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4/22 12:18:44
Name sungsik
Subject [일반] [역사] 화냥년이 병자호란 후 조선으로 돌아온 여자를 일컫는 말?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널리 퍼진 상식이지요.

화냥년의 어원이 환향녀(還鄕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인 환향(還鄕)에 녀(女)자가 붙은 이 말이 화냥녀랑 발음이 비슷해
병자호란 후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를 나무라며 한 말이라는 거죠.

이 설은 너무 보편화 되어서 국어사전에도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에서 정절을 잃은 여자라는 의미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실록에서도 승정원 일기에서도 이 환향녀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환향이란 표현은 아주 많이 나오지만, 모두 조정에 있던 신료가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로 쓰일 뿐입니다.

실제 학계에서도 화냥녀의 어원이 환향녀라는 것에 그렇게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환향보다 훨씬 더 발음이 비슷하고 뜻까지 부합하는 단어가 이미 그 전부터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화랑(花娘)입니다.
뜻을 풀면 꽃여자, 꽃 아가씨 정도일까요.
이 설은 한진건, 박재연 교수 등의 학자들이 제기한 것으로,
화랑이란 단어는 이미 중국에서 몸을 파는 여자라는 뜻으로 아주 보편적으로 쓰였었습니다.


성종실록에도 화랑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제 유녀(遊女)라 칭하고 혹은 화랑(花娘)이라 칭하며 음란한 짓을 제멋대로 하니, 이를 금제(禁制)하는 조목을 뒤에 자세히 기록합니다.

1. 화랑과 유녀가 음란한 짓을 하여 이득을 꾀하고, 승려와 속인(俗人)이 서로 즐겨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니, 남녀의 도(道)를 어지럽게 하여 강상(綱常)을 훼손(毁損)하는 자는 소재지의 수령·만호·찰방(察訪)·역승(驛丞)으로 하여금 엄중하게 규찰하게 하여 범한 자는 범간율(犯奸律)에 한 등(等)을 더하여 논죄하고, 양가(良家)의 여자와 중[僧]은 잔읍(殘邑)의 노비로 영속(永屬)하소서.' (성종 3년 7월 10일 기사)


이 실록 기사는 지금으로 치면 매춘금지법에 대한 내용인데,
당시 몸을 파는 여자라는 뜻인 유녀와 똑같은 뜻으로 화랑이란 단어가 당시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랑이라는 중국 단어를 음차해 조선에서 쓰인 말이 바로 화냥이라는 거지요.


홍윤표 교수는 이 근거로 1677년에 지어진 박통사언해에서 드는데,
여기에 화냥녀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책에 화냥녀와 같은 뜻으로 쓰인 한자어가 양한(養漢:남자와 통간하는 여자)이고
역어유해에서 이 양한을 화랑으로 풀이하고 있다는 겁니다.

즉, 양한 = 화랑 = 화냥이라는 것이죠.


화냥녀는 화냥뿐 아니라, 화랑, 하냥, 환향, 환양으로 발음되기도 하는데,
이 환향 때문에 환향녀 설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화냥녀라는 단어가 쓰인 거의 모든 문헌에서 그에 해당하는 한자는,
화랑(花娘), 혹은 양한(養漢)이지 환향(還鄕)은 없습니다.

실제 화랑과 똑같은 뜻인 양한을 거꾸로 읽으면 한양이 되고 여기에 계집 녀자를 붙이면
한양녀로 화냥녀와 아주 흡사한 발음이 나는 걸 볼 수 있고요.


여튼 화냥녀의 어원이 환향녀에서 왔다는 건 근거가 너무나 부족하고
당시 병자호란의 치욕을 당한 조선 정부와 
그런 치욕을 당하고도 오히려 약한자를 핍박하는 조선인 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이렇게 보편화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 : 조항범 교수의 '화냥'의 어원과 의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johny=Kuma
13/04/22 12:26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13/04/22 12:37
수정 아이콘
'일컷다'가 아닌 '일컫다'입니다. ㅜㅜ...


한양녀도 그럴싸하네요.
13/04/22 12:39
수정 아이콘
키보드 오타 드립...을 치려고 해도 디귿과 시옷이 한 칸 떨어져 있군요 ㅠㅠ

수정하겠습니다.
Je ne sais quoi
13/04/22 12:4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3/04/22 12:41
수정 아이콘
흥미있는 내용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3/04/22 12:46
수정 아이콘
오호...!!!
보고픈
13/04/22 13:06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읽다 보니 우리 주위에 이렇게 정설 아닌 정설이 된 게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군요.
인간실격
13/04/22 13:07
수정 아이콘
저도 이쪽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닭도리탕, 감자뼈와 비슷하게 잘못 알려진 케이스 같아요.
13/04/22 13:41
수정 아이콘
닭도리탕은 어떤 거죠? 닭볶음탕을 일본어 조금 섞어서 만든 단어 아닌가요?
13/04/22 13:50
수정 아이콘
국립국어원에서는 닭도리탕의 [도리]부분이 일본어 鳥(とり)에서 왔다고 설명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설도 있습니다.
설마 아무리 말을 지어냈어도 [닭탕]이면 몰라도 [닭새탕]이라는 괴상한 말을 만든 다음에 [닭도리탕]이라고 했겠어?라는 의견이지요.
지나가다...
13/04/22 13:51
수정 아이콘
http://rigvedawiki.net/r1/wiki.php/%EB%8B%AD%EB%B3%B6%EC%9D%8C%ED%83%95?action=show&redirect=%EB%8B%AD%EB%8F%84%EB%A6%AC%ED%83%95#s-2
http://mirror.enha.kr/wiki/%EB%8B%AD%EB%B3%B6%EC%9D%8C%ED%83%95#s-2
(본진이 워낙 느려서 미러도 추가했습니다)

