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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02 18:53:36
Name 토루
Subject [정치] 내일 수업 발표 자료 - 정의와 증오와 욕망과 정치 (수정됨)
저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원인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언론 기사나 논평 등을 참조할 수 있지만, 그보다 앞서 제 이야기를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정치의 문제, 아니 나아가 모든 정치 문제의 근원은, 사람들이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욕망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성애를 가출 청소년의 매춘과 비슷한 성적 타락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악의 길로 가출 청소년들이 나아가지 않게 막기 위해 일평생 자신의 사비를 털어 쉼터를 운영하고 봉사활동 하는 사랑 많은 신실한 기독교인이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자신의 트랜스젠더 성향을 고심하고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어렵게 부모님께 말을 꺼내자 굳어지는 아버지의 얼굴과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고 방에 틀어박혀 자살 충동을 느끼는 트랜스젠더가 있습니다. 이 둘이 LGBT 문제에 대해 합의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 6.25 전쟁 당시 공산당의 남침으로 자신의 남편을 잃고 어렵게 홀로 아들을 키워낸 90대 노인분이 계십니다. 이분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우호적인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설득할 수 있습니까? 전주 토박이 80대 할아버지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에 살던 자신의 친척을 잃은 아픔이 있습니다. 이분에게 국민의 힘을 지지하라고 설득할 수 있습니까? 설득할 수 없습니다. 만약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설득이 의미 있거나 바람직합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습니다.
이제 서로 합의할 수 없는 선이 확인되었다면, 그때부터는 분노와 증오가 낭자하는 정치라는 이름의 전쟁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너무나도 쉽게 확증편향에 빠집니다. 너 빨갱이지? 너 토착왜구지? 반대편에 선 일부 극단의 행태를 모든 진영에 일반화하여 적용하고 타인을 린치하면서 자신의 정의를 인정받고 거기서 존재가치를 찾습니다. 이에 어떤 반론을 듣는다고 해도, 그 사람이 그 사람 나름의 정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못 배웠기 때문이거나 저열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립니다.
이 승리에 대한 욕망 속에서 권력을 쥐고 가치를 배분하는 정치는 그 욕망에 대한 해답으로 느껴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권이 개입된 권력투쟁에 열광하게끔 만듭니다. 이 전쟁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함께 결속하고 우리 편의 도덕적 우위와 유능함을 증명해내야만 하므로, 우리 진영에 돌을 던지는 자는 배신자입니다. 그래서 금태섭은 진실로 배신자였으며 유승민은 진실로 배신자였습니다. 아니, 왜 고작 그런 이견조차 포용하지 못해? 그런 의견을 일부의 사람들이 제시하지만 이런 욕망은 조직화되지도 파편화되지도 않았으므로 중앙정치에서 결코 수용되지 않습니다. winner takes all의 정치체계에서 야당으로 머무른다는 것은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이므로 상대 정치 세력의 비리, 권력남용, 낙하산 인사, 실정을 끊임없이 캐내고 문제를 제기하며 때로는 정치적 실패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함정을 팝니다. 그리고 정치적 승리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 정치인들은 지지자들의 욕망에 호응하는 동시에 권력이 주는 달콤한 과실을 누리며 공명심이든, 사익이든, 자신의 존재의의와 행복을 그 권력의 범위 안에서 만끽하고 도취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다. 단순다수대표제가 문제다. 정치를 둘러싼 이 모든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자는 논의는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제 생각에 이런 것들은 핵심적이나 본질적인 원인이 아닙니다. 정치의 문제를 일으키는 본질적인 속성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우리 모두가 정의를 욕망하며 증오를 욕망하는 가련한 인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역설적이게도, 다시금 사랑과 관용을 대안이라 주장합니다. ‘온건에 대한 신념’을 꿈꿉니다. 권력이 나의 편이 되는 것이 권력을 분산하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보다 중요한 세상에서 때로 온건함은 아무런 힘이 없는 듯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녕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의견이 세상을 거꾸로 돌리듯 느껴지더라도 그 주장과 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해 반론할 수도 있고 반박할 수도 있으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평행선을 이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신념이 정치에서 묵살 당하거나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의견과 신념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여력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하는 태도. 비록 그것이 충분하지 못해 또 다시 의로운 분노에 휩쓸린다 하더라도 이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 이것이 정치가 때로 부침을 겪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진일보한다는 믿음이며,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개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온건에 대한 신념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치를 바라볼 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며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관용과 인내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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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정치학개론 플립드러닝 수업 발표 내용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정교하게 다듬지도 못했고 훌륭한 글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드러내고 함께 공유하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에 글을 올려봅니다.
