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06/05/13 15:45:49
Name 부산저그
Subject [유머] 복수혈전)2권 3장 황금신전 下


                        *                *                *

서문비연을 따라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석실을 전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석실 밖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에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 도데체 무슨 소리지? 회족 인부들이 이렇게 저항하지 못할텐데?"
웅성거리는 그들을 보고서 서문비연이 입을 열었다.
"좋아요. 만약을 대비해서 이제부터 이곳에 매복을 남겨두겠어요. 석문 입구마다 매복을 남겨둔다면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을 어쩌지 못할거에요."
군웅들이 감탄했다.
"과연 무림제일재녀답군. 적이 들어오지 못하고 퇴로를 차단 당하지도 않겠군."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수하를 골라 하나의 통로를 지날 때마다 서너명씩 남겨두었다.
서문비연은 그들에게 신신당부의 말을 했다.
"절대로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요. 기관을 잘못 만지면 우리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되요."
서문비연은 구대문파의 고수들에게 거의 명령조로 이야기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장문인들의 얼굴에

는 노기가 떠올랐다.
'방자한 년, 감히 우리가 누구라고.....'
하지만 황금신전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그들은 서문비연의 말을 듣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 이곳에 은거 했던 무림고수는 상당한 고난이도의 기관매복을 남겨 두었다.
'황금신전의 비급만 손에 넣는다면....'
군웅들은 얼굴 가득 불면을 품은 채 서문비연을 따라 전진했다. 지하로 향하는 도중에 갖가지 보물

들이 묻힌 석실이 있었다. 하지만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누구도 보물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들

의 목적은 오직 절세신공이 담긴 비급이다.
그런 군웅들을 보고 서문비연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당신들이 비급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넣었다고 무사히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


                        *                *                *

자신의 팔을 스스로 자른 소년이 검으로 냉혈객을 가리켰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영웅의 기개가

서려 있었다.
"넌 누구냐? 소림과 개방의 무공으로 왜 우리를?"
외팔이 소년검객 뒤에는 살아 남은 구대문파 무사들 십여명이 모여들었다. 그들 모두 냉혈객을 의심

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소림과 개방의 제자가 자신들을 공격할리 없었다.
냉혈객은 외팔이 소년검객의 늠름한 태도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과연! 난 천도맹의 위진후다."
아직 이십여세가 되지 않은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진후? 천도맹의 위진후?"
그는 위진후를 알지 못했다. 소년검객은 삼년전에는 아직 강호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냉혈객 위

진후를 알지 못했다. 그러자 소년의 뒤에 있던 군웅들이 놀라 소리쳤다.
"위진후? 위진후! 강북천도맹의 위진후! 인중지룡 위진후!"
그제서야 구대문파의 고수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냉혈객은 바로

삼년전 구대문파의 배신속에 죽어간 신주제일검 위천강의 아들, 위진후가 아닌가?
한 화상이 불호를 외치면서 말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법, 위시주는 검을 멈추시오."
소림의 중에 이어 판관필을 든 유복 입은 선비 한명이 연달아 소리쳤다.
"위진후 너의 아버지 위천강은 감히 반역을 도모하다 죽었다. 너는 더욱 충성을 해도 그 죄를 씻기

어려울텐데.. 감히 황제의 명을 받드는 우리를 공격하다니..."
그들은 황제의 명을 받은 것이 아니다.
다만 태공공이 그들에게 황금신전을 찾으라고 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태공공의 명령은 곧 황

제의 명령과 같았다.
냉혈객 위진후는 소리쳤다.
"아버님이 반역을 꾀했다고? 믿을 수 없다. 그리고 너희들이 황제의 명을 받았다고? 명을 받들어 회

족들을 죽이는가?"
그는 이미 황금신전의 비급을 눈 앞에 두고 서로간에 은근한 경계심을 가지는 군웅들을 지켜 보았다

. 그래서 구대문파가 황금신전의 비급을 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냉혈객의 말에 화상은 대답없이 불호를 외울 뿐이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구대문파의 무리들 가운데는 천도맹의 위천강이 반역을 도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무

나 강했기에 천도맹은 멸망한 것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자 거지 차림의 군웅이 소리쳤다. 개방의 제자 같았다.
"그까짓 인간 같지 않은 회족을 죽이는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 그 놈들은 오랑캐다. 서융이란 말이

