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편을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물론 하나티브이를 통해서입니다.
3:10 투 유마 와 스페어(스포 약간)
스페어는 무려 100원의 유료결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캘리포니아가 아직 미합중국의 일원으로 포함되기 이전, 그러니까 그 어느 누구의 땅도 아니었던 시절에 요한 아우구스트 수터라는 스위스인이 찾아옵니다. 이민선에 오르는 사람이 그렇듯 그도 절망에 빠진 채 미지의 땅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서양을 건넜고, 뉴욕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약간의 돈을 모아 새로운 도전을 할 의지가 생길 무렵, 서부행을 선택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을 때였지요. 그냥 날씨만 우라지게 좋은 거친 땅.이곳에 그는 아직도 우리들에게 익숙한 이름의 '캘리포니아 열대과일'을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라고 해봐야 공권력의 권위는 그다지 없는)의 동의하에 그는 자신의 원하는 만큼의 땅에 인부들을 데리고 농사를 지어 순식간에 거부가 됩니다.
새옹지마라고 한다면, 수터를 두고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싶을만큼 운명의 장난은 그를 뒤흔듭니다. 절망속에서 엄청난 희망의 열매를 맺었다고 여기는 찰나에 말이지요. 하필이면 그의 농장에서 작은 금덩이 하나가 나왔습니다.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수터가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인부들은 연장을 팽개치고 금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은 빛의 속도로 대륙을 횡단해갔고,수많은 사람들이 '골드러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수많은 여행객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빠르게
철도가 만들어지고 금을 찾아 온 사람들을 위한 술집,여관들이 점점 번창해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야단법석을 우울하게 바라본 사람은 다름아닌 수터였죠.그의 농장의 과일들은 수확할 사람이 없어서 나뭇가지에서 썩어갔고,하루 아침에 그는 파산했거든요.
그역시 금을 찾아 보았지만 허사였고, 절망의 나락에 다시 빠질 무렵,희망고문이 시작됩니다.바로 캘리포니아가 미합중국연방으로 포함되면서 '연방법'에 준하는 법질서와 공권력이 갖춰지게 됩니다.수터는 재빨리 과거 문서들을 가지고 길고 긴 재판을 통해 이제는 도시가 되고 금광이 된 곳의 재산권을 되찾는데 성공합니다.
그것은 그에게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타이틀을 가져다 주었습니만, 한편으로는 운명의 종지부이기도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수터의 농장과 집과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고 돈과 금과 재산은 도둑질해갔습니다.그는 이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동부로 건너왔지만 의회계단앞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졌던 남자의 주머니엔 '항의문서'가 한장 달랑 남아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도시 캘리포니아는 아직도 그의 땅이라고 합니다. (다만 그의 후손이 그 권리를 주장하지 않아,아니 정확하게는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후손이 나타나지 않아 무주공산이 되었다고 합니다.아직도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의 땅위에 세워진 탐욕과 불법의 도시.그 쓸쓸한 서부의 땅은 그래서 진한 슬픔과 여운을 남기는 '서부영화'로 표현되는가 봅니다.'3:10 투 유마'라는 영화도 그렇습니다.
-서부 일대를 두려움에 몰아 넣은 악명 높은 전설의 무법자 벤 웨이드(러셀 크로우)가 아리조나주에서 체포되자, 그를 유마의 교수대로 보낼 호송대가 조직된다.. 평범한 가장 댄 에반스(크리스챤 베일)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건 호송 작전에 자원하고…
네이버 영화에 소개된 글은 이렇습니다. 완력과 남성미의 무법자 벤 웨이드,그리고 삶에 지친 남자 댄 에반스. 두 남자의 이야기는 횡단 열차가 건설되기 직전의 이야기입니다. 열차로 이어지던 탐욕의 길이 아직 닿지 않는 이 건조한 땅에도 탐욕과 불법은 잔인하게 파고 들고 있었지요.사람사는 곳은 늘 그렇듯이.
거대한 탐욕과 불법속에 진짜 무법자 벤 웨이드와 처음으로 그 탐욕을 따라 부려보는 소박한 농부 댄 에반스. 그들은 자기 마음속의 선악이 수없이 상대화되고 반전되는 것을 느끼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들이 하나하나 대비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마치 어둠속에서 촛불이 빛나고,겨울에야 소나무의 푸른 빛이 드러나듯이....우리가 일상속에서 소중히 여겨 온 것들,거대한 유행속에서 잊혀진 것들.
남들처럼 거들먹거리고 싶지만 사실은 그것은 가족이나 친한 벗에게선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족은 그 완장이나 간판이 아니라 심장과 피와 눈물을 나누는 사람들이고,벗또한 그렇습니다.이웃도,형제도 동포도,인류도....
참으로 독특한 한국 영화 '스페어'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빚으로 명품을 사입고, 친구를 등쳐서 VIP가 된 이길도와 계산속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세상물정에도 어두운 친구 광태.(이영화에는 '내일 뭐입지?'라고 외치던 쿠보타 히로유키가 나오더군요.)
우울한 탐욕의 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보는 내내 빠져들게 합니다.마치 지난 버블광풍때 집,명품,외제차로 힘준 친구에게 주눅들던 서민들이 펀드와 주식,무리한 대출로 그뒤를 쫓아가던 우리내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씁쓸하기도 하지만, 독특한 캐릭터와 매력적인 연출과 장진에 버금가는 입답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치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거대한 조직의 스페어로서 존재가치를 인정받게 된 길거리 양아치 순진남 광태의 웃음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고요.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이길도는 처음 김성제선수인줄 알았습니다^^물론 성제선수의 미모를 어찌 따라가겠습니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