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1/13 17:23:32
Name 솔빈
Subject [일반] 네팔의 동충하초
지구의 지붕이라 불리는 네팔의 험준한 겨울 설산에 허름한 텐트들이 즐비해 있다. 살을 저미는 강한 바람에도 사람들은 산을 기어가듯 낮은 자세로 산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윽고 무엇을 발견했는지 호미로 땅을 파고는 곤충도 아니고 식물도 아닌, 그 중간인 자양강장제, 정력제, 면역력 증가, 항암효과 등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동충하초`를 캐냈다.

산속에서 동충하초를 캐던 사람들은 원래 산 아래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농민들이었다. 그런데 10년 전 마을 주민 한 명이 산속에 즐비한 동충하초가 중국에서 값비싼 약재로 쓰인다는 소식을 듣고 겨울에만 생겨나는 동충하초를 캐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간 후 약 두달후 많은 양의 동충하초를 캐오고 그걸 팔아서 네팔 노동자의 몇 년 치의 급료를 벌어왔다.

그날 이후 주변 소문을 들은 농민들은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해도 변변한 삶을 이어가기도 힘든 농사일에 회의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의 소수만 겨울 산으로 올라갔다. 봄에 산에서 내려온 주민들이 큰돈을 버는 모습을 보자, 남아 있던 농민들은 부러움과 시기, 박탈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농사만 지으면 바보, 동충하초를 캐면 부자`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히자 모든 마을주민이 이젠 겨울 산으로 올랐다.

산 위에 세상은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남이 캔 동충하초가 내가 캤어야 했던 동충하초라는 생각이 흐르고 잠시 한눈판 사이에 자신이 캔 모든 동충하초가 누군가의 도둑질로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리고 아무런 유흥거리가 없는 산 위에서 남자들은 온종일 캔 동충하초로 도박해서 잃기도 한다. 게다가 의료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산속에서 병에라도 걸리면 아무런 치료도 못 받고 병마와 싸우다 죽어나기도 한다.

