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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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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17:3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화에 관심이 있어서 이 신화 저신화 뒤적거려봤는데 느낀 점은 신화의 신들은 원초적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대변자이고 그렇다보니 막장이라는 느낌. 하지만 그렇기에 재미있습니다. 막장 드라마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듯요.
19/04/10 18:52
신화를 보면, 자연현상을 정말 골때리게 이해하고 있던 경우가 많은데요.
아마 그 원인 중에서 큰 부분이 '이러면 막장이잖아. 재미있네?' 하면서 계속 키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즈텍 신화가 좋습니다. 막장이거든요 크크크.. 신도 막 죽고, 사람도 막 죽고... 아니 왜 이런 식으로 신화를 썼을까요...
19/04/10 18:51
북유럽 신화 로키와 같은 부류인,
트롤러이자 시대 종언자 포지션이기에 어쩔수 없습니다 크크... 정말 골때리지 않나요. 일단 뭔가 전설이 발생하면 "그래서 테스카틀리포카가 또 이번에 무슨짓을 했는데?"라고 물어보게되는 귀여운(?) 신이지요.
19/04/10 21:23
근데 로키를 주신으로 숭배를 안하잖아요? 보통 주신은 제우스 같은 남성성 넘치는 신사라던지 외눈박이 오딘처럼 뭔가 포스 있고 카리스마 있고 성격은 개차반이긴 하지만 책임감은 좀 있는 놈인데
19/04/11 11:02
제우스 (특히 로마제국의 '유피테르' 같은 형태로요) 와
바이킹 국가의 오딘 같은 '교단'과 '국가'의 신은 우이칠로포치틀리의 영역입니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며, 국가적인 행사로 숭배되고, 사제들이 정치적인 목적을 다른 귀족에서 투사할 수 있게 만들어줬지요. 하지만, 오딘보다 토르가 신으로서는 인기가 많았듯이, 사실 아즈텍 신화의 아이돌은 케찰코아틀입니다. 그리고 토르의 귀여운 동생이 장난꾸러기 로키이듯이, 창조신 케찰코아틀에게는 형으로 파괴신이면서 재앙신인 테스카틀리포카가 있던 것이었지요. 뭔가 이상한 것 같지만, 이집트에서도 파라오는 태양신 아문(또는 표기에 따라, 아몬)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교단을 이끌었지만, 민중들은 오시리스 같은 다른 신을 같이 섬겼고, 파라오를 포함한 이집트 국가 신앙에서도 다른 신을 까내리지는 않았지요. 그리고 오시리스는 나중에 자기 아들 호루스를 죽이겠다고 덤비는 호루스의 삼촌 (즉 오시리스 기준 자기 남동생) '세트'가 있었고요. 크크... 물의 신인 틀랄록이 비를 빙자한 재난을 내렸듯이,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이 툭하면 바다에 안 있고 뭍으로 홍수를 끌고오듯이, 알라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자비롭지 않다면 세상이 이미 멸망했고 관측할 인간'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듯이, 사실 신이 호구 잡히지 않은 이상, 마냥 착할 이유는 없지요.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기독교는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아즈텍 신화는 오히려 '케찰코아틀'에게 신들의 '선하신 면모'를 성공적으로 몰빵한 세계관에 속했지요. 그렇다고 다른 신들이 무슨 악마나 악신이 되는 건 아니고, 요즘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고대신들처럼, '전능해서 말이 안 통하는, 알아서 먼저 기어야하는 존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무렴, 오딘, 유피테르, 우이칠로포치틀리만큼 종묘사직의 수호자가 되실 순 없지만, 그래도 나쁜 신은 아니라는 겁니다 크크... 세트조차도 이집트에서 나름 추종자가 많던 사막의 신이었는 걸요. (인간에게 재앙을 뿌리는 일 또한 담당하지만요.) 다만, 로키와 비교하자면, 아즈텍 신화에서는 테스카틀리포카를 역할에 비해서 좀 많이 높은 급을 주긴 했네요.
19/04/10 18:53
힌두교에서도 시바신이 3대신이 되서는 한다는 일이 '파괴! 파괴! 파괴!'를 외치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창조신과 파괴신이 나뉘어있는 세계관은 참 창조조장님이 힘드시네요 크크크...
19/04/10 18:55
근데 힌두쪽은 그나마 무능한 창조신과 유지신 대신 존시나 짱짱쌘 시바신이라는 이미지라도 있었지 이건 그냥 트릭스터 수준이 아닌데요
세상을 4번이나 뒤엎은 신이라니...... 흠많무
19/04/11 11:06
단군 할아버지께서는 유피테르 또는 오딘 어르신처럼 국가적으로 이미지 관리가 들어가셨을 분이라,
아무래도 그렇지요 크크크... 다만 그런데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암컷 호랑이와 암컷 곰을 치정싸움을 시킨 것을 보면, 사실 기록이 안 남아서 그렇지 사실 우리 조상님들의 상상력도 큰 차이가 났을 것 같지 않다는 저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크.....
19/04/10 21:38
케찰코아틀님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이런 인성파탄자들하고 조별과제를 하면서 네 번이나 ppt 를 다시 만드셨다니, 확실히 인간을 초월한 신적 존재 맞네요!
19/04/11 11:08
곰에게 쑥과 마늘을 줘서 인간을 만들었듯이,
일개 인간에게 PPT를 4번 고치게 해서 창조신을 만들수있을껍니다? 크크크크크크크크....
