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게에서 결혼기념일 관련 유머를 보다 문뜩 예전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서, 무려 한 5년전 이야기지만, 나누어보고자 글을 씁니다.
0.
남편 후배가 제주도로 놀러오라고 했다며(숙박, 라이드 보장) 남편이 가고싶다고 하길래 보낸적이 있었습니다.
남편도 없는 저녁에 뒹굴거리며 미드 정주행이나 하고있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그래서 받아 잘 놀고 있나 물어보니 후배를 대뜸 바꿔주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분께 '남편 초대해줘서 고맙다, 잘 놀고갈수 있게 해달라. 숙박대신 밥 맛있는것 사주라 했으니 사양말고 맛난거 먹어라' 그런 말을 했는데 후배분은 뭐라뭐라 횡설수설 하더니 대뜸 천혜향을 보내겠습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저는 ??? 했지만 고맙다 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남편이 집에오고 하루이틀 지나서 천혜향 한박스가 왔습니다.
남편에게 무슨일 있었는지 물어보자 간단히 설명해주더군요.
1.
(대충 제주살이에 대한 이야기, 솔로라서 외롭다, 그전해 다같이 펜션가서 고기구워먹던 이야기, 나중에 또 다같이 놀러가자 등등 이야기 중)
후: 그러고보니 형도 벌써 결혼한지 꽤 되었죠?
남: 응. 오늘이 5년차네.
후: 와 벌써 5년차에요? 언제 결혼했었죠? 이맘쯤이었죠?
남: 응. 오늘
후: 네?
.....
후: 오늘이 결혼기념일 5주년라고요?
남: 응.회사에서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중 택 1은 연차 1회 줘서 오늘 공짜 연차쓰고 왔지.
후: ..... 와이프분께서는 뭐라했는데요?
남: 와이프가 가라고 했는데?
후: ...네?
남: 네가 놀러오라고 해서 주말에 제주도 가고싶다고 했더니
와이프가 '우리 이번주 주말?' '이응이응'
'금요일에 결혼기념일이긴 한데 어짜피 그날 아무것도 안할거지? ^^' 하길래 '이응이응' 했더니
그럼 아예 공짜연차쓰고 금토일 제주도 다녀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왔는데?
후: ...... 으아아아아! 당장 전화걸어요!
2.
남편이 제주도를 간다고 하길래 그냥 생각없이 헬렐레 생각없이 다녀오지 말고,
꼭 숙박과 라이드를 해주겠다고 한 후배한테 최소한 매일 밥은 사주라고 통장에 20만원을 더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나: 제주도 가면 괜히 감귤초콜렛 그런거 사오지말고, 오메기떡 사와.
남: ??
나: 그 OO시장 있자나, 우리 저번에 갔는데 닭튀김 맛있던데.
남: 이응이응
나: 거기 또 갈거지? 맛있어했으니까.
남: 이응이응
나: 그 시장에 가면 오메기 떡을 파는데 거기서 3만원어치정도 사와요. 그리고 거기 정육점에 흑돼지고기.. 아 됬다. 보나마나 엉뚱한거 사오겠지. 흑돼지고기.. 는 됬고 오메기 떡, 알았지? 기억했어?
남: 닭튀김먹은 OO 시장에서 오메기떡, 3만원어치.
나: 오케이. 잘 다녀와.
그리고 남편이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3일간 오메기떡 (좋아함)만 기다렸던 저는 후다닥 가셔 반짝거리는 눈으로 봤습니다.
나: 오메기 떡은?
남: ??
나: 오메기 떡 그 시장 안갔어?
남: 갔지
나: ??
남: 오메기떡 파는 그 시장서 닭튀김 3만원어치 사서 맛있게 먹었어.
나: ....
남: ??
나: 선물은?
남: 아! 여기 감귤 초콜렛.
.....
......
(알파고 한숨짤)
.... 아 정보값입력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한숨)
참고로 흑돼지도 맛있게 사먹고 왔다고 합니다.
뭐, 맛있었다면 됩니다만...
...........
그래서 저는 그 다음부터는 남편 혼자 제주도로 안보냈다고 합니다.
이제는 집에 꼬맹이가 있으니 혼자 여행 보내는 것도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요.
혼자 여행가고 싶네요. ㅠㅠ 저 혼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7-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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