두 달간 겨울 산 생활을 끝내고 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쉽진 않다. 전날에 이웃이 강도를 만나 모든 동충하초를 빼앗겼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돌고 있다. 강도에게 강하게 저항하다 살해당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하게 겨울 산을 내려온 주민들은 자신들이 캐온 동충하초가 중간상인을 거쳐 중국부호들에`정력제`로 비싼 값에 팔리기에 큰돈을 벌었다. 점차 산 위로 올라가서 동충하초를 캔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나고 주변 마을주민뿐만 아니라 멀리서 살던 사람들도 두꺼운 옷, 식량, 갈아입을 옷도 없이 겨울산 위로 올랐다. 일확천금을 꿈꾸던 외지인들은 안타깝게 동상에 걸려 팔다리를 절단하거나 얼어 죽는 경우가 속출했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일상을 내던진 농민들은 언젠가는 사라질 동충하초를 걱정하며, 자신의 터전에서 예전의 일상으로 이젠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얘기를 하며 평범했던 어제를 그리워 하는 자조적인 얘기를 한다. 그리고 허망하게 겨울 산에서 죽어간 외지인들에게 동충하초는 희망이었을까 자신의 일상을 파괴한 욕망의 화신인 걸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업드래군
17/11/13 17:25
수정 아이콘
가상화폐 얘기 비유인 것 같군요.
그렇게 캔 동충하초는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락하여 점점 이익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대항해시대 해봤던 1인.
윤하만
17/11/13 17:27
수정 아이콘
주말에 시간대는 헤깔리지만. 네팔 동충하초 캐는 사람들 다큐가 방송에 나와서 그거 보고 쓰신듯하네요.촬영날짜 자체는 몇년전이었던거 같긴 했습니다만.
17/11/13 17:28
수정 아이콘
비유는 아니고 실제로 몇 년 전에 봤던 다큐의 내용입니다. 어제 사태를 보니 갑자기 떠올라서 쓰긴 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극적인 결말을 맞이 하겠죠.
darknight
17/11/13 17:30
수정 아이콘
자원의 저주로군요.
darknight
17/11/13 17:28
수정 아이콘
엥? 가상화폐 비유인가요? 전 자원의 저주로 알아들었는데...
피식인
17/11/13 17: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https://youtu.be/MQhmcfYPSdc
이 영상 같은데요. 흥미롭네요. 영상에서는 중국의 티베트에서 98%가 생상되고 네팔에서 2% 정도 생산된다고 하네요.
17/11/13 18:19
수정 아이콘
재배를 했어야지!
낭만없는 마법사
17/11/13 18:33
수정 아이콘
비유인줄 알았는데 실제였다니 덜덜덜
유리한
17/11/13 18:37
수정 아이콘
분명 대항해시대2에서는 한국에서 발견되는 것인데..
울리히케슬러
17/11/13 19:01
수정 아이콘
다큐로 봤던 내용같네요 몇개월전이었을텐데
윌모어
17/11/13 20:05
수정 아이콘
불과 얼마전에도(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가..) kbs1에서 방영했었죠. 동충하초와 네팔인들 이야기가 다큐로 있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286 [일반] 지하철에서 [12] 누구겠소10096 18/01/04 10096 6
75285 [일반] 정두언 "MB, 자신이 직접 다스 세웠다 여러번 말해" [26] 태연이11696 18/01/04 11696 17
75284 [일반] 약 6개월 간의 셀프 노래연습 후기 [40] 나이키스트18567 18/01/04 18567 2
75283 [일반] 나는 왜 신파에도 불구하고 <1987>을 칭찬하는가? [75] 마스터충달10788 18/01/04 10788 25
75282 [일반] 인텔 CPU 결함 이슈 추가 업데이트 [43] 타츠야16022 18/01/04 16022 3
75281 [일반] 신과함께 감상평 (스포 있어요.) [7] 배두나7125 18/01/04 7125 1
75280 [일반] <1987> - 아쉬움이 남는 앙상블 영화 [23] herzog6994 18/01/04 6994 6
75279 [일반] 사회인 야구 경험기 [55] Rawlings8036 18/01/04 8036 7
75278 [일반] 2017년, 영화계 1년 결산을 해봤습니다. [15] 구밀복검8189 18/01/04 8189 8
75277 [일반] 조기 축구회 포메이션 이야기 [87] 목화씨내놔14073 18/01/04 14073 48
75276 [일반] 조씨고아 이야기 [15] Love&Hate10706 18/01/04 10706 15
75275 [일반] 나도 우병우처럼 되었을까 [59] 삭제됨13017 18/01/04 13017 23
75274 [일반] 신년 첫째 문재인 대통령 리얼미터 정례조사 & 알앤서치 [73] Darwin12797 18/01/04 12797 35
75273 [일반] [짤평] <불한당> - 누아르 껍질 속의 로맨스 [37] 마스터충달7567 18/01/04 7567 2
75272 [일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이우현 의원 구속 [44] The xian13519 18/01/04 13519 14
75271 [일반] 애니메이션 속 풍경을 그려내는 배경미술 [8] 드라고나17777 18/01/04 17777 14
75270 [일반] 프랑스로 예상해보는 대한민국 한류의 미래 [78] bigname14919 18/01/03 14919 0
75269 [일반] 위대한 쇼맨 후기 [27] 조공플레이7877 18/01/03 7877 2
75268 [일반] [1987] 그분이 늙어보여 부적절하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2] laf135311115 18/01/03 11115 4
75267 [일반] 다이어트 후기. 3달 14킬로 감량. [26] 헥스밤19716 18/01/03 19716 18
75266 [일반] 대법원의 넥슨 뇌물사건 파기환송의 의미, 뇌물죄를 뇌사시킨 대법원 [31] 아르카디아9797 18/01/03 9797 7
75265 [일반] 최저임금 인상 관련 기사를 보다 든 의문 [258] 주먹쥐고휘둘러12981 18/01/03 12981 1
75264 [일반] 공무원 직업상담사 자격증에 대한 논란이 있네요. [104] 속삭비16728 18/01/03 16728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