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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28 22:08:40
Name 판을흔들어라
File #1 20201228_220905.jpg (2.58 MB), Download : 88
Subject [일반] 사기(史記)급은 아니였던 다이애나의 영웅기(원더우먼1984 스포후기)



최근에 본 영상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영화 중반부에 갑자기 생각이 났던 것은 사마천과 그의 책 사기(史記)였습니다.
어렸을 적 경주대회에서 우승하려 할 때 안티오페가 지름길로 왔다고 저지하자 '내가 다 이겼는데'라고 투정하는 것처럼
스티브가 또 한 번 자신을 희생(?)하려 할 때 '난 여태 착한일을 많이 해왔는데, 내가 원한 건 당신하나 뿐인데'라고 투정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하늘의 도가 있는가'라며 외치며 사기를 집필하던 사마천의 울분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잠깐 사마천의 사기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야기 하자면(저도 다 읽은 게 아니라 여기저기 해설을 본 것 뿐입니다.)
사기의 집필의도로 아버지가 쓰던 역사서를 계승한다는 의도도 있지만 '하늘에 도가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으로도 봅니다.
천도시비(天道是非). 하늘의 도는 옳은 가 그른가. 하늘의 도가 있다면 착한 사람이 고통 받고 나쁜 사람이 잘 살 수 있나(신은 있는가?)
이러한 의문으로 시작하는데 사마천 본인도 친하진 않지만 억울한 누명을 쓴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거세)에 처했으니 그 울분이 어땠겠습니까?



혹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한 번 보세요


인간세계로 나와서 대가 없이 인간들을 도우며 구해준 영웅 생활을 해왔는데 어떻게 나는 내가 원하는 한 사람 얻을 수 없는거지?
원더우먼의 그 울음섞인 이야기를 듣자마자 정말 찡하더군요. 결국엔 개인으로 돌아간 MCU의 스티브 로저스가 생각도 나더군요.
그런데 여기의 스티브도 저기의 스티브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비록 몸은 다른 사람의 몸이지만 신기한 게 많은 미래 세계에 환생해
사랑하던 여인과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겠지만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사랑하던 여인의 힘이 필요로 하고 그러려면 자기가 사라져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순응하고 또 그걸 사랑하는 여인에게 권하죠. 스티브 트레버도 정말 멋있었습니다.

그러나 DC는 사마천이 아니였고, 원더우먼1984는 사기(史記)란 명작에 미칠 수 없었습니다.
메세지는 좋지만 그것을 담은 이야기가 엉망진창이라면 크게 와닿을 수 없는 법이겠지요.
액션영화 인데 액션이 유치하기도 하고 부실합니다. 박력이 안 느껴져요. 그리고 뭔가 우아하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예고편에도 나왔던 트럭 뒤집히면서 원더우먼이 착지하는 장면에서의 포즈는 대체 뭔가 싶었는데 영화 내내.....
갑옷 보여줬으니(갑옷 보여주는 과정도 좀 별로고) 갑옷 안 가지러가나 생각하고 있는데 뜬금 날으는 법을 터득하고 날라다니다가
나중에야 갑옷 가지러 가는데 후..... 예고편 변개 타고 다니는 장면도 차라리 전투장면과 합쳤으면 더 멋있었을 것을....
치타도 '너 정말 안되겠구나' 하고 나서는 박력있게 때려 잡아야 멋있을 거 같은데 감전사....
최종보스인 맥스웰 로드도 엄청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세치의 혀로 퇴치하다니..... 뭔가 기운 빠졌습니다.
나중에 아들 안는거 보면서 일 다 저질러놓고 회개하는 악당이 참 뭐랄까

전 갤가돗의 연기는 잘 못느꼈지만(예쁘긴 예쁘다) 나머지 크리스틴 위그,  페드로 파스칼의 연기는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보면서 내내 '시나리오가 아깝다 아까워' 소리가 속으로 나오더라구요.
크리스 파인은 왜 이렇게 멋있는지 보통 촌스런 옷을 입는 장면에서 전혀 촌스럽지가 않더군요.

