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2/02 14:29:54
Name 쉬군
Subject [일반] 나도 결국 이기적인 인간 (수정됨)
외가집이 김장을 하는  날이다.
매년 우리집 김치는 외가집 김장김치를 가져오기때문에 와이프랑 외가집으로 출발했다.

가서 절인배추를 옮기니 할매들이 다 버무려서 놀다가 수육만 먹으면 된다느니 하며 사거리에 정차한 순간이였다.

악!

와이프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리며 손으로 눈을 가린다.

무슨일인가 싶어 앞을 보니 아기고양이가 차에 치여 고통에 몸부림 치고있다.

얼굴쪽이 다친듯 피투성이고 고통에 견딜수 없다는듯 뒤척이다 펄쩍뛰어오르며 고통스러워한다.

와이프는 놀람과 안타까움에 떨고있다.

내차는 사거리 제일 앞에 있었고 고양이는 내차에서 5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고통스러워한다.

난 어찌해야할까.

우선 자동차 비상깜빡이는 켰다.

내려서 세차수건이라도 꺼내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감싸 인도로 옮겨야하나?

임신한 와이프가 보면 좋지는 않을거 같은데

옮기고나면? 그냥 그대로 두면 되나?

이런 생각들이 5초도 안되는 시간에 머리속을 스쳤다.

난 결국 떨고있는 와이프가 더 보면 좋지않을거 같다는 생각에 아기고양이를 지나쳤다.

와이프는 그래도 구해줘야 했어야 한다며 슬퍼한다.

나는 그래도 당신이 계속보게되면 뱃속에 아기한테 좋지 않을거라고 변명한다.

이게 잘하는걸까? 내가 이기적인건가?

이런일이 있으면 당연히 뛰어내려가 구해줄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현실을 외면하는 내 모습이였다.

어느것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내가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판단도 서지않는다.

내 뒷차가 서서 나와같은 고민을하는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외가집에 도착해서 김장을 돕고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아기고양이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생엔 이런 슬픈일 겪지않기를...

아니라면 기적이 일어나 다시 건강해지기를...

나같은 이기적인 사람이 사고난걸 보고 구해주지 못해 미안.

아프게해서 같은 인간으로 미안.

뒤늦게 이렇게 후회해서 미안.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달팽이
17/12/02 15:09
수정 아이콘
로드킬 당한 동물들 여지껏 살아있는 상태를 마주한적은 한번도 없는데 볼때마다 흠칫흠칫 합니다. 운전할때 안보려고 해도 눈에 먼저 들어오더라구요.
사악군
17/12/02 15: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길고양이는 감염 위험도 있고 임산부와 같이 있던 사람이 구조하기는 어렵죠.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입니다. 자책하시지 않으셔도..확실히 마음아픈 일이긴 합니다만..
재즈드러머
17/12/02 15:43
수정 아이콘
사람이야 119에 신고하면 되지만 이럴때는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요? 알아서 치우다가 감염 문제나 오히려 더 죽게 만들 수도 있을거 같아서요.
배트맨
17/12/02 22:09
수정 아이콘
구청 청소행정과에 연락해서 위치 알려주면 치워줄겁니다. 오후6시 업무시간이 지난후에는 구청 당직실로 연락하면 되구요.
아점화한틱
17/12/02 16:37
수정 아이콘
이타적인 사람이야 당연히 대단하고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이타적이지 않다고 해서 곧바로 이기적이 되는 게 아니에요. 너무 마음쓰지마시고 훌훌 털어버리세요.
Arya Stark
17/12/02 17:35
수정 아이콘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임신 중인 아내를 위한 일이 었다고 생각합니다.
17/12/02 17:53
수정 아이콘
이기적인건지 잘모르겠어요.
17/12/02 18:11
수정 아이콘
감수성이 풍부하시네요.
고분자
17/12/02 19:22
수정 아이콘
기준이 저와 다르실수는 있지만 이기적이신건 아닌 것 같습니다.
蛇福不言
17/12/02 20:10
수정 아이콘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털어버리시길.
종이사진
17/12/02 20:47
수정 아이콘
아이가 태어나면, 본문과 비교도 못 할 일이 더욱 많이 벌어집니다.
곧 부모가 될텐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뻔뻔해질 필요도 있어요.
점프슛
17/12/03 17:22
수정 아이콘
그만큼 다른 동물들한테 잘해주세요. 지나간 일은 어쩔수 없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155 [일반] 최저임금논란과 자영업자 [235] 살랑살랑16971 17/12/26 16971 30
75154 [일반] 근황보고 [24] 로즈마리8344 17/12/26 8344 16
75153 [일반]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의료과실에 한발자국 더 다가선것같습니다. [19] 키토11653 17/12/26 11653 2
75152 [일반] 2017년 초중고생 희망직업, 부동의 1위 교사 [46] 아유9170 17/12/26 9170 1
75151 [일반] 까칠남녀를 보며 드는 복잡한 마음.. [87] MirrorShield11947 17/12/26 11947 4
75150 [일반] 다가오는 지방선거, 지방의원들 알아보기 [22] 프리지7972 17/12/26 7972 9
75149 [일반] 상암동엔 등대가 필요 없다, 모든 방송국 건물이 등대이기 때문에 [80] Song113180 17/12/26 13180 30
75148 [일반] 경의중앙선 때문에 뿔난 시민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26] 군디츠마라17882 17/12/26 17882 0
75147 [일반] [리뷰] 신과 함께(2017) - 이러면 안 울 수가 없다 (스포있음) [90] Eternity14593 17/12/26 14593 18
75146 [일반] 탄저백신 논란에 대한 개인적 의견 [83] 여왕의심복15280 17/12/26 15280 87
75145 [일반] 오늘자 리얼미터 여론조사(여러 악재 속에서 과연?) [72] Darwin13738 17/12/26 13738 34
75144 [일반] 저승에서 온 공포의 몽골 대왕...이 아니라 허당(?) 바투 [27] 신불해16923 17/12/26 16923 40
75143 [일반]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5] 삭제됨5478 17/12/26 5478 6
75141 [일반] 파이어폭스 퀀텀 버전에 대한 불만 [20] 손금불산입11055 17/12/25 11055 1
75140 [일반] 아 기쁩니다! [25] 만우9035 17/12/25 9035 16
75139 [일반] 모두에게 평화가 닿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자유한국당의 망언 비판) [28] FRAN8805 17/12/25 8805 14
75138 [일반] 소소한 꿈 (부제: 입대합니다) [25] 스타슈터5593 17/12/25 5593 11
75137 [일반]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의학이야기 - 크리스마스 병 [7] 토니토니쵸파7718 17/12/25 7718 15
75136 [일반] [잡설] 과연 답이 있긴 한 걸까? [28] -안군-9607 17/12/25 9607 21
75135 [일반] 정치중독자의 개꿈 [10] 삭제됨8070 17/12/25 8070 16
75134 [일반] [스포일러]간단하게 스타워즈 좋았던점 나빴던점 [10] 공격적 수요5970 17/12/25 5970 4
75133 [일반] 2018년 이영도 작가 신작 '오버더초이스' 단신 [12] 여자친구12568 17/12/25 12568 5
75132 [일반] 먹어야 싼다 (언론 비스무리한 이야기) [9] 좋아요9063 17/12/25 9063 2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