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하여 비토권을 행사하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또다시 국회의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각 당간의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우선 저 법에 대해서는
각 당사자 직역이 아니면 거의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여 이 글을 써봅니다.
참고로 저는 의료인, 의료관련직은 아니면 그냥 병원, 의료관련분야에서 근무하는 법돌이인만큼
나름의 중립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최근 모 신문기자랑 이 건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에는 안 나오더군요)
우선 이 법은 기존 의료법 체계 내에 있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끄집어내서 별도로 제정하였다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간호사-의사(조무사) 양쪽이 극렬하게 싸우니 이 법에서 새롭게 간호사에게 유리한 뭔가가 생기는가 싶지만 사실 이 법에서 새롭게 생기고 규정되는건 거의 없습니다. 기존의 법에 있던걸 새롭게 분류하여 새 법에다 담았다 정도가 의의라면 의의일 것입니다.
이 법 자체로만 따지고보면
간호사들의 주장처럼 절박한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의사들의 주장처럼 제정되면 당장 큰 일이 나는 그런 법은 아닙니다.
다만 간호사들이 이 법을 어떻게든 만들려고 하고
의사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이 법 제정으로 간호와 관련된 부분은 기존 의료법 체계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개정이 가능하여 간호사들이 입법하고 싶은 부분들을 넣으려 할 것이고 의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막아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이드로 간호조무사 입장에서는 간호법 내로 들어가게 되면 입법과정에서 간호사와 직접적으로 싸워야하는만큼 의사, 기사 등 여러자격증들간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의료법의 전장에서보다 이이제이 전술을 구사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되고 이러한 부분이 주된 반대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이 법에 대해 지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국회에서 적법하게 입법되었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그리고 이 법 반대와 관련해서 다음 내용들은 좀 정리해봤습니다.
1. 일원화된 의료법체계?
몇몇 관계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우리 의료법상 의료관련직종이 완전히 일원화되었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르게 봐야하는 약사법은 별개로 할지라도, 의료기사에 대해서는 의료기사법이 1973년부터 제정되어 의료기사로 분류되는 면허자들을 규정하고 있었고 이러한 의료기사법상 의료기사의 업무범위와 의료법상 의료인의 면허범위에 대해서는 충돌이 발생해왔습니다.
이 부분을 얘기하는 이유는 의료기사의 업무범위에 관한 논란을 보았을 때 필연적으로 간호사도 별도 법률로 떼어져 나가게 되면 기존 의료법과 충돌되는 업무범위를 설정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고 직역간 충돌에 대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 간호조무사에 대한 카스트제도?
간호조무사의 역사에 관해서는 꺼무위키를 참조하시고
기본적으로 이 자격(면허x)에 대해서는 73년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으로 제정되어 규정되어왔으며 의료법에 간호조무사 자격(80조)이 명시된 것이 2007년이며 조무사의 업무에 대하여 규정한 것이 2015년입니다.
즉 그 전에는 간호조무사의 업무에 대해서는 법이 아닌 규칙에서만 규정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굳이 카스트 제도로 말하자면 기존 의료법에서는 이름조차 제대로 언급않던 불가촉천민 수준에서 그래도 계급제도상 최하위의 수드라 정도는 되었다고 봐야할까요.
애초에 병원은 의사를 중심으로 한 견고한 계급체계하에 있으며 굳이 따지자면(대학병원 기준으로) 의사 – 간호사 및 의료기사 – 간호조무사 정도로 따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간층인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에는 세부적인 우열관계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의사-간호사, 의사-의료기사 정도의 우열관계는 따지기 어렵죠. 조무사는 이 법안과는 전혀 상관없이 애초부터 이러한 계급체계 내에서 하층을 담당하고 있었고 자격, 범위조차 명시되지 않은 상태였다가 차츰 나아지고 있는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안이 카스트제도 어쩌고 하는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3. PA(전문)간호사의 문제
이번 간호법에 전문간호사 규정이 들어가며 PA간호사와 관련된 논쟁이 확산되는건 맞습니
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의료법 논쟁에서 유일하게 논쟁의 가치가 있는 부분입니다.
PA간호사에 대해 설명드리면 Physian assistana로 번역은 보조의사 등으로 하기도 하며, 간호사와 의사 중간의 기존 간호사의 단순 진료보조업무에서 나아가 기존 의사만이 할 수 있던 진료행위 일부도 담당할 수 있는 직역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 PA간호사가 별도 자격으로 합법적인 업무를 할 수 있으나, 한국의 경우 명칭상 PA가 존재할 뿐 위법-불법의 경계에 있습니다. 사실 이건 한국의 현실적인 의료체계가 위법을 방조하는 것에 가깝고 합법화가 필요하고 병원급에서는 이를 요구하고 있으나 의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들이 이를 반대하여 정착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에게 PA의 역할을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 의료의 현실이라면 합법화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역할을 시키는 것이 정말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현실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야겠죠. 물론 의사선생님들이 둘 다를 싫어하다보니 이렇게 한국 의료체계가 기형적으로 남아있는거라고 봅니다.
4. 직역간 과도한 갈등?
거부권의 이유를 이걸로 들고 있는데
어차피 나눠진 자격 면허간 갈등은 예전부터 있어왔으며 갈등은 깊었습니다. 이러한 법안은 갈등의 결과일뿐 원인은 아니에요.
의료관련법령이 관련직역들의 갈등으로 누더기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누더기법이 나온다는데는 일견 동의할 수 있지만 이 법이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건 좀 우스운 이야기 같습니다.
애초에 의료법 문구 하나 개정하는데 있어서도 각 직역회에서 난리를 쳐왔는데 이 법이 개정된다고 그게 해소되지도 더 심해지지도 않을거라고 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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