부디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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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 off
20/12/02 19:01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왔습니다.
20/12/02 19:1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그치만 역시 이런 글은 시사 이슈에 비해 조회수가 안나오네요....(시무룩...)
20/12/02 19:17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수업 들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이걸로 발표하겠습니다.




농담입니다...학생아닙니다..
20/12/02 19:21
수정 아이콘
실제적으로 극단적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 협의가 안 되도 중도층에 의해 협의가 되는 거죠.
문제는 중도층은 대부분 관심 없거나 관심을 가져도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갖게 됩니다. 바이어스가 끼는 거죠.

그중에서도 전쟁이 되는 건, 중도층이 감정적으로 동조했기 때문입니다. 감정이기 때문에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타협이란 게 어려워지는 거죠. 손익 계산이 아니라 선악 투쟁이 되어버리니까.
20/12/02 19:22
수정 아이콘
들여쓰기만 조금 하셔도 가독성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글 잘읽었습니다~
20/12/02 19:27
수정 아이콘
Hwp파일에서는 다 들여쓰기를 했는데 복사붙여넣기를 하니 pgr에서 지원을 안해주는군요. 다음부터는 검토하겠습니다!
댄디팬
20/12/02 19:28
수정 아이콘
호소력 높은 발표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정치학 수업 들으신다고 하시니 그냥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해법을 태도로 귀결해서는 곤란합니다. 사랑과 관용이 해법일 수 있지만 그 사랑과 관용이 깃들게 하는 것은 제도와 환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제는 분명히 승자독식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다른 정체로 바꿀지 견제를 활성화 시킬 것인지 논의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제도가 타협과 합의의 전통을 만드는 초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문을 배우는 것은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태도로만 결론을 내리는 것은 호소력있지만 공허한 발표로 평될 수 있을거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드립니다.(정의와 증오를 욕망한다는 수사와 통찰은 참 좋지만요.)
리스트린
20/12/02 19:36
수정 아이콘
제도적으로, 시스템적인 접근 없이 개개인의 사랑과 관용의 해법이라고 끝내버리면,
실질적으로 결단코 해법이 존재할수 없다라는 결론과 다르지 않습니다.
20/12/02 19:42
수정 아이콘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독일식 연동형비례대표제(mmp) 도입이나 공약 메니페스토, 언론 팩트체크 기능의 강화와 참여민주주의의 확대-피선거권 연령 인하, 정당민주주의의 법제화, 교육 강화 등을 이전 토론에서 많이 이야기 나눴습니다만 결국 제 사상의 결론은 이쪽으로 방점이 찍히더라구요.
김재규열사
20/12/02 19:36
수정 아이콘
저는 사랑 관용 이런거보다는 제도적인 대답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사랑 관용 이런 쪽으로 가면 결국 교육이 문제고 결국 교육 문제로 빠지죠. 근데 교육을 잘 하면 사랑과 관용 정신이 투철한 민주 시민이 되느냐는 또 모르는 거죠. 잘 하는 교육은 무엇이며 지금의 학교 체계가 맞는지 의무교육은 몇년으로 하는게 맞는지 등등 답 안나오고 ‘정치’와는 점점 멀어지죠.

