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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8 12:32
다섯살쯤이었나 어머니가 주사 맞을 때 안 울면 집에 가서 엿을 주겠다고 하셔서 꾹 참았습니다.
집에 갔는데 어머니가 찬장을 뒤져보시더니 미안한테 엿이 없다고 물엿을 먹으면 안되겠냐고 하시더군요.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서 필요없다고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왜 울었을까 후회가 되네요. 물엿도 맛있는데...
15/05/18 23:19
크크크 저는 주사맞거나 이 뽑으면 어머니께서 은혜김밥(다른 곳은 절대 안 됐습니다 크크)에서 김밥 사 주신다고..
그 당시에는 김밥이 어린애 입맛에는 고급 음식이었어요. 김밥 두줄에 오뎅국물 한사발 받아서 김밥을 오뎅국물에 담가 먹던 맛이 기억이 나네요. 물론 지금의 김밥XX 김밥 따위는 비할 바 못되는 외식거리였구요. 중요한건 주사 맞으면야 당연히 먹었지만 이빨 뽑으면 사 준다고 하고 이빨 뽑으면 못 먹는걸 그제야 깨닫는 걸 매번 겪었...ㅠㅠ
15/05/18 12:40
소풍에서 어떤애가 bbq 싸온걸 보고 치킨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더니 백숙을 해주셨던 엄마
근데 저는 군말않고 잘 먹었습니다. 닭은 뭘해도 맛있더라구요..
15/05/18 12:48
어릴 때였던 90년대 초만 해도 피자 먹는 날은 연회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외식으로 피자헛 간다고 해도 레스토랑 가는 정도의 분위기였고..뭐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패스트푸드가 되었지만.
15/05/18 13:14
90년대 초중반에 피자뷔페 많지 않았나요?
초딩때 오천원내고 13조각씩 먹고오고 그랬는데..크크 그땐 질보단 양이었습니다..크크
15/05/18 23:22
노원구 살 때였는데, 송파 사는 사촌형 초등학교 졸업식 갔다가 피자헛 먹은게 첫 피자였어요. 그당시에 콜라를 피처(얼음담긴 통에 콜라 1.5리터쯤)에 담아 온 것부터 충격이었고 이런 기름진 음식이 있다는 거 자체에 굉장히 충격 받았네요. 그 당시 느낌은 거의 호텔 레스토랑에 간 정도의 충격이었어요.
15/05/18 12:49
어렸을때 집앞 시장에 경양식 돈가스집이 있었는데, 시장가서 거기 지날때마다 돈가스 사달라고 떼를 썼었어요. 물론 돈가스 먹을 형편이 아니었던지라 그렇게 몇날며칠 노래를 부르니까.. 어머니께서 인스턴트 돈가스 사다가 후라이팬에 구워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10년뒤 아버지께서 돈가스전문점을 차리셨는데 그후로 얼마안가 돈가스는 쳐다도 안보게 되었죠 크크크
15/05/18 12:55
아 크크크크크크 진짜 웃프네요 크크 막 엄청 힘들게 자란건 아니어도 이렇게 우리 집이 하고 싶은걸 다 할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꼭 한 번 씩은 있는 것 같아요.
15/05/18 13:15
저는 어릴적에 어머님이 치킨집하셔서 1일2닭을 실천하고 살았으나, 현재도 3일1닭은 시전중입니다(?) 1일1닭을 못하는것은 주머니사정상..ㅜㅜ
15/05/18 13:23
평범하게 사는 집도 어릴때 건강 때문인지 피자 같은걸 잘 못먹게했죠 크크
그래서 대박 비싼 음식같은 이미지로 자리매김 했는데 나중에 커서 보면 싸구려 피자는 고기 먹는거랑 큰 차이는 없다는게 함정
15/05/18 13:35
어머니께서 빵 만들어 주신다고 떡에 가까운 밀가루덩어리를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못되가지고 안먹는다고 툴툴거렸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쎄하네요.
15/05/18 13:50
저런 이런 '신문물'에 약해서리...
고기는 좋아해서 떼를 쓰지는 않아도 사주면 걸신들린 듯 먹어치우니까 무슨 날이면 사주시기는 했죠. 저는 어릴 때부터 그런 건 특별한 날에나 먹는 거란 인식이 머리에 박혀있어서 뭔가 떼를 쓴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마저도 주위에선 상당히 풍족하게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지만.
15/05/18 14:13
국딩시절 소풍날 어머니가 돈이 없다고 100원짜리 5개를 주신적이 있습니다
어린마음에 속도 상하고 딱히 뭘 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기에 반항하는 마음으로 소풍을 다녀와 어머니께 그 500원을 돌려줬습니다 "아유~ 우리아들 착하네!" 뜻밖의 효자등극?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머니 마음이 많이 아팠겠지요....
