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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18 13:25:48
Name ThisisZero
Subject [일반] 일본에서 해본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
저는 일본에서 1년 반 정도 유학생활을 하다 왔습니다. 좋은일도 나쁜일도 있었지만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왔는데
귀국한지 2년이 지나고 나니 추억들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희미해지기 전에 적어보려 합니다.
(사실은 그냥 자게에도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지금 메인에 있는 게시판 중에 자게 빼고 다 한번씩 글을 남긴 적이 있어서...)

사실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한국에 비해 특이한 건 아닙니다.
한국에 와서도 주말에 시간이 비면 종종 하는 일들이네요.

0.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했는가

일용직 알선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알선해주면 일을 하고
알선소에서 정해진 날짜(화,금)에 쌓여있는 급여를 받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건 잡크X커 같은 데가 있겠네요.
대부분은 물류창고 일이고 가끔 이사보조나 공사장 수신호(차량통제 같은거) 빵공장 아르바이트 같은 걸 했습니다
급여는 업무마다 다른데 처음 두번은 무조건 최저시급(850엔)이었습니다. 수습기간? 같은걸로요
자주 한 건 아니고 10번 이내였던 것 같은데 절반은 사이타마, 절반은 치바에서 일했네요. 집은 도쿄였고요
이동하면서 여러종류의 전철도 타보면서 진짜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혜자중에 혜자였구나 란 걸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구글신의 위엄을 느끼기도 했고요. 구글맵 켜고 이동하면 실시간 내비게이션이나 다름이 없었죠.


1. 물류창고 피킹(1)

니시후나 쪽에 있는 서점 물류창고에서 서적 및 부록을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송장(?)을 들고 거기에 적힌 책들을 가져오는 작업을 했고
점심 먹고 나서는 배송하기 쉽도록 책과 부록을 함께 분류하는 작업을 했으며
3시반쯤부터 입고된 책을 박스에서 꺼내 수량이 맞는지 확인하고 내용 인쇄가 잘 되었는지 검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파주 출판단지에서 일하는거랑 차이가 없겠지만
(본인이 파주 출판단지에서 일한적이 없는 게 함정)

포인트는 그 서점 이름이 [토XX아X] 일명 호랑이굴이라는거...

유게에서 어떤분의 책장이나 비밀상자에 있음직한 책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공간이었습니다.(혹시 회원저격인가요?;)
근데 막상 작업한 책들은 90%가 여성향 작품이었네요 크크... 섣부른 일반화는 금물이긴 하지만
제 짧은 경험상 역시 여덕들이 구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새삼 느꼈던 날이었습니다.
모니터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손으로 집어보니 이상하게 신선하더군요.


2. 물류창고 피킹(2)

다음에 일한 곳은 시나가와에 있는 물류창고 피킹 알바였습니다
사X와라고 하는 평범한(?) 물류회사였고, 업무도 주로 의류 피킹 같은 신선함(?)이 없는 업무였는데
그래도 기억에 남았던 건 거기 담당 직원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인데요. 이름을 적자마자 바로 한국어로 말 걸어오셔서 놀랐습니다.
근데 그거 말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었네요...;


