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가성비만 가지고 얘기하려는건 아니고 실제로 저 셋 중에 압도적으로 자주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개봉한 제품을 예비로 하나 더 가지고 있고요.
가성비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저는 QCY 이어폰을 몇 개 써봤는데 마지막에 운동용으로 1년 넘게 사용했던건 본체(내부에 들어 있는 배터리)가 통통하게 부풀어 올라서 표면이 갈라질 정도였습니다. 유선 충전에는 완충시 차단 회로가 있지만 무선 충전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 불만이 없었던 것이, 단돈 2만원짜리 제품에 무선 충전 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에어팟으로 ANC를 접한 이후로는 수준급의 ANC가 최소 조건이 되었고 QCY의 ANC 제품은 수준 미달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격이 몇 배 비싸더라도 저한테는 버즈2가 QCY 제품들 보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 입니다. (물론 음질, 편의성, 기본 스펙 등도 포함해서.)
가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버즈2의 '당근마켓' 시세는 '미개봉 제품'이 8만원 선 입니다.
에어팟 프로와 비교한다면? 분명 따져보면 디자인이나 ANC 성능이나 통화 품질이나 기구적 완성도나 에어팟 프로가 더 좋은 제품 입니다. 음질은 취향차 정도로 생각합니다만 이것도 객관적으로 보면 에어팟 쪽이 우위일테죠. 그런데 실사용에서 이런 차이들이 그렇게 두드러지지가 않습니다.
일단 둘 다 헤드폰 1000XM4에 한참 못미칩니다. ANC 성능이나 음질이나. 사람이 까마귀 보다 커봐야 지구랑 비교하면 다 먼지에 불과하겠죠. 체급차가 있는 헤드폰은 제쳐두고- 2년 이상 두 이어폰을 가지고 다니며 번갈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에어팟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통화품질 이나 주변소리 듣기 모드 같은건 차이가 좀 날텐데 버즈2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것도 별로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방수 등급도 버즈2가 한 단계 낮긴 하지만 역시 문제가 된 적 없었고. (한쪽을 쌀국수에 완전히 빠뜨린 적이 있었는데 닦아 내고 계속 잘 썼습니다.)
쓰면서 에어팟 프로가 확실히 더 좋다고 느낀 점은 딱 하나, 바람 소리 차단이 더 잘 된다는 거였습니다. 바람 소리를 완전히 차단해주는 수준은 아니고 또 버즈2도 전혀 안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차원이 다르게 잘 줄여 줍니다. 반면에 버즈2가 확실히 낫다고 생각하는 부분, 그리고 제가 이것 하나로 에어팟 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볼륨 조절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버즈2의 볼륨 조절은 실험실에 있는 가장자리 터치를 활성화 시켜주면 가능한데, 좁은 터치면의 가장자리를 정확히 누르는건 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불편하다면 기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높게 평가하지는 않을 텐데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귀를 톡톡 치는 겁니다. 귓등이나 귓바퀴 쪽을 톡톡 쳐주면 이어폰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 미세하게 떨어졌다 붙었다 하면서 터치가 됩니다. 장갑을 끼고도 할 수 있으며 인식이 아주 정확하게 됩니다. 저는 일반적인 조작은 에어팟의 물리버튼이 터치식 보다 근소하게 우위에 있다고 보지만 이 볼륨 조절 때문에 전체적으로 버즈2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제가 갤럭시폰을 쓰다보니 음성 인식으로 곡을 바꾸거나 볼륨을 조절하는 기능이 버즈2만 가능하며 자전거 탈 때 가끔 쓰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30분 정도 더 빨리 닳기 때문에 자주 활성화 시키지는 않습니다.)
다시 가격 얘기로 돌아가서, 1000xm4는 에어팟 보다 비싸지만 저는 실제로는 에어팟이 훨씬, 배 이상 비싼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생 시간에서 몇 배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이 재생시간은 단순히 덜 귀찮다는 문제를 떠나서 제품의 수명과 연관이 있죠. 재생 시간이 짧을수록 충전을 자주 해야 하고 그만큼 수명이 줄기 때문 입니다.
제가 수명에 민감한 것은 아마 남들 보다 이어폰을 자주 많이 쓰기 때문일 것 같긴 합니다. 하루에 30분, 1시간 이렇게 잠깐 쓰는 분들은 별로 신경 안 써도 되는 문제겠죠. 하지만 저에게는 무선 이어폰이 명백한 소모품이고 현시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과 품질을 갖춘 제품 중에서 버즈2가 압도적으로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근마켓 미개봉품 기준. 삼성이 사은품으로 많이 뿌린 덕분이겠죠.) 앞으로도 계속 주력으로 사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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