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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6/18 11:59:21
Name 노익장
Subject [일반] 다행히 오늘도 똥을 만든다
아마 스토아적인 말일 거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생각과 행동뿐이니 나머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우울증에 걸려 약물치료를 받아본 사람은 의심해본다. 과연 생각과 행동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약 하나 먹었을 뿐인데 예전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전보다 더 쉽게 웃고 조금 더 열정적으로 일하는 스스로에 놀란다. 자유의지라는 건 정말 존재하는걸까? 나는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가?

만약 자유의지가 없다면 누군가의 타락과 악행을 손가락질하는 건 화산폭발이나 지진을 비난하는 것과 비슷하게 우스꽝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악인을 더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만약 자유의지가 없다면 과거의 나의 실패와 실수를 곱씹는 것도 우스운 일일 것이다. 나는 과거에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아니, 선택을 할 여지가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나는 나를 용서하고 위로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세상을 관찰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뿐일테다. (이건 자유의지일까?) 나는 기억력이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없다. 머리털이 빠지는 것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건 가능할까? 하물며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하려는 일의 성취를 결정하려는 건 너무 먼 길이다. 진인사대처명, 모사재인 성자재천이라. 분노와 짜증과 화는 무의미한 일이다.

그냥 매일 감사하고 매일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살자. 다행히 오늘 하루도 쾌변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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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22/06/18 12:06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전 갈수록 정수리도 휑해지는데 치질끼도 있고 변비도 오는 것 같습니다 따흐흑 ㅠㅠ
암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안군-
22/06/18 12:12
수정 아이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배설을 기쁨을 이미 깨달아 이를 "카타르시스"라 불렀으니...
똥을 쌀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진정한 기쁨을 알고 있다는 것이죠!
겟타 아크 봄버
22/06/18 13:44
수정 아이콘
몸이 정말 안좋을때가 있었는데 음식을 먹어도 소화도 못시키고 그러다보니 뱃속에서 똥도 안만들어지더라고요
뭐 그야말로 살아서 걸어다니는 시체같은 느낌?

똥을 싸는것 그것도 쾌변을 할수있다는것은 저에게 있어서 살아있다는것 그것도 아주 잘 살아있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진짜로 중대사항인것이지요
제3지대
22/06/18 13:44
수정 아이콘
살아있기에 똥을 쌀수가 있는겁니다
똥 쌀수있음에 감사합니다
근데 오늘은 어제 먹은게 적어서인지 똥을 싸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언짢아집니다
나도 시원하게 똥싸고 싶다!!
칠리콩까르네
22/06/18 13:45
수정 아이콘
디아블로 이모탈하다가 수면제 똥3를 다시 까는 저로서는 적절한 제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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