19/04/10 22:54
아즈텍 창조신들도 '시팍틀리'라는 괴수를 살해하여 그 사체로 세상을 만들고
북유럽 신들도 '에미르'라는 거인을 살해하여 그 사체로 세상을 만들고 메소포타미아 신들도 '티아마트'라는 괴수를 살해하여 그 사체로 세상을 만들고 중국에서는 반고의 사체로 세상을 만들고 고대 신화는 흥미롭게도 지역 불문하고 신이 괴수를 죽여 괴수의 몸으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패턴이 반복 등장하는데 왤까요
19/04/11 09:53
A: 졸라 짱쎈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어!
B: 근데 왜 세상 돌아가는 꼴이 이 모양이야? A: 그건 사실 재료에 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지!
19/04/11 11:34
C: 신이 되어서 이런 재료 밖에 못구해?
A: 신도 신이랑 괴물이랑 얼마나 힘들게 싸우는데! 이래서 일신론의 신이 그렇게 피곤합니다. 크크... 아즈텍 신화는 읽을 수록 재미있습니다. 신이 고생을 하면 할수록, 인간에게 '너는 뭐 공헌 안하냐?'라고 물어보니까요. 인신공양을 워낙 좋아해서 문제지....
19/04/11 11:33
이거를 몇개씩 묶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몇개씩 나오는데요.
'티아맷'과 '시팍틀리'는 일단 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중에서 몇가지, 예를 들어 머리를 자르면 다시 자라는 괴물 뱀 '히드라'의 목을 지져서 사냥한 것이나, 아우게이아스의 무한히 더러운 외양간을 강물의 흐름을 옮겨서 청소한 것은, 인간이 치수와 건축을 이용해서 물의 재앙을 다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즉 '천지창조'란 물의 흐름을 인간이 다스릴 수 있게 되면서 유의미해졌지 않겠냐는 생각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반면 '이미르'나 '반고'의 경우에는, '시팍틀리'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테스카틀리포카'의 한쪽 발이 날아갔듯이, 천지창조란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 '특정 신'의 입장이 개입된 '편협한' 행위이자, 아름답지 않은 유혈사태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특히 '반고 신화' 같은 경우에는, 세상을 시작하려고 '복희'와 '여와'가 '근친'을 해야했고, 덕분에 제대로된 아기가 아니라 '살덩어리'가 탄생해서, 세상이 한가족이 되는게 아니라, '칼'로 갈라진 여러 족속으로 나뉘었다고, '바벨탑' 신화(?)까지 섞어버립니다. 아브라함 일신교 계통에서는 '천지창조가 특정 신의 일방적인 행위'라고 말하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만, 중세에 '데미우르고스' 이야기가 창작되었듯이, 유일신 계통에서도 이런식의 이야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이슬람교에서는 '천지창조'가 인간의 기준이고, 그 이전에는 '진 (또는 표기에 따라, '지니')'들이 잘 살고 있었는데, 자유의지에 따라서 악한 짓만 골라서 하니, 자유의지가 없는 '천사 ('말락')'를 보내서 쓸어버리고, 이번에는 자유의지에 따라서 '착한 짓'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한거거든요. 지금 기독교에서, 천사, 악마, 귀신 등등이 참 있는것도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는데, 이슬람교는 각 존재에 대해서 비교적 구체하게 밝히고 넘어가고, 알아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뭐 덕분에, 서유럽에서 과학혁명이 시작된 많고 많은 이유 중에서 하나는 되지 않을까 생각하긴 합니다만... 이건 주제를 벗어나므로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면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날카로운 생각거리 감사합니다. 아루에님!
19/04/11 14:57
저는 영어 자신있지만 일부러 영상 안 보고 글 다 읽었습니다. 칭찬해 주세요.
보통 저런 신비주의나 종교에서 종말 얘기할 때는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선악을 은유하는 계기로 활용하는데, 묘하게 아즈텍인들은 뭔가 좀 허무주의적 경향이 짙었나 싶군요. 완전히 외부의 변덕스러운 의지에 의해 조져지는 결말을 보고 있자면요.
19/04/11 15:14
복슬이남친동동이님 제 글을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도 채널에서 나레이션을 담당하는 "Red"라는 분이 참 능청스럽게 읽어서 정말 꿀잼입니다 크크... 나중에 심심할때 한번보시면 정말 재미있을거에요! 아즈텍 신화는 정말 '테스카틀리포카'의 트롤링이 빛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요. 마치 과학의 시대에 살고있는 현대인이, 인류를 배려하지 않고 흐르는 입자과 자연현상을 보면서 두려워하듯이요. (옛날사람처럼 번개가 친다고 놀라진 않겠지만, 인간이 없어도, 신이 없어도 아무렇게나 번개는 칠거라는 요즘 세계관도 사실 좀 무서운게 아니지요!) 심지어 아즈텍 제국은 그들이 어떻게 할수 없는 과학기술을 통해 배를 타고 찾아온 스페인 제국에 의해 멸망해야했습니다. (천연두의 공헌이 제일 컸지만 이또한 배를 타고 군인들과 함께온 것이었지요.) 아즈텍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진 시대의 종말을 방지할 방법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무심한 트롤링을 견디어내며, 힘들땐 힘들고, 지칠땐 지치고, 화낼땐 화내는 우리 조장뱀신 '케찰코아틀'이 있는 세상이라면 아주 끔찍하진 않지 않나요? 달콤씁쓸한게 정말 살맛나겠네요! 아.. 인신공양은 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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