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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3 21:16:27
Name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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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르비
Link #2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7/682263/
Subject [유머] 생활과 윤리 문제 오류에 피터 싱어에게 직접 문의한 학생 (수정됨)






9번 문항은 어떤 문항일까요? 바로 해외 원조에 대한 롤스와 싱어의 입장을 묻는 문항입니다.







생윤을 선택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갑은 롤스이고, 을은 싱어입니다.

평가원은 이 문항에 대한 정답이 1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4번이 오답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결국, 4번 선지가 싱어의 입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평가원의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제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활발하게 강의하고 있는 싱어 교수 본인에게 직접 이메일을 통해 문의한 결과, 그는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이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함께 이메일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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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싱어 교수님께

편안한 여름을 보내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해외 원조에 대한 교수님의 책들을 읽고 저는 매우 감동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저의 윤리적 의무에 대해 생각하고 여러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충 제가 어느 대학에 나온 누구라는 내용인데, 개인정보라서 생략합니다.)

  

교수님께서 제 질문에 답변해주신다면, 제게 있어서 큰 영광입니다. 제가 읽은 바에 의하면 해외 원조에 대한 교수님의 관점에서 볼 때, 가난한 나라들에 살고 있는 절대 빈곤에 처한 시민들을 원조하는 것이 도덕적인 의무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교수님의 관점에서 볼 때, 교수님께서는 부유한(풍요로운) 국가들에 사는 모든 국민들을 해외 원조의 대상에서 제외하시는지요?

  

(제가 추측하기로는, 교수님께서 그들 모두를 제외할 것 같은데, 왜냐하면 교수님께서 해외 원조의 대상으로 선정한 개인들은 절대 빈곤에 처해 있고, 그러한 절대 빈곤은 부유한(풍요로운) 국가들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부유한(풍요로운) 국가들의 몇몇 시민들이 절대 빈곤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 원조에 대한 우리들의 도덕적 의무는 절대 빈곤을 겪고 있는 가난한 나라의 시민들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부유한 국가들의 통화(화폐)는 가난한 나라들에서 훨씬 더 큰 구매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사회적 유용성을 창출하는 곳에 돈(자원)을 쓰는 것이 합당하므로, 제가 추측했을 때 싱어 교수님께서는 해외 원조의 대상에서 부유한 국가들에 살고 있는 시민들을 제외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의 추측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렇게 교수님께 여쭤보는 것입니다. 교수님, 교수님의 관점에서 볼 때, 부유한(풍요로운) 국가들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을 해외 원조의 대상에서 제외하시는지요?

  

교수님의 지적 성취를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혹여나 제 편지가 무례했거나 형식에 어긋낫더라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따뜻한 안부를 전하며,

(제 이름은 개인정보라서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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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싱어 교수의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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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을 해외 원조의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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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에 대한 증거를 모두 제시하겠습니다.


(위의 이미지)

혹시 사진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orbi.kr/00030913884



평가원의 관계자 분에게 직접 이메일로 전송해드릴 수도 있고요. 아무튼 이제 문항의 발문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은 서양 사상가 갑, 을의 가상 대화이다. 갑, 을의 입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을 사상가인 싱어 교수 본인이 4번 선지에 대해 동의했기 때문에, 이 문항에 대한 평가원의 발표는 오류입니다.

참고로, 피터 싱어가 해외 원조에 대해 서술한 책인 "세계화의 윤리", "실천윤리학"을 번역하신 김희정 선생님, 황경식 교수님, 김성동 교수님께도 이미 제가 이메일을 다 보내서 문의를 드렸습니다. 3분 중 2분의 선생님들께서 이미 제 의견이 맞다는 입장의 답변을 해주셨고요. 나머지 한 분의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냥 솔직하게 오류를 인정하세요. 예전에 어떤 실력 좋은 국어 강사가 평가원에 이의를 제기하자, 평가원이 그 강사에게 업무 방해로 고소하겠다고 뒷담화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설마 제게도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매번 생윤 수능이 끝나면 학생들 중에 '뭔가 이상하다', '국어적인 표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교육과정 이탈 아닌가', '너무 지엽적이고 교과서나 연계교재에 본 적이 없는 표현이다', '오류 같다'고 하소연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의 억울함이 타당한 경우도 많고요. 공부를 못해서 입시를 망친 거면 그런 하소연을 무시해도 되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평가원이 문제를 엉뚱하게 내서(교육과정 이탈, 국어 표현상의 실수, 학술적인 오류 등) 학생들이 입시를 망치게 된다면 이건 그야말로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 대한 평가원의 업무 방해 아닌가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수능 끝나고 억울하게 피눈물을 흘리면 안 되죠.



