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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3/07 20:33:12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영화 비평은 어떻게 써야 하나 (입문편)
  비평이라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비평은 평(評)해야 한다. 좋다. 나쁘다. 잘했다. 못했다.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주관적 판단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여기까지 본다면 비평이 뭐 어려울 게 있나 싶다. 작품을 보고나니 좋았더라. 나빴더라. 신선했더라. 식상했더라. 꿀잼. 노잼. 주관적 판단은 누구나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비평이란 객관적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주관적 판단을 주장하는 것이다.

  객관적 근거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전통에서 가져온다. 과거의 명작과 비교하여 비평할 작품의 가치를 가늠한다. 어떤 작품은 전통을 잘 따랐을 수도 있고, 어떤 작품은 전통을 뛰어넘어 혁명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전통은 비평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고전을 많이 봐야 한다. 높이 다다르기 위해서는 역사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야 하는 법이다.

  비평을 위한 이론을 만들 수도 있다.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사용하는 용어, 개념, 분석체계를 세워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평가한다. 최초의 이론 비평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었다. 이 할배는 안 끼는 데가 없다. 그래도 아인슈타인 할아버지는 이과 밖으로 나가진 않았는데... 현대에 이르면 정신분석 비평, 여성주의 비평, 독자반응 비평, 역사주의 비평, 형식주의 비평, 구조주의 비평 등 다양한 비평 이론이 등장한다.

  어렵다. 더럽게 어렵다. 가뜩이나 비평 이론은 완벽한 내적 논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대부분 어렵게 쓰였다.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그런 글을 읽다 보면 도대체 비평이란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 정의(定義)로 돌아간다. 비평이란 객관적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좋고 나쁨의 주관적 판단을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 이 말도 어렵다. 더 쉽게 설명한다면 비평이란 다음과 같다.

  나는 니콜 키드먼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은 니콜 키드먼의 외모를 평가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주관적 주장이다. 아니 주장이라기도 뭐하다. 취향에 가깝다. 만약 여기서 글을 멈춘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동의합니다."이거나 "그건 네 생각이고."이다. 무의미한 주장과 무의미한 답변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무의미한 문장을 두고 치고받고 싸운다. 절레절레.

  그런데 여기에 객관적 근거를 더한다면? 역대 미인들을 묘사한 글이나 그림, 조각, 사진을 취합하여 보편적 미인상을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니콜 키드먼의 외모를 평가할 수도 있다. 눈의 크기, 코의 높이, 좌우 대칭, 조화를 이루는 비율을 따져 니콜 키드먼의 외모를 수학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그녀의 외모가 얼마나 다양한 역할과 어울리는지 배우로서의 효용성을 따져볼 수도 있다. 이처럼 객관적 근거로 주장을 뒷받침한다면? 그제서야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 비평으로 거듭난다.

  따라서 비평이 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논리와 객관적인 근거가 필수다. 이게 없다면 비평이 아니라 그저 느낌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느낌을 표현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느낌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쩌면 이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주체적으로 판단하지도 못하면서 객관성만 갖춰봤자 가짜에 불과하다.) 영화 블로그를 보면 대강의 줄거리와 스샷 몇 개를 나열한 후 "좋았어요."라며 마무리하는 글이 많다. 좋았다면서 왜 좋은지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객관적 근거도 없다. 이건 비평이 아니다. 좋게 말해봤자 감상문이다.

  비평의 기본적인 목적에 충실한 글이 바로 리뷰(review)다. 리뷰는 대중을 상대로 영화에 관해 설명하고,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감상 여부를 결정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결말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때로는 배우 이야기나 가십을 다루기도 한다. 이처럼 리뷰는 가볍다. 짧고, 즉각적이다. 그러나 가벼운 와중에도 비평의 기본은 지킨다. 좋다. 나쁘다. 또는 별 3개. 이런 평가와 함께 근거를 제시한다. 단지 깊이 파고들지 않을 뿐이다.

