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4/02/21 22:33:52
Name 市民 OUTIS
Subject [기타] [기타] [펌] 학생들은 감사해야 할 철학자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고대철학](앤서니 케니/김성호 옮김) p.68에서 인용합니다.

"그(아낙사고라스)의 불경죄는... 해는 불타는 쇳덩어리로 펠로폰네소스 반도보다 조금 큰 정도라...(말한 것 때문인데)... 해를 신성시하면서 숭배하는 당시의 관행과 양립될 수 없었다. 망명지(에서) 아낙사고라스는 [처음으로 학교에 방학을 도입함으로써 마지막까지 인류에게 큰 기여를 하였다]. 도시의 관리들이 그의 명예를 기리기 위하여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가라고 묻자 그는 자신이 죽는 그 달에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고 놀도록 매년 허락하라고 답하였다. 그는 쉬운 설명을 위하여 저술에 도표를 포함시킨 최초의 인물로서 [이미 많은 과학도들이 그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부가 설명을 하자면, 아낙사고라스의 불경죄 재판은 플루타르코스 비교열전 [니키아스전]에 언급이 있습니다. 실제 재판이 일어났는가에는 반대견해도 있지만 긍정하는 쪽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긍정하는 쪽에서는 그에게 불경죄를 씌우기 위해 민회에서 따로 법령을 제정하고 그에 근거하여 고소했지만 페리클레스에 의해 방면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헬라스(그리스)인들은 천체, 즉 해와 달은 신(神)이라 믿었는데 그것과 반대되는 입장을 주장해 문제된 사안입니다. 참고로 소크라테스의 불경죄는 아낙사고라스처럼 무신론적인 것 때문이 아니라, 아테네가 믿는 신과 다른 신(다이몬)을 포교했기 때문입니다. 피지알에 이와 유사한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낙사고라스]라 하지 않고 다른 인물을 적어 몰래 정정한 적이 있어서 이제사 고백합니다.

유머 포인트는 []로 강조한 부분입니다. 철학 전공자만이 아닌 일반 대학교 2,3학년생을 대상으로 쓴 대중적 저작이지만, 4권 분량의 철학사를 쓰며 이렇게 당당하게 유머를 구사하다니! 케니경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참고로, 위의 아낙사고라스의 일화는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철학자열전에서 케니경이 펌한 것인데, 그 책에 보면 불경죄의 죄명으로 첨가된 것은 페르시아 내통의 혐의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철학자열전](전양범 옮김/동서문화사) 93쪽 참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티레브
14/02/21 22:36
수정 아이콘
진심 감사한 분이네요
좋아요
14/02/21 22:3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직은 칸트죠.
마스터충달
14/02/21 22:42
수정 아이콘
칸트가 왜요 ㅠ,ㅠ 좋은 말도 많은데 그 만큼 구멍도 많아가지고;; 나올수 있는 문제가 교양수준에서도 아스트랄;;;
14/02/21 22:43
수정 아이콘
가터벨트.......
마스터충달
14/02/21 22:44
수정 아이콘
아... 맞다... 좋은분이었다 헤헤
감모여재
14/02/21 22:47
수정 아이콘
그아칸... 그런데 좋아요님은 가터벨트의 수혜를 누리신 적이 있으신 겁니까..?!
좋아요
14/02/21 22:50
수정 아이콘
2D를 통해서요. 뭔가 문제라도?
감모여재
14/02/21 22:50
수정 아이콘
아뇨.. 가터벨트는 역시 2D죠.
Rorschach
14/02/21 22:47
수정 아이콘
전 데카르트요.
직교좌표계를 의미하는 영어명 Cartesian이 데카르트의 이름에서 온 것이며 (라틴어 이름 : Cartesius) 이를 데카르트가 처음 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크크
물맛이좋아요
14/02/21 23:05
수정 아이콘
데카르트 이전에 페르마가 먼저 있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진지는 아직 못먹었습니다ㅜㅜ
14/02/21 22:53
수정 아이콘
요새는 사교육이 발달해서 방학 동안에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학원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길래..
