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08/02/20 17:12:52
Name 저글링
Subject [유머] 홍과장
※ 그냥 웃으려고 쓴 유머글인데 쓰다 보니 그닥 웃기지도 않네요; 그냥 귀엽게 봐주세요.
    조금 덧붙였습니다 -_-;





어느 깊은 가을밤 꿈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우승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마치 동굴속에서 작게

속삭이는 듯한 울리는 목소리

'콩까자....'

'콩까장.........'

'홍.  과.  장!!!'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달게 자던 잠에서 깨어났다.

'이 사람아 정신줄 났나?? 점심시간 지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자고 있어!!!'

마구 인상을 쓰고 있는 사람은 마부장이다.

영업 1부에서 3회 연속 영업왕을 먹으면서

상무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던 마부장

그러나 올해들어

계속 거래처를

경쟁업체인 커닥물산에 뺐기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더니

얼마전엔 부장으로 강등까지 당했다.

예전에는 꽤나 자신만만하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웬지

과장인 자신이 보기에도 안스러울 지경이다.

'똑바로 하란 말야~ 거래처 다녀 올테니까~ 일 똑바로 하고 있어!!'

마부장은 홍과장을 쏘아 붙이더니

주섬 주섬 서류 가방을 챙겨 나간다.

'우씨 왜 나만 갖고 그러는데?

내가 무슨 떡밥이냐?

S급이야?'

홍과장도 짜증이 났다.

마부장은 사내에서

보기드문 초고속 승진을 한 케이스라

자신보다 나이도 어렸다.

거기다

옆에는 자신의 동기인

강과장이 여전히 콧물까지 흘리며

자고 있지 않은가...

'아니 쟤는 안깨우고 왜 나만까?'

뭐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린 나이에 출세한 마부장의

학교 선배가 강과장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강과장은 요즘

영업실적도 부진하고 업무시간에도

계속 졸기 일수 인데도

마부장이 유달리

감싸고 도는거 같다.

역시 어딜가나 빽이 중요하구나..

그때 조대리와 못 보던 사원 하나가

홍과장의 책상으로 다가왔다.

조대리... 이 친구도 한 때는

눈이 초롱 초롱 빛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촉망받던 친구였는데..쯧..

조대리는 오늘 회사를 그만 둔다고 했다.

경쟁과 격무에 시달리는 영업판에 회의를 느껴서란다.

어제 둘이 소주 한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그만두면 앞으로 뭐하려고?'

'부모님이 고향에서 작은 목장을 하시는데 내려가서 목동이라도 하려구요'

'그래 자네는 어딜가나 잘할거야'

홍과장은 조대리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조대리 옆에 쭈뼛 쭈뼛 서 있는 키 큰 사원이 말을 건다.

'과장님 저도 그만둡니다.'

'자네는...누구더라??'

'과장님 너무 하십니다. 저 과장님 밑에 있는 이병민 사원입니다!!'

'아 미안하네 어제 내가 조대리랑 술을 좀 해서...

농담일세 농담 하하하'

이병민 사원 참 이 친구도 일은 잘했는데

존재감이 없는게 좀 안타까웠지...

이 친구도 어딜가나 잘할거야...

짐을 싸고 나가는

두 부하직원들의 건승을 빌어주고

홍과장은 답답한 마음이 들어

휴게실로 나가 잠시 상념에 잠겼다.

자신도 한 때는 참 잘나갔는데

무서울게 없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서글 서글한 인상과 화려한 화술

누구보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촉망받는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온통 세상이 다 내 것만 같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평소 형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 임사장에게

납품기일이 계속 늦는다며

재떨이로 연속 3번을 맞고

뇌진탕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이 후로

그는 영업직에 회의를 느꼈다.

하루 16시간을 일에 매달려도

결과가 없으면 까이는 세계

때론 친구요 형님이요 아우니 하지만

결국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인정받는 비정한 세계

그 속에 더 이상 자신이 생각하던

꿈과 로망은 없었다.

그리고 예전의 패기 넘치던

자신의 모습도 없었다.

