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를 두고 흔히 '짤방형 감독'이라고도 부르죠? 좋은 의미로는 장면의 임팩트가 센 영화를 찍는 감독이고, 나쁜 의미로는 그걸 잘 연결시키는데 약점을 가진 감독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앰뷸런스> 얘기를 하면서 잭 스나이더 감독 얘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저는 어떤 측면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많이 닮아있다. 혹은 오히려 상위호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좀 해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트랜스포머> 1편에서나, 혹은 <더 록> 같은 영화에서 마이클 베이는 시퀀스를 잘 찍고, 전개는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앰뷸런스>는 어떤가, 딱 베이 영화 스럽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하늘 배경이 보이면 해지기 전, 해뜨기 전의 골든 타임이구요.(물론 해뜰때 시작해서 해질때 끝이라면 말이 되긴 합니다만.) 카메라는 시종일관 반시계 방향으로 돌구요. 시각적으로 꽉꽉 채워 넣은 효과들이 있구요. 폭발이 있습니다.
자, 장점부터 살펴보면, 영화의 강점은 좋은 상황과, 좋은 배우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는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이 생각 나려다가 말았어요. 네, 일단 돌팔매 내려놓으시구요. 생각'나다 말았다'라니까요. 좁은 자동차 안, 남자 둘, 거기 엮인 프로페셔널한 여성, LA의 배경 등등. 낮과 밤만큼 다른 성향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생각나다 말 정도는 될 거 같아요. 부상당한 경찰, 괜찮은 인물 조형, 꽉꽉 채운 시각적 효과 등등 꽤 좋은 지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 주인공이 좋은 연기를 보여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배우는 좋은 개연성을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개연성이 아주 중요한 건 아니고, 여전히 뜬금없이 물음표를 띄우게는 하지만, 세 배우 모두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괜찮은 개연성을 보여줍니다.
단점도 여전히 마이클 베이스럽습니다. 시각적 효과와 서사상의 이벤트가 과다하게 많아요. 2시간 10분 가량 되는 러닝타임이 지나면 꽤 피로할 정도로 이벤트가 많은 영화입니다. 눈 아파요... 또 연기는 좋습니다만, 그걸로 커버되지 않는 인물들의 행동 문제, 재미없는 개그 장면 등등. 마이클 베이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마이클 베이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건데, 좋은 장면들의 결합이 좋은 영화를 담보하진 않아요. 이 영화도 약간 그렇습니다. 또 LA라는 배경이 제대로 영화와 호응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예산으로 LA 한 복판에서 저렇게 터뜨리는 영화를 찍었다고?라는 생각은 들지만, LA에 살지도, 가본적도 없는 저에겐 굳이 LA일 필요는 모르겠다 싶긴 하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베이 영화의 최고봉인가는 모르겠고, 눈에 띄는 단점들이 없는 영화도 아닙니다만, 저는 이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어요.
일단 베이 치고는 짧고, 오락 영화로는 조금 긴가? 싶은 수준의 2시간 10분 내외의 러닝타임인데요, 몰입감이 좋습니다. 이벤트가 많고 정신 없긴 합니다만 몰입도가 좋아요. 또, 그 상황에서 세 명의 캐릭터가 주도권을 쥐고 다투는 그림이 좋습니다. 그리고 폭발이 덜 나와요(중요). 정확하게는, 저게 저렇게 터진다고? 싶은 장면까진 없습니다. 네.
그 모든 단점을 밀쳐두고라도, 여전히 베이 감독은 자동차 추격전은 기깔나게 찍습니다. 또 폭발이나 대형 충돌은 멋있게 찍구요. 난장판을 만드는 장면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특유의 감각적인 시각적 효과를 잘 쏟아냅니다. 앞서 말했지만, 좀 길긴 하지만요. 결국 이 영화는 시작한지 한 20분 만에 추격전이 시작해서 영화 끝나기 10분 전까지 달리는 영화고, 그 상황을 잘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