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상점에 가려고 해도 자전거로 30분 이상 걸리는 벽촌 오지 코모리에 이치코는 엄마와 함께 살았다. 어느날 말도 없이 엄마는 사라지고, 딸인 이치코 역시 고향 코모리를 떠났지만 이치코는 도시생활에 적응 못하고 도망치듯이 1년 만에 다시 엄마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고향 코모리로 돌아왔다.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는 논과 밭에서 하루 하루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한다. 그런 이치코의 유일한 즐거움과 혼자인 이치코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논과 밭, 산에서 구한 식재료로 엄마를 떠올리며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코모리의 아름다운 풍광과 현실적인 이치코의 일상과 이치코가 만드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 그리고 영화 내내 끊이질 않는 이치코의 혼잣말 때문이다.
'벼는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 처럼 매일 같이 이치코는 부지런하게 논에 가서 잡초를 뽑고 물을 대주고 추수하는 일은 고되어 보이기만 하다. 하지만 이치코는 혼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열심히 해낸다. 이치코의 충실한 생활은 귀농을 소망하는 도시인들의 소망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하다.
여름과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일년 동안 이치코는 고향 코모리에서 정착해 충실한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속마음은 이치코는 자기가 좋아하는 토마토는 비에 약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야 하는 걸 알지만 비닐하우스를 사버리면 코모리에 정착을 하는게 기정사실이 되어 버릴까봐 하우스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이 말해주듯 아직 자기가 머무를 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중이었다.

잠깐의 도시 생활에서 이치코는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과 전혀 안정 되지 못하는 생활 속에서 고향 코모리에서 처럼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치코는 도시에서 코모리로 도망쳐 온 것이다.
고향에 있는 2년 후배에게 정작 중요한 것을 뭔가를 회피하고 그 사실을 자신에게조차 감추기 위해 그저 열심히 하는 걸로 그냥 도망치는 거 아냐? 라고 지적 받는다. 이 말에 이치코는 대답하지 못한다.
꿈과 열정을 잃어버린 채 현실에 순응하며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는 방황하는 이치코의 모습은 일본의 사토리 세대(달관 세대)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남의 나라 청춘들의 얘기가 아닌 것 같이 보이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삼포 오포세대라 불리는 청춘의 번민과 막막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치코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고 쓸쓸해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자기가 소망하는 것, 하루를 끝내고 누울 곳을 찾지 못해 헤메이는 청춘의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골의 정취있고 넉넉한 인심, 이웃간의 정이 있는 코모리에서 방황하는 청춘 이치코의 일상 끝에는 어떠한 선택이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