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2/11 11:18:17
Name 蛇福不言
Subject [일반] 내 생애 잊지 못할 발렌타인데이
저는 대학시절을 무척 재미없게 보냈습니다.
보통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절일 새내기 때, 그 중에서도 가장 들뜰 크리스마스 이브도 법대 도서관은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죠. 빈 자리가 조금 많아지긴 했지만, 있을 사람들은 다 있었습니다.
공부를 한두시간인가 일찍 마치고서는, '그래도 오늘 이러는 건 아니지 않냐!'며 동아리 사람들과 호프집으로 가서 생맥주 한잔씩-정말 딱 한잔만- 하고 집에 갔을 뿐이니까요.
고시에 매진할 때도 아니고, 1학년 마치고 군대갈 녀석이 그랬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놀 줄 몰랐구나'싶기도 하지만, 사실 그 시절 제 머리 속에는 나름의 목표만이 꽉 차 있었던 거죠. 다른 곳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도 아니더군요. 대학 졸업하고 몇년 뒤, 누군가의 결혼식이었던가? 아무튼 무슨일인가로 학교 앞에 동기들이 모였습니다.
당연히 술을 마시려고 '어디로 갈까' 하는데 아무도 답을 못합니다. 대학 시절 즐겨 찾던 곳이 망해서 갈 곳을 잃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단골이란 게 없었던 거죠.
시커먼 사내 녀석 네다섯이 함께 입학해서 졸업한 대학에 모였는데, 단골 술집있는 놈이 하나도 없는 상황....  좀 그렇더군요.


이렇게 재미없게 살아 오던 저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발렌타인 데이는 찾아오더군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에 가기 위해 휴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발렌타인 데이 - 저는 그 날





군에 입대했습니다.  
평생 처음 가고, 다시 갈 일도 없을 곳을 가니, 점심 먹을 식당도 마땅치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비스켓 하나 사서 까먹고 터덜터덜 들어갔던 게 지금도 생각납니다.


피지알러 여러분. 며칠 뒤 돌아올 발렌타인데이에 여러분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을 겁니다. 초콜렛 줄 일도, 받을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날 군대간 놈도 여기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드아아
18/02/11 11:22
수정 아이콘
참 무미건조한 글이군요. 근데 왜 이렇게 폰이 흐릿하게 보일까...
蛇福不言
18/02/11 14:01
수정 아이콘
노안입니다. 누진다초점렌즈 어떠세요?
종이사진
18/02/11 11:37
수정 아이콘
고2 발렌타인 데이에 선배들 졸업식이었는데...

여자친구가 커다란 인형의 등에 직접 만든 배낭을 매달아 직접만든 초콜릿을 가득 넣어주었더랬죠. 그 배낭에는 'LOVE'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졸업식에서 선배들보다 주목받게 되었죠. 나름 공부를 잘하던 학교인데다, 여친은 모범생이었기에 굉장히 쇼킹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만나서...

그 애는 저보다 조금 일찍 결혼했고,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후배들 결혼식에서 만났을 때 무척 반갑더라구요.
蛇福不言
18/02/11 14:03
수정 아이콘
이걸 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종이사진
18/02/11 14:16
수정 아이콘
지금은 유부남이니 너그러이....
현직백수
18/02/11 11:38
수정 아이콘
추천버튼이 좀 흐릿해서 누르는데 시간이 걸렸네요
蛇福不言
18/02/11 14:03
수정 아이콘
노안에는 누진다초점이 좋답니다. 맞는지는 저도 잘....
아유아유
18/02/11 12:11
수정 아이콘
결혼하고 받으면 됩니다.껄껄
(전 대충 그날이 자대배치일 정도 되네요.12월 19일 군번이니...)
蛇福不言
18/02/11 14:05
수정 아이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십시오.
안하고 안받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아유아유
18/02/11 14:06
수정 아이콘
둘 다 해본 바..둘 다 나쁘지 않습니다.하하
강동원
18/02/11 12:11
수정 아이콘
사격중지! 사단장님이시다!
蛇福不言
18/02/11 14:06
수정 아이콘
험험.. 그래 경계근무에 철저하구먼.