흔히 말하는 평작 딱 그정도 되겠습니다.
눈이 높아져 이런 히어로물에 기준이 높나 싶으면서도 아쉽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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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꿀
20/12/28 22: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코로나만 아니면 한번 보러갈까 싶었는데, 유튜브나 리뷰를 보니 굳이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볼 이유를 못 찾는 영화라는
평이 대세네요. 갤 가돗 미모값이라고 해도 티켓값이나 코로나 걱정 같은 이런 저런 비용은 지불하기 피곤하구요
판을흔들어라
20/12/28 22:48
수정 아이콘
이번 원더우먼 보는데 총 좌석 280에 140만 풀리고 거기에도 관객이 한 10명 정도였습니다. 잘 찾아보시면(?) 혼자서 볼 수 있을지도....
20/12/28 22:26
수정 아이콘
저도 딱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날 돌려보내도 된다고 말하면서 웃는 스티브 로저스와, 실제로 그를 돌려보내면서 괴로워하는 원더우먼 장면은 정말 짠했어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식은 참신하긴 했는데, 비슷한 방식을 취했던 데드풀2 는 앞부분에서 충분한 액션을 보여줘서 참신함을 기분 좋게 느꼈던 것에 반해서 원더우먼은 히어로 무비가 아니라 크리스마스용 가족 판타지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판을흔들어라
20/12/28 22:53
수정 아이콘
스티브 로저스와 다이애나 프린스의 만남이라니! MCU와 DCEU의 콜라보! 이번에 마블이 왓이프에서 페기 카터를 캡틴 브리튼으로 만든 것처럼 DC도 반대로 해도 괜찮겠더라구요.
20/12/28 22:57
수정 아이콘
아 크크크크 그렇네요
20/12/28 22:45
수정 아이콘
빌런 캐릭터 빌드업은 잘했는데 그 캐릭터들을 퇴장시키는 방법이 영 거시기했죠.

흐뭇하고 재밌게 보다가 피시식 김빠진 콜라가 되어버린 기분이에요.
판을흔들어라
20/12/28 22:54
수정 아이콘
전 치타의 빌드업이 조금 어색했던 게 초반 연출이 '얘 찐따야. 찐따 맞다니까, 얘는 찐따래요~'라고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티브의 퇴장은 정말 감동이었는데...
20/12/28 23:02
수정 아이콘
초반 연출이 좀 과한 면은 있었죠. 진짜 좀 심하게 아싸찐따같아서.... 그래도 그 이후의 감정 변화는 되게 괜찮았어요. 딱 수인 모습 나올 때까지가 좋았는데 그 다음이....
잠이온다
20/12/28 22:55
수정 아이콘
그립읍니다.... 잭감동님.....

잭감동님이 담당 안한 1편 아레스 전투꼴을 보아하니 이번 영화의 액션은 예고되었는지도요....
판을흔들어라
20/12/28 23:03
수정 아이콘
집에 와서 배트맨 대 슈퍼맨 원더우먼 등장씬을 다시 봤습니다. 밀쳐져서 우물 같은 곳에 부딪혔을 때 넘나 섹시한것....
20/12/28 23:40
수정 아이콘
DC의 원더우먼영화가 여성히어로란 점에서 마블의 캡틴마블과 비교가 되던데
이 점에서는 블랙팬서와 비슷한 것 같죠..
팀무비에서 조연으로 폭풍간지를 보여주면서 첫 등장해서 큰 기대를 하게 했는데
정작 단독작품에서는 아무리 감독이 다르다고 해도 당최 그 간지가 재현되질 않았다는 게 너무 아쉽죠..
판을흔들어라
20/12/29 00:15
수정 아이콘
저스티스 리그를 안 봤는데 거기서도 괜찮게 나오나 보군요
20/12/29 13:49
수정 아이콘
BGM이 최고였죠, Is she with you? 한동안 휴대폰 벨소리로 썼죠.
박민하
20/12/28 22:55
수정 아이콘
저는 슈퍼파워는 기본적인 법칙 같은걸 무시해도 그러려니 하는 스타일인데,
그래서인지
전투기 탈취- 음 그럴 수 있지,
이륙과 동시에 클로킹 - 불꽃놀이 불꽃은 튀는데 레이더에 안걸려? 그럴 수 있지 슈퍼히어로의 클로킹 어빌리티인데
연료보급 없이 DC부터 카이로 왕복 - ??????

