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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1/17 18:23:13
Name aurelius
Subject [어록] 로마사 논고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마키아벨리의 통찰

오늘 글을 부쩍 많이 올리는 거 같아, 민망합니다만, 이걸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 


마키아벨리는 흔히 <군주론> 때문에 군주주의자로 오해하고 하는데, 실제로는 아주 열정적인 공화주의자였습니다.

그가 평생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자유>, <법률>, <명예>, <덕>이었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해 로마역사를 탐구했었죠.

 그가 저술한 모든 저작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저서가 <로마사 논고>인데, 여기에서 인상적인 대목 몇 가지 공유합니다.

(괄호 안은 제 사견입니다) 

 

 

- 평민과 원로원의 대립이 로마 공화국을 자유롭고 강력하게 만들었다

 (자유를 위해서 균형과 견제는 필수적인가?)


- 인민과 귀족 어느 편이 더 확실하게 자유를 보호하는가? 그리고 새로이 권력을 얻고자 하는 자와 기존의 권력을 보유하고자 하는 자 가운데 어느 편이 분란의 원인인가? 

(관심 가질만한 아주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여전히 모든 민주정들의 숙제이기도 하죠)

 

- 공화국에서 탄핵권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 공화국이나 왕국의 창설자는 명성을 누려야 하는 반면, 참주정치의 시조는 응당 비난을 받아야 한다

 

- 군주정에 익숙한 인민은 우연한 사태로 인해 자유를 회복하더라도 자유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 부패한 인민은 자유를 얻더라도 자유를 유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 부패한 도시에 자유로운 정부가 이미 존재한다면 어떻게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만약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수립할 수 있는가?

 

- 잘 조직된 공화국은 시민에 대한 상벌제도가 분명하며, 공을 세웠다 하여 잘못을 묵인하지 않는다 

 

- 사람이 완전히 악하거나 완전히 선한 경우란 거의 드물다

 

- 공화국 또는 군주는 인민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을 부득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지체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의 마크롱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뒤늦게 상황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유류세 인상 철폐를 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죠)


- 국가의 내부 또는 외부로부터 커다란 위험이 엄습했을 경우, 그것을 직접 공격하기 보다는 그것을 다루면서 지연시키는 정책이 훨씬 더 안전하다 

 (이것이야 말로 외교의 꽃이라고 봅니다) 


- 고위직에 있는 시민들은 하급직에 있는 시민들을 얕보아서는 안 된다 

 

- 허약한 공화국은 우유부단해서 결단을 잘 내리지 못한다; 설사 그들이 어떤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것은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부득이한 필요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 중간단계를 적절히 거치지 않고 겸손에서 오만으로, 자비에서 잔인함으로 돌변하는 것은 경솔하고 무익한 것이다

 (군대에서도 경험할 수 있죠.... 착하고 순한 선임이 갑자기 군기 잡으려고 폼잡으면 누구도 그를 듣지 않습니다) 


- 지도자가 없는 다중은 무력하다

 

- 인간은 하나의 야심에서 다른 야심으로 뛰어오른다; 처음엔 공격을 받지 않고자 하지만, 나중엔 공격을 가하고자 한다

 

- 인간이란 일반적인 것에는 잘 속을지 모르지만, 구체적인 것에는 잘 속지 않는다

 

- 인간은 표면상의 훌륭함에 현혹되어 빈번히 자신들의 파멸을 초래하는 일을 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커다란 희망과 강한 약속에 쉽게 움직인다

 

- 인민이 타락하지 않은 도시에서 공공사는 쉽게 처리된다. 평등이 있는 곳에서는 군주국이 수립될 수 없고, 평등이 없는 곳에서는 공화국이 수립될 수 없다

 

- 사람들은 무리를 이루면 대담하지만 개인으로서는 소심하다

  

- 겸손함으로 거만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결국 자신을 망치는 자들이 많다 

 (지나치게 겸손하면 무시당하거나 업신여김을 당할 수 있습니다) 


- 자신에게 어떤 이득도 없이 타인에 대해 경멸과 모욕을 일삼으면 단지 증오를 초래할 뿐이다.

 

- 항상 행운을 얻고자 기대하는 자는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 지위가 사람을 영광스럽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그 지위를 영광스럽게 한다. 

=======================================================================================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말들이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1500년대나 2019년이나, 여전히 유효한 말들이 많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본성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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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9/01/17 18:33
수정 아이콘
외교의 꽃이 히틀러를..
흐흐 마키아벨리 이야기가 재미있는게 많죠.
군주론은 자소서 포트폴리오같은거라 좀 당황했다능
aurelius
19/01/17 18: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외교사에서 뮌헨협정만큼 오용된 사례가 없는듯합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국내외적으로 마주한 객관적 현실에 대해 지극히 이성적으로 접근한 것이고 히틀러가 비이성적인 접근을 한 것이었죠. 당시 영국과 프랑스로서는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더 생각할 여지를 주자면, 독일에 대해 경계심을 느꼈던 소련이 영국과 프랑스에 먼저 손을 건냈었는데 영국과 프랑스는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스탈린은 그럴바에야 일단 독일과 협정을 맺자 하고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이 성사되었죠. (물론 스탈린도 악당이긴 하지만...) 아무튼 만약 주데텐란드 위기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단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히틀러의 "의도"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다면 과연 세계가 더 평화로워졌을까... 과연 다른 나라들이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을까? 소련과 이탈리아는 어떻게 나왔을까? 미국은 영프의 전쟁이 정당하다고 느꼈을까? 독일인들은 뜬금없이 공격당했다고 느낀 상황에서 더욱 처절히 저항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히틀러는 협정을 위반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뮌헨협정 위반 직후 바로 전쟁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 침공 이전부터요. 사람도 순전히 의도만 가지고 처벌할 수 없고 행위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것이죠. 그것도 행위의 수위에 따라서 처벌도 달라지고요.
스덕선생
19/01/17 20:21
수정 아이콘
마키아벨리 보면 지행합일은 의미없는 말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넘어 역사상 손꼽히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앞 일을 예측 못해서 하는 일마다 죄다 실패한걸 보면 말이죠.
minyuhee
19/01/17 20:28
수정 아이콘
암살단 지부장
밴가드
19/01/17 20:58
수정 아이콘
마키아벨리는 진짜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 이해되는 사람이기는 합니다. 그것도 세계 역사에서 거의 최고 수준급으로 말이죠. 군주론에 나오는 어록들을 해당되는 전체 문맥에서 보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마키아벨리가 그 당시 쳐해졌던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처지도 고려를 해야 하죠. 마키아벨리 본인이 궁극적으로는 공화주의자이기는 했지만 현실은 공화국들이 꾸준히 오래 유지되는게 어려웠던 시절이고 좋은 군주들에 의해 돌아가는 국가도 그는 괜찮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 두 다른 체제들 아래서 모두 출사를 했죠. 군주론에 대해서 철학자 루소는 마키아벨리가 일인독재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일반인들에게 교훈을 주기위한 풍자라고 했는데 이 책이 라틴어로 쓰여졌다는 중요한 사실을 제외하면(..) 약간은 그럴만한게 그가 말년에 대중의 인기를 얻은 연극용 정치 풍자 코미디를 썼는데 거기에는 메디치 가문에게 거의 공개적인 비난이 담겨있죠. 개인적 원한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aurelius
19/01/17 21:03
수정 아이콘
그 연극 제목이 [만드라골라] 죠? 언제 함 읽어보고 싶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
다크템플러
19/01/17 21:21
수정 아이콘
이런글은 도배해도 좋다고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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