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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4/13 17:32:45
Name 상록일기
Subject [일반] 항거할 수 없는 악의가 덮쳤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예전에 친한 친구가 말하길, 자기는 어떤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시뮬레이션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어요.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 들어가서 누군가 난동을 부리거나 일하는 도중에 화재가 났을 때를 상상하면서 자기가 행동해야할 바를 생각하면 왠지 안정이 된다구요.

그 말을 듣고 나서 저도 몇 번 내게 닥칠 위기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고 대처법을 머릿속으로 마련하기 시작했어요. '자동차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지, 만약 직장동료가 갑자기 쓰러지면 어떻게 해야지'하구요. 일어나선 안되는 일들이지만 언제가는 한번 쯤 겪을 수 일들이고, 어느 정도 정형화되고 해결 가능성이 있는 대응법을 찾을 수 있어 안정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고민하고 찾아봐도 누군가의, 특히나 나보다 힘이 쎈 이들의 악의에 대해선 대처할 방도를 찾기 어려워요. 이런 걸 생각하면 속이 답답하고 불안하구요. 만약 이웃에 불쾌한 습관을 가진 건달이 이사를 와서 괴롭다면? 온몸에 문신을 한 덩치들이 매일 밤 술판을 벌이고 항의를 하면 되려 협박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실제로 몇년 전 인천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법적으로 어떻게 할 마땅한 도리가 없다는 말도 봤구요. 강제퇴거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구요.

만약 악의를 가진 법률 전문가나 부유층과 법적다툼이 벌어진다면? 나는 무고한 이유로 송사를 벌여야할텐데 설령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비를 온전히 보상받지 못할 뿐더러 그 간의 정신적 피폐함은 치유받을 길이 없을거에요. 법조인이나 부유층에게 송사에 들어갈 비용과 시간은 사소할테지만 저에겐 아닐거에요. 최근 고위층과 부유층의 법을 이용한 괴롭힘이나 꼼수들을 봤을 때 마냥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 건 아닐거에요.

저는 그저 기도하는수밖에 없을까요? 이런 고난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저를 시험에 들지 않게하시라' 빌 수밖에 없나요? 이런 악의를 가진 소수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나 나를 보호할 수단은 없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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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
23/04/13 17:39
수정 아이콘
안타깝지만, 기도메타 말고는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학생일때, 부모님이 납품하던 회사와 재판을 했는데, 그게 우리가 납품한 물건에 대한 외상값을 내놓으라는 거였거든요.
근데, 그쪽에서 전관예우 변호사를 써서 결국 우리가 패소하고, 외상값은 다 날리고,
물건값을 받기 위해 그쪽이 소유했던 빌딩에 대한 가처분을 빌미로,
우리쪽으로 역으로 손배소를 해서, 결국 우리가 져서 그걸 다 물어주고, 부모님의 사업은 파산하고, 저희 집은 빚더미에 앉았죠.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그 어떤 정의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그랬는지, 성인이 된 이후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냉소적이 되고, 기득권에 대한 증오가 항상 바닥에 깔려있게 됐습니다.
단비아빠
23/04/13 18:26
수정 아이콘
잘 이해가 안가는데 좀더 자세한 상황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외상값 독촉이라는 단순한 사안이 전관예우 변호사로 뒤엎을 수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군요...
-안군-
23/04/14 11:14
수정 아이콘
저도 20여년전 일인데다가 그땐 어려서 자세한 정황까지 알기는 어렵고요,
대충 저희가 납품하던 공장 부지가 재개발되면서 사업을 접었는데, 그 와중에 저희쪽 외상을 누락시켰고, 법인이 없어져버린 상황에서 대표에게라도 돈을 받아내겠다고 소송을 건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경규
23/04/13 17:43
수정 아이콘
일어난일에대해 걱정하기도 시간아까운걸요
블레싱
23/04/13 17:52
수정 아이콘
제목에 답이 있네요. 항거할수 없으면 그냥 당하면 됩니다. 해결이 가능하면 항거할 수 있는거 겠죠.
문제가 터지면 문제의 원인과 과정, 주위 환경과 요소들 등등 수많은 변수들이 있는데 터지기 전에 대비를 한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그런 걸 대응하겠다고 수많은 변수를 생각해가면서 고민할 시간에 그런 일 자체가 안 생기도록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거나
당장의 내 행복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인센스
23/04/13 17:54
수정 아이콘
하늘이 무너지랴
알라딘
23/04/13 17:54
수정 아이콘
인생은 어느정도 운이라..그런일이 일어나지않길 바라며 사는방법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하루에 사망자가 꾸준히나오는데 그분들은 대처하지 않아서 그렇게 됐을까요.
투게더
23/04/13 17:54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티벳 속담)