다."
동이, 서융, 남만, 북적.
이들은 중원인들이 사방의 이민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얼마나 오만한 말인가? 당시 대부분의 중

국인들은 자신들 이외의 인종들은 사람 이하의 야만인 취급을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

다.
냉혈객이 코웃음쳤다. 그는 학문을 익힌 사람이다.
"헛소리! 너희들은 모두 협서, 하남 출신이냐?"
중국 고대, 주나라 전국시대의 중원은 오직 협서, 하남 두개성에 불과했다. 강남, 산동 지역 출신도

야만인 취급을 당했다.
구대문파 고수들을 바라보는 냉혈객과 조인웅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판관필을 든 선비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대를 위해서는 소의 희생이 따르는 법. 몽고족이 중원을 침입해서 얼마나 많은 동포가 죽었느냐?"
유복을 입은 선비는 한눈에 보아도 먹물을 좀 먹은 것 같았다. 그는 냉혈객의 말을 반박하려 나섰다

. 자신들이 아무 이유없이 단순히 황금신전의 비급을 노려 회족들을 죽였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 나

선 것이다.
"다시 동북의 이민족이 중원을 노리고 있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는 황금신전의 비급을 사용

하려는 것이다. 이 비밀은 절대 누설되어서는 안된다."
그는 천천히 냉혈객과 조인웅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회족인부를 죽이는 이유를 알겠느냐는 듯한

눈빛이다.
선비는 다시 소리쳤다.
"중원을 구할 수 있다면 수만명의 회족도 죽일 수 있다. 또 다시 이민족이 중원을 점령한다면 한족

의 씨가 마를 것이다."
이 말에 구대문파의 군웅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떡였다. 선비의 논리가 냉혈객과 조인웅의 논리를 압

도했다. 정파의 사람들은 항상 자신들이 정당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군웅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그까짓 회족들이 어디 인간이냐? 그 따위 야만인들을 죽이는 것을 가지고 우리를 죽이려 하다니.."
구대문파의 군웅들은 일제히 손가락으로 냉혈객과 조인웅을 가리키며 책망했다.
그들은 비록 무공이 약해 죽는 한이 있어도 자신들이 잘못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들이 바로 정파의 사람이다.
냉혈객과 조인웅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회족인부들을 대피시키고 돌아 왔던 임택이 '이때다'라고 중얼거리며 앞으로 썩 나섰다.
임택의 잔머리가 잽싸게 돌아 갔다.
"웃기지 마라. 이놈들아! 너희들이 회족을 죽여 마땅한 오랑캐라고 했는데 그럼 한가지 묻자. 소림

사를 세운 달마는 중원인이냐? 천축의 오랑캐냐?"
군웅들의 얼굴 빛이 일제히 변했다.
소림사의 화상이 합장을 하면서 말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달마 시조는 선량한 천축인입니다."
임택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흥. 헛소리. 그렇다면 너희들이 죽이려고 한 회족들은 무슨 죄를 지었느냐? 말해 봐라."
화상은 다시 불호를 외울 뿐이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임택의 말에 구대문파의 군웅들이 일시 할 말을 잊었다. 그러자 임택은 더욱 기세 좋게 소리 쳤다.
"이놈들, 너희들이 신주제일검 위천강 대협이 불충하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너희들 중에는

황제가 되고 싶은 자가 없느냐? 아니, 무림최고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 없는 놈 있으면 나와

봐라. 누구든 사람은 최고가 되고 싶어 한다. 대권욕 없는 놈이 어디 있느냐? 더구나 위천강 대협은

억울한 누명을 섰다. 누명이다. 누명!"
임택은 말을 그치고 슬쩍 쳐다보니 냉혈객이 매우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그의 아버지 위천강에 대해

좋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임택은 위천강이 누명을 섰는지, 정말로 반역을 도모 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주절거리는 것이

다.
임택의 말에 중년 선비가 얼굴 가득 성내면서 소리쳤다.
"이 무식한 놈아! 넌 어디서 요상한 소리만 들었구나."
임택은 선비의 말이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그에게 무슨 의식이나 사상이 있을리 없다. 그가 들

