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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8/19 03:01:04
Name Minkypapa
Subject [일반] 미래의 부모를 위한글 (1) :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길은 험하고도 멀다.

안녕하십니까?  현재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Minkypapa입니다.
다른 게시판에서 답변을 달다가 그냥 게시물을 쓰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write버튼을 눌렀습니다.
한번의 글에 다 담을수 없어서 몇번 나눠쓸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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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고 어떤 경제인은 외쳤었지요.
이제 정말 세상은 과거 그 어떤때보다도 넓어졌고 가까와졌고, 할일도 더 늘어나게 된것 같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 자신의 짝을 찾았다면..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면..
어느정도 아이들을 길러서 다시 이 세상에 풀어놓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부모님이 낳아서 길러준 은혜가 얼마나 큰가...
밥안굶기고, 입혀주고, 학교까지 보내줬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는가...
부모에 효도해야한다...   내 핏줄...   6남매..  딸넷에 막내 아들하나...
이런 저런 늘 들리던 단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도 점점 산업사회가 완성되고, 이제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개인주의도 심해지고, 대가족은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가정의 아이수도 '셋이면 부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를 들을정도로 줄게 됩니다.
경쟁의 시대가 되고, 남과의 비교는 필수요소가 되면서 부모들은 휘청거리게 됩니다.
밥주고 옷을 입혀줘도, 맛있는 음식, 좋은 옷을 주지 않으면 아이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이라도 맘에 드는 짝을 만나게 되면 남녀는 결혼을 하게됩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의 시작이 결혼이었다면 결혼후부터는 바로 전개로 넘어가게됩니다.
아이를 건강하게 낳고 싶다면, 몸을 준비해야 합니다.  남편은 금주, 금연을 하고 운동을 적절히 하며, 아내는 몸에 해로운걸
먹지않고 비타민을 먹어두면서 임신할수 있는 건강한 육체로 조율합니다.  
여자나이 20-25세에 가장 출산에 알맞은 몸이라는데, 요새는 초산이 30세 넘을때가 많기 때문에 준비를 좀 해야합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면 어떤의미로든 하늘의 축복으로 아이를 갖게 됩니다.  
(속도위반이 꽤 있죠.  이분들은 사실 좋은 부모가 될 준비를 조금은 소홀히 하신분들이지요.  나중에 더 노력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탈없이 임신하고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낳게 되는것 그 자체가 큰 경사입니다.
'애낳는건 남들 다하는 일'이라고 폄하하는 분들이 있는데, 요사이는 환경적인 요인때문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잘 살펴보면 타인들은 모르는 고충이 적어도 한두개씩 항상 가려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넘어가 볼까요.
자, 며칠전 자신의 첫 아기가 태어나서 오늘 처음으로 집으로 왔습니다.
무엇부터 해야할까요?   선배격인 아기엄마들 또는 책, 잡지의 말과 내용을 토대로
방 혹은 거실을 꾸며놓거나 편하게 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간난아이를 봐주진 않습니다.
혹시 전화로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요?
엄마, 아빠는 주위에서 '준비된 엄마, 아빠'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전에서는 건강하신 할머니보다 결코 못합니다.  아마 그동안 얕봐왔던 옆집 철수엄마가 대단해 보일수도 있겠죠.
그러면 외할머니가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요?  
할머니는 웬만해선 당황하실 일이 없습니다만, 키우는 방식은 어쨌거나 구식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래도 고등교육을 받은 엄마들은 할머니에게 요구 또는 참견을 하게 됩니다.

좋은 아빠, 엄마가 되기란 여기서부터 본격 시작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교육관이 다르기 때문에 보통 애를 키우면서 평소보다 더 싸우게 됩니다.
'애들은 울면서 크는거다.' '누가 간난아기를 울리냐? 무조건 사랑을 더 느끼게 해줘야한다.' '우리아기 대변이 왜 황금색이 아닌가?'
'모유는 6개월만 먹이면 된다던데...' '응? WHO에서는 2년 권장이던데...'  '매일매일 목욕시켜야 된다.'  '안한다고 아토피가 되진 않겠지?'
'우는 소리로 애기가 원하는 바를 구별하는 법이 있다더라.'  '왜 밤이고 낮이고 잠을 안잘까...'  늘 쏟아지는 말도 있고,
그에 해당되는 책들 논문들도 너무나 많이 넘칩니다.   인터넷이 왠수입니다.
도저히 이해 안될때 늘 인용되는 절대 진리는 한가지.  '애들마다 다 다르다.'  case by case.  그리고, 작은 좌절...