그리고 어느 나라건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죠. 북한스럽게 한 의견으로 통일시키느냐 우리처럼 자유롭게 떠들게 놔두냐의 차이죠. 자유로운 토론이 독재정권의 획일화보다 낫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났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가.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총쏘고 테러는 안하지 않느냐고 볼 수도 있고 반면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께서 자신이 보기에 가장 타당한 의견이라고 판단하는 쪽에서 논지를 전개하신다면 뻔하지 않게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조말론
20/12/02 19:38
수정 아이콘
첫 줄의 용기가 부럽네요
이른취침
20/12/02 19:49
수정 아이콘
이래서 눈치빠른 아재들은 싫다니까???
사상최악
20/12/02 19:56
수정 아이콘
결론을 꿈꾸며 본론을 하지만 서론 때문에 불가능하니 그 대안으로서 합리적 기준, 공정한 경쟁, 승패에 대한 존중과 아량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마샬스피커
20/12/02 20:09
수정 아이콘
좋은 인사이트지만 윗분말씀처럼 서론과 결론이 매치되지 않는 글이네요.
합의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일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라면..
서론에서 이미 불가능한 주장을 구태여 결론으로 호응하는 것은 역설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유의 빈약함을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게 아니라면 항심이 있는 사람들(엘리트주의)끼리 모여 정치를 진일보시켜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신건지?
저도 더 좋은 결론은 모릅니다만 조금 더 나은 대안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Jedi Woon
20/12/02 20:32
수정 아이콘
위에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듯이, 결론이 다소 진부하다고 느껴지네요.
사랑과 관용, 인내가 해답이 되려면 이를 어떻게 이끌어내고 어떻게 유지할지가 필요한데,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얘기와 같이 느껴집니다.
온갖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누가 얼마나 관용을 배풀고 인내를 해야 할까요?
개론수업에서 완벽한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부분,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 혹은 욕망과 갈등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선이면 충분할 것 같네요.
2021반드시합격
20/12/02 21:06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욕망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반례를 하나 들면서, 그런 반례를 가능케 했던 개별적 방법을 확대 일반화할 수 있는 결론을 제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사랑과 관용이 제도와 시스템으로 나타난 사례가 있다면 그걸 알려보고 싶네요. 꼭 우리나라 이슈가 아니더라도요.
부족하더라도, 아마추어스럽더라도 실제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지막에 주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주제에 대한 글인데 술술 잘 읽혀서 좋았습니다. 발표 잘 마치세요 :)
사딸라
20/12/02 22:09
수정 아이콘
온건한 정치를 유지하려면 강경론자에게는 강경해야 합니다.
파시스트와 스탈린주의자들에게 관용을 베풀면 반드시 배신당합니다.
-안군-
20/12/02 22:50
수정 아이콘
최근에 에리히 프롬의 "시링의 기술"을 한번 더 탐독해봤는데, 사랑의 정의와,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까지는 잘 서술해놓고선 "그래서 어쩌자고?"에 대해선 명쾌한 답을 못 내더라고요. (참고로 저 책은 제목에 속으면 안됩니다. 연애 잘하는 법 따위 안나와요)
본문을 읽으면서 그때 느낀 고구마(?)를 한번 더 느끼는 기분이네요. 사실 세상사에 사이다는 없는법이죠. 사이다 좋아하다간 나치즘이나 최근의 두테르테같은 해법밖에는 안 나오게 되는거고...
20/12/02 22:55
수정 아이콘
대학생이시라면 말씀하신 사항들은 윗 세대까지의 사항이고, 근대사에 따른 굴곡은 이제 넘기고 새로운 시대의 물결에서 탈 이념 및 정책 중심 지지를 위한 차세대 정치의 뉴노멀을 제안해보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과정과 결론이 너무 15년~20년 전에 적용될 올드한 내용인것같아요.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The Seeker
20/12/14 10:43
수정 아이콘
'정치학도'시라면 칼 슈미트의 책, 이론을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치 이론 설립자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극단적인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제일 현실적이고 제일 맞는 말을 한 정치철학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은
"정치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행위이다." 입니다.
이 말보다 현실정치를 더 잘 설명한 말을 못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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