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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5/17 14:03:53
Name 오타니
Subject [일반] 초등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자식 수학과외하면서 느낀점 몇가지 (수정됨)
초등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자식을 수학과외하면서 느낀 팁 1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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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자체가 우리애들 밖에 없어서, 혼자만의 생각일수도 있습니다만....
나름 수학전공자로서 우리자녀들 임상실험한 내용 가지고 적어봅니다....
(참고로 전 세자녀의 아빠입니다)
페북에 올렸다가, 문체 조금 수정해서 여기도 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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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들어가며 : 자녀를 가르치면 개빡친다?
또래 초등자녀들 둔 부모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데, 공통점은 부모가 자식 공부 가르치는걸 포기한 집이 엄청 많다는거예요. 10가정 중에 9가정쯤 되던데, 이 정도 확률은 부모가 시도해봤는데 화딱질 나서 포기했다거나, 학원가는게 효율이 낫다거나 하는 여러 집안 사정을 퉁치더라도 꽤 유의미한 실패확률이죠. 사실 애들 가르치다가 수명 줄어드는 것 같은 개빡침은 당연하지만. 현실을 직시해봐요. 우리는 돈이 없다는 걸.

01 15분을 넘기면 안된다
초등학생 과외는 중고생과는 결이 달라요. 한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쉬는시간 조금 포함해서 중학생은 맥시멈 90분. 고등학생은 120분이상도 가능하지만, 초등학생? 그것도 저학년? 15분 넘어가면 집중력이 수직낙하하기 시작하거든요. 아예 복구가 안되요. 더군다나 집이라면.. 제가 중고등학생 위주로 6년 이상 수학과외를 했지만, 초등학생 과외를 기피했던 이유가 2시간 과외해줬는데 사실은 정작 15분 효율내고 과외돈 받기 미안해서,, 그래서 안했어요.

02 수포자가 되는 이유
수학과목이 다른과목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적층구조’예요. 즉 쉽게 말하면 1층을 지어야 2층을 지을 수 있다는 그런 원리죠. 국포자 영포자가 과포자라는 말은 없잖아요? 있다해도 그거 다합쳐봐야 수포자 10%도 안되죠. 중1때 수포자가 되는 이유는 중1개념이 어려운게 아니라 초등학생 수학을 잘 모르는거예요. 어려워서 수포자가 된다?!는 건 초등학생 수학 배운거 다 까먹었다는 말과 똑같아요. 결국 미싱(missing)구간이 있는거고, 부모가 할 일은 이 missing구간을 줄여주는 거예요. 서론이 길었네요.

03 루틴이 중요
제가 진짜 궁금한게, 우리나라 부모들 초등입학전에 아이들 구구단은 달달 외우게 하던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초등학교 2~3학년 전후로 아예 손 놔버리다가 애들 5~6학년 되면 망했다면서 학원보내요. 초등학교 1~4학년일때 조금만 루틴을 돌렸으면 갑자기 망치맞을 일이 없어요. 기억하세요. 하루 15분씩. 격일로.

04 플랜 5-5-5
자녀 수학과외시간은 15분이면 되요. 넘기지 마세요 제발. 15분 플랜은 5-5-5로 외우세요. 5분은 개념설명. 5분은 같이 풀기(2~3문제). 마지막 5분은 혼자 풀기(2~3문제) 끝. 더 이상 필요없어요. 우리 자녀 노벨수학상 만들거 아니잖아요? 위 루틴으로 월요일 15분, 다시 수요일 15분, 금요일 15분. 이렇게 1주일 45분만 투자하세요. 자녀들과 싸울 필요 없어요. 15분으로 싸웠다면 그건 엄마아빠가 이미 지고 들어간거예요. 보상을 줘도 되요.

05 강아지 길들이기
초등학생은 생활습관 루틴을 만들어 두면 아이들은 그냥 따라와요. ‘아~ 수학공부 아빠랑 하면 15분 안에 끝나’ 이 반복적인 경험만 있으면 자녀들은 투덜거리면서 책상에 앉아요. 지 생각에는 부담스럽지 않거든요. 이걸 한 6달 반복하면 기본적인 초등과정 수학적 개념은 가진 아이가 되요. 제가 반복 강조하는 건, 수학 잘하는 아이 만들고 싶으면 학원보내시고, 이 방법은 그냥 기본은 가게 만들고 싶을 때 쓰는 방법입니다. 스트레스 안받고 학교수업 정도만이라도 따라가줘라. 하는 그 느낌인거죠.

06 문제집 결정장애
과외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집이에요. 시중에 널리고 널린 문제집 중 도대체 뭘 선택해야 하나 고민되죠? 부모들은 이 딜레마에 빠져있거든요. 웅진이 낫다던데? 디딤돌이 낫다던데? 단언컨대 초등학생 수학교재 기본서는 어떤 출판사 서적을 골라도 좋은의미로 도찐개찐이에요. 다 내놔라 하는 대기업 출판사고, 노력해서 만들었을건데 뭘 그리 고민하는지 모르겠네요. 아무거나 사도 되요. 오히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학기마다 또는 학년마다 출판사를 바꿔주는게 훨 효율적이라는거예요.