수험생 여러분들, 혼란스러우신가요? 아래의 두 단계만 이행하시면 됩니다.



1. 이해하기

싱어는 절대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해외 원조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싱어의 관점에서 볼 때 부유한(풍요로운) 나라에는 절대 빈곤이 사실상 없다. 그리고, 만에 하나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이 부유한 나라에 있다고 하더라도, 싱어는 공리주의자이기 때문에 같은 돈으로 기부를 하더라도 그 돈이 최대한의 사회적 유용성을 창출할 수 있게끔 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같은 10만원을 기부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보다는 방글라데시에서 그 돈을 갖고 구매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싱어의 입장에서 볼 때, 부유한 나라의 '모든'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제외된다).



2. 암기하기

만에 하나 평가원 출제진들이 고집을 부려서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선지가 수능에 또다시 출제된다면, 그냥 수능 당일날 머릿속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죄, 일단 지금 당장은 평가원에 순응하자'를 3번 외치며 해당 선지가 싱어의 입장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처리하시면 됩니다. 지금 바로 6평 인쇄해서 9번 문항 4번 선지 옆에 "이 선지는 이해하지 말고, 평가원 입장을 암기하자"라고 적어놓으세요.





1, 2대로만 하시면 수능에서 손해보실 일 절대로 없습니다. 오히려 오류가 오류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게 더 위험합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싱어 정도 레벨이면, 그 사상이 마치 톱니바퀴 여러개가 굴러가듯 대단히 정합적입니다. 근데 평가원이 엉뚱한 선지를 하나 내면, 마치 톱니바퀴에서 톱날 하나가 어긋나면 톱니바퀴들 여러개 중 단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듯, 싱어의 이론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불가능해지게 되고, 수험생들은 '아 불안하네. 생윤 괜히 선택했어.'라고 생각하게 되어 수능 때 시험에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ps.

제가 이러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모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이 사실상 학술적인 지적을 100% 전담하셨고, 저는 그냥 사후적으로 책 읽어보고 번역 좀 해서 이메일을 보낸 게 전부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도덕윤리교육연구모임" 힉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그저 힉스 선생님이 차려주신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셈입니다.

http://cafe.daum.net/moraltc/MS9O/816



아울러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댓글알바 분들에게 경고합니다.

https://orbi.kr/00030913884

위 링크를 통해 싱어 교수와 제가 주고받은 이메일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평가원은 1번 선지(갑: 원조 대상국의 정치 문화의 개선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이 정답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작성자는 4번 선지(을: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 정답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평가원은 '이상없음' 판결을 내렸는데,

작성자는 을 사상가에 해당하는 피터 싱어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4번 선지가 맞는 내용인지 아닌지를 물은 결과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인증 사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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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 21:25
수정 아이콘
저도 4번 찍었네요.
므라노
20/07/03 21:31
수정 아이콘
아니 교수님 Yes, I do 한마디라니 너무 쿨한거 아닙니까 크크크크크크크
하긴 피터 싱어 정도 되면 세계적인 석학이니 이메일이 전세계에서 쏟아지는데 답변을 해주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긴 합니디만 크크.
던파망해라
20/07/03 21:31
수정 아이콘
본인이 그랬다고 그럼에도 기어코 아무튼 틀렸음 태도를 고수하는 평가원이 과연 고칠지 크크크
풀캠이니까사려요
20/07/03 21:39
수정 아이콘
저번에 시인이 나는 그렇게 쓴게 아닌데? 라고 한적도 있지 않았나요?
이선화
20/07/03 21:52
수정 아이콘
있었죠. 근데 문학은 좀 달라서... 작가의 자신의 작품 해석이라고 해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라서...
부질없는닉네임
20/07/03 21: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유명한 이야기인데 사실 평가원에서 낸 수능이나 모의고사에서는 그런 적 없습니다.
교육청에서 나온 모의고사에서 그랬다고 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Uf4u_34JgFw)

그리고 사실 시인의 의도와 달라도 상관은 없죠. 수능 국어 문학에서는 2가지를 묻습니다.
1. fact가 맞냐 (시각적 이미지가 쓰였다, 도치가 쓰였다 같은 객관적 사실들)
2. <보기>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맞는 거를 고르는 거지, 시인의 내면세계를 파악하는게 아닙니다.
둘 다 진짜 문학 해석, 비평이 아니고 그냥 지금 당장 눈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문제 푸는 거죠. 제가 국어 과외를 하면서 수능 지문들 정말 여러번 봤는데 선지들은 'A시의 주제는 B이다'가 아니라 'A시를 C의 관점에서 보면 D로 해석될 수 있다'이런 식이에요. 오답들은 아예 사실관계의 측면에서 그냥 헛소리들이고 소거법을 통해서 나온 정답은 '이러이러한 객관적 사실과 보기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면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다'라는 식이죠.