그냥 뭐 A부터 Z 까지 다 맘에 안 드는 영화였네요 이걸 주말이랍시고 돈 더 내고 본게 후회스러울 정도 ... 애초에 영화 초반부 올림픽은 왜보여준건지도 모르겠고 ..
판을흔들어라
20/12/28 23:06
수정 아이콘
몇 시간을 날라가야 하는데..... 시차적응은 어떻구요. 시차적응 하니 맥스웰 로드 방송하는데 그 방송 안 보고 자고 있는 나라들도 많을텐데 크크크크
은하관제
20/12/28 23:51
수정 아이콘
나름 원더우먼 1편을 재밌게 본 입장에서 같은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언가 아쉬움이 계속 들더라고요. 특히나 액션신은 중간중간 엉성한 느낌도 들더라고요.

스티브 트래버를 다시 퇴장시키긴 해야 했는데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 눈물겨운 이별씬을 찍고 난 후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에라 모르겠다'하고 갑분 크리스마스 가족드라마로 매듭지은게 아닐까하는 생각조차도 들었죠 흐흐
판을흔들어라
20/12/29 00:16
수정 아이콘
정말 그 이별 장면 참 좋았는데.... 그 후 달리는 장면까지도
20/12/29 04:16
수정 아이콘
크리스틴 위그때문에 보고싶긴한데... SNL시절부터 넘 웃긴아줌마임
판을흔들어라
20/12/29 09:31
수정 아이콘
연기 좋았습미다. 다만 전 변신 전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20/12/29 06:23
수정 아이콘
그냥 초반 쇼핑몰씬부터 헛웃음이.......걍 노잼이더군요.
코로나 시국이라서 그나마 이정도지..
만약 정상 시국에 개봉했으면 폭망했을 거 같아요.
판을흔들어라
20/12/29 09:31
수정 아이콘
84년대 감성 느낌이긴 했죠
20/12/29 09:14
수정 아이콘
전 원더우먼 1편도 dc 다른 작품들이 워낙 망이라 그렇지 마블에서 그 정도로 나왔으면 망 소리 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근데 2편은 크크크...
판을흔들어라
20/12/29 09:32
수정 아이콘
윈터솔저에 눈이 맞춰져서 그렇지 원래 히어로물은 이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레싱
20/12/29 13:25
수정 아이콘
간만에 나오는 블록버스터(보고 나오니 대작이 맞나 싶지만?)영화라 올해 CGV VIP관람권이 많이 남아 평이 나쁜데도 보고 왔는데 역시나였습니다.
빌런이 너무 매력도 없고 긴장감이나 위기감도 안 들더군요. 히어로 의상도 뭔가 촌스럽고... 걍 갤 가돗 사복이 참 예쁘구나 싶은거 밖에 없었습니다.
DC 유니버스 순위로 메기면 아쿠아맨>맨오브스틸>원더우먼1 >배댓슈>원더우먼2>저스티스리그>수어사이드스쿼드 정도 되는거 같네요.
판을흔들어라
20/12/29 14:54
수정 아이콘
아예 타락하는 게 더 좋았을 거 같았습니다. 정말 해치우기도 어려웠을텐데.... 해치울 방법이 생각 안나 그렇게 했나라는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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