3. 기업 이사

위에 집이 도쿄에있었다고 썼는데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면 에도가와 구에 있었습니다.
도쿄와 치바의 경계이며 실제로 집에서 30분정도만 걸어가면 바로 치바현이었습니다.
그래서 '치바'쪽 아르바이트를 위주로 알선받았는데요. 이번에도 별 생각없이 치바현 내 알바라고 해서 갔죠.
그런데 웬걸. 승합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합니다. 분명 7시30분에 역앞에서 모여서 승합차를 탔는데
10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합니다. 집에서 역까지 오는데도 한시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실제 이동시간은 거의 4시간이네요.
차 안에서 졸다가 중간에 한번 깼는데 주변 풍경이 논논비요리에 나옴직한 시골이어서 벙쪘던 기억도 있네요.
정확한 위치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10시에 옷을 갈아입고(작업복을 따로 주더라고요) 작업을 시작합니다.
기업 이사 알바입니다. 사무실 내 물품(책상 및 각종사무집기)를 밖으로 빼고 차에 실어서 보내는 일인데요
딱히 회사 이름을 알려준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NTT도X모 로고가 있고 중간중간 구형 공중전화기 같은 통신장비가 있는걸 보아
통신회사인 것 같았습니다. 옛날 전화국 같은 느낌이겠네요. 저희 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하청업체에서도 사람이 와서
거의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들이 작업을 했는데 옛날 건물이라 그런지 화물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2층에서 물건을 내릴때는 전체가 계단에 줄을 서서 한명씩 전달하면서 날랐습니다 크크크크...
하이라이트는 창고...!! 공사할 때 쓰던 것들이라서 무슨 전신주만한 콘크리트 파이프에다가
둘둘 말았는데 지름이 1.5미터는 되는 전선에 농담 아니라 너무 힘을 줘서 화장실 가고 싶어질만큼 엄청난 물건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실근무시간은 물류창고에 비해서 짧은 편이었는데 이동시간이 어마어마해서 귀가시간은 훨씬 늦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돌아올 때는 집에서 쬐끔 가까운 역에 내려줬다는 점? 그래도 집까지 가는데 30분 정도 걸렸네요 크크크크...


4. 마치며

그 밖에도 빵공장이라던가 가구 운반이라던가 몇가지 더 있긴 한데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는 위 세개 정도입니다.
특히 1,3번은 신세계를 경험한 것 같아서 나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크크.
사실 위에서도 적었듯이 물류피킹이나 기업이사는 귀국하고 나서도 주말에 종종 하는데
최근에 기업이사 알바하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_-
계단으로 책상 나르다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한번 어딘가에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근 가장 자주 활동(그냥 눈팅)하고 있는 PGR의 무거운 자게 글쓰기 버튼에 손을 대봤습니다

역시 글은 끝맺음이 어려운 것 같아요. 글쓰기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마무리를 어떻게 짓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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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별
18/09/18 13:35
수정 아이콘
일본 수도권에서, 물류창고 일에 최저시급을 주나요? 일본도 임금 침체가 심각하긴 하네요.
아마존이 진출한 나라의 대부분이 비슷한 결말에 도달한 것 같은데 아마존 쪽에서도 일해 보신 적이 있나요?
ThisisZero
18/09/18 13:43
수정 아이콘
제 경우엔 하청이라서 그런지 좀 짠 편이긴 했습니다. 일단 최저시급은 처음 2회만 수습 같은 형태로이고요 그 이후로는 평균 900엔에 가끔 1000엔 정도 했던 것 같네요. 아마존에서는 따로 일해본 적은 없습니다.
Zoya Yaschenko
18/09/18 13:43
수정 아이콘
3번의 경우 일본은 이사 때 사다리차를 잘 쓰지 않나요?
ThisisZero
18/09/18 13:44
수정 아이콘
기업 이사 알바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서 잘 모르겠네요;; 애초에 2층까지여서 그런지 사다리차 같은건 오지 않았습니다
Zoya Yaschenko
18/09/18 13:51
수정 아이콘
ThisisZero
18/09/18 13:53
수정 아이콘
네, 딱 이겁니다. 다른건 계단이라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는거...크크
그리고 가끔 엄청 무거운것들이 포함된다는 거....ㅠㅠ
Supervenience
18/09/18 20:13
수정 아이콘
한국에 비해 엄청 비싸서 일반 가정집 이사에서는 잘 안쓴다고 어디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18/09/18 14:16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시리즈로 연재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크크
ThisisZero
18/09/18 14:23
수정 아이콘
글재주가 없고 무엇보다 기억나는 알바가 저게 다라서요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행이네요;
18/09/18 14:38
수정 아이콘
전 코xx 라는 지역 커피샵 프랜차이즈에서 일했었는데 완전 헬이더라고요. 전메뉴 조리+식기세척기+가끔 바쁘면 홀서빙 까지 하고 보통 마무리 청소하고 문닫고 나왔었는데(다행인지 어떤지 암튼 캐쉬어 정산은 다른 사람이..) 디저트 메뉴가 극혐이었습니다. 네이버 검색하면 꽤 많은 후기가 있는 잘 나가는 디저트가 있는데 생크림 아이스 올리는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ThisisZero
18/09/18 15:20
수정 아이콘
서비스업종은 진짜 헬일 것 같더라고요. 편의점 알바 하는 것만 봐도 뭔가 빡빡한게 눈에 보여서
18/09/18 19: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배고프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는 있는데 거참 야박하게 공짜가 아니고 할인가격이더라고요;; 장부에 적고 돈은 따로 작은 바구니에..
하지만 교통비를 줘가지고 교통비 받고 자전거 타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서린언니
18/09/18 19:52
수정 아이콘
코메다는 커피숍 프랜차이즈지만 메뉴 보면 거의 반 김밥천국이죠. 특히 아침 점심 회사원들 몰릴때는 정말이지...
고생하셨습니다.
18/09/18 19:56
수정 아이콘
바로 아시는군요. 지점에 따라선 야끼소바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다행히 전 약간 다른 계열이었다고 할까요. 이게 같은 지역내에서도 주체가 다르면 구성도 조금씩 다르고, 같은 계열에 묶여있어도 점포 위치에 따라서 커스터마이징도 하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주문들어오면 가장 쉬운게 커피..물론 커피는 항상 들어오기 때문에 항상 커피는 만들면서 무언가를 하는게 기본이져 크크;
코메다
18/09/18 23:42
수정 아이콘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로노와르군요 ^^
오리지널 사이즈 먹고 싶네요.
Hysteresis
18/09/19 13:07
수정 아이콘
코메다 코피 맛있었어요 ㅠㅠ
일본 여행가서 먹는 맛난곳중에 하나네요.
coolasice
18/09/18 17:39
수정 아이콘
딴지 거는건 아니고..파견직인데 저정도면 무난무난 하게
합법적인 선에서 일하셨네요....