한용운이 '임의 침묵'을 연가로 쓴 건지, 조국의 독립을 바라면서 쓴 건지, 불교적 진리에 귀의함을 드러내기 위함을 쓴 건지, 그건 한용운만이 압니다. 하지만 <보기>로 준 관점이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입장에서 쓴 거라고 보았으면, 문제는 그 관점에서 해석하면 됩니다. 한용운이 그 문제를 보고 띠용할 수도 있죠. '아니 나는 연애편지로 쓴 건데 니들은 왜 과대해석함?'
류지나
20/07/03 21:39
수정 아이콘
평가원 : 앞으로는 죽은 철학자들의 문제만 내야 되겠군
꿀꿀꾸잉
20/07/03 21:46
수정 아이콘
평가원은 정답을 지키기위한 암살자를 교수에게 보내게되는데..
Lord Be Goja
20/07/03 21:53
수정 아이콘
느닷없이 생각나는데..
고등학교때(남고,중학교는 남녀 별반) 문학선생님이

여자애들 냄새도 못맡아본애들한테 내가 이소설을 가르쳐야 하는데 말이지
소녀 보라색옷이 죽음을 상징 이런게 니들이 연애감정 이해하는데 뭔소용이냐 이거 본질은 퍼즐이 아니라 연애소설이라고 낄낄거리시다가

학교에서 배우는 작품들은 다 박제한 시체야 .니들은 커서 한번 더 읽어보라고 하셨던 기억이..

그후로 20년이 흘렀지만,여전히 여자냄새도 못맡아봤다는건 함정입니다 선생님.
멀면 벙커링
20/07/03 22:45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문제를 잘못 냈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습니다."란 말 한마디도 못하나요??

평가원도 꼰대들이 다 장악하고 있나보네요.
사상최악
20/07/03 22:47
수정 아이콘
굉장히 재밌는 일이네요.

기본적인 독해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을 사상가의 발언이 4번 보기와 대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공부를 어느 정도 한 학생이면 말할 것도 없죠.

을 사상가의 실제 모티브가 누구인지 알 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한 학생일 겁니다.
저는 을 사상가가 싱어인지 모르겠지만 싱어가 맞다고 치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한 학생이겠죠.

그런데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학생이 저런 기본적인 내용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재밌네요.
공부를 했다면 모순을 이해했을 것이고 공부를 안 했다면 어느 사상가인지도 모를텐데요.

마치 평가원 문제가 오류인양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단순 암기 위주 학습으로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구밀복검
20/07/04 05:15
수정 아이콘
학생이 아니라 인강 강사인 듯합니다. 논의를 주도한 것은 고등학교 윤리교사고요. 비판자들의 주장은 싱어의 원전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http://cafe.daum.net/moraltc/MS9O/816
https://orbi.kr/00030923444/%EC%B6%9C%EC%A0%9C-%EC%98%A4%EB%A5%98%EA%B0%80-%EB%A7%9E%EA%B8%B0-%EB%95%8C%EB%AC%B8%EC%97%90-%EC%9E%AC%EB%B0%98%EB%B0%95%ED%95%A9%EB%8B%88%EB%8B%A4?tags=%EC%B6%94%EC%B2%9C
좋은일
20/07/03 23:20
수정 아이콘
이걸 왜 틀리죠? 갑, 을의 가상대화이니 주어진 발화를 보고 그에 따른 주장을 추론하는 문제인데 틀릴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나요? 저는 학생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비바램
20/07/03 23:53
수정 아이콘
'극단적 빈곤을 겪는 사람들'은 부유한 국가에는 없다라는 말인가보네요. 사람마다 용어의 정의가 미묘하게 다르니..
인물의 그림이나 어체를 통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고, 해당 사상가가 누군지를 묻는 것도 문제에 포함되기 때문에 교육청은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Hard Rock Cafe,
20/07/03 23:56
수정 아이콘
메일 보낸 사람은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제목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군요
20/07/03 23:57
수정 아이콘
이 펌글로는 이해가 안 됐는데 오르비 링크 원글 + 링크글 + 댓글 다 읽어보니까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댓글 알바들 물 흐리는 것도 보이고)
문학도 아니고 윤리에서 본인피셜이 나왔는데 더 할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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