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보어. 덴마크 출신 물리학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역사에 남은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반대하며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을 때, 그의 친한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닐스 보어는 이렇게 말했다. "신이 뭘 하든 간에 간섭하지 말라고."
미국에서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이 한창이던 1940년대 중반, 당대 물리학의 거두였던 닐스 보어가 로스 알라모스에 나타났다.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당대 물리학자의 절반이 모여 있던 그곳에 아인슈타인을 제외하고는 비할 대상조차 없는 위대한 자가 강림한 것이었다.
당시 물리학자라는 자들이 어떤 존재였느냐 하면, 대략 십대에 대학에 들어가서 대충 논문 쓰고 이십대 초중반에 박사 딴 후 서른 전에 교수가 되어 아무도 알아먹을 수 없는 강의를 하던 정신나간 천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닐스 보어는 특출난 존재였다. 심지어 그의 제자 오토 프리슈는 닐스 보어를 만났던 때를 회상하며 '신이 내 코트 단추를 만졌다'라고 할 지경이었으니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만하리라.
그런 닐스 보어가 왕림하니 세상에 자기 홀로 잘난 줄 알았던 천재들조차도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가 헛기침을 한 후, 로스 알라모스의 과학자들을 괴롭히던 난제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 공손히 들이밀었다. 닐스 보어는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하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 생각으로는......"
침묵이 좌중을 뒤덮었다. 수십 명의 물리학자들이 그의 입을 주시하며 귀를 곤두세웠다. 닐스 보어는 자신의 논지를 전개시켜 갔고,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마침내 말을 마친 닐스 보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것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 손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건 그가 고작 스물네 살에 프린스턴에서 박사를 마치고 젊다 못해 어린 나이로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천재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가 유명한 것은 그가 실로 괴짜이기 때문이었다. 하라는 연구를 하는 대신 금고 여는 법을 스스로 연구하여 남의 금고를 열고 다니고, 툭하면 기묘한 악기를 연주하고, 검열을 피하기 위해 아내와 암호문으로 된 편지를 주고받고, 정문의 보초를 피해 개구멍으로 숙소를 빠져나가는 등 그의 행동거지는 괴짜들이 모인 로스 알라모스에서도 특히 도드라졌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파인만이었다.
파인만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주 바보 같은 생각이예요!"
그렇게 이십대 중반의 젊은이는 당대 물리학의 거두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날 밤, 닐스 보어는 숙소에서 사색에 잠겨 있었다. 그의 아들 오게 보어는 아버지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닐스 보어가 아들을 불러 말했다.
"너 나중에 연구하다 벽에 부딪히면 아까 그 친구하고 상의해라. 내 말에 예, 예 하고 대답하는 것밖에 모르는 멍청이들보다 훨씬 나을 거다."
-닐스 보어 : 1922년 노벨물리학상 (원자의 구조에 대한 보어 모델)
-리처드 파인만 : 1965년 노벨물리학상 (양자전기역학)
-오게 보어 : 1975년 노벨물리학상 (핵자 구조 연구)
ps) 삼십대 중반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교수로 있던 시절, 시카고 대학은 그를 스카웃하기 위해 파인만이 원래 받던 월급의 몇 배나 되는 거액을 제시했다. 파인만은 대답했다. 와오 멋지군요! 그 돈이면 아파트를 하나 사서 애인에게 주고 온갖 비싼 물건을 선물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나는 집 밖에서는 애인을 생각하고 집에 와서는 아내와 싸우겠죠. 저는 불행해질 테고, 물리 연구는 하나도 못 하게 되겠군요. 그러니까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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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easure of Finding Things Out 라는 책 내용을 뒤져봤더니 각색이(?) 좀 되긴 햇네요 크크
보어가 아들시켜서 파인만한테 전화 한다음 찾아가서
We have been thinking how we could make the bomb more efficient and we think of the following idea.” I say, “No, it’s not going to work, it’s not efficient, blah, blah, blah.” So he says, “How about so and so?” I said, “That sounds a little bit better, but it’s got this damn fool idea in it.” So forth, back and forth.
이랬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