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이 무의미하다거나 쓸모 없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게 하기 위해 다음의 짤방을 제시하겠다.
먹방이라는 단어가 먹짤을 포괄하는 것으로 쓰여지고 있는 현재의 용례에 따라 적절히 두 단어를 혼용하였다.
1. 먹방의 대원칙, "온몸으로 부딪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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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가카께서는 이미 과거에 출간하신 책을 통해 먹방의 기본을 알려주고 계셨다.
어설픈 잔재주는 온 몸을 던진 진심만도 못 한 법, 먹방이란 본디 먹는 음식에 대한 애정을 보이지 않으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금의 감정의 이입도 불러일으킬 수 없는 것이다. 다음의 짤방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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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먹는 가카. 흔하디 흔한 샌드위치지만 가카께서는 두 손으로 소중히 샌드위치를 받쳐올리면서 환한 기쁨을 온 몸으로 표출하고 계신다.
씨암탉을 잡아 먹이는 백년지객을 대하는 듯한 기쁜 표정이 아닌가! 모름지기 먹방을 위해서는 이 정도의 진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저 먹짤에서 가카의 표정이 굳어져 있다거나 웃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가카의 먹방을 보고 감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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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를 먹는 가카. 역시나 흔하다 못해 싸구려인 음식이지만
가카께서는 금으로 만든 원반이라도 선물 받은 양 얼굴의 근육을 모조리 수축시키며 웃고 계신다.
이 후의 사진에서도 차차 보이겠지만 가카께서는 결코 음식 앞에서 험한 표정을 짓지 않으신다. 언제나 웃고 계신다.
2. 먹는 소재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라.
입고 있는 옷의 매력을 살려주는 것이 뛰어난 모델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것은 먹방에도 적용된다.
거듭 말하지만 먹방이란 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 가열한 위꼴의 불을 일으키지 못하면 먹방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따라서 훌륭한 먹방이란 먹는 음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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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먹는 가카. 가카의 이 먹짤은 일반적인 시식법과는 거리가 있다.
떡을 먹을때 누가 저렇게 고개를 쳐들고 떡을 잡아당기며 먹는단 말인가?
그냥 손에 쥐고 이빨로 떡을 문 다음 아래로 떡을 당겨 잘라 먹는다.
하지만 보라, 저렇게 함으로써 쭈욱 늘어난 떡의 쫄깃함을 드러내고 있지 아니한가?
놀랍게도 떡을 쥐고 있는 손가락의 파지법 또한 비범하다. 엄지와 검지만으로 떡을 잡고,
나머지 손가락은 떡을 살짝 받치는 방법으로 껌처럼 늘어난 떡의 매력을 보이고 있다.
산낙지를 먹는 가카. 솔직히 말해 산낙지라는 음식은 먹방에 적합한 음식이 아니다.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도대체 이걸 가지고 맛나게 먹는 모습을 연출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가카께서는 입 밖으로 나온 한 줄기 낙지 다리를 보임으로써 낙지를 먹고 있음을 드러내고,
얼굴을 넙죽 내밀고 받아먹는 기꺼운 포즈를 취함으로써 이 난해한 재료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계신 것이다!
3. 어울리는 표정을 담아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하듯 먹방의 방점을 찍는 것은 표정이다.
표정이 없다면 재료가 가진 맛을 살리기도 어렵고, 음식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1~2에서 설명한 것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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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 아이스크림을 먹는 가카. 막대 아이스크림은 아구아구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극소수의 냉기 면역 보유자들은 제외하고)
이걸 가지고 먹방을 연출하기란 쉽지 않다. 가카께서는 이걸 먹는 대신 입술로 감싸 빨아먹는 모션을 취하면서 왼쪽 눈썹을 살짝 들어올렸다.
이렇게 절제된 미를 표현함으로써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느끼는 차가움과 청량함을 나타내고 있다. 실로 놀라운 경지가 아닌가!