15/05/18 14:30
저는 대학교 들어와서 피자 처음 먹어봤어요. ;;
당시 요즘 말로 썸타던 동기 여자애랑 먹으러 갔었는데, 먹을때 치즈가 엄청 느끼하다고 생각하면서 먹었어요. 그런데 나오면서 계단 올라가다가 토했... 역시 촌놈은 뭘 해도 안된다는걸 느꼈습니다.
15/05/18 14:58
제가 처음 먹어본 피자는 그.. 식빵에 치즈 올리고 케챱 뿌려서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 피자였네요
어머니가 칼을 못 쓰게 하셔서 어머니가 집에 안계시면 햄을 얹을 수가 없었습니다
15/05/18 15:40
광주는 다른 동네보다 발전이 더디어서 피자헛이나 버거킹도 매우 늦게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80년대 후반에 제대로 된 피자를 파는데가 있을리 만무했죠. 다만 충장로에 베네치아 레스토랑에서 유일하게 피자를 팔았는데 당시에 2만원 가가이 되는 가격이라 무척 부담스러웠습니다. 삼겹살 1인분에 3천원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무슨 가족 행사 같은게 있어서 베네치아 레스토랑을 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식구들은 4천원 정도 하는 음식을 선택했는데 저만 바닥바닥 우겨서 2만원 가까이 하던 피자를 시켰죠.부담이 되었던지 아버지는 자신은 생각이 없다며 주문을 하지 않으셨고 할머니도 배 안고프다며 주문을 안하시더라구요. 아마 다섯명이서 피자 한판을 시켰을겁니다. 참..... 2만원이면 각자 5가지 시키고도 남는 돈이었는데 저때문에 다른 식구들이 주문을 안했던거죠. ㅜㅜ 그때는 피자가 왜 그렇게 비쌌을까요
15/05/18 23:26
찡하기도 하고... 진짜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이었네요;; 지금 삼겹살 1인분에 평균 만원이라 치면, 피자 한 판에 6~7만원, 혹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5만원쯤은 했다는 건데;; 대단한 가격이었네요..
15/05/18 16:21
80년대 후반 월급을 계좌가 아니라 봉투에 넣어주던 시절이었던지라, 아버지가 월급봉투 받아오시는 날은 온 가족이 외식하는 날이었습니다. 시내에 경양식점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먹는 돈까스가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많이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하고 거의 일년에 한번 정도 갔었는데 그거만으로도 정말 행복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돈까스 안먹는 달에는 시장에서 엄청나게 큰 닭을 바로 잘라서 튀겨주는 통닭을 먹었는데, 그것도 그렇게 맛이 좋았죠. 지금 닭 두마리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돈까스 먹고싶다고 몇번 졸라서 어머니께서 고기를 사오셔서 만들어주셨는데 그냥 고기 튀김이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먹긴 먹었는데 별로 반응이 신통치가 않아서 인스턴트 돈까스도 사서 튀겨주시곤 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입맛이 그래서인지 치즈는 사람이 먹을게 못되는 이상한 음식인줄 알았습니다. 본격적으로 파스타나 피자를 먹게 된 것도 대학교에 온 후였는데, 처음 먹은 후 느꼈던 문화 컬쳐란... 그동안 이런 것을 못 먹고 지냈던 것이 참 억울했었죠. 어머니 암수술 직후라 그런지 여러모로 참 아련하네요.
15/05/18 16:30
저는 어릴때 깡촌에 살았어요. 전남에서도 구석구석 들어가 20가구쯤 사는 그런곳이요. 아주 가끔 읍내를 나갔는데 읍내 나갈때마다 아버지께서 짜장면을 사주셨습니다. 정말 천상의 맛이더군요. 두세달에 한번먹는 짜장면이 정말 학수고대 하며 살았었죠.
15/05/18 17:14
저랑 동생은 어릴적에 할머님이랑 같이 살았는데..
저희 할머니도 피자를 사주신다고 하시고 직접 하셨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슬픈 일인줄은 몰랐네요. 치즈랑 햄이랑 양파만 넣고 밀가루 반죽에 프라이팬으로 만드셨는데 왠지 싱거워서 케챱 뿌려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랑 동생은 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게 원래 피자 맛이려니.. 역시 서양 놈들 심심하고 느끼한거 좋아하는구나 했는데.. 대학교 와서 도미노 피자 처음 먹고 '아 이런게 피자였구나..'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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