여기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전 볶음이면 볶음이고 탕이면 탕이지 볶음탕이 어디 있냐는 생각에서 그냥 닭도리탕이라고 부릅니다. 요리 이름을 꼭 순화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
swordfish
13/04/22 13:53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국립국어원은 참 개드립의 황제 같은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Smirnoff
13/04/24 14:02
수정 아이콘
닭볶음탕은 그냥 개드립이죠. 볶음탕은 뭘 어떻게 하면 볶음탕이 되는지 -_-.......

참고로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표기를 존중해서 '탓토리탄'이라고 한답니다.
swordfish
13/04/22 13:16
수정 아이콘
행주치마 어원과 더불어 정말 쇼크네요.
얼마나 오래 낚였던가 행주치마....
13/04/22 13:28
수정 아이콘
행주치마 설이나 환향녀 설이 사실 정서적으론 더 잘맞는 측면이 있지요. 또 스토리가 가미되면 원래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요. 흐흐
제 시카입니다
13/04/22 14:12
수정 아이콘
저는 이제야 낚시에서 벗어났네요 허허;;
13/04/22 13:21
수정 아이콘
잼나네요 잘읽었습니다
제 시카입니다
13/04/22 14:12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리그오브레전드
13/04/22 15:43
수정 아이콘
조선의 수도는...!!
헬리제의우울
13/04/22 19:04
수정 아이콘
전 병자호란때가 아니라
몽골때 공녀로 꿀려갔던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알고 있었는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777 [일반] 루머: 갤럭시 S26 프로, 디스플레이 크기 및 배터리 용량 유출 [46] SAS Tony Parker 3998 25/08/17 3998 0
104776 [일반] 귀멸의 칼날 - 무한성1 보고 왔습니다 (노스포) [20] 빵pro점쟁이3632 25/08/17 3632 0
104775 [일반] AI 이미지툴의 발달은 점점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SNS에 공개하지 않게끔 만들것이라고 봅니다. [39] 페이커755836 25/08/17 5836 11
104774 [일반] 내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날들. [11] aDayInTheLife3879 25/08/16 3879 6
104773 [정치] 이준석은 망할 수밖에 없다 [240] 짭뇨띠11794 25/08/16 11794 0
104772 [일반] 인간은 현대문명에 적합한 존재인가? [12] 고무닦이4109 25/08/16 4109 5
104771 [정치] 읍면동장 ‘주민 선출제’ 추진한다 [50] VictoryFood7331 25/08/16 7331 0
104770 [일반] 노력과 행복질량보존의 법칙 [2] Categorization3012 25/08/16 3012 1
104769 [일반] 『루리드래곤』- 굴복이 아닌 이해로 다름을 인정받는다는 것 [12] Kaestro2710 25/08/16 2710 8
104768 [일반] 휴대폰 수리하러 와서 넋두리... [14] 앗흥5146 25/08/16 5146 3
104767 [정치] 윤미향, 이용수, 위안부 문제와 장기 사회 운동에 대한 매우 긴 글 [428] 사부작13308 25/08/16 13308 0
104766 [일반] 저출생(산)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 [44] Categorization5625 25/08/15 5625 0
104765 [일반] 강속구 vs 변화구 (下) [5] 無欲則剛4254 25/08/15 4254 2
104764 [정치] 윤석열 1차구속 당시 휴대폰 반입 [68] Croove10589 25/08/15 10589 0
104763 [정치] 국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 "연해주를 합병하고 군대를 주둔시키겠다" [64] 깃털달린뱀9163 25/08/15 9163 0
104762 [정치] 펀쿨섹좌, 고이즈미 日농림상, 야스쿠니신사 참배. (한국에서 현충원 참배후) [31] 코로나시즌6459 25/08/15 6459 0
104761 [정치] 앞으로의 자산 시장 [32] 문재인대통령6367 25/08/15 6367 0
104760 [일반] LLM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마법의 프롬프트 [16] 번개맞은씨앗3708 25/08/15 3708 0
104759 [일반] 바이킹 전사의 평화로운 일상을 알아보자 [8] 식별2841 25/08/15 2841 15
104758 [정치] 전당대회 중 탄찬 향해 '배신자' 전한길, 제명 거론되었지만 경고. 친윤 후보들은 적극구애 [53] 린버크7037 25/08/15 7037 0
104757 [일반] [팝송] 존 케이 새 앨범 "SALT + LIGHT" 김치찌개1641 25/08/15 1641 0
104756 [정치] 이해찬 전 대표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던 사진. [53] petrus7238 25/08/15 7238 0
104755 [일반] 이덕일은 본인 주전공인 독립운동사로 꾸준히 나갔으면 지금과는 평이 완전히 달랐을 거라 봅니다. [5] petrus3380 25/08/15 3380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