은 지식은 찻집에서 이야기꾼들이 떠들어대는 야사일 뿐이다.
다시 임택이 입을 열었다.
"이제 더 이상 민심은 명을 떠났다. 혼란에 빠진 천하를 더 이상 명제국이 통치할 수 없다는 말이다

."
임택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말이 술술 튀어 나왔다.
그러나 임택은 필사적이다. 변변한 무공도 없는 그가 말 싸움에서까지 밀린다면 그의 존재가치는 없

다. 그는 지금 생존을 위해 자신의 능력 몇 배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임택이 다시 소리쳤다.
"천명이란 말이다. 이 녀석들아!"
그것은 새 시대를 알리는 외침이다. 동시에 이제부터 시작될 대반란의 시작을 선언하는 목소리였다.
선비가 냉혈객을 바라보았다.
'위진후는 단순히 복수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판관필을 든 선비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미 명 조정의 실정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유가에서는 천명을 받은 역성혁명을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선비는 너무나 오랫 동안 충을 중

시하는 교육을 받았기에 감히 그런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선비가 아무런 말이 없자 외팔이 소년검객이 소리쳤다.
"웃기는 소리 마라. 천하 명군이신 영락제님을 쫏아내려고 한 위천강의 악명은 길이 남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반고 이래 최대의 태평성세다."
소년검객은 충성심은 뛰어났지만 세상 물정은 어두운 것 같았다.
임택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임택의 진정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들어 소년을 가리키며 악을 쓰듯이 소리쳤다.
"헛소리! 네놈은 부잣집이나 권문세가의 자식이지? 그렇지 않느냐? 틀렸다면 내가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어 그것으로 그네를 타겠다."
임택은 옷을 풀어 아예 배를 드러냈다. 소년이 부인하면 정말로 창자를 꺼내 줄넘기라도 할 모양이

다.
소년검객은 대답이 없었다.
임택의 말대로 그는 부유한 가문 출신이다. 고생 없이 자란 그였기에 임택의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임택이 다시 한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길을 막고 물어 봐라. 영이라는 자식이 정치를 잘하는지. 지금 중원천지는에는 땅을 잃고 헤매는

거지 천지다. 이 떡을 쳐서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아."
그러나 일부 부유한 계층들은 중원 역사상 최대의 황금기를 구가하면서 온갖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

고 있었다. 소년검객은 자신의 생활 수준을 기준으로 중원인들의 생활 수준을 판단한 것이다.
소년은 임택의 한이 서린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상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천박한 상식과

지식에 어이가 없는 듯 했다.
냉혈객이 소리쳤다.
"말 장난은 집어치워라. 그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 강한자가 법이다."
냉혈객은 사혈대에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힘 없는 자의 정의는 정의도 아니다. 오직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그는 갑자기 모래 바닥을 후려쳤다.
"지열참!"
구대문파 군웅들은 냉혈객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냉혈객이 땅을 후려치자 이상하다는 듯이 서

로 바라봤다.
펑!
냉혈객의 지열참이 땅속을 통해 군웅들을 공격했다.
"으악!"
"아악!"
순식간에 서너명이 다시 냉혈객의 지열참에 쓰러졌다.
그들은 일제히 흩어지면서 소리쳤다.
"절대 도망치지 마라. 우리들 어깨에는 사문의 명예가 걸려 있다."
"우리들의 복수는 신전 안에 들어간 사형들과 장문인들이 해 주실 것이다."
구대문파의 고수들 중 무공이 뛰어난 자들은 모두 황금신전 안으로 들어 갔다. 이곳에 남아 있던 사

십여명은 무공이 약한 순서대로 사십명이다. 즉 구대문파의 주력은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황금신

전 안에 있는 것이다.
냉혈객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일도양단!"
그러자 사막의 모래가 일제히 휘날렸다. 냉혈객의 검기가 사방으로 요동쳤다.
파파팟!
그러자 구대문파의 군웅들도 일제히 앞으로 내달렸다. 그들은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들었다.
판관필을 든 선비가 냉혈객을 향해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위진후! 아들로서 아버지의 원한을 갚는 것은 장한 일이나 먼저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알아야

한다."
선비는 위천강이 반역을 도모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하다. 아니면 또 다른 진실이 있는지...
외팔이 소년 검객도 냉혈객을 향해 육박했다. 그들은 모두 동귀어진을 각오한 필살의 절초를 내 뿜

