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미중 갈등으로 최근들어 특히 더 중요성이 강조되는 국가가 있는데 바로 대만입니다.
중국 해양진출을 막는 지정학적 요충지, 꼭 필요하지만 언제든 친중여론이 혼재한 믿을 수 없는 곳 등 많은 얘기가 오갑니다. 하지만 정작 대만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안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대륙과 원수지만 중국인이라는 정체성 갈등이 있다.' 정도로만 간략히 생각할 뿐입니다.
와중에 제가 즐겨보는 뉴스레터(델타 워딩)에서 괜찮은 글이 올라와서 공유 및 제 식대로 요약, 첨언 해보자 합니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ww_YsC28ojNoRokDTwgFfjhbdlBbEI=
[2. 대만인의 정체성은 중국인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는 않다.'입니다.
'아니 무슨 소리냐, 거기 중국인이 건너가서 세운 나란데 왜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란 거죠.
현재의 대만은 국공내전 패배 이후 대만으로 건너온 '외성인'(14%), 그 이전부터 대만에 살던 '본성인'(84%), 그리고 오늘은 논외인 대만 원주민(2%)이 존재합니다. 당연하지만 외성인은 중국인의 정체성이 강하고 본성인은 상대적으로 대만의 자주성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인식은 대략 여기서 멈춰 있습니다. '아, 중국인이라는 축과 아니라는 축이 서로 싸우는구나!'
하지만 이건 꽤나 낡은 인식입니다. 국공내전 후 외성인이 대만에 들어온지도 7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만국립정치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화민)국인이라 여기는 사람은 2.7%에 불과합니다. 대만인은 60.8%, 중(화민)국인 + 대만인은 32.9%에 달합니다. 사실상 대다수가 자신을 대만인으로 여긴다는 거죠.
실제로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중국, 대만 통일 선호도는 7.2%에 불과합니다.
[3. 그럼 친중여론은?]
이쯤 되면 대만의 친중 여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나는 중국인이다. 대륙이 너무 좋다.'가 아님을 아실 겁니다.
'친중'이란 단어가 호도하는 느낌이 있는데, 대만인 중 중국을 중시하는 쪽의 이유는 결국 현실 때문입니다.
첫째는 경제입니다.
21년 기준 대만의 수출 비중 중 중국(+홍콩)의 비중이 무려 42%에 달합니다. 그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우리나라가 20%대입니다. 가히 미친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체급 차이도 커서 중국의 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경제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안보입니다.
우리나라도 대중 수출 비중이 높다,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한중관계가 악화된다고 전쟁이 일어날 거란 생각은 안합니다.
근데 대만은 저게 현실입니다. 우리는 기껏해야 싸드 보복 한한령이지 대만은 독자노선 걸을라 치면 툭 하면 중국의 꼬장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이젠 아예 30년이 오기 전에 대만을 침공할 거란 얘기까지 나옵니다.
우리나라도 엥간한 꼴통이 아닌 이상에야 친미라도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자극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대만은? 우리보다 훨씬 하드코어 매운맛인거죠. 상대의 호전성이든 경제 의존도든 체급이든.
그래서 비록 자기가 중국인도 아니지만, 중국이 좋지도 않지만,
[살기 위해서는 중국을 자극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 아까 통일 선호가 7.2%라고 말씀 드렸는데 독립 의견도 25.4%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다 현상유지죠.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 그냥 선택 안하고 현상유지 하면서 꿀이나 빨고싶다'라고 생각하지만, 대만인에게는 처절하게 원하는 게 현상유지인 겁니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4. 2024년 총통(대통령) 선거]
내년 1월이 대만 대선입니다. 결과에 따라 어쩌면 국제정치의 향방이 완전히 뒤바뀔지도 모릅니다.
국민당(외성인, 친중파)은 주장합니다. '양안의 평화를 추구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민진당(본성인, 독립파)은 주장합니다. '대만이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있다.'
첨예한 미중갈등 속에서 대만인들은 갈등합니다. 중국은 싫지만 극단적으로 끌고 가면 전쟁에 잿더미가 될지도 모른다고.
과연 미국은 정말로 우리를 지켜주기는 할 것인가 하고.
대만의 중국(대륙) 전문가 차오춘산은 말합니다.
“국민당이 승리하면 당근을 통해 정치 협상을 시작하도록 유도할 것이고,
민진당이 승리하면 대만을 위협하기 위해 군대를 더 많이 사용할 것입니다.”
[5. 외교 향방]
우리 입장에서야 미국은 든든한 큰형님입니다. 혈맹이죠.
근데 대만 입장에선 아닙니다. 당장 핑퐁 외교 하면서 국제 외교에서 대만을 퇴출한 것도 미국이고, 한창 미중갈등 중인 지금마저도 일정 수위 이상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솔직히 또 미중관계가 어떻게 극적으로 개선 돼서 대만만 바보되는 상황이 안일어날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전쟁이 나도 '미국이 과연 스스로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대만을 지켜줄까?'에 대한 확신도 없습니다.
그래서 대만인들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를 33%, 신뢰할 수 없다를 56%가 답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현상유지파가 42%를 차지하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인들은 미국이 중국과 싸워서 괜히 대만인만 피해 본다고 생각할 수 있죠.
중국 또한 그렇게 인식하도록 적절히 당근과 채찍을 써서 가스라이팅 하기도 하고요.
솔직히 우리나라야 '답은 정해져 있는데 최대한 중국 어그로 끌지 말고 지나가자'라면 대만은 '진짜로 미래를 알 수 없는 하드코어 선택'이 코앞에 있는 겁니다.
앞으로 대만인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알 수는 없지만 곧 격랑의 시기가 올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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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만과 우리는 꽤나 비슷하지만 대만이 더 극단적이라고.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넓은 시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도 느꼈습니다.
우리야 우리가 중요하지만 결국 미중갈등의 핵심 축은 대만이고, 우리는 부수적인 거니까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글 초반에 드린 델타 워딩의 글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파이낸셜 타임즈 글을 요약 정리 한 글인데, 아무래도 제 글은 요약의 재요약이다보니 퀄리티가 훨씬 못따라가네요.
정말 현상 이해에 큰 도움이 돼서 강추드립니다.
앞으로의 미중갈등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됐으면 하면서 글을 이만 줄입니다. 드럽게 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