-해결 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이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 없다.
애플프리터
23/04/14 00:47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드니 좋아하는 속담이긴 한데, 젊었을때 이 마인드면 성공은 못합니다.
준비된 자만 선택의 기로에서 좋은 길을 뽑을 확률이 많이 높아서요.
23/04/14 00:58
수정 아이콘
어차피 낙관론과 비관론은 쌍수로 드는 거라 괜찮습니다.
23/04/14 09:12
수정 아이콘
걱정을 하지 말라는 거지 준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죠

가령 올해 수능시험 성적이 걱정될 수 있는데 아 점수 떨어지면 어떡하지? 오또케 오또케~ ㅠㅠ 하고 걱정을 하지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는거고

길거리에서 칼 든 미친 사람을 만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하지 말고 달리기를 수련하든, 호신 용품을 사든 대책을 강구하면 되는 거죠


반대로 인류보다 고도로 발달된 외계인이 미국 일 주일 만에 패전 시키고 지구를 정복해서 노예로 만들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거고요. 어차피 해봐야 답이 없으니. 준비도 할 것이 없죠
이경규
23/04/14 21:35
수정 아이콘
성공 하셨나요 그래서
애플프리터
23/04/20 04:45
수정 아이콘
돈은 많이 못벌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삽니다. 오랫동안 할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 속담이 바로 제 마인드에요.
다만, 여윳돈이라는 문제는 해결이 안되네요.
상록일기
23/04/14 09:04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레드빠돌이
23/04/14 10:59
수정 아이콘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23/04/13 17:57
수정 아이콘
고민해도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23/04/13 18:04
수정 아이콘
도망가야죠
23/04/13 18:06
수정 아이콘
저도 쓸때없는 고민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보고 실제 사회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나보다 힘쎈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잃을게 없는 사람입니다.
minyuhee
23/04/13 18:35
수정 아이콘
누구든지 개인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면 부랑자로 위장한 암살자의 공격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줄을 섰는데 뒷사람이 감춘 독칼을 찌르면 방법이 없죠.
23/04/13 20:34
수정 아이콘
의심하고 고민하다 보면 끝 없긴 하죠 크크
모르는 사람이 칼 찌르는게 불안해서 경호원을 고용하면, 나중엔 경호원이 날 찌르면 어쩔지에 대해 고민하고 불안해 하는...
23/04/13 18:46
수정 아이콘
항거할 수 없는 악의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면 할 수 있잖습니까. 한놈은 같이 갈 수 있겠죠.
23/04/13 20:31
수정 아이콘
온갖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건 좋다고 봅니다. 그래야 대비할수 있는 문제에 최개한 대비를 하니까요.
하지만 그 대비란게 결국 확률을 바꾸는 선택일뿐, 절대적인 방어가 되진 못한다는것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죠.

저 같은 경우, '항거할수 없는 악의'는 자연재해 정도로 생각하고 삽니다.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확률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가끔 고민도 하고, 그렇게 고민 하다 보면 어찌할지 막막해질때가 있지만
딱 그 정도에서 그쳐야죠. 어차피 답 안나오는 문젠데. 더 하면 그건 불안감만 키울 뿐이잖아요.
상록일기
23/04/14 09:04
수정 아이콘
말씀 감사합니다
23/04/13 20: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만약 제 딸이 성폭력을 당해서 자해하고 자살시도 속에서 하루 하루를 죽고 싶어 한다면