자, 이제 애가 크고 말을 하게 됩니다.
이즈음에 둘째 애를 갖게 되면 부모는 첫째랑 둘째를 똑같은 기준으로 키우지 못합니다.   셋째를 가지게 되면 더 달라지겠지요.
그때 환경에 따라 더 신경을 쓰거나 덜 신경을 쓰게 됩니다.  대부분 무뎌져서 아기 자체에는 덜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런 부모들은 자식이 하나뿐인 부모들과는 다른 기준으로 아이들을 키웁니다.   그렇게 키울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부모들이 자기도 모르게 갈립니다.   아주 쉽게 갈것이냐, 조금 쉽게 또는 어렵게 갈것이냐...
세상에 쉽게 키운 아이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공들여 키운 아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a라는 음식을 주는데, 1)직접 source를 찾아보고 타제품과의 비교가 끝나고 주는 거랑,
2)남들이 좋다더라~해서 주는 엄마랑, 3)우연히 수퍼에서 산게 그거라서 주는 엄마랑 저는 결코 같은거라고 생각 안합니다.
여기에서 1)번엄마는 어려운 길로 가는 입문입니다.  2)번엄마처럼만 해도 애는 잘 크겠죠. 이게 그나마 쉬운길입니다.
3)번엄마는 더 쉬운길입니다.  아예 안 주는 엄마보다는 낫겠지요.  

아이들은 지금 똑같은 음식을 먹겠죠.   일상생활에서 이런일이 여러번 반복되다 보면,
각각의 아이들에게 그 결과물은 쌓이게 되고 저는 그것도 자식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이 그런거에 무심한 편이라면 저도 편한 길을 택할것이지만, 현실에서 아이들은 참 영악하더군요.

저같은 확률론자(어떤 현상이든 생길수 있긴 하겠지만..)이면서 낙천주의자(딱히 나쁘지만 않으면 웬만한건 괜찮다)와
제 와이프같은 인과론자(모든 결과는 다 이유가 있다)이면서 비관론자(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미리 막아야한다)의 대립처럼
부모들은 교육의 문제에서 심각하게 대립할 수도 있습니다.   .
이런말 하는게 우스운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글 읽는분들도 자동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돌아보는정도까진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뜻대로 키우시면 될것입니다.

이 넓어진 지구촌에서 가족은 오히려 작아진듯 하지만 점점 더 중요성을 갖게 되어 가는것 같습니다.
또한 조상들보다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좋은 부모가 되긴 더 힘들어진것 같습니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판단할때 그때 좋은 부모가 진짜 좋은 부모이기에 오래걸리기도 하고요.
신경써줄수 있었는데 하지 않아서 후회는 남기지 마십시오.  어쩌면 자식교육은 동시에 부모교육이며,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초장기 실시간 시뮬레이션입니다.   그 정도를 들여서 하는데 결코 소홀할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길은 험하고도 멀고 끝도 없습니다.



PS:  남자분들 군대다녀온 후라면 왠지 힘들었던 일도 웃으면서 이야기할수 있겠지요?   실제 현역은 웃을수 없지요.
    
PS2:  생마린으로 러커잡기를 만든 임요환, 그걸 연습해서 성공한 다른 테란유저들, 연습은 했지만 실패한 일반유저들,
그저 화면으로 보기만 한 사람, 보고싶지만 본적이 없는 외국팬, 아예 스타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    

이들중 스타라는 게임에서 누가 유리할지는 묻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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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19 03:06
수정 아이콘
낄낄.

오늘 아침 5살난 아들과의 대화 :
'너 나중에 나보다 영어 잘하게 되면 나 무시할거지?' (미국 거주중입니다)
'응'
'에라이!'
'우헤헤헤 농담이야'

자식은 천사인 동시에 악마입니다.
08/08/19 03:0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이젠민방위
08/08/19 03:15
수정 아이콘
피쥐알에서 육아에 관계된 글을 보게 될줄은...
잘 봤습니다. 앞으로 계속 기대할께요~ ^^
08/08/19 03:52
수정 아이콘
훌쩍 커버린 두 딸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막네가 5살 늦둥이 아들입니다. '부의 상징'으로 표현하셨지만 그저 평범하기만 한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T_T

