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0/30 16:24:00
Name 쩍이&라마
Subject [일반] 그가 내게 말했다. ''Happiness Happening''

예전 내 꿈은 영화배우였다.

왜 다른 사람들도 하나쯤은 있는 그런 꿈 있지 않은가?

재능이나 소질이 있는 건 아니었고 막연히 선망과 동경이라고 해도 무방한 그런 꿈.

때로는 듣는 사람이 유쾌해져서 실소를 날릴 때도 있고 때로는 진중하게 선과 악을 넘나드는 그런 배우. 더불어서 인자한 미소와 발성이 훌륭한 배우.

그런 의미로 난 개인적으로 사무엘 L 잭슨과 모건 프리먼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인자한 미소와 그윽한 눈빛이 화면에 가득 잡힐 때는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에 미소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저 바라만 봐도 한없이 멋져 보였다. 나 역시 그렇게 되어가리라는 희망과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어젯밤, 취미로 하는 오케스트라 합주가 있던 날 그를 보았다.

바로 사무엘 L 잭슨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평범한 아니 차라리 허름한 옷차림에 가깝게 입고 있었고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었지만 난 한눈에 알아봤다. 그가 틀림없었다.

난 그의 등장에 놀란 사람이 나뿐이겠냐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악기 튜닝에 열을 올릴 뿐이었다.

서둘러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난, 마치 먼가에 홀린 듯 그의 앞에 다가가는 날 발견했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것도 열정적으로.

가방끈이 길지 않는 관계로 태반을 이해 못 했다. 손짓, 발짓을 하고 콩글리시를 써가며 대화를 나눴다. 심지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서 그와 조금이라도 많은 얘기를 나누고자 했다. 그는 가끔은 흥미롭다는 듯 듣다가도 어떨 때는 진지하게 들어줬고 또 나중에는 예의 그 미소와 눈빛으로 날 바라봐줬다. 마치 말을 통하지 않지만 네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다 아는 것처럼.

그리고 조금 후 그는 할 일을 마친 사람처럼 일어서서 나가려는 듯 보였다. 그래서 난 사인이라도 받고자 종이를 들고 그에게 다가섰을 때 잠시 날 응시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정확히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이 말은 또렷이 기억한다.

그가 내게 말했다. ''Happiness Happening'' 이라고...

그러자 지금껏 아무것도 모른 체 악기 튜닝에 여념이 없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갑자기 웅장하면서도 감동적인 합주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널 위해 준비했어'라는 듯이... 기억의 습작 마지막 엔딩합주처럼... 그런 환상적인 합주였다.

갑자기 가슴 한구석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고 그렇게 눈물 한방울을 흘리면서 잠에서 깼다.




-






해피니스 해프닝이라. 


우연히 일어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라...지금 힘든 시기이지만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그걸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석 달 열흘 동안 치킨을 뜯지 못하다가 자타공인 4렙가방인 여자 사람을 데리고 치킨을 뜯어서였을까. (그것도 무려 3번씩이나!) 아니면 곧 나에게 제법 중요한 시험과 면접에 대한 내 나름의 희망찬 결과를 바라는 기대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요즘 힘든 시기의 나에게 스스로 위안을 주기 위한 나름의 위로였을까.

어찌 되었든 꿈속의 '나'에게 감사해야겠다.

글자 그대로 우연히 일어난 행복한 꿈 덕분에 난 습관처럼 잠 못 이루는 밤에도 마치 숙면을 한 것처럼 개운한 아침을 맞이해서 하루를 기쁘게 보내고 있으니 이게 Happiness Happening 아니겠는가.


모두 다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기 바라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10/30 17:10
수정 아이콘
근데 happiness happening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인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769 [일반] [뉴스 모음] No.209. 자유한국당과 지만원씨 사이의 치킨 게임 외 [16] The xian13914 18/11/05 13914 30
78768 [일반] 산업위생이야기 3 [5] rectum aqua4358 18/11/05 4358 8
78767 [일반] 오늘부터 유류세가 인하됩니다 [36] 삭제됨8500 18/11/05 8500 1
78766 [일반] 두번의 수치플 이야기 [6] Asterflos10406 18/11/05 10406 10
78765 [일반] 대기업 못갔다고 실패한 인생이란 소리 들으니 기분 쳐지는군요. [239] 음냐리27861 18/11/05 27861 8
78764 [일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38] 삭제됨9643 18/11/05 9643 8
78763 [일반] [스포주의] 방구석 아조씨가 술김에 남기는 두서없는 보헤미안 랩소디 3회차 후기 [19] 람보르기니10508 18/11/05 10508 7
78762 [일반] 누나가 사라졌습니다. [94] bettersuweet17744 18/11/04 17744 113
78761 [일반] 병원일기 3일차 [7] 글곰6469 18/11/04 6469 6
78760 [일반] 산업위생이야기 2. 국내 직업병의 역사 [10] rectum aqua5625 18/11/04 5625 15
78759 [일반] 산업위생공학 이야기.. [14] rectum aqua5963 18/11/04 5963 12
78758 [일반] 짧은 썸이 끝났네요. [169] 제발조용히하세요21309 18/11/04 21309 10
78757 [일반] 교통공학 이야기 - 4. 교통사고 연구의 어려움 [21] 루트에리노7100 18/11/04 7100 11
78756 [일반] 이번 강제징용 배상 판결문의 한일기본조약 관련 부분. [20] 불똥7021 18/11/04 7021 1
78755 [일반]  레이달리오의 '원칙' [5] 시드마이어7001 18/11/04 7001 1
78754 [일반]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120] Danial12420 18/11/04 12420 20
78752 [일반] 오래 좋아했던 사람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86] 루카쿠13551 18/11/04 13551 42
78751 [일반] 병원일기 2일차 [13] 글곰6984 18/11/04 6984 2
78750 [일반] 고대사서에 '근화'는 과연 오늘날의 무궁화일까요? [25] 물속에잠긴용6189 18/11/04 6189 0
78749 [일반] 편지 [9] 삭제됨4449 18/11/04 4449 12
78748 [일반] [토요일 밤, 좋은 음악 하나]Travis scott-SICKO MODE [7] Roger3622 18/11/03 3622 2
78747 [일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7200억원의 상속세를 낸다고 합니다. [174] 홍승식19509 18/11/03 19509 37
78746 [일반] <완벽한 타인> - 많이 잘했으나, 딱 하나 아쉽다 [35] 마스터충달10356 18/11/03 10356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