전 어떻게든 그 사람을 찾아가서 복수할 겁니다

제가 무기징역을 받거나 사형에 처해져도 딱히 후회하진 않을 거 같아요

항거할 수 없는 불의라면 복수라도 해야죠

그걸 국가가 용인하지 않는 건 다른 문제구요
상록일기
23/04/14 09:03
수정 아이콘
따님이 계셨군요. 저도 딸은 없지만 제 가족이 당한다면 그럴 것 같습니다
23/04/13 20:56
수정 아이콘
묘사하신걸 보면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강박 사고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상록일기
23/04/14 09:04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ㅜㅜ
23/04/14 09:05
수정 아이콘
상기 와 같은 사고가 본인을 괴롭히신다면요. 힘드시면 인지 행동 치료 한번 받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거에요.
상록일기
23/04/14 09:07
수정 아이콘
공황장애 상담 받으러 갈 때 선생님께 같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혹시 두 질환이 연관이 있나요?
23/04/14 09:09
수정 아이콘
두 질환이 정확히 같은 pathway의 문제로 생기는 건 아니지만, 동반 질환 유병률이 꽤 됩니다. 공황 장애 치료도 받으신다면 약물 사용도 한번 고려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정신과 약물이라고 해서 별건 아니고 (물론 별거인 약물들이 있지만) 아플 때 진통제 먹는거랑 비슷하게 생각하셔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요새는.
상록일기
23/04/14 09:10
수정 아이콘
정말 감사합니다!
-안군-
23/04/14 12:28
수정 아이콘
공황장애가 있으시다면, 저런 생각들이 공황증세를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냥 될대로 되라 하고 생각 놓으시는 게 더 좋을거에요. 저도 그게 안돼서 약 먹고 있긴 한데.. ㅠㅠ
무한도전의삶
23/04/13 21:05
수정 아이콘
어느 정도는 뭐 [에엑따] 하고 당하는 게 인생이지요.
23/04/14 01:03
수정 아이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부모형제가 살해되고 강간혼을 당하거나 노예로 끌려가도 대부분 살아는 가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연약하고 대체로 당하고 살며, 모든 상황에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페스티
23/04/14 09:13
수정 아이콘
주짓수든 복싱이든 몸을 달련하는, 판사에게 쇠뇌를 쏘는,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기는, 그런 기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23/04/14 20:22
수정 아이콘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기다 재밌죠 크크크
23/04/14 09:25
수정 아이콘
저도 가끔 시뮬레이션을 하곤 하는데 지극히 상식선에서 합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처리 절차라든지(한번도 안 당해봄)

화재가 났을 시를 대비하여 소화기 위치를 파악하고 비상구를 확인한다든지(모든 건물이나 매장에 들어서서 하는 것은 아님. 집이라든지, 오늘 묵게 될 숙소라든지 하는 경우)

장례식을 많이 안 가봐서 조문 절차가 항상 헷갈리는데 조문 갔을 때 행동 절차라든지 이런 것들을 종종 생각합니다.

위에서 나온 티벳 속담처럼 걱정해봐야 해결 안 될 일은 그냥 안 합니다 크크
이선화
23/04/14 15:48
수정 아이콘
이건 그냥 걱정하시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준비하는 거라서 되게 바람직한 삶의 자세 같은데요 크크크
노둣돌
23/04/14 09:50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의 내 지식을 가지고 구석기 시대로 가는 경우를 자주 상상합니다.
먼저 나무가지를 꺽어 기둥과 지붕재료로 하는 움막을 짓습니다.
부싯돌을 이용하여 불을 만들고, 석탄을 캐내고 불완전연소 조건을 확립해서 수소를 만들어 철과 구리금속을 제련하는 순서를 거치게 됩니다.
철과 구리를 이용해서 볼타전지를 만들어 전기분해로 여러 금속을 만드는 순서까지는 확정입니다.
그 이후는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 꿈을 깨듯 현실로 돌아옵니다.

저만 이런 줄 알았더니 제 아들내미도 같은 상상을 한다고 하고, 전 직장 동료도 그런 상상을 많이 한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신이 되고 싶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아닐까 합니다.
마신_이천상
23/04/14 10:26
수정 아이콘
견뎌내고 버텨내는 것이지요...
두꺼비
23/04/14 11:13
수정 아이콘
그것 때문에 미국은 총기소유를
23/04/14 13:19
수정 아이콘
음...저도 그런 상상 많이 하는데요. 최근에 본 글이 있어요. 그런 상상을 하면 실제로 겪은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에 안 좋다구요. 작성자분도 건강을 위해 자제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상록일기
23/04/14 16: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영소이
23/04/14 21:21
수정 아이콘
제시하신 본문의 내용을 읽어보니 작성자분께는
방법론적 접근보다는
슬프고 괴롭고 두려운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에겐 헤쳐나갈 힘이 있다
고 되뇌이는 게 더 효과적인 게 아닌가 싶어요.
본인을 못믿으니 자꾸 술수만 찌끄리는데 위엣분들 말씀들처럼
예상치못한 일들이 일어나면 어떡하실 건가요.
상록일기
23/04/16 14:25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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