제 지인및 경험담중에...

나라시 택시
-네...한국에도 있는 그 업소 아가씨들 출퇴근시켜주는 불법택시입니다.
아가씨들 출근시켜주고 심야시간에는 호텔,자택,2차업소등등으로 손님 날라주는 사설 택시
학교마치고 바로 운전해서 가야하는데 주차할곳이 없어서 학교앞에 불법주차로 종종 교내방송으로 차주를 찾는 멘트가나왔던 기억..

심야업소 종업원
-평소와 같이? 업장 영업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경찰&이민국의 단속에 가게가 아수라장이 된 사이
바로 유니폼조끼를 벗고 담배를 꺼내물고 태연하게 재떨이에 털면서 なんでやねん?(뭐꼬?)라고 인상쓰며 손님인척 하며 현장을 벗어난 형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등교하니 클라스 여자애들 절반이 결석...

리조트 아르바이트
-이거는 일본친구들도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인데..
시즌중 리조트 혹은 근처 시설에서 머무르며 일하는 알바
장점은 쉬는시간,쉬는날 리조트 시설 무제한 이용
동양 최고의 설질 이라는 스노우보드 스팟의 3개월은
돈주고도 가지기 힘든 경험이죠.
단점은 일이 고되고 시골에 갖혀서 심심하다는건데
제가 갔던 시즌은 쓰나미때문에 평년에 비해 관광객이
줄어든 덕분에 일감이 많이 없어서 스노우보드 진짜 원없이 탔네요...
ThisisZero
18/09/18 17:48
수정 아이콘
사실 알바자리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위험한(...) 공고도 종종 봤는데 도저히 손이 안가더라고요 제가 좀 많이 쫄보라서 흐흐;
동네에 한인가게 같은데 보면 가끔 한글로 '운전사 모집' 이런 공고도 보이던데 술집 벽이어서 HOXY...싶었습니다
아린미나다현
18/09/19 01:15
수정 아이콘
덜덜 무슨 클라스길래
서린언니
18/09/18 19:54
수정 아이콘
저는 힐튼에서 베드메이킹 했는데 주간조는 힘들고 야간조는 편해서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메이드일 하시던 아주머니들이랑 수다떨면서 일어실력도 쑥쑥 늘었구요 학교에서 배운거 바로 써먹고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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