그런데 부관, 저 앞에 산 말이야. 좀 갑갑하지 않나?
저거 때문에 작전 제대로 되겠어?
By Your Side
18/02/11 13:13
수정 아이콘
왜 추천수가 이것 밖에 안 되죠?
蛇福不言
18/02/11 14:07
수정 아이콘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고 싶은 법입니다.
18/02/11 13:45
수정 아이콘
무미건조한 글이네요... 근데 왜 액정에 물기가..
蛇福不言
18/02/11 14:09
수정 아이콘
스마트폰 바꾸실 땝니다!!!
정유지
18/02/11 14:18
수정 아이콘
조용히 올라가는 추천수 ... 크크
생각해보니 초콜렛을 받은적이있어도 빼빼로는 업.
VrynsProgidy
18/02/11 14:33
수정 아이콘
그레고리력 나쁜놈
Maiev Shadowsong
18/02/11 15:06
수정 아이콘
기만자들..... 크리스마스때 글이고 댓글이고 거의 안올라가는걸 두눈으로 똑똑히봤습니다!!!
네오크로우
18/02/11 16:08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 때 재판 받으러 가본 경험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26일 오전 9시까지라 25일에 출발한..ㅠ.ㅠ
무섭고 떨리고 쫄리고 그러는데 거리에는 막 산타모자 쓰고 손에 케이크 들고 함박 웃음 짓는 사람들을 보던 심정은 흐흐흐
18/02/11 17:47
수정 아이콘
피지알식 마무리 간만에 보내요 추천드립니다
요슈아
18/02/11 19:01
수정 아이콘
전 생일 바로 전날에 입대여서 평생 못 잊습니다.
그 날 생긴 에피소드도 평생 기억될 것이기 때문에...
조용히 추천.
Hysteresis
18/02/12 09:27
수정 아이콘
리야... 이건..
18/02/13 15:45
수정 아이콘
댓글을 뭘 써야 할지 한동안 떠오르지 않네요.
물론 지금도...
명치가 아픕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865 [일반] [뉴스 모음] 39년 만에 드러난 부마민주항쟁의 위법한 군 투입과 반민주적 진압 과정 외 [7] The xian11145 18/02/20 11145 34
75864 [일반] 박영선 의원, 회장 안내 관련 해명 거짓으로 밝혀져 [125] Leeka16924 18/02/19 16924 26
75863 [일반]  스마트폰, n 년 performance review [31] 회색사과11310 18/02/19 11310 7
75862 [일반] 올림픽의 영향들 [47] 한종화15600 18/02/19 15600 48
75861 [일반] [잡담]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9] 언뜻 유재석6656 18/02/19 6656 13
75860 [일반] 넷플릭스 내맘대로 추천 [60] OUTIS17350 18/02/19 17350 1
75859 [일반] 내 인생의 책, TOON(박무직) [42] 글곰9920 18/02/19 9920 25
75858 [일반] 중국 청소년 게임중독치료를 위한 군대식 사설 합숙소 성황 [90] 염력 천만13880 18/02/19 13880 11
75857 [일반] 우체국 택배서비스를 민간으로 이양하면 어떨까요? [314] 홍승식16855 18/02/19 16855 1
75856 [일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상문 [9] 삭제됨8498 18/02/19 8498 2
75855 [일반] 다큐 Dreaming of Vincent: China's Copy Artists 소감 [12] 웃다.8340 18/02/18 8340 20
75854 [일반] 대충대충 쓰는 오키나와 여행기 (5) [11] 글곰8300 18/02/18 8300 5
75853 [일반]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 설 연휴에 숨진 채 발견 [126] swear19494 18/02/18 19494 3
75852 [일반] 우리는 북한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 일까? [130] The Special One10997 18/02/18 10997 14
75851 [일반] [뉴스 모음]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외교 이야기 외 [29] The xian15377 18/02/18 15377 45
75850 [일반] 33살에 우주의 팽창을 느끼다. [38] 회색사과13856 18/02/18 13856 24
75849 [일반] 아무 생각없이 낄낄 대며 웃고 싶다면 '으라차차 와이키키' [28] 즐겁게삽시다9048 18/02/18 9048 4
75848 [일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리(理)와 기(氣)로 바라본 한국사회 [50] KOZE11576 18/02/17 11576 9
75847 [일반] 블랙 팬서를 보고(스포) [83] it's the kick11105 18/02/17 11105 4
75846 [일반] 작전과 작전 사이 (4) - 무신불립 [6] 이치죠 호타루8447 18/02/17 8447 10
75845 [일반] 인면조를 통해본 동서양의 차이. [24] Love&Hate18375 18/02/17 18375 46
75843 [일반] 박영선의원, AD카드 없이 피니시 라인 입장.. [134] Leeka18618 18/02/17 18618 26
75842 [일반] 가물가물 기억력에 자신 없으시죠? 제가 자신감을 불어넣어드리겠습니다 [41] 빵pro점쟁이9704 18/02/17 970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