단지 남아있는 건

자리 보존에 전전 긍긍하고

상사의 눈치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사원들을 견제하며

하루 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초라한 샐러리맨의 모습 뿐이다.


후... 한숨을 쉬고 있는데

영업2부 서대리가 말을건다.

'홍과장님 커피 한 잔 드실래요?'

이쁘고 참한 서대리는 하는 행동도 이뻐서

그가 아끼는 후임이다.

'그거 좋지~밀크커피로 한잔 부탁해'

'과장님 여기요'

'고마워 서대리'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자

우울했던 마음이 좀 풀린다.

그런데 갑자기

배 속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린다.

'뿌~웅~'

속이 안 좋은지 그만 방귀가 나왔다.

어제 조대리와 먹은 육회가 잘못 됐는지

여사원 앞에서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 미안 수고해 서대리'

서대리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다.

아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그러나 더 이상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급격히 괄약근이 풀리면서

이제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질 정도다.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가

좌변기에 앉았다.

'후......'

큰 일을 보면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문다.

변기에 앉아 담배를 피는 이 시간이

어쩌면 요즘들어

가장 마음 편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사무실 내에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만 같다.

나도 이제 슬슬 딴 일을 알아 볼 때가 아닐까?

이제 무뎌질대로 무뎌진 머리와 육체로

영업이란 힘든 일을 얼마나 더 해 나갈 수 있을까?


그때

'흑 흑... 흑 흑....'

화장실 옆 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흐느끼는 울음 소리 같은데...

누군진 모르지만 울고 있었다.

홍과장도 우울한 맘이 괜히 더 울적해졌다.

아마 영업하다 힘이 들었겠지...

뭐 다들 힘든 시기니까...

평소라면 그냥 무시했겠지만

웬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옆칸의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 울고 있는 것 같아

오지랍 넓게 말을 걸어본다.

아니 그냥 말을 걸지 않으면

자신도 웬지 울 것만 같았는지도 모른다.

'영업이 참 힘들죠?'

'요즘은 또 다들 힘드니까 더할거에요..'

'이래뵈도 저도 한 떄는 영업왕을 꿈꾸며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 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참 어떻게 된 인간이 항상 2등만 했어요.....'

'1등이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전 영업이 좋았어요...뭐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좋았어요...'

'내가 회사의 얼굴이고 1등보다 멋진 2등이라고 생각하면서 영업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저도 요즘은 힘이 드네요...'

'그래도 힘내야죠 영업 힘들다는거 모르고 시작한거 아니자나요'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까 그래도 끝까지 후회 않고 가 보렵니다.'

'그쪽 분도 힘내셨으면 좋겠네요...'

딱히 상대방의 대답을 듣기 위해 한 말도 아니지만

쑥스럽고 멋쩍은 생각이 들어

홍과장은 담배를 피는둥 마는 둥하고

재빨리 물을 내린 뒤 사무실로 들어왔다.

강과장은 여전히 자고 있었고

자신은 이제 마부장이 들어 오기전까지

실적 자료를 만들어 나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일?로 농땡이를 치다 보니

퇴근 시간까지 얼마 남지않았다.

아무래도 또 한소리 듣겠군

'잘 되가나??'

이크 마부장이다.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하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너도 양반은 아니구나...

홍과장은 뒤돌아서서

의기 소침한 표정으로

마부장의 표정을 살폈다

순간 마부장 눈이 조금 빨갛게

부어 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만의 착각이었을까?

마부장은 아까와는 달리 그리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좀 더 차분해진 표정이다.

'홍과장 아까는 내가 미안했네...실적 자료는 내일까지 마무리하게
그리고 괜찮다면 오늘 술 한잔 어떤가?
상사와 후임이 아닌 인생 선배로서 앞으로 내게 조언 좀 많이 해주게나...'

마부장은 웬지 쑥스러운 듯 말을 건내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홍과장 얼굴에 살짝 웃음이 걸린다.

냉정하기만 하던 마부장이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가시는 것 같다.

그래 어차피 영업판도 사람사는 세상 아닌가?

영업을 조금 못하면 어떤가...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거 아닌가

홍과장은 웃으면서 마부장에게 말을 건낸다.