07 문제집은 다양하게
고등학교 수학은 ‘수학의 정석’ 같은 바이블 기본개념서가 존재하고, 요즘은 EBS나 1타인강같은 여러 대세 문제집이 있죠. 인생을 바꿀만한 내신, 수능준비 하는데 허투루 고르면 폭망할 수 있으니 고등학생은 문제집 선정에 신경을 좀 쓰는게 맞다고 봐요. 그런데 초등학생은 그딴거 없어요. 오히려 초등학생은 ‘새로움’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식상해져버리면 오히려 성취도나 적극성이 낮아지더라구요. 우리 눈높이 같은거 다 해봐서 느낌 알잖아요. 첫날과 몇개월 후 학습지를 보며 느끼는 흥미의 그래프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거요. 여러분이 수학공부를 재미있게 다양하게 진행할 깜냥이 없다면, 재료인 문제집을 일정 턴 마다 바꿔주는게 훨 효과적이에요. 스타가 롱런하는건 맵이 바뀌기 때문이거든요.

08 예습보다 복습? 복습보다 예습!
부모가 수학을복습 시킨다고 하면, 부모의 말은 답정너가 되버립니다. ‘이거 풀어봐’ ‘어떻게 푸는지 배웠지?’ ‘이거 진짜 기억안나?’ 여기서 더 나가면 ‘넌 도대체 수업시간에 뭐했냐?’ 아니.. 기억 못하는게 당연한거죠. 부모인 우리들도 한번 듣고 알았을까요? 2×3이 지금이야 쉽지만, 처음 배울 땐 그게 얼마나 어려운건데요.. 결국 복습을 부모와 하면 싸움이 나거나, 주눅들게 되는 아이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그냥 초등학생은 예습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추가적인 말이긴 한데, 예습을 해주면 부모에 대한 경외가 좀 생기는 것도 있거든요. 내가 모르는 걸 부모는 알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고런 이상한 존경심 같은? 이게 과외에서 진짜 중요해요.

09 패배자라는 느낌
학교에서 모르는 수업을 들으며 눈동자가 방황하는 상황은 우리 자녀들에게 꽤 내상이 큰 경험이에요. 다수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랄까? 이런 경험은 최대한 덜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혼자만 느끼는 패배감은 차라리 1:1 부모와의 선행에서 경험하는 것이 훨 나아요. 완벽하진 않아도 배우긴 배웠는데 뭔가 덜 배운 것 같은 느낌이, 완벽히 예습하거나 예습이 아예 안된것보다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하는데 훠얼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아무것도 모르면 멍. 다 알고 있으면 딴짓. 이거 국룰이거든요.

10 3대악마 : 발전문제,단원평가,서술형
초등학교 한정 수학공부 처음할 때 저 3대 악마가 끼어들면 안되요. 명심하세요. 초등학교 수학은 올림피아드 나갈거 아니면 기본만 알려줘도 되요. 시중의 문제집 구성은 100% 이렇게 되어 있어요. 기본문제-발전문제-단원평가-서술형 4단계로. 물론 기본문제 안에 개념문제라던가, 소분류가 있을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4단계예요. 우리가 수학과외시간에 1차적으로 공략해야 할 녀석들은 기본몹들이에요. 중간보스, 끝판대장 이런거 깨러 가다가 자녀와 부모 모두 탈진하지 말고, 기본문제만 하면 되요. 목적이 그거잖아요. 개념잡기. 수포자 되지 않기.

11 180일 활용법. 4 to the 2
4개월은 기본 진도 – 2개월은 심화학습(서술형) / 이 루틴이 제가 추천하는 한학기 거시적 커리큘럼이에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한학기 6단원(40개념)정도 있는데, 일주일에 개념 3개, 3달이면 약 40개 할수 있어요. 아, 여행도 가고, 공휴일에 쉬고싶어요 해서 빼고 그러면 넉넉하게 4개월이면 되겠네요. 4개월 공부하고, 남은 2개월은 착한 중간몹 문제들 잡으러 가면 되요. 이때, 기억해야될 건 이 시점에서 우리 아이들 앞에 배운거 기억하고 있을거라 착각하면 안되요. 절대 기억 못해요. 머리가 정말 맑고 깨끗하거든요. 빡치지 마세요. 15분동안 서술형 1~2문제만 같이 풀어주면 그뤠잇이에요!!

12 아니면 학원 보내세요
모르겠고 다 힘들고 나는 귀찮고, 눕고 싶고 자고싶고 애들과 말 섞으면 굳이 싸움만 난다? 그러면 적당한 시점에 학원 보내시면 되요. 말싸움 나는 우리 자녀들, 저질체력 부모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돈을 내면 돈값을 해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학원보내시면 되요. 그럼 제가 왜 이글을 하염없이 적었느냐? 저는 우리 애들 학원 최대한 안보내보려고 발악하다보니까 알게된거 공유라도 좀 해보려고요. 고등학교 과외는 이것보다 3~4배 더 적어드릴 수 있지만, 초등과외 무엇보다 자녀 과외는 꽤 확률적으로 실패하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느낀 정말 작은 표본으로 팁좀 드리고 싶었어요.

00 나가며
몇년간 임상실험 피대상자가 된 우리 자녀들에게 오늘 초콜릿이라도 하나 사줘야 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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