었다.
냉혈객도 일시 그들이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달려 들자 위험을 느꼈다.
이때 냉혈객의 머리 위로 한 사람그림자가 날아 올랐다. 그는 허공에서 공격하던 판관필을 든 선비

의 양팔을 그대로 찢어 버렸다. 그는 굳건한 기상을 가진 선비였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악!"
냉혈객은 그 자가 누군지 볼 틈도 없었다. 소년검객의 검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냉

혈객은 공중에서 자신을 도운 자가 조인웅이라고 생각하고 소년검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천지양단!"
그러나 냉혈객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검에서 힘을 거두었다.
소년검객의 얼굴은 너무나 어려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것이 소년검객에게 더 큰 고통을 주었다. 소년검객은 뼈까지 드러나는 상처를

입고 뒤로 넘어 졌다. 그의 몸에서는 붉은 피가 하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외팔이 소년검객은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참고 나직이,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내가 패배한 것은 ... 나의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결코 무당의 검법이.... 낙성검법보다 못

해서가 아니다... 대무당 불패... 신화는 결코... 꺽이지 않을 것이다.... "
그의 목소리는 매우 단호했다.
소년검객은 말을 마치고 자신의 검으로 목을 찔러 자결했다. 끝내 한마디 신음도 내지 않았다.
냉혈객은 그런 소년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 소년검객은 자신의 팔을 자를 정도로 용기가 있었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사문의 명예를 지키

려 했다. 더구나 나이 어린 소년이 삼년전 강북천도맹의 멸망에 관여했을리 만무했다.
'아. 나의 복수가 끝나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만 하는가? 하지만 아버님의 한은 누

가?'
냉혈객의 마음을 눈치 챈 임택이 말했다.
"신경쓰지 마십시요. 냉혈객님, 저들이 죽이려고 한 회족의 가족들은 자기의 아버지와 남편이 살아

돌아와 매우 기뻐할 것입니다."
임택의 말에 냉혈객은 고개를 끄떡였다. 자신의 살인이 정당화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위안이 되

었다.
냉혈객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온 인형(人形)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놀랍게도 월

아였다.
"월아? 살아 있었나?"
냉혈객은 반가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유명삼살의 검에 죽은 줄 알았던 월아가 살아 있었다

.
그러나 그녀는 냉혈객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냉혈객의 뒤에서 소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호. 냉혈객. 이제 나는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따라갈거에요. 그녀는 인성을 상실한 환

영옥체마인이 되었어요."
냉혈객은 발길을 돌려 소소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 가득히 분노의 기운을 띠었다. 그는 월아가 어떻게 살아 났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이제 월아는

한낱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소소에게 다가선 냉혈객은 소소의 빰을 후려쳤다.
쨕!
"철 없는 꼬마 계집! 도데체 무슨 짓을 한거야? 너는 인간의 기본도 없단 말이냐?"
그가 소소를 후려치자 월아가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냉혈객에게 덤벼 들었다. 자신의 주

인을 해치려는 냉혈객을 공격하는 것이다.
"우워!"
냉혈객은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래. 오너라 월아! 내가 편안한 죽음을 주겠다."
그의 눈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
항상 자신의 천막으로 찾아와 괜히 시비를 걸던 월아가 생각났다. 그것은 냉혈객에 대한 그녀의 애

정의 표현이다. 아비에게 강(간)당한 더러운 여인 월아는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

러한 사실은 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냉혈객의 검이 월아를 후려쳤다.
챙!
그의 검이 부러지고 월아는 그대로 돌진했다.
이때 소소가 소리쳤다.
"멈춰!"
소소가 소리치면서 환혼령을 흔들었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에 월아는 걸음을 멈추었다. 월아는 다시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냉혈객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드러났다. 그는 소소를 향해 소리쳤다.
"더러운 꼬마 계집아. 너는 도데체 무슨 짓을 한거야? 꺼져 버려!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라

."
그는 순간적인 기분에 월아를 죽이려 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약간 진정되자 도저히 월아를 죽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월아의 애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소소를 용서 할 수 없었다.
소소는 냉혈객에게 뺨을 맞은 아픔보다 그의 말에 더욱 큰 아픔을 느꼈다. 그녀는 사막의 모래 위에

