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9/16 23:55:57
Name swear
Subject [일반] 엄마의 음식
명절마다 앵무새같이 똑같이 반복되는 말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짐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엄마..거기까지만..그 정도면 충분하다니까.."

하지만 그런 내 말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음식들이 가득 담긴 가방과 캐리어까지 끌고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로감이 밀려오지만 어차피 더 말해봤자 짐은 줄어들지 않고 서로의 감정만 상할걸 아니까 오늘도 먼저 내가 입을 닫는다.
와이프는 그런 내 옆에서 말없이 살포시 한숨을 내쉴 뿐이고..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산지 10년차..
아마 그 정도가 된 듯 하다. 서울에 처음 올라온게 2010년이었으니까..

그때부터 한 번씩 집에 내려갔다 올때마다 엄마와의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언제나 나의 완패다.
나는 늘 무거운 짐들을 한가득 가지고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게 엄마의 마음이고 그런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무거운 것도 문제지만 더욱더 문제인건 엄마와 나의 입맛이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전형적인 경상도식 입맛을 가지고 있으신 분이라 모든 요리에 음식 간을 강하게 그리고 맵게 하는 것에 반해
나는 매운 음식을 싫어하고 음식 간을 조금 심심하게 하는 편이니 말이다.

이러니 음식을 들고 올라오는게 스트레스라 내려갈 때마다 엄마랑 자주 티격태격했는데 그걸 그만둔건 아마도 작년 설이었던가..추석이었던가..작은 누나가 했던 말 때문이었다.

"나도 시댁에서 명절마다 잔뜩 받아와도 집에 가면 엄마가 또 바리바리 싸서 준다. 그게 엄마 마음 아니겄나. 나도 엄마 음식 입에
안 맞아서 가지고 가면 절반 이상 냉장고에 있다가 버린다. 니도 그러니까 군말 하지 말고 그냥 들고 가서 못 먹겠으면 버리더라도 들고
가라. 그게 엄마 마음이다"

그 말을 듣고 난 후 난 어느 정도 체념을 하고 주는데로 받아서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를 열어서 보이는 음식을 보니 그저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저 음식들을 어찌 처리할꼬.. 일주일 내로 처리 못 하면 또 다시 음식물 쓰레기가 될 걸 잘 알기에 냉장고 문을 닫으며 저것들을 먹을 방법을
잘 생각해봐야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구동매
19/09/17 01:29
수정 아이콘
저희와이프도 저렇게 되려나 아들들한테 흐흐
입맛다르면 힘든데 흑흑
19/09/17 05:10
수정 아이콘
제목때문이라 그런지 슬픈 반전을 예상했습니다만 없군요...그래도 왠지 먹먹해지네요.
티모대위
19/09/17 10:11
수정 아이콘
저는 간이 센 음식 받으면 여러 조리법으로 맛을 약하게 해서 먹긴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3038 [일반] 제 사진을 찍는게 무섭네요 [12] 메자이의 학점약탈자7447 19/10/08 7447 1
83037 [일반] 내가 아이에게 가르친 투자와 트레이딩의 차이 [16] KBNF8733 19/10/08 8733 7
83036 [정치] 홍콩 시위에 NBA가 '흔들'? 미 정치권 "사과 왜했어" [82] 청자켓17101 19/10/08 17101 0
83035 [일반] 재수없게도 찾아온 사랑은.. [20] 짹짹7623 19/10/08 7623 4
83033 [정치]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가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83] ArcanumToss11797 19/10/08 11797 0
83032 [일반] 투자와 트레이딩의 차이 [33] 청운지몽11095 19/10/08 11095 21
83031 [일반] 노벨상, 그리고 소주에 막걸리를 섞어 마신 고은의 만인보 [37] 서양겨자11326 19/10/08 11326 8
83030 [일반] 많은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상하게 발음하는 영어 단어 [124] 피위16834 19/10/08 16834 2
83029 [일반] (삼국지)방통, 윗사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 [57] 글곰15271 19/10/08 15271 39
83028 [일반] 진실의 유용성 [2] Right6771 19/10/08 6771 4
83027 [일반] [스포X] 조커 리뷰, 몰입이 안되는 영화 [27] Ethereum10301 19/10/08 10301 5
83026 [일반] 의학, 병원 정보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79] 마법거북이10927 19/10/07 10927 2
83025 [정치] [단상]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미래 [258] aurelius23298 19/10/07 23298 0
83024 [일반] 스크린 밖으로 따라 나온 조커 [12] 울림요정10651 19/10/07 10651 2
83023 [일반] 아이폰 유저가 적어보는 애플 생태계를 떠나기 어려움에 대한 진지한 고찰. [176] 랜슬롯24683 19/10/07 24683 12
83022 [정치] 맨큐가 본 앤드류 양과 앨리자베스 워렌의 세금안 [28] chilling9457 19/10/07 9457 0
83020 [일반] 부기영화 툰 및 동인지가 왔습니다. [26] SkyClouD10436 19/10/07 10436 1
83019 [일반] 한달정도 PGR 활동을 자제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31] 진선미12294 19/10/07 12294 4
83018 [일반] 누가 장애인인가 [48] Secundo11240 19/10/07 11240 24
83017 [일반]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끝나야 하는 이유 [25] 썰렁마왕10260 19/10/07 10260 5
83016 [일반] 동성애는 유전일까? 에 대한 과학적 대답 [57] Sunsu13621 19/10/07 13621 7
83015 [정치] 세월호 재수사에 대한 국민의 열망(검찰이 진정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103] 진선미15838 19/10/07 15838 0
83014 [정치] 검찰의 공소장 변경의 법률적 문제점 정리 [64] ArcanumToss11699 19/10/07 1169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