  평론(critique)이라 불리는 글은 깊이 파고든다. 스포일러는 신경 쓰지 않고 필요하다면 특정 장면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한다. 주관적 판단의 내용도 사뭇 다르다. 리뷰가 영화의 질적 수준을 판단한다면, 평론은 영화의 의미와 가치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보고 "한국 사회의 병폐를 담아낸 풍자극"이라고 판단하는 식이다. 이러한 판단에 시대 정신이나 깊이 있는 철학을 담으면 좋은 비평이 된다. 판단을 끌어내는 논리가 신선하거나 새로운 비평 이론을 세우는 경우도 훌륭한 비평이 된다. 이런 거창한 내용이 없더라도 읽는 사람을 수긍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좋은 비평이다.

  최근에는 리뷰와 평론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리뷰인지 평론인지 헷갈리는 글도 있다. 리뷰면 어떻고, 평론이면 어떤가. 꼭 평론을 쓸 필요는 없다. 모든 영화가 쓸만한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되레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같은 오락 영화를 두고 "백성과 국가의 길항적 관계를 품었다."는 의미를 끌어내봤자 억지로 보일 뿐이다. (참조) 억지로 있어보이는 글을 쓰진 말자. 자기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쓰면 된다. 그게 작품의 호불호를 논하면 리뷰가 되고, 의미와 가치를 논하면 평론이 될 뿐이다.

  좋은 비평이면 그걸로 족하다. 객관적인 근거를 갖추면 그때부터 비평이 된다. 철학적인 평론을 쓰거나, 새로운 비평 이론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설득력 있는 비평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면 좋은 비평이 된다. 자신의 생각을 바이러스라고 가정하면 좋다.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염시킨다고 상상해보자.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전염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전염된 생각에 사로잡혀 몇 날 며칠이고 떨어지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좋은 비평이 나온다. (단, '내 생각'을 전염시켜야 한다. 전염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 생각과 다른 글을 쓰면 가짜일 뿐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비평이란 그럴듯한 헛소리라고. 주관적 판단이란 때로는 헛소리처럼 황당할 수도 있다. 그 황당한 생각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전염시키면 된다. 그게 비평이다.





  지금까지 비평은 어떻게 써야하나 읊어보았지만,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비평을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앞선 내용을 읽어도 여전히 부담을 느낄 것이다. 특히나 커뮤니티처럼 공개된 공간에 글을 올리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분들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1. 장단을 모두 다루자.

  세상에 완벽한 영화는... 몇 편 있다. 나머지 영화는 모두 장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 글을 보면 어느 한쪽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런 글이 인기 있다. AVGN이나 앵그리죠 같은 리뷰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얼마나 찰지게 까는지 겨루는 것처럼 보인다. 나름대로 비평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편향적인 리뷰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제 막 비평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독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도 아직 그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좋았더라도 단점을 찾아보자. 영화가 나빴더라도 장점을 찾아보자. 그렇게 영화를 보다 보면 자기 나름대로 판단의 기준이 생긴다. 비슷한 작품임에도 기분에 따라 좋았다, 싫었다 하면 절대 좋은 비평을 할 수 없다.

  장단을 모두 다룰 경우 얻게 되는 장점이 하나 더 있다. 그나마 글이 덜 터진다. 키보드 배틀의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아무리 그지 같은 영화라도 좋은 점을 찾아내 주도록 하자. 그 영화가 맘에 들었던 사람에게 작은 위로 정도는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2. 무엇이, 어떻게, 왜

  장점이나 단점을 말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이', '어떻게', '왜'이다. "<라라랜드>는 좋은 영화입니다."라고만 적으면 안 된다. "<라라랜드>는 영상이 좋습니다." 라고 무엇이 좋은지 밝혀야 한다. "<라라랜드>의 영상은 황홀합니다." 라고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더 좋다. 그리고 이유를 들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라라랜드>의 영상은 황홀합니다.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는 뮤지컬의 낭만을 선사합니다. 명암을 활용하는 방식은 <위플래시>를 연상시킬 정도죠. 심지어 빛의 뉘앙스를 끌어내는 놀라운 모습까지 보여줍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짤평의 모든 문장은 이를 바탕으로 쓰였다. 그래서 짧은 평이라는 주제에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3. 참 좋은데 뭐라 설명을 못 하겠다면?

