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는 개인적으로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보고 있을 때 되게 아쉽고 그런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재미를 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해야할까요. 무난하다, 괜찮다, 적절하다. 정도의 평가가 어울리는 영화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밀수>의 기본 뼈대는 케이퍼 무비, 혹은 다양한 세력 내지 인물이 충돌하는 일종의 '세력권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을 치르고 돈(이나 재물)을 챙겨서 빠져나오는 이야기인 동시에, 이 과정에서 돈을 두고 여러 생각과 세력들이 충돌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부분이 매끄럽게 연결되었냐는 무난한데, 그래서 비장의 카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런 류 영화는 결국 한탕을 치르고 통쾌하게 빠져나오는 '한 방'의 매력이 있어야하는 류의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어느 시점에 반전이 보이고, 조금은 삐걱대는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완성도에 비해서 이거다 싶은 반전의 한 방 펀치가 약하다고 해야할까요.


또 다른 문제점은 이 영화가 전면에 내세운 부분과 영화의 강점이 딱히 맞는 것 같진 않다는 점입니다. 가벼운 케이퍼 무비, 혹은 여름용 오락영화에 여성 서사, 괜찮게 조합될 수 있는 부분인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영화 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남성 캐릭터의 액션씬이라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여성 서사, 주인공 서사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만한 장면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느껴지더라구요.


결국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 묘사 정도만 예측을 벗어난(네, 쉽게 말해 조금 잔인합니다.) 정도에서, 그럭저럭인 오락 영화라고 생각해요. 삽입곡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꽤 괜찮았습니다. 결국 그 '예측 가능한 범주 내' 라는 지점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갈리게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 영화, 텐트폴 영화에서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느낌인 동시에,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고 보기는 맥빠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