주저 앉아 두 발을 구르면서 소리내어 울었다.
"엉엉, 나는 단지 당신을 도우려고 했단 말이야. 엉엉엉."
냉혈객은 그런 소소를 상관하지 않고 황금신전의 석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 냉혈객의 뒤에 조인웅과 임택이 조용히 뒤 따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의 기운이 드리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 본 것이다. 냉혈객이 분노하는 모습을....
항상 침착하고 절대 타인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분노를 두 사람이 목격한 것이

다.
냉혈객이 황금신전 입구로 향할 때 누군가 소리치면서 냉혈객의 앞을 막았다.
"위 주인님, 멈추십시요."
그는 서문비연의 부관이다.
부관이 생각했다.
'과연 서문 주인님의 말씀은 한치의 오차도 없구나.'
서문비연은 조인웅과 냉혈객이 황금신전으로 올 것을 예상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부관에게 냉혈

객에게 전하는 편지를 남긴 것이다. 그 편지는 황금신전의 입구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부관을 불러 남긴 것이다.
냉혈객은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자를 살펴보면서 되물었다. 본 적도 없는 자이다.
"넌 누구냐?"
그의 손에는 어느새 거대한 패도가 들려 있었다. 그는 자신을 막아서는 무사를 구대문파의 생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았다.
냉혈객 앞에 반 무릎으로 앉은 청년 검객이 입을 열었다. 준수한 용모에 두 눈에는 총기가 흐르고

있었다.
"소인은 서문비연님의 부하입니다. 위주인님께서 편하신 대로 이놈, 저놈하고 부르십시요. 다만 서

문주인님께서 위주인님께 전하라는 편지가 있습니다."
냉혈객은 부관이 주는 편지를 거칠게 빼앗았다. 그 편지를 읽는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음. 믿을 수 없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는 임택은 냉혈객이 격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궁금해 죽겠구먼. 도데체 편지에 뭐라고 쓰인거야?'


                        *                *                *

서문비연과 구대문파 수뇌들은 어두운 석굴 안을 햇불로 밝히면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서문낭자, 아직 멀었소이까? 이미 백여장이나 들어온 것 같은데?"
서문비연은 자신들을 막고 있는 석문 밑에 쓰여진 글자를 해독하며 입을 열었다. 서문비연은 그 문

자들을 해독해서 석문을 하나 하나 열고 있었다.
"거의 다 왔어요. 이곳에 은거한 무림영웅은 삼백년전 송나라 시대의 전설의 무림왕인 소봉인 것 같

아요."
서문비연의 말을 들은 군웅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떡였다.
소림에서 무술을 익히고 나아가 당시 천하제일방파인 개방의 방주가 된 무림왕 소봉의 비급이 이 안

에 있는 것이다.
냉혈객 위진후가 부용공주의 영향으로 황실장서고에서 본 소봉의 격투술을 쓴 자는 소봉의 친구인

동방국 탁이다.
개방 장문인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비록 소봉이 하늘이 준 힘을 타고 태어나 공전절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림최고봉의 자리를 차지

했지만, 그는 개방의 방주가 아니오. 그는 단지 한때 개방에 머물렀을 뿐이오."
소림의 장문 대지대사도 가볍게 불호를 발하며 입을 열었다. 강북천도맹이 멸망할 때 위천강을 공격

한 천축의 탈불라마가 변장한 사람이 바로 소림의 대지대사다.
"아미타불, 그가 비록 소림에서 무공을 익혔다고 하나 우리 소림은 여러 선배가 희생되는 아픔을 격

으면서 그를 중원에서 추방했소이다. 그는 우리 소림과도 관계가 없소이다."
소봉은 거란인이다.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은 민족적 자존심이 너무나 강했다. 그렇기에 전설의 무림

왕 소봉조차도 자신들의 선배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서문비연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생각했다.
'흥. 그렇게 싫어하는 소봉의 비급이 탐이 나서 이곳까지 온 주제에...'
서문비연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소림의 대지대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대지대사가 말했다.
"아미타불, 송나라 소봉이 익힌 소림의 비전절기인 맹룡과해장은 그 이후 우리 소림에서 비급이 분

실되어 그 맥이 끊어졌습니다. 본래 소봉의 무공은 소림에서 비롯되었으니 다시 소림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개방의 장문인도 고개를 끄떡였다.
"맞는 말이오. 우리 개방도 장문인에게만 전해지는 천지합일공 십(팔)장 중 구장만이 겨우 남아 있