  그냥 조용히 있자. 어떻게 좋은지 설명하는 게 비평의 목적이다. 설명을 못 하겠다면 남이 설명해주길 조용히 기다려보자. (사실 기다릴 필요도 없다. 영화 비평은 레드오션이다. 인터넷에 리뷰가 바글바글하다.)

  -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中


  4. 쉽게 쓰자.

  간혹가다 보면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도 없게 어려운 글을 만난다. 물론 내용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아무리 쉽게 쓴다 한들 내가 알아먹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일부러 어렵게 쓸 필요는 없다. 같은 내용이라면 쉽게 써야 한다. 어려운 글은 전염 속도를 떨어트릴 뿐이다. 나는 항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제1 독자로 둔다. 당신의 글을 당신의 부모나 아이에게 보여준다 생각하고 써보자. 그러면 글은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현학적인 비평은 유행 지났다. 키노 망한 거 봐라. ㅜ.ㅜ



  5.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자. http://speller.cs.pusan.ac.kr

  어떤 글이라도 맞춤법이 틀리면 글의 무게가 확 떨어진다. 어쩌다 한두 개라면 오타라고 생각해 주겠지만, 읽는 족족 맞춤법이 틀리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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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스
17/03/07 20:40
수정 아이콘
23아이덴티티, 큐어, 해빙, 로건 비평이 시급합니다ㅜ
17/03/07 21:19
수정 아이콘
로건 비평이 시급합니다 (2)
유지애
17/03/07 21:19
수정 아이콘
[좋은 비평이면 그걸로 족하다.]
좋은 말입니다.
또, 비평 외의 모든 것에 통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막타못먹는원딜
17/03/07 21:20
수정 아이콘
비평 그만 쓰신다고 봤던거 같은데
비평은 그만 쓰시고 비평 쓰는 방법을 쓰시는군요...

애기 손 놓고 일가야하는데 차마 못놓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짱짱걸제시카
17/03/07 21:31
수정 아이콘
진짜요? 왜죠? 짤평 엄청 유익하게 보고 있는데..
마스터충달
17/03/07 22:26
수정 아이콘
이렇게 정리를 해놔야... 지난 시간이 휘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쓰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요. ^^;

가게 정리하면서 영업 기밀 공개하고 가는 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입문편이 끝인 글이기도 해서... 흐흐 제가 심화편을 쓸 레벨도 아닌 것 같고, 그에 어울리는 추천 서적도 별로 없는지라;;;
17/03/07 21:42
수정 아이콘
중딩때 정은임의 영화음악, 고딩때 키노, 정성일 평론가에 열광했던 30대입니다.
지금이야 팍팍한 삶에 옅어졌지만 20대까지는 꽤나 열정적이었던 같습니다.

4. 쉽게쓰자는 앞에 '무조건'보다는 '경우에 따라'가 맞는거 같습니다.