옥수수 술빵을 먹는 가카. 술빵을 조금 떼어 입으로 가져가면서 입은 최대한 벌리고 아래턱은 목 가까이 당겨 붙인 다음 지긋이 눈을 감듯 좁혀준다.
그 결과 마치 개구쟁이 같은 인상이 되지 않았는가?
차를 타고 가다가 더럽게 차가 밀려서 짜증이 난 7세 어린이가, 엄마가 사준 도로변 트럭장수의 옥수수 술빵을 뜯어먹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 아니한가!
옥수수 술빵은 이렇게 먹어야 제맛이다.
붕어빵을 먹는 가카. 두 손으로 붕어빵을 파지한 다음 고개 숙이고 입을 가득 벌려서 붕어빵의 약 1/4을 한 번에 잘라먹는 저 모습을 보라.
추운 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 잠깐 들린 노점상에서 오뎅 국물을 퍼먹으며 붕어빵을 앙, 하고 베어먹는 행인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있다.
붕어빵이 가장 맛있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호떡을 먹는 가카. 보아라 이 표정을. 기쁨,슬픔,환희,고뇌가 섞인,
무어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전신전령을 던진 경지 앞에서는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가카의 먹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경지가 바로 이 표정연기 이므로,
숱한 사례가 있으나 일단 이 정도만을 소개한다.
언뜻 보면 누군가가 밥을 떠먹여 주는 듯한 포즈다. 반면 아래의 짤은 숟가락을 쥔 손이 입에서 옆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 상황이 다른 것이다. 위의 짤은 욕쟁이 할머니가 말아준 국밥을 먹는 것이다.
아래 짤은 그냥 수제비를 먹는 것이다. 이런 배려가 필요 없이 맛나게 퍼넣으면 된다.
5. 되도록이면 젓가락은 쓰지 마라.
스트레스를 받아 빡친 사람이 냉장고를 뒤져 만든 비빔밥을 흡입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이 때 젓가락을 써서 밥을 먹는다면 뭔가 어색하겠지? 젓가락이란 무엇을 골라내며 먹는 도구이므로 새침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먹방에 적합한 도구는 마구 퍼먹는 숟가락이다. 아니면 맨손이 좋다.
한우를 먹는 가카. 이 먹짤은 가카답지 않게 퍽 아쉬운 것이다.
지금까지 본 먹짤과는 달리 데면데면한 어색함이 느껴질 것이다.
크기도 작은 것을 젓가락을 써서 한 점만 먹어야 하니 가카의 재능으로도 이 정도가 한계인 것이다.
닭갈비를 먹는 가카 사진 두 개. 이렇게 보면 젓가락의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다.
손을 써서 먹는 먹짤에 진심이 느껴진다면 젓가락을 써서 먹는 쪽에는 그런게 없다.
과메기를 먹는 가카. 저것을 손이 아닌 젓가락으로 먹었다고 상상해보라. 먹방으로써의 가치가 확 떨어짐을 예상할 수 있다.
6. 그리고 미답의 경지.
지금까지 나름대로 가카의 먹방에 대한 분석을 했으되, 코끼리의 다리조차 제대로 만지지 못 함이 아쉽다.
마지막으로는 여태껏 열거한 그 모든 잡다한 이론이나 요령을 가벼이 뛰어넘는 위대한 천재성의 발현, 먹방의 마스터피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글라스라는 소도구를 사용한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성,
저 멀리서 언뜻 보이는 아주머니의 미소와 배치되는 쓸데없이 근엄하고 간지 넘치는 표정과 목도리,
다른 쪽 손에 들린 오뎅국물 종이컵과 오뎅막대와의 조화,
배경으로 채택된 초록색 지붕과 미세하게 뚫린 구멍들이 연출하는 매트릭스적 SF분위기...
이 한 장의 먹방이야말로 감히 먹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명작 중의 명작이라 하겠다.
이 천의무봉한 솜씨 앞에 본인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