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5111441001
경향신문, 5/11
https://www.scourt.go.kr/portal/news/NewsViewAction.work;jsessionid=7wIY4NJVfBMoplQsqL81H6CX1yYzSLJuUCC4aQfuswnNEK2wxuTt18Z1VobxzXa8.BJEUWS04_servlet_SCWWW?pageIndex=1&searchWord=&searchOption=&gubun=4&type=5&seqnum=9198
대법원,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3. 5. 11.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
- 현대자동차는 2004년 과장 이상은 일반 노동자와 다른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적용하도록 변경합니다. 주5일제 시행을 핑계로 기존 취업규칙에 있던 월차 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휴가 일수를 25일로 제한하는 개악 규칙이었습니다.
- 사측은 ‘당시 간부사원의 89% 동의를 받았으니 유효한 변경이다’라고 주장합니다.
- 물론 노조는 ‘노동자에 불리한 노조 및 전체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으므로 무효다’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당시 과장 이하 직원도 언젠가는 과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근로기준법 제94조1항에 따르면 이러한 변경은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침해했으므로 불법입니다.
-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이 왜 문제가 됐냐면, 그동안 대법원은 이 조항을 애매하게, 혹은 사측에 유리하게 해석해 왔기 때문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해당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046 판결,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등).]
요약하면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사측이 불법으로 무단 변경하더라도 ”사회통념상“ 말이 되면 유효함]이라는 것입니다. 1978년부터 내려온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 그런데 얼마전 판결에서 대법원은 그 판례를 최초로 뒤집고, “사회통념이고 자시고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와라”란 취지로 파기환송합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 판시의 이유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불법/위헌 사항을 ‘사회적 통념‘이란 단어로 퉁칠 수는 없음
2.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에서 명문화하기 전부터 이미 집단적 동의권을 인정해 왔음. 그런데 왜 이걸 이렇게 예외를 줬어야 함?
3.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면 사측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음. 그런 게 아니라면 노사가 합의해야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 인정됨.
4.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단체협약을 위배한 인사처분을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음. 이 사안은 단체협약보다 상위인 법률 위반이므로 더더욱 유효하다 할 근거가 희박함.
5.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이게 뭔지 아무도 모름. 대법원 판단마저도 사후적임에 불과.
- 물론 대법원이 완전히 입장을 친노동자 측으로 뒤집은 것은 아니고,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이라는 법리는 남겨둠으로써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이 역시 가능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개인적으로는 꽤 중요한 판결이라 생각해서(그리고 제가 다니는 직장도 저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는 않아서) 소개 차원에서 정리해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