가령 최동훈의 영화에는 짤평이 어울리지만,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화에는 짧고 간결함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내내 부유하는 텍스트를 짧게 쓸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현학적인게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때론 필요하다고 봅니다.
X부심이라고 질타를 해도, 살아보니 때론 진지할때도 때론 가벼울때도 있듯이 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올려주시는 짤평은 잘 보고 있습니다.
ridewitme
17/03/07 21:53
수정 아이콘
너무나 공감합니다. 리뷰와 거의 구분없는 짧은 비평, 인상비평은 너무나 많죠. 그 정도는 다들 쓸 수 있을 정도로 지적 문화적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기도 했구요. 정성일에서 이동진까지 주목이 옮겨간 최근의 이십여 년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현학적이라는 비판은 쉽지만, 그 비판은 반지성주의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카드뉴스로는 만들 수 없는 깊고 넓은 영화비평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절실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지적 풍요는 지적 허영에서 시작됩니다.
마스터충달
17/03/07 22:40
수정 아이콘
지적 풍요는 알찬 내용에서 오는 거지 지적 허영에서 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어렵게 쓸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지적 허영이라 부르진 않습니다. 빈곤한 내용을 허세로 감추는 글을 지적 허영이라 하죠.
ridewitme
17/03/07 23:08
수정 아이콘
오해가 있네요. 저는 저자의 지적 허영이 아닌 독자의 지적 허영을 의도한 것입니다. 저자의 지적 허영은 독인 반면 독자의 지적 허영은 약이 될 수 있거든요. 허영심에 키노를 뒤적이던 씨네필 키드는 나이들어서도 전문적 비평을 독해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충달 님 말씀의 요지는 알겠습니다. 그냥 제가 요새 있어도 없어도 무방한 캐주얼 비평들에 지친 것 같네요.
마스터충달
17/03/07 23:11
수정 아이콘
그런 좋은 자세에 굳이 허영이란 단어를 붙일 필요는 없겠죠. 그건 긍정적 의미루다가 지적 호기심이라고 합시다. 혹은 뇌섹 본능이라거나. 크크.
마스터충달
17/03/07 22:24
수정 아이콘
"무조건"이라기보다는 "될 수 있다면"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내용 자체가 어려우면 아무리 쉽게써도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되도록, 가능한 수준 안에서 쉽게 쓰는 거면 족합니다. 예를 들면

"미적 판단에도 도덕적 성향이 있다면 이는 선험적 경험에 의존한다."

"올바른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인간의 성향은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처럼 내용 자체가 철학적이고 어렵더라도 좀 더 쉽게 쓰려는 노력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니 "될 수 있다면" 쉽게 쓰는 게 좋겠죠.

그런 면에서 최악은 별 내용도 없으면서 문장만 베베 꼬아 어렵게 보이게 만드는 글입니다. (이런 글 은근히 많습니다.)
Overfitting
17/03/07 21:47
수정 아이콘
비평 뿐만 아니라 키배에도 충분히 적용될만한 말씀이네요..
vlncentz
17/03/07 21:5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은 스크랩입니다.
17/03/07 22:15
수정 아이콘
이런 비평을 위해서 읽어볼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실수 있을까요? 비평을 써보고싶은건 아닌데 그런 시각을 다듬는건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마스터충달
17/03/07 22:21
수정 아이콘
교양삼아 영화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걸 권하겠습니다. 처음 부분에 썼듯이 전통이 중요하거든요.
아틸라
17/03/07 22:5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비단 리뷰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방법에도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이 많네요. 제목을 보니 시리즈인것 같은데 후속글이 기대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 리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디워 이후입니다. 어느날 한 리뷰에 낚여 아리랑 엔딩을 본 이후로, 앞으로 영화를 보기전에는 반드시 영화의 리뷰를 여러 개 찾아보고 가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그 이후로는 영화를 보기 전에 호평리뷰도 악평리뷰도 모두 살펴보고 갑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 여전히 표값을 후회하게 만드는 관람이 수두룩하긴 하지만, 그만큼 제게 영화관람전 리뷰확인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충달님이 올리시는 리뷰는, 본문에도 설명하신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포인트 묘사와 읽기 편한 문체 덕분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고(단 영화가 호평일 경우에만), 보고난 뒤에도 리뷰를 되새김질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음악리뷰를 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는데, 비록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충달님의 리뷰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7/03/07 23:04
수정 아이콘
일단 시리즈는 아닙니다 ㅜㅜ 제 레벨이 입문인지라 입문편을 쓴 것이죠 크크 만약 심화편을 쓴다면

1. 영화의 역사 (영화 사조의 흐름)
2. 각 비평 이론 정리
....