처음부터 준비된 부모가 있겠느냐마는 맞벌이하면서도 큰 사고 없이 수월하게 세 아이를 키웠습니다. 저희 부부는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고 와이프는 보육과 교육에 대한 자존심 같은 고집이 있고 저에겐 인내심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하나 키우는 노력을 1이라고 하면 둘을 키우려면 2가 아니라 3, 셋을 키우려면 4가 아니라 6의 노력이 든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어릴땐 이 논리가 어느정도 일리가 있으나, 좀 자라면 오히련 아이들끼리 어울려 주어서 더 수월한 감도 있더군요. 교육비 절감효과도 있습니다. 하하 큰애가 둘찌에게 영어/중국어 가르치고, 둘찌는 막네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책도 읽어 주고 요즘은 구구단도 가르치려고 하더군요. 물론 무료죠. 이런거 보고 있으면 어찌나 대견한지


세 아이가 어쩜 그리 성향도 다르고 식성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지 맞춰가기 힘든 점도 있지만, "긍정"과 "인내"를 기본원칙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할 때 "x야 그거 하면 안돼!"라기보단 "x야 우리 다른거 하고 놀까?"식으로 될 때까지 인내하며 반복했죠. 아이가 하는 일이 잘 안되서 투정부리고 있으면 알아듣건 못알아듣건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희집에선 부정적인 말을 사용하면 패널티가 있습니다. 와이프와 저도 예외없이요. 입에 맞지 않는 반찬이 상에 올라오면 투정부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오늘 반찬 참 맛있어요. 다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불고기 해 주세요!"라는 긍정적인 말을 유도하고 아이들도 이제 곧 잘 이런 표현을 쓴답니다.

아이는 아이가 잘 다룬다고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면 깨달음이 많습니다. 막네놈을 30분을 설득해도 못하는 걸 단 몇초만에 해결하는 큰 딸아이보면 경이롭기까지 해요.

긍정의 힘 잘 알면서도 왜 테란만 보면 자꾸 까고 싶은 걸까요.. 10년이 넘도록 이노무 사기테란!
peoples elbow
08/08/19 08:21
수정 아이콘
paul// 참 멋진 부모시네요.. 제가 지향하는 가정입니다.. 부럽~
그리고 긍정의 힘 잘 알면서도 왜 테란만 보면 자꾸 까고 싶은 걸까요.. 10년이 넘도록 이노무 사기테란!(2)
08/08/19 09:03
수정 아이콘
에이 인간적으로 10년전에는 사기까진 아니었다고 봅니다.. 헐헐.
정현준
08/08/19 09:29
수정 아이콘
하하 좋은 글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살면 애 못 나을 거 같습니다. 내년에 어디 살지 정해지지 않아 아직 모르겠는데 한국에서는 애 만들지 말자고 와이프랑 합의 봤습니다 ^^; 하지만 혹 외국에 계속 살지도 모르니 이 글 연재해주세요~
08/08/19 10:16
수정 아이콘
paul// 부럽습니다. 요즘들어 왜이리 아가들이 이쁜지...ㅠㅠ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긍정의 힘 잘 알면서도 왜 테란만 보면 자꾸 까고 싶은 걸까요.. 10년이 넘도록 이노무 사기테란!(3)
정테란
08/08/19 14:13
수정 아이콘
혹 안보셨다면 "아이의 사생활 5부작"을 추천합니다.
Darwin4078
08/08/19 15:29
수정 아이콘
긍정의 힘이고 뭐고 새벽 1시까지 책읽어달라는 딸내미를 보고 있으면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_-;
동화책읽다 엄마아빠 진이 다 빠집니다. ㅠㅠ
황금비늘
08/08/19 15:54
수정 아이콘
EBS 다큐가 거의 그렇듯 정테란님이 추천하신 "아이의 사생활 5부작" 정말 볼만하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교육해야)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 다큐입니다.
다만, 전 아직까지 아이를 나을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결혼할 생각도 그다지...못 하는게 아닙니다.(버럭!)
08/08/19 17:52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어떻게 키워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참 막막하네요.

그래도 몇몇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잘 큰 아이들의 부모님을 보면 항상 공통점이 있더군요.

"관심" 그것도 적절한 "관심"을 가져줄 때 아이들이 잘 크는 것 같아요. 항상 적절한 것이 어려운 법이지만, 관심이 없어도 혹은 너무 많아도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거 같습니다.
수미산
08/08/19 18:50
수정 아이콘
애 키우는 거 예삿일이 아니죠. 애 낳아보고 압니다. 앞으로 엄청난 시간이 남았지만.. 초 장기 시물레이션 게임이라는 말 공감이 가네요.
둘째 낳기가 좀 겁나요, 사실.. ㅠㅜ
sometimes
08/08/19 21:02
수정 아이콘
피쥐알에서 육아에 관계된 글을 보게 될줄은...
잘 봤습니다. 앞으로 계속 기대할께요~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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