市民 OUTIS
14/02/21 23:03
수정 아이콘
서양 쪽에서 보자면, 일단 학파나 써클을 최초로 만든 것은 피타고라스로 보입니다. 이건 종교집단에 가까우니 사설학원이라 보기는 힘들다고 치고, 그렇다면 플라톤이 원흉이 아닐까 싶습니다.
헬라스, 특히 아테네에서 공교육으로 치는 건 김나시움에서 체육을 위주로 단련하고 무지케(mousike)라고 해서 시가교육이 교양교육으로 행해졌습니다. 그 외에 무리를 지어 한 장소에서 사설교육을 행한 건 플라톤의 아카데미아가 최초 같습니다. 그보다 선배들인 소피스트들은 돈 받는 직업교사이긴 했지만 고정된 시설을 이용해서 가르친 것 같진 않습니다. 플라톤의 라이벌인 변론가 이소크라테스 역시 플라톤과 같은 시설을 운영한 것 같은니, 그 둘에게 책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위의 아낙사고라스의 제자가 이소크라테스임)
14/02/22 10:31
수정 아이콘
플라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소크라테스는 스승의 위대한 의지를 계승하지 못했군요. 이런 나쁜 철학자들은 봤나..
하여튼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20709 [유머] [유머] 유부남은 동서양 같다? [1] DogSound-_-*4367 14/10/08 4367
201824 [유머] [유머] 난 그런 상상한 적 없다고! [11] 요정 칼괴기5358 14/04/08 5358
201611 [유머] [유머] 리타 오라와 현아의 워킹 대결 [6] 효연광팬세우실4608 14/04/06 4608
199055 [기타] [기타] 동서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게임 광고 [8] 니시키노 마키5284 14/03/14 5284
196730 [유머] [유머] 쿠소겜 미션크래프트 [9] 어리버리3119 14/02/25 3119
196189 [기타] [기타] [펌] 학생들은 감사해야 할 철학자 [13] 市民 OUTIS6627 14/02/21 6627
194516 [유머] [유머] 아놔 고양이가 또 키보드위에 올라왔네 [2] 절름발이이리5207 14/02/10 5207
184282 [유머] [유머] 서양 친구에게 뭘 선물할지 모르겠다면 [5] 인간흑인대머리남캐4780 13/11/28 4780
181553 [유머] [유머] [계층/스압] 여기에 다 해당되시는 분은 pgr 몇%일까요? [21] Vienna Calling14977 13/11/10 14977
175422 [유머] [유머] 일본의 팔척귀신 모에화 [14] 미캉25833 13/09/26 25833
166025 [유머] [유머] 지하철에서 느낀 황신의 가호 [2] CrazY_BoY6346 13/07/22 6346
149211 [유머] [유머] 국내 최초 영어 번역 소설 [3] 눈시BBbr5481 13/02/20 5481
136871 [유머] 로빈슨 크루소.. 대체 그는 누구인가. [13] sungsik6204 12/10/16 6204
127419 [] 메이크업으로 동서양을 오가는 언니 [2] 김치찌개6358 12/07/01 6358
117806 [유머] [스타1] 오리지날 천하통일 직전...(+추가 문제의 저그 2번 미션) [13] 지게로봇6540 12/03/01 6540
113833 [유머] 동서양인의 확연한 차이 [11] 김치찌개5318 12/01/12 5318
112800 [기타] 미국애들이 뽑은 역대 일본애니 캐릭터 BEST 30.jpg [38] 오우거16882 11/12/30 16882
111965 [유머] 동서양의 작은 차이 [7] 김치찌개6742 11/12/19 6742
108015 [유머] 동서양의 마인드.jpg [20] 김치찌개8513 11/10/25 8513
99496 [유머] 이맘때쯤 복습해주는 타이거 우즈 디스 [6] 5379 11/06/07 5379
80218 [유머] 동서양의 조화 [6] 스케미7320 10/06/09 7320
73897 [유머] 띠로 알아보는 애인과의 궁합 [28] 비마나스9080 10/03/26 9080
72503 [유머] 조선일보 창간 90주년의 위엄 [27] 오딧세이17644 10/03/07 1764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