'마부장님 제가 잘 아는 육회 집이 있는데 거기서 오늘 한잔 하실까요?'

영업 1부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간다....


<끗>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초롱이
08/02/20 17:17
수정 아이콘
육회집...
six times house(?!)
...일까요
최승규
08/02/20 17:20
수정 아이콘
肉회집
08/02/20 17:23
수정 아이콘
자작소설인가요?
전개가 깔끔하고 좋네요
실컷 웃었네요
슬쩌쿵
08/02/20 17:28
수정 아이콘
으아.. 저는 슬펐는데.. 사실 많은 회사원들은 회사가 더럽고 치사해도 자식, 사놓은 집 대출금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해서 저렇게 다닌다는 생각을 하면 슬픕니다.
사랑니
08/02/20 19:14
수정 아이콘
우와..필력이 좋으신데요.2부도 기대할게요..^^
넘팽이
08/02/20 19:45
수정 아이콘
첨엔 웃으며 봤는데 나중에는 참 가슴이 찡하네요.
08/02/21 03:13
수정 아이콘
콩까장......흑흑 ㅠㅠ
여자예비역
08/02/21 10:24
수정 아이콘
콩까장의 충격에 이은 탄탄한 전개~ 필력 좋으시네요...
Fragrance
08/02/21 11:43
수정 아이콘
좀 짠하네요...ㅡㅜ
슬픈비
08/02/21 16:2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5844 [유머] 너는 이미 2등급이다 [26] SCVgoodtogosir9309 09/01/21 9309
55211 [유머] 지금 피겨갤 동영상 갯수에 놀라서는 안됩니다 [1] 모모코맛홍차5470 09/01/01 5470
53741 [유머] 1등신부감은 누구? (절대 제가 한말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이 한말이더군요) [48] mix.up7359 08/11/16 7359
53044 [유머] pgr의 고3,혹은 n수생 여러분. 강좌추천입니다. [14] 낭만토스4900 08/10/24 4900
51603 [유머] 이럴 수 있다면 2등이 되고 싶어요! [13] 해피7920 08/08/29 7920
51196 [유머] [TEXT] 제 친구 대학 신입생 시절.... [22] 낭만토스6721 08/08/14 6721
49997 [유머] 검색어 순위도 2위인 콩락.. [9] 반니스텔루이8098 08/07/02 8098
49385 [유머] 추억의 문제? [6] AuFeH₂O4710 08/06/09 4710
48227 [유머] 생각없는 친구 35탄 [27] 천생연7985 08/04/30 7985
48187 [유머] 저는 콩입니다. [23] 리콜한방7928 08/04/28 7928
47894 [유머] 홍진호 한의원 [8] Rosencrantz7017 08/04/16 7017
46618 [유머] 홍과장 [10] 저글링6756 08/02/20 6756
43636 [유머] 대선도 등급제 시행합시다.. [31] Nothing better6724 07/11/17 6724
42162 [유머] 언수외 등급으로 본 인간상 [53] Daylight8754 07/09/04 8754
41208 [유머] 이것은 계층을 나누는 유머? 기준은 돈, 외모, 나이. [14] Sly6535 07/08/01 6535
36469 [유머] [웃대펌] 제 6회 슈파대진표 결정났어요 [18] 밥달라고꿀꿀6795 07/01/15 6795
32668 [유머] 1988년생 본인의 추억들 [37] Ntka6712 06/10/18 6712
32177 [유머] 박지호선수 힘내세요 [15] 게레로6620 06/10/06 6620
28402 [유머] 카트라이더의 숨겨진 비밀 [10] rewind5136 06/07/10 5136
28117 [유머] 수비형 유머가 이런거였군요. 그럼 저도 하나(고전유머일지도) [9] 머지않아..3374 06/07/04 3374
27229 [유머] 프로게이머 치킨비유 [15] 지수냥~♬6933 06/06/09 6933
25447 [유머] 가장 뛰어난두뇌를 지닌사람은? [16] 올빼미6806 06/04/29 6806
23212 [유머] 남자의 등급! [68] 졸린쿠키9923 06/03/06 992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