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2/21 23:55:05
Name 두괴즐
Subject [일반] [습작시] 인문학의 쓸모
마스터충달 님의 '날개를 접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짤평을 즐겨 보던 한 사람의 독자로서 아쉬웠고, 그보다 그 글의 내용이
남얘기 같지 않아 서늘했습니다.

인문학의 언저리에서
미련과 싸우다,
누군가를 자꾸면 상하게 하는 자신을 봅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달리 할 수 있는게 뭔가
싶은-

마스터충달님과
오늘의 불안을 견디며
창작의 길을 모색하는 분들께,
그리고
나름의 꿈들을 가슴에 안고 사는 모든 이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습작시] 인문학의 쓸모


그러니까 그 아주머니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진 않지만
은근히 특별하다고 말해야만 하는 그녀,
기어코 이천원어치를 사가시는 우리의 이웃은
졸업한 남의 아들에게 친절한 관심을 갖는다
어머니는 신문이나 뉴스
그보다는 풍문으로 들은 요즘 청년의 형편을
괜찮다로 정리하지만,
나는 그럴 리가 한다

바쁜 일이 마쳐지면
취업을 축하해 숙모로부터 받은 구두를 신고
졸업한 도서관에 이미 앉아있다
국가의 일부가 되길 원하는 전후와
기업의 톱니가 될 좌우가
청춘을 성실하게 찬양한다
나는 그들이 부러워
노트에 적는다

졸업 이후의 공부는 노력의 댓가가
한 없이 유예되기에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아무도 읽지 않았음이 분명한
뻣뻣한 책을 펼치니
간절함이 긴박해 무기력해진 비판들이 뛰어다닌다
전후좌우의 파도는 자꾸만 나를 치고
가난한 마음엔 제멋대로 부심이 자란다

어머니는 농사가 망하지 않았다며
썩은 책을 자꾸만 드시고 계신다

빈자리엔 희생의 허리가 세워놓은 엄살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고
공부 외에 달리 할 수 없게 자란 우리는 여전히 앉아있다

구두는 나를 찾아 다시 신는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법대로
17/02/22 01:55
수정 아이콘
문체에 느낌이 있으시네요.
수험생활을 해봐서 청춘들의 건조해보이지만서도 치열한 고뇌가 더 잘 느껴지네요
가족의 기대와 또 나이든 나의 가정에의 책임감 그 속에서, 도착점은 있지만 길이 어딘지,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를 현실을 마주한 우리들.
저도 길을 가는 중이라 당장은 치열하게 오늘을 살자고 외칠수밖에 없겠네요
우리네 동지들 화이팅입니다^^
두괴즐
17/02/22 13:14
수정 아이콘
네. 맞아요. 결국 할 수 있는 일을, 하루하루, 성실하게 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화이팅입니다.
동원사랑
17/02/22 05:50
수정 아이콘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에대한 관심.
진정한 인문학자는 연애를 합니다.
두괴즐
17/02/22 13:2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다만 '진정한'이라는 부연에 관해서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윤리와 사랑은 종종 혹은 빈번히 자기기만에 침식되곤 하기 때문이지요. 연애는 아무나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말이지요.
17/02/22 09:57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두괴즐
17/02/22 13: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078 [일반] 나의 연극이야기 5 [15] 정짱5369 17/03/13 5369 10
71077 [일반] 잘못하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 다니는 게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170] Davi4ever13323 17/03/13 13323 42
71076 [일반] [단편] 03 드래곤나이트의 위상 [19] 글곰9746 17/03/13 9746 27
71075 [일반] [역사] 대명제국의 당당한 황제 영락제, 하지만... [38] 신불해17839 17/03/13 17839 48
71074 [일반] 먹을 걸로 장난치는 언론... [75] 카미트리아11859 17/03/13 11859 5
71073 [일반] 최근 구매한 컴퓨터 부품 평가 [95] 이슬먹고살죠16839 17/03/13 16839 5
71072 [일반] 국가주도의 생체장기매매 - 파룬궁 수련자들을 대상으로한 중국정부 주도의 집단학살 [51] 아점화한틱10528 17/03/13 10528 4
71071 [일반] 이젠 유니클로에서만 거의 옷을 사게 되네요. [89] ZeroOne18641 17/03/13 18641 15
71069 [일반] 매 경기가 명경기 속출, '3월의 광란' 이 되어가고 있는 WBC [109] 신불해14738 17/03/13 14738 3
71068 [일반] 서울대 단대에서 경험해 본 학생회의 '건물내 금연화'와 관련된 묵살 한 토막 [25] the3j8570 17/03/13 8570 4
71066 [일반] 훗날 제 아이들에게 국정농단 사건을 어떻게 가르치게 될까요? [21] Alchemist16844 17/03/13 6844 0
71065 [일반] 과연 능력과 도덕성 중 어느 게 더 중요한 것일까요...? [216] nexon14441 17/03/12 14441 2
71064 [일반] 콩: 스컬 아일랜드 감상 후기(노 스포) [40] 달토끼9935 17/03/12 9935 2
71063 [일반] 나를 떠나줘서 고마워. [6] 삭제됨7539 17/03/12 7539 12
71062 [일반] "학교를 졸업하다"를 영어로 하면? [60] Neanderthal19005 17/03/11 19005 20
71061 [일반]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쏘고있답니다. [160] 다크템플러21127 17/03/11 21127 2
71060 [일반] 주어진 악조건 하에서의 LCHF 다이어트 코스프레 [51] 아점화한틱14671 17/03/11 14671 2
71059 [일반] 카카오티비가 나가야 할 방향 [67] dos15055 17/03/11 15055 1
71058 [일반] <로건>을 보고(스포 있음) [23] 삭제됨6915 17/03/11 6915 4
71056 [일반] 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후기) [40] 삭제됨11083 17/03/10 11083 18
71053 댓글잠금 [일반] [공지] 선거 관련 게시물 선거게시판 이용 권고. [1] 유스티스4990 17/03/10 4990 2
71052 [일반] 대통령 탄핵 결정문 전문이 공개되었습니다. [43] 타테이아17500 17/03/10 17500 20
71049 [일반] 靑 "박근혜 오늘은 관저 안 떠나.. 입장 발표도 없다 [170] 아라가키21414 17/03/10 2141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