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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3/27 14:42:15
Name Secundo
Subject [일반] 내가 얘기하긴 좀 그런 이야기 (수정됨)
"아 네 안녕하세요. 아동후원을 하고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
"네... 네... 혹시 가능하다면 결식아동프로그램이 있다면 그쪽으로..."
"-"
"아 그러면 꼭 그쪽이 아닐수도 있다는거죠?"
"-"
"네 알겠습니다.

한동안 결식아동 후원을 하던 단체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곳에라도 해보고자 연락을 하게되었고 내가 원하는 후원쪽이 아닐수도 있다더라.

얼마후 내 핸드폰으로 온 편지에는 '지정후원 아동'으로 시작하는 후원 아동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
(일부 내용 변경)
후원자님께서 결연 해 주실 아동은 어릴때 아버지의 자살 이후 어머니가 가출하셨고
현재는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중학생 입니다.
아동은........


'어차피 지정후원이면 그냥 더 어린 아가였으면 좋았을텐데....'싶은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지정후원을 하게된 Secundo라고 합니다. 제가 후원하는 아동 정보를 받았는데요"
"-"
"아 아닙니다. 수고하세요."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멘트 이후로 차마 바꾸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나와 근 5년을 함께한 이 아이는 참으로도 많은 손편지를 남겨주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하는 아이는 없었다고 한다.

나는 이아이와 한두달에 10분정도 편지로 교감하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맛있는 식사를 했다는 이야기.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는 이야기.
대학교에 가고싶어졌다는 이야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예전에 생활했던 시설로 다시 돌아갔다는 이야기. 곧 시설 생활을 할수없다는 이야기.
곧 수능을 본다는 이야기까지.

짧은 편지속에 담긴 어린 친구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 한켠에 자리잡았다.

'후원자님. 저는 후원자님의 얼굴도 모르지만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에 여군이 될 수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
'어쩌면 다시 연락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기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옆에 있어주셔서 감사했고 따뜻했습니다.'

이제 무심히라도 읽을 수 있었던 너의 편지를 받을 수 없다는게 서운하기도 했나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눔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불편하다.
'나 이렇게 좋은사람이오~' 하는 것도 같고
'이정도는 낼 형편이다~'라는 것 같기도 해서.

오늘은 지갑속에 넣고 다니던 그 아이의 편지가 점심값을 계산하다 떨어졌다.
하트무늬 편지지라서 그랬는지 짖궃은 동료가 이 편지를 주워들어서 보다가 다른 동료에게도 보여줘도 되냐 했다.
지정후원은 5만원부터라고 하니 단체나 캠페인 후원부터 해봐야겠다고 한다.

담배를 한대 태우며 드는 생각이
'오~ 나덕분에 또 누군가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다.