뭐 이런 글이 나와야 하는데 솔직히 넘버 하나당 책 한 권 분량인지라;;; 저도 잘 모르는 게 많기도 하고요. 입문까지가 제 깜냥이죠. 크크.
17/03/07 23:31
수정 아이콘
비록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그럼에도 짤평은 재미있게 봤습니다.) 기본적인 내용들은 제 소설 리뷰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CoMbI COLa
17/03/08 00:2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어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감독, 배우, 제목, 트레일러, 후속작인지 등으로 어느정도 촉이 오거나 선입견이 생길 수 밖에 없을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이걸 어떻게 객관적 논리로 풀어가는지)
마스터충달
17/03/08 01:01
수정 아이콘
저는 선입견이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그냥 제 성격에 기인하는 면이 크네요. 몇 번 언급하긴 했는데, 저는 엔간한 영화는 다 재밌게 봐요;;;; 진짜 심각하게 망가진 작품이 아닌 이상 볼 때 재밌고, 감독의 의도도 수긍이 가고, 연출 의도도 잘 맞아 보이고;;; <더 킹> 정도의 영화도 재밌게 봅니다. 그런데 이 영화 혹평하는 분들이 많았죠. 이렇게 영화에 대한 애정이랄까, 평가가 후하다 보니깐 선입견에 별로 휘둘리지 않아요. 선입견에 안 휘둘리고 다 잼나게 본달까요;;;;;;
CoMbI COLa
17/03/08 02:3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저는 그런 것에 영향을 엄청 받아서 말씀하신 더 킹도 '아 정우성 나오네, 2시간동안 호구형 잘 생긴 얼굴 감상이나 하겠네' 하고 봤더니만 꽤나 재밌더라고요. 그냥 전 비평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ㅠ
마스터충달
17/03/08 02:40
수정 아이콘
근데 제 성격도 비판적 관점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뭐 이 사람은 다 괜찮데~ 라는 핀잔을 들을 수 있죠.
17/03/08 01:09
수정 아이콘
충달님 로건이요.
왜 계속 부들부들 떠는 손과 울부짖는 거 생각이 자꾸 날까요?
마스터충달
17/03/08 01:14
수정 아이콘
로건 저도 보고싶습셒습
서퍼도리아
17/03/08 07:40
수정 아이콘
비평 절필 & 공부 전념 선언하시고 피지알서 유게든 어디든 더 자주 글을 올리시는거 같은데...ㅜㅜ
마스터충달
17/03/08 10:42
수정 아이콘
으엌;; ㅜㅜ 저도 미련이 있나봐요. 근데 확실히 시간 여유는 늘었습니다. 하루를 번다는 게 상당히 크더라고요.
aDayInTheLife
17/03/08 07:45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크크 영화보는걸 참 좋아하지만 그걸 글로 옮기는 건 참 힘드네요. 아직은.
17/03/08 08:49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PGR에도 몇 개 올렸지만, 요새는 그냥 블로그에다가 혼자 쓰고 있는 중인데요. 확실히 비평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글이 더 진중해지는 거 같아요.

저는 비평이란 말의 무게감에 눌려 그냥 감상문이라고 생각하며 쓰고 있습니다 '-' 그게 편해요 ㅜㅜ
마스터충달
17/03/08 10:43
수정 아이콘
무엇이, 어떻게, 왜
이것만 지키셔도 감상문은 뛰어넘으십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17/03/08 16:42
수정 아이콘
웹툰 '부X영화'를 보고 난 후, 작품성이 있는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아카데미 수상작같은..?)
(학교 수업으로 '영화의 세계'라는 교양수업도 들었지만, 듣는 내내 욕만하다가 적당히 성적받고 말았던 기억도 있네요..)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장면의 구도는 어떻고, 클리셰와 복선 등등..
영화에 관련된 조금의 지식을 얻고 나니, 영화를 영화로 보기가 힘들어졌네요.
특히 감동적인 영화나 무서운 영화를 볼 때 더 심각해져요.
뭐랄까 .. ' 이 장면은 감독의 노림수야...!'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나서, 약간의 정리를 해주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집에서 혼자 맥주 한 캔 먹으며 영화보는 재미가 많이 줄었네요..
마스터충달
17/03/08 18:26
수정 아이콘
그냥 부기영화라고 다 적으셔도 됩니다;; 피지알 댓글이 공중파도 아니고;;;;