소이다. 소봉 이후 그 맥이 끊겼습니다. 소봉의 무공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 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

니다."
이 말을 들은 나머지 칠대문파의 장문인들의 안색이 변했다.
항상 무림에서 선두자리를 내놓지 않는 소림과 개방이 다시 전설의 무림왕 소봉의 비급을 차지한다

면 나머지 문파가 천하를 지배하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 중 무당의 태극도장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두 분 장문인의 말씀은 틀렸소이다. 소봉이 비록 소림과 개방에서 무공을 익혔다고 하나 전설로 전

해지는 바 그의 무공은 거의 대부분 스스로 창안했다고 합니다. 두 분 말씀은 옳지 못합니다."
그는 냉혈객의 아버지인 신주제일검 위천강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사람으로 현 무림 최강자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육대문파 장문인들의 안색이 밝아 졌다.
개방의 장문인은 태극도장의 말에 얼굴 가득 불만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소림의 대지대사는 가볍게 웃을 뿐이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그들의 이런 행동을 통해 소봉의 비급을 노리는 무림 각 문파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문비연이 생각했다.
'소림, 무당, 개방은 영원한 정도무림의 기둥이다. 현재 강호에 알려진 바로는 무당의 태극도장이

최강자로 알려져 있으나 소림의 대지대사도 결코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서문비연은 개방은 단지 거대한 세력을 가진 문파로 생각했다. 제자가 가장 많은 문파가 바로 개방

이다.
세 명의 무림 거두의 말을 듣던 무림 장문인들은 서로가 소봉의 비급을 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의심의 눈길로 서문비연을 바라보았다.
"서문낭자, 부친이신 강남대협은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시지 않았습니까?"
서문비연은 그들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호호, 아버님이 말씀하시기를 '아직 가문의 무공도 다 익히지 못했는데 무슨 비급이냐? 아무리 뛰

어난 비급도 능력이 모자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라고 말씀 하셨어요."
그녀의 말을 듣는 구대문파 장문인들의 얼굴색이 홱 변했다. 그 말은 자신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그들은 일제히 생각했다.
'더욱 조심해야겠다. 아무래도 서문낭자가 수상하군.'
그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서문비연이 자신들 앞에서 감히 수작을 부리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엇다. 더구나 석문 밖과 들

어오는 통로마다 자신들의 부하들이 지키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조심하면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

다.
"호호. 아버님의 말씀이었어요. 호호."
서문비연은 더욱 방자하게 웃었다.
장문인들이 기분이 좋을리 만무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수십년 수련한 자들이라 입 밖으로는 한마디

의 말도 내뱉지 않았다.
다만 태극도장이 '허허'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과연 강남대협다운 말이군. 언제 한 번 강남대협의 무공을 한 수 배워야겠소이다."
현 무림 최강자가 강남대협과의 대결을 선언하는 순간이다.
서문비연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석문을 열면서 말했다.
"자! 이제 마지막 층이에요."
웅장한 소리와 함게 석문이 열렸다.
콰르르릉..........
그러자 장문인들 앞에는 환한 빛이 들어 왔다. 넓은 석실 안에는 주먹만한 야명주 수십개가 천장에

박혀 있었다.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는 야명주가 있어 햇불이 필요 없었다.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눈 앞에 펼쳐진 비궁을 보면서 서문비연을 재촉했다.
"자. 어서 들어 갑시다. 서문낭자."
그들은 신비비궁의 문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문비연을 밖에 둔 채 안에 들어가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다.
서문비연은 냉소를 띠면서 석실 안으로 들어 갔다.
"자. 들어 왔어요. 장문인들도 들어와서 소봉의 비급을 보시지요."
그러자 구대문파 장문들도 일제히 석실 안으로 들어 갔다.
"아니? 이럴수가?"
"이게 도데체 어찌된 일이냐?"

