함을 느낍니다. 온갖 부정적 현상에 축구(월드컵)를 가져다 붙이시던데 당신들이 못생긴 이유가 거울 탓은 아니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검투사들 잘 싸워주었고 눈물 나게 자랑스럽습니다. 패배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불공평, 오심, 날씨, 자블라니, 수라에스 운빨, SBS(?) 탓이지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믿으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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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http://basset.egloos.com/173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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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28 11:44
수정 아이콘
경기 중에는 충분히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중요한 찬스 놓치면 욕은 안나와도 짜증섞인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한바탕 소동이 끝나면 감정을 추스리고 좀 차갑게 생각해보는 과정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기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것 처럼 대중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게 됩니다. 대중들은 단지 감정을 표현한 것일 뿐인데도 말이지요.

본인의 감정적인 행동을 지적받는게 기분 나쁜 것 만큼 본인의 감정적 행동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다는 걸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타인의 곪아 터진 상처보다 본인의 손가락에 박힌 작은 가시가 더 아프다지만 최소한의 역지사지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글 전체를 다 읽고 댓글을 남겼지만은 다시 본문을 읽어보니, 경기력을 제외한 조건에서 패배의 원인을 찾는 사람을 너무 감정적이라 몰아세우지 말라는 의미가 더 강한 글이였군요.;;;; 제가 글을 좀 더 꼼꼼하게 읽지 않아서 오독을 한 모양압니다. 이왕 잘못 된 댓글을 올렸으니 이것도 제 결점. 그냥 수정하지 않고 남겨 두겠습니다. 본문글 하고는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댓글의 주장이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요.**
기회비용
10/06/28 12:32
수정 아이콘
로마시대 검투사와 축구경기가 동일선상에서 비교 될수 있는건가요?
2000년전 로마시대에서 자신의 권력과 대중의 인기를 얻기위해서 검투사경기는 개인이 주최를 했습니다 그 개인이 황제든 또는 권력자든 말이죠. 카이사르도 조영관 시절(검투사 경기는 당시 죽은이를 기릴때만 개최할 수 있다 라는 법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제사때마다 카이사르는 검투사 경기를 주관했습니다. 대중의 인기를 얻을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니까요)사비를 털어가며 검투사 경기를 개최했던 거고요. 그렇기때문에 당연히 쇼 위주의, 결과가 정해져 있는 시합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물론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스포츠가 같은,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되었기도 합니다만, 200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검투사 경기와 비교하는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군요. 현대 스포츠에서 실제적으로 스포츠가 공정한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라고 대답겠지만 스포츠가 공정해야 되는가? 라는 질문에는 "당연하다" 라고 대답할 겁니다.

대한민국 축구를 즐기는 부류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오로지 한국이 좋아서 애국심이 넘쳐흘러서 한국축구에 모든 감정이 실리시는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습니다만, 이 글은 정작 경기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감정에 가득찬 사람들을 비판하는건 오만이라고 언급해놓고 정작 자신은 전혀 다른 , 검투사라는 쇼 프로를 예시로 들면서

"좋습니다. 인정합니다! 패배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모습은 건설적이지도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성적이지 못했던 게임을 보며 계속 그 잘난 이성을 유지해야하는 까닭을 바보같은 저란 인간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

라고 똑같이 상대방을 비꼬면서 비난하는건 역시 오만방자한 태도가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이 글에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는 글입니다, 정작 현실+인터넷 여러 사이트를 당장 둘러봐도 어느쪽이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경기를 즐기려고 하는 사람은 의견만 꺼냈다하면 바로 수많은 인신공격을 받습니다. 06년때 오프사이드라고 했다가 해설사임한 신문선 의원이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는지 기억나십니까? 이게 단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응원할때는 감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옹호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주인공들은 불평등하다, 그러니 세상도 불평등해야된다, 이렇게 보이는건 제가 너무 비약이 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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