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넓은 의미에서 테이블 위에 기물을 쌓아놓고 하는 게임은 죄다 보드게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할 만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종류가 카드게임입니다.
보드가 없는 대신 얻는 간편함과 카드 몇 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강한 중독성 등이 그 특징이지요.
저는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카드게임을 즐겨왔는데요.
원카드와 도둑잡기 처럼 기초적인 게임부터 배워서 훌라나 마이티 같이 제법 전략적인 수를 요하는 게임까지 즐겨 했었지요.
이런 영향인지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장르에 진입하여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의 하나가 위와 같은 식의 카드게임이었습니다.
특히 카드게임 내에서도 트릭테이킹 장르를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트릭테이킹이란 무엇일까요?
1. 플레이어들은 한 트릭에 순서대로 한 장의 카드를 냅니다. 여기서 한 트릭이란 첫 플레이어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카드를 내는 한바퀴를 의미합니다.
2. 각자 한 장씩 낸 카드 중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그 트릭을 테이킹해갑니다. 그 트릭을 먹는 것이지요.
위 두가지가 모든 트릭테이킹 게임이 공유하는 규칙입니다.
다음은 대부분의 트릭테이킹 게임이 공유하는 규칙입니다.
1. 트럼프 슈트(가장 강력한 무늬, 기루다)가 존재합니다. 트럼프 카드를 예로 들면 스페이드, 클로버, 하트, 다이아 4가지 무늬 중에 한 가지가 트럼프 슈트로 지정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3가지 무늬보다 강하게 취급되는 것이지요.
2. 리드 슈트(가장 먼저 낸 무늬, 선)가 존재합니다. 트럼프로 게임을 할때 트릭의 첫번째 순서의 플레이어가 스페이드를 냈다면 해당 트릭의 플레이어들은 패에 스페이드가 있다면 스페이드를 따라서 내야하는 것이지요. 즉 리드 슈트를 따라서 내야만 합니다.
대부분의 트릭테이킹류의 게임은 위의 4가지 규칙을 기본으로 한 채 나머지 부분을 다양하게 변주하여 게임의 재미를 높입니다.
대표적인 트릭테이킹 게임을 3가지 정도 소개해드릴게요.
첫 번째는 마이티입니다.

마이티는 조커 한 장을 뺀 53장의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하는 게임입니다.
마이티의 기원에 대해서는 서울대 수학과 학생들이 만들었다, 과학고 학생들이 만들었다 등 여러 썰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마이티 게임의 특이한 점은 팀대팀의 대결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5인 플레이가 강제되지요.
5명이 패를 10장씩 나눠 받으면 각자 공약을 내겁니다. 점수카드 20장 중에 몇장 이상을 먹겠다 하고 말이지요.
가장 높은 공약을 내건 사람이 주공으로 당선됩니다. 주공은 비밀스럽게 자신의 프렌드를 한 명 지정합니다.
이제 게임은 자신의 공약만큼 점수카드를 먹으려는 주공, 그걸 저지하려는 야당, 그리고 야당인척 하면서 비밀스럽게 주공을 도우는 프렌드의 구도로 진행됩니다.
find citibank branch locations저는 게임을 할 때 이 게임의 멋짐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하곤 하는데요.
마이티의 멋짐은 주공과 프렌드의 환상적인 팀플레이에서 나옵니다. 분명 성공하기 어려운 공약이었는데 어찌어찌 맞아들어가서 성공시켰을 때는 매우 기쁩니다. 반면 너무나 쉬워보이는 공약이었는데도 호흡이 엉켜 실패하는 경우도 왕왕 나옵니다.
또한 야당 입장에서 주공의 약패가 분명히 있는데 마지막 플레이시 그걸 공략해 냈을 때 또 매우 기쁘지요.
두 번째는 스컬킹입니다.

스컬킹은 아마 현재 한국의 보드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트릭테이킹 게임일 겁니다.
스컬킹은 66장의 카드로 진행하기에 최고 6명까지 같이 즐길 수 있습니다.
트릭테이킹의 기본 골격을 따라가되 스컬킹의 가장 특이점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거는 비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티와 같은 게임에서는 트릭을 많이 먹으면 무조건 좋습니다. 때문에 손에 아주 약패가 들어오면 게임의 의욕을 상실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스컬킹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스컬킹에서는 시작하기전에 자신이 이번 판에 트릭을 몇개나 먹을지 비딩(예상)을 합니다.
예컨대 손 패가 5장이면 그 중 2개의 트릭을 내가 먹겠다 라고 예상을 하는 것이지요.
이 예상이 맞으면 점수를 얻지만 예상보다 트릭을 더 먹거나 덜 먹을 경우에는 점수가 마이너스됩니다.
따라서 매 판 예상치 못한 재미를 가져다 주지요.

스컬킹의 멋짐은 바로 0비딩에 있습니다.
0비딩은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전략인데요.
이번판에 트릭을 한개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전략으로 성공할 경우 큰 점수를 얻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역시 큰 점수를 잃습니다.
특히 스컬킹 게임은 게임이 진행될 수록 손 패가 늘어나는데요.
마지막 라운드는 손패가 10장으로 진행됩니다. 이 10번의 트릭 중에 한 개도 먹지 않겠다는 선언은 큰 모험입니다.
하지만 심심찮게 나오며 제가 인식하기에는 성공률도 높다는 것이 신기하지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트릭테이킹 게임은 숲속의 여우입니다.

숲속의 여우는 2인 게임입니다. 사람 수가 많아질 수록 재미있는 트릭테이킹을 2인이서 즐길 수 있게 변형한 점이 흥미롭지요.
여러 가지 특수 능력이 있는 카드들이 생깁니다.
해당 트릭에 무조건 지는 대신 선을 잡을 수 있는 카드라던가, 기루다의 무늬를 바꿀 수 있는 카드라던가, 혹은 해당 상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당무늬의 강한 카드를 무조건 내야 하는 카드 등이지요.
또한 스컬킹처럼 점수체계가 독특합니다.
서로 13장씩 가지고 시작하는데 0-3트릭, 혹은 7-9트릭을 먹었을 경우 6점을 받지만 4트릭을 먹으면 1점, 10-13트릭을 먹었을 경우에는 0점을 받습니다.
제가 해보니 0-3트릭을 노리는 극단적인 전략은 힘들고 안정적으로 7-9트릭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게 되는데 삐끗해서 10트릭 이상을 먹게 되었을 경우에는 점수가 0으로 떨어지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숲속의 여우의 멋짐은 역시 간편함이라는 것이지요.
트릭테이킹 게임이 가지고 있는 패 카운팅, 트릭을 언제 먹을 것인가 하는 운용 등의 기본적인 재미들을 둘이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콤팩트함에 담았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내일 보드 게임 하실 분 없습니까?
지난번에 REX소개글을 올렸었는데요.(
https://pgr21.net/pb/pb.php?id=freedom&no=80757&page=2)
현재 저 포함 4명인데 한 두분만 더 오시면 즐거움이 배로 늘어날 것 같아서 생각지도 않은 보드게임 소개글을 또하나 작성하는 척 하면서 모집글을 올렸습니다. 렉스도 하고 트릭테이킹 게임도 하고 다른 것도 이것저것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