오늘부터는 대대적인 홍보까진 아니지만 이런 주제로의 이야기를 사석에서도 가끔 꺼내볼까 한다.
내 한마디가 누군가의 따뜻함으로 이어질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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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ty breaking B
18/03/27 14:44
수정 아이콘
훈훈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사악군
18/03/27 14:51
수정 아이콘
좋은 사람의 좋은 이야기엔 추천을!
18/03/27 14:51
수정 아이콘
아주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거용으로 쓸 사진 한 장을 박기 위해 정치인들이 생색을 잔뜩 내면서 가져다주는 라면 한 박스가, 그런 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 막상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의 입바른 소리보다 훨씬 더 필요하다고요. 언제나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힘든 법이지요. 그렇기에 이렇게 직접 도와주시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Secundo 님 화이팅입니다.
윤가람
18/03/27 14:52
수정 아이콘
훈훈
아마존장인
18/03/27 14:52
수정 아이콘
넷이라서 할 만 하시군요. 멋지십니다.
李昇玗
18/03/27 14:56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멋지세요
18/03/27 14:5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크크. 저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데 부끄러워서인지 편지를 못쓰겠어서 받기만 합니다.
켈로그김
18/03/27 14:58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18/03/27 15:04
수정 아이콘
따뜻하네요.
수지느
18/03/27 15:07
수정 아이콘
훈훈하네요
좋아요
18/03/27 15:08
수정 아이콘
오우~ 돈 좀 쓸 줄 아는 분인가?
즐겁게삽시다
18/03/27 15:1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 감동 파괴
18/03/27 21:20
수정 아이콘
제 감동 물어내세요
Jon Snow
18/03/27 15:12
수정 아이콘
따뜻
스테비아
18/03/27 15:14
수정 아이콘
추천추천추천! 저는 편지를못쓰겠어요....ㅠㅠ 써야하는데...
18/03/27 15:25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후원 프로그램도 함께 소개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듯 싶습니다!
VrynsProgidy
18/03/27 15:32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
포도사과
18/03/27 15:35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후원시작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점화한틱
18/03/27 15:43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월5만원이면 결코 작은돈이 아닌데. 저도 성공해서 남한테 도움줄수있는 사람이 되고싶네요
윌모어
18/03/27 15:45
수정 아이콘
잔잔한 감동이 오네요... 저도 이 글 스크랩했다가 조금 여유가 생기고 나면 꼭 후원하려 합니다.
18/03/27 15:48
수정 아이콘
저는 후원하는걸 종종 밝히는 편이에요
밝힐뿐 아니라 당신도 해라 라고 권유도 곁들여요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라고...아무렇지 않게 재밌게 본 영화 추천해주듯이...그냥 그렇게요
18/03/27 15:51
수정 아이콘
후원 프로그램도 같이 공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러브레터
18/03/27 16:08
수정 아이콘
저는 지정 후원은 안하는데 secundo님 글을 보니 지정 후원은 이런 보람이 있겠네요.
저도 후원하는 걸 주변에 알릴 때도 있고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기부를 대단한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마담리프
18/03/27 16:11
수정 아이콘
돈자랑 자식자랑은 몰라도 이런건 얼마든지 자랑해야죠.
김제피
18/03/27 16:13
수정 아이콘
직접 말한다고 해서, 아름다움이 퇴색되는 건 아닙니다. 훌륭하시네요.
비마이셀프
18/03/27 16:32
수정 아이콘
엄지 척 해드리고 싶습니다.
18/03/27 16:34
수정 아이콘
오히려 저는 이렇게 자랑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세라도 누군가는 정말 도움이 되는거니까요.
읽고 나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 반성하고..저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18/03/27 17:03
수정 아이콘
저는 해외아동에게 후원하고 있는데, 워낙 해외 네트워크가 안 좋다보니 아이에게 편지쓴지가 일년도 넘었네요. 글쓴님 덕분에 생각났어요, 감사합니다. 곧 편지 보내야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8/03/27 17:28
수정 아이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돈 자랑입니다. 이런 건 자랑하셔야죠.
도토루
18/03/27 17:33
수정 아이콘
"여군이 될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울컥할 것만 같습니다.
너무나 따듯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Multivitamin
18/03/27 18:50
수정 아이콘
저는 글쓴분 만큼은 안되고.. 2주에 1번씩 소소하게 빅이슈 사는데 최근부터는 sns에라도 소소하게 인증합니다. 이런 선행은 홍보해야 커지는 거 같아요.

글쓴분은 참 뿌듯하시겠네요.
보로미어
18/03/27 18:51
수정 아이콘
글을 매우 잘 쓰시는 분으로 기억했는데, 인성까지 완벽하신 분이셨군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강미나
18/03/27 19:36
수정 아이콘
저도 아동후원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펩시콜라
18/03/27 19:41
수정 아이콘
이분 질풍기획 실사판 다니시는 분이라고 기억하는데, 훈훈하네요.
티모대위
18/03/27 19:53
수정 아이콘
덕분에 여기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나눔의 길에 함께하게 될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엔 이 글은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또 하나의 선행 같습니다. 저도 당장 후원이나 기부가 해보고 싶어졌어요.
18/03/27 20: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루스
18/03/27 20:46
수정 아이콘
평소에 생각없던 유니세프가 그렇게도 길거리에서 잡고 하더니
이제 기부좀 해야지 하니까 잡아주질 않더군요.....
그래서 내발로 앞에가서 신청했었는데.... 그게 10년이 넘어가네요....
내가 10명의 아이 아빠에요~!
나도 이기회에 자랑좀~!
Dark and Mary(닭한마리)
18/03/27 20:57
수정 아이콘
저도 10년넘게 후원하고 있는데 후원아동에게 편지는 몇번 못받아봤네요. 그걸 원하고 한건 아니지만... 잘크고 있겠죠.
그리움축제
18/03/27 22:23
수정 아이콘
저도 마음은 먹으면서도 수입이 안정되지 않은 터라 못 하고 있었는데 이글 읽고 소액이나마 정기 후원 신청하고 왔네요. 감사합니다.
세상을보고올게
18/03/28 07:4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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