복수혈전 2권 3장 황금신전 下 끝.
다음 장. 2권 4장 서문비연의 음모.
(첫날 밤 사라진 남편의 복수를 위해 구대문파를 통째로 황금신전에 묻으려는 그녀의 가공할 음모.
부창부수라더니.. 남편은 세상을 피로 덮으려고 하고... 부인은 남편의 복수를 위해...
만만찮은 부부.. 황금신전에서 드디어 격돌. 냉혈객+서문비연 VS 태극도장.대지대사.취걸개 등 구대

문파 장문인)

오후 2:38 2006-05-13/

이번 장의 명장면...
외팔이 소년검객은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참고 나직이,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내가 패배한 것은 ... 나의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결코 무당의 검법이.... 낙성검법보다 못해서가 아니다... 대무당 불패... 신화는 결코... 꺽이지 않을 것이다.... "
그의 목소리는 매우 단호했다.
소년검객은 말을 마치고 자신의 검으로 목을 찔러 자결했다. 끝내 한마디 신음도 내지 않았다.
냉혈객은 그런 소년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 소년검객은 자신의 팔을 자를 정도로 용기가 있었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사문의 명예를 지키려 했다. 더구나 나이 어린 소년이 삼년전 강북천도맹의 멸망에 관여했을리 만무했다.
'아. 나의 복수가 끝나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만 하는가? 하지만 아버님의 한은 누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lwaysOOv
06/05/13 18:28
수정 아이콘
잘봤어요
TheAnswer
06/05/13 18:38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06/05/13 18:53
수정 아이콘
각성하고 꾸준히 읽겠습니다.
Lady)Lucifer
06/05/13 21:22
수정 아이콘
저도 관심을 가져보겠습니다
자유감성
06/05/13 23:11
수정 아이콘
^ㅁ^
리네커
06/05/15 11:55
수정 아이콘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70749 [유머] 천하를 두고 싸우는 2영웅 [12] 부엉이11456 10/02/08 11456
64840 [유머] [공포]중부고속도로 [4] 태바리6462 09/09/22 6462
63282 [유머] 29세 남성이 자신의 집에 방화 [20] 홍맨9642 09/08/12 9642
61477 [유머] 디자이너가 그린 동서양인의 차이 [52] 김군이라네8941 09/06/26 8941
51272 [유머] 5년후 세계챔피언이 될 카게야마 히로아키입니다 [7] 라이디스6385 08/08/17 6385
45955 [유머] 암기식 영어의 잘못 사용된 예 하나!!(오래된 이야기) [12] 토쉬바5606 08/02/01 5606
40877 [유머] [펌] 맨유선수들과 스타유닛 [22] 루트7766 07/07/23 7766
37865 [유머] MBCgame 해설진 - 아홉시 크림 [27] kimbilly7361 07/03/03 7361
35146 [유머] AV걸 동서양의 차이 [18] 레이지10147 06/12/12 10147
33178 [유머] '왕의남자' 만화버전 [9] hoho9na7336 06/10/31 7336
32335 [유머] 동서냉전 [16] 화잇밀크러버5790 06/10/10 5790
27072 [유머] 헤어스타일 [7] AuFeH₂O5429 06/06/05 5429
26752 [유머] 한국사 미스터리 60가지 [29] Nimphet7553 06/05/28 7553
26139 [유머] 복수혈전)2권 3장 황금신전 下 [6] 부산저그4030 06/05/13 4030
26080 [유머] 복수혈전 번외)봉황난무 7장 패왕쟁투의 신화 [1] 부산저그3288 06/05/12 3288
25373 [유머] 복수혈전)4장 서문비연과 월아(격투술편) [2] 부산저그3669 06/04/28 3669
24523 [유머] [무협소설]복수혈전(광란총서) [1] 부산저그4561 06/04/07 4561
21177 [유머] 미국인들의 불닭에 대한 얘기 [50] FrozenMemories6725 06/01/19 6725
20677 [유머] [유명인물?] 칼 구스타프 융이란? [11] 워크초짜4624 06/01/08 4624
19736 [유머] 재미로보는 우리나라의 역사 [40] Epilogue6783 05/12/14 6783
18032 [유머] 세상의 유명한 헛소리들.. [35] 후안무치8138 05/10/27 8138
17535 [유머] 뭐...언제나 처럼...이란전 이후 일본 네티즌 반응입니다. [22] 발가락은 원빈 7990 05/10/13 7990
17342 [유머] >루리웹 펌< 10년전의 창고를 꺼내어...(스크롤 압박...^^) [23] 유르유르7134 05/10/08 713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