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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8 10:23
끼이익.
문이 열리며 고도비만으로 보이는 사내가 들어왔다. 점원은 미국인에게나 볼 수 있는 배둘레 사이즈에 내심 감탄하며 기계적인 인사를 뱉어냈다. "어서오세요" "저기, 이거요." 그는 스마트폰으로 러닝데이터를 보여주며 행사상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풍기는 분위기에서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1km에 2분23초?' 아침 일진이 좋았다면 시선 관리를 할 여력이 있었겠으나 오늘의 인내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점원은 그의 배와 스마트폰을 두어번 흘끗이다가 작은 한숨까지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이거 한정수량이라 치팅관리를 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그 남자는 덤덤한 표정으로 익숙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밖으로 나갔다. 끼이익. 잠시 뒤 점원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남자가 잠시 몸을 풀더니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며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더니 육상선수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Bob(*철권캐릭터)의 현신이었다. "손..손님 죄송합니다..! 저기요!" 점원은 급하게 따라나가보았으나 이미 그는 잡을수도 없는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25/04/18 12:33
'다음 매장까지 3km.'
페르마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물론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그가 향하는 곳은 한정판 러닝화를 판매하는 사실상 마지막 매장이기 때문이다. 그곳마저 거절 당하면 비열한 되팔렘의 신세를 져야 하리라. 지난한 중고나라 잠복, 네고 밀당, 더치트 조회... 지겨웠다. 이번만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며 페르마는 이마의 땀을 훔쳤다. 준비가 필요했다. ..... 어플이 8분 11초라고 알렸다. 평소보다 느린 페이스. 오전 내내 4개 매장을 도느라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이리라. 딸랑. 직전 매장보다 선량한 인상의 점원이 계산대 너머로 보인다. 매장은 한산했다. 그렇다면 승부다. "헛, 헛1" 괜한 마른 기침을 하며 페르마는 점원이 자신을 보길 기다렸다. 이윽고 눈이 마주쳤다. "어서오..." 상투적인 인사말이 끝나기도 전에 페르마는 필살 공중제비를 시전했다. 출입문부터 계산대까지 약 14미터를 4번의 회전으로 착지했다. 실로 출중한 기량에 점원은 어벙벙한 표정이었다. 점원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대단하시네요. 하하..." 페르마는 본론을 꺼냈다. "클라우드붐 사러왔습니다." 아울러 오전 동안 자신이 겪었던 수모를 덧붙였다. 이야기 중 이마의 땀이 눈에 흘렀고, 손등으로 닦았지만 눈물이 나왔다. 의도한 연출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간절함을 더욱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속 쾌재를 불렀다. "죄송하지만."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다. "저희 매장엔 다 팔렸습니다. 5분만 일찍 오셨다라면..." 그 이후 말은 들리지 않았다. 매장을 나왔고, 잠시 고민했다. 문득 직전 매장에 다시 가는 방법이 떠올렀다. 하지만 차마 그 수모를 다시 겪긴 싫었다. 자신을 훑어보는 그 눈빛, 살면서 여러 번 겪었던 일이지만 도통 덤덤해지지 않았다. 짧고 깊은 한숨이 땅에 떨어졌다. .... 이틀 후, 페르마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60만원에 안 될까요?' 하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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