근데 부기영화에서 영화 지식을 얻으셨다고요? 흠... 인터레스팅... 부기영화는 깊이있는 평론을 찰진 드립으로 표현하는 웹툰인지라 영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작품 같아 보이진 않았거든요;; (대개 드립 잼이 좋으면 지식을 얻기 힘들고, 지식을 얻기 좋으면 노잼인 게 인지상정인지라...)

영화보는 눈이 생기셨다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글로 풀어 사람들과 나누시길 바랍니다. 두 가지 면에서 좋습니다. 우선 글은 쌓입니다. 생각은 휘발되지만 글은 쌓여서 영화 보는 눈과 글 쓰는 능력을 키워줄 겁니다. 그리고 이걸 꼭 사람들과 나누셔야 합니다. 자신의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로 커뮤니티만 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까려고 보고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세요. 못난 작품은 비슷비슷하지만, 잘 만듣 작품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 영화를 칭찬하다 보면 별 3개 짜리 영화에서도 나름의 미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17/03/09 10:05
수정 아이콘
부기영화를 통해 작품성있는 영화들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지식을 얻기 보다는, 여태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 밖에 모르던 사람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는 작품에 관심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고마운 웹툰입니다. 해리포터와 버드맨이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인건 분명하니까요. 센세이션이었습니다. 이후 역대 작품상 수상작을 찾아본다던지... 영화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던지... 미미하나 영화에 관련된 지식을 차츰 쌓아가고 있습니다.
무튼.. 영화를 까려고 본다기 보다는, 어떤 씬을 씬으로써 느끼지 못하고, 마냥 즐기기만 하진 않게 되었다는 거에요. 영화 다 보고 분석하고 해석해도 되는건데, 눈에 밟히게 되면서 영화보는게 살짝은 피곤해졌네요. 생각을 안하려 해도 보이면 신경쓰이는거.. 랄까요..
마스터충달
17/03/09 10:23
수정 아이콘
그쵸;; 역시;; 부기영화는 즐기기 좋은 컨텐츠지 공부가 되는 컨텐츠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즉, 개꿀잼이란 소리)

음... 저도 굳이 따지자면 분석하면서 본다고 봐야 맞을 텐데요... 음......

<스타 트렉 비욘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중반부까지 보면서 "아... 이거 좀 엉성한데..."라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아 영화 짱나네. 몰입 확 떨어지네."하고 멈추면 영화 즐기기 힘들어지죠. 근데 저는 성격 때문인지 역으로 가더라고요. "뭔가 한 방은 있겠지. 스토리는 일단 신경 끄고, 관객을 사로잡을 한 방만 나와라 제발..."하고 기대했습니다. <스타 트렉 비욘드>는 그 한 방을 채워주는 시퀀스가 있었죠. 그게 없던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쩌리...>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비서사적 요소가 강하다고 생각해보세요. 연극을 필름에 담았다기보단, 비디오 아트에 가깝다고 생각해보세요. 여타 픽션보다 리얼리티의 한계가 훨씬 높다는 점도 고려해보고요. 그럼 영화에서 개연성을 최우선으로 잡는 게 썩 좋은 자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개연성을 내려 놓으면 아무리 졸작이라도 끝까지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왜냐면 맥락과 어긋나더라도 한 방을 보여주는 장면을 기대하게 되거든요. 그 한 방의 쾌감에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영화만의 매력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벨리어스
17/06/0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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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서든 설명하기 위해 죽을때까지 노력하고 연구한다...라고 개인적으론 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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