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가정호스피스를 통해 집에서 보내드리고
생각하고 겪었던 가정호스피스에 관한 장단점과
소회입니다. 당연히 완치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결국
호스피스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말기암환자 보호자분들께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가정호스피스를 할 수 있는 환자는?
: 병원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일단 제가 이용한 호스피스는
선입원 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가정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인지 아닌지 결정되었습니다. 세세한기준
을 제가 다 알 수 있는건 아니지만 통증이 극심하여 통증조절에 곤란을 겪는 환자는 가정호스피스가 불가하다 하셨고 집에서 간병을 어느정도 서포트 할 수 있는지도 참고하시는듯
하였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통증
이 심하지는 않으셨고(마약성 진통제인 타진 서방정5/2.5 mg 1일 2회로 조절이 가능하셨습니다) 집에서는 저와 누나가 휴직하여 간병할거고 어머니도 간병하실 수 있는 체력이 된다는 계획을 의료진께도 말씀 드렸습니다.
2. 의료진의 서포트를 어느정도 까지 받을 수 있나?
: 1주일에 2~3회 호스피스 전담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채혈, 컨디션 확인, 소독 등등 기본 사항의 도움을 주시고
2주에 1회 의사선생님께서 방문하셔서 전체적인 사항을
파악해주십니다. 그리고 사소한 문제건 큰 문제건 바로바로
전담 간호사 선생님과 통화하여 기초적 조언부터 약제변경
재입원 등에 관해 상담할 수 있고 늦은 야간이라면 병동의
당직 간호사선생님들과 통화하여 상담이 가능합니다.
3.장점
1) 친숙한 환경 : 사람마다 의료진마다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어다에 관한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저희 아버지께서 이용한 호스피스 선생님께서는 중요한 5가지를 말씀 해 주셨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친숙한 환경이었습니다.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아파도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시는걸 언제나 들어왔고 아버지께서도 마지막이 병원이 아닌 집이여서 좋다라고 언제나 말씀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2일전에도 의료진의 재입원 의사확인시 집에서 마무리 하고 싶다며 거부의사를 표현하실정도로 친숙한 환경이 주는 심적안정감이 있는것 같습니다.
2) 외롭지 않다 : 이 역시 호스피스 선생님이 강조하신 5가지 중에 하나였습니다.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코로나라는 제약이 있어 보고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이용하던 호스피스의 면회가 조금 완화된걸로 알지만 저희 아버지가 잠깐 입원해있던 시기에는(올해 6월)상주보호자 제외하고 가족은 1인 1일 1회 30분 제한에 1주에 한번만 1시간 가족면회가 가능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정호스피스를 이용했기에 제한없이 그 많은 친인척까지 만날 수 있었고 젊은 시절 함께 청운의 꿈을 꾸며 밤을 새어가며 일했던 동료들, 평생을 함께 하던 친구들 과도 제약없이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24시간 부인 아들 딸 전부 옆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3)하고 싶은것 해야할것을 할 수 있다 : 몸이 불편하시기때문에 모든걸 할 수는 없지만 그 와중에도 하고 싶은건 있습니다. 집안에 정리하고 싶은 물품이라던지 남은 가족들이 알아야할것들은 병원에 계시면 오롯이 설명을 통해서만 저희가 알 수 있고 나중에 집에가서 저희가 직접 찾아보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하지만 집에 계시니 정리할 물건 같은경우 금방금방 확인이 가능하고 위치파악도 가능하고 마지막으로 본인이 두 눈으로 확인하시고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물론 더 현명하신분들은 건강하실때 다 준비하시지만 그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또 드시고 싶은걸 언제든 드실 수 있습니다. 저희아버지도 그랬고 호스피스에 오시는 대다수분들은 많이 드셔야 5숟가락 정도시지만 가정에 계시면 언제든지 드시고 싶은걸 말씀만 하시면 조금 이나마 드시게 해드릴수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건강하실때 식욕이 왕성하신 분이셨고 입이 매우 고급?까탈 스러운 부분이 있으셔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것저것 마지막으로 드셔보고 싶은게 많으신 편이 었는데 그걸 어느정도는 만족시켜드릴 수 있었습니다
4.단점
1) 즉각적인 대처가 힘들다 : 연명치료는 포기한 환자이지만
증상조절을 위한 적극적 치료는 해주는 곳이 호스피스입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급작스런 이벤트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호스피스는 그 즉각성이 떨어지기에 환자의 불편함과 지켜보는 보호자의 고통이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집 같은 경우 호스피스본원이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위치였기에 약제를 빠르게 받아오거나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함이 길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2) 간병은 힘들고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 사실 이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친숙한 환경을 위해 집으로 모셨는데 간병인을 쓰는건 말도 안된다 생각했고(쓴다해도 써포터 개념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성격상 외부인의 간호를 받는건 너무 싫어하실걸 알기에 마지막 가시는길을 간병인에게 주로 맡길 수 없었습니다. 또한 마음은 본인이 간병을 하고 싶어도 결혼하여 자식이 있거나 경제적활동을 할 수 밖에 없으신분들은 제약이 가해집니다. 저와 누나는 미혼이었고 다행히 경제적 여건은 문제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부담없이 휴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간병의 큰 문제중 하나는 간병자체도 기술이 필요한 노동입니다.(수액이 꼽힌상태 환자의 옷갈아 입히기,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시트갈기,목욕시키기등등..나중에는 쉽지만 이걸 어떻게 하는거지 하는게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환자분을 상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운다는건 환자 본인에게도 보호자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되는 현실입니다.
P.S1 저희집은 천운이 따랐는지 고모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으신 분이라 이걸 시행착오 거의없이 해낼 수 있었습니다
P.S2 직접간병을 하고나서 느낀건 간병을 하는건 간병대상에 대한 사랑, 연민, 체력이 매우매우 강해야 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5. 마무리
더 많은 장점도 있었고 소소한 단점들도 더 있었지만 다 적기에는 제 체력이 부족하네요. 돌아보면 가정호스피스였기에 또한 운때가 잘 맞았기에 아버지도 마지막 가시는길이 덜 불편하시고 외롭지 않았습니다. 혹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이나 쪽지주시면 경험한도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의 편안한 하루가 오래 지속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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