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 앨범이자, 셀프 타이틀인 <장기하와 얼굴들>은 개인적인 선호나 그런걸 떠나서 꽤 자주 찾아듣게 되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노랫말'이라는 범주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잘 구현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앨범의 후반부, 부터에서요.
그러니까, 2010년대 초반의 TV의 위치를 스마트폰이 대체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비슷하지 않나요? 스마트폰을 쥐고 누운 채로 이런 저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웃으라면 웃고, 화내라면 화내면서, 그 사이와 사이의 공허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꽤 활기차고 밝은 곡들이 있습니다만, 그 이후로의 곡들은 이 공허함과 외로움에 대한 노래들이 많아집니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보고 싶은 사람도 없으면서, 하고 싶은 말도 없으면서 누군가를 찾게 되고, 하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노랫말을 가진 곡이면서, '잠깐 사라진 웃음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보고 싶고, 그리워하고, 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연결되는 곡에서 <깊은 밤 전화번호부>는 '가나다 순으로 줄 세우니 300명 쯤'되는 지인 중에서도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으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소리를 듣기는 어려워 하는 순간들을 노래합니다. 깊은 밤에 전화번호부를 들여다 봐도 내 얘기할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줄만한 여유는 없는 상황에 대한 노랫말이라고 해야할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라 라이브로 넣었습니다.)
이러한 밤 중의 서사는 결국 <마냥 걷는다>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했던 모든 곡들은 정확하게 따지면 정서, 내지 상황만 공유하고 똑같은 상황은 아니긴 합니다. 여기선 갑자기 계절감과 외로움, 그리움이 섞여서 마무리되는 곡이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감정의 마무리가 '좋았던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마냥 걷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곡이고, 개인적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곡 중 하나만 고르라면 이 곡을 고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외로움, 내지 공허함의 연장선상에서 읽힐 수 있는 곡이 중간에 현대카드와의 협업, 그리고 3집에 리마스터 수록된 <좋다 말았네>라고 생각해요. 이래저래 준비하고, 또 노력을 쏟아부어도, 내 노력과 준비는 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의 성질인지는 돌이켜 봐야하는 것이라는 뮤비와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어지는 <사람의 마음> 앨범에서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싸구려 커피>와 이 앨범, <장기하와 얼굴들>까지의 이야기는 묘하게 투박하면서도 현실적이고, 또 세련되진 않았지만, 진솔하면서 공감가는 가사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묘하게 폭발 직전의 나른함 같기도 하구요. 물론 지금의 장기하도 좋은 아티스트고, 좋아하는 이 앨범 이후의 곡들도 많지만, 그 공허함과 외로움, 이상하고 또 묘한 기분에 대해서는 이 앨범을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선호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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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집을 처음 들었을 때, 1집에 비해 신디의 비중이 늘어난 거 등 몇 가지 때문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놓고 수없이 돌려가며 들었지만...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귀에 남는 노래가 많아졌어요. 그리고 나중에 장얼이 각 곡을 어떤 생각을 하고 작업했나,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나 하는 내용을 인터뷰나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적었던 걸 읽고 나서는 원래 이런 걸 하고 싶었던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때 그 노래>의 감성을 참 좋아하고, <우리 지금 만나>도 리쌍과 협업했